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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한민대학교 1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황산벌 캠핑장을 지나, 수풀이 우거진 언덕으로 향합니다.



한민족 어쩌고 부지라고 써 있습니다. 


아마 이 학교가 계속 운영되었더라면 저 부지에 건물이 올라가고 있거나 이미 준공되어 사용중일수도 있겠지요. 깊은 산 속에 터는 잘 닦아두었으나 가치가 없는 땅이니 그냥 잡초만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유일한 편의시설이라 불리던 농구장 그리고 고등학교 운동장을 연상시키던 축구장.


2012년에 리모델링을 통해 농구코트도 새롭게 꾸미고 그냥 모래밭이던 운동장에는 인조잔디를 시공하여 나름대로 개선된 시설입니다만,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폐교가 되어버리는 탓에 그저 쓸모없이 방치된 시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미 덩쿨은 농구골대를 거의 다 잠식한 상태입니다.


축구장 시설은 오랜 시간 방치되었음에도 상태가 꽤나 준수한지라, 시내와 그리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항상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을거라 생각되네요.



자세히 보면 축구장의 인조잔디 곳곳에도 잡초가 드문드문 자라고 있고

농구코트의 방수코팅 역시 다 벗겨져나간지 오래입니다.



한국의 마추픽추라 불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수풀로 가려진 계단이 있어서인데..


그 계단 역시 덩쿨과 이름모를 잡풀들에 의해 장악되어버렸습니다. 2012년 리모델링 당시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의 단상을 연상케하는 시설을 계단 중앙에 설치하고, 계단 역시 대리석 소재로 리모델링을 단행하는 바람에 우리가 익히 알고있던 마추픽주 비슷한 그런 그림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올라온 길. 걸어서 내려가라 하면 도저히 무서워서 오줌을 지릴 것 같은 분위기.


깊은 산골 속 폐교. 저처럼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고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으니 이런 분위기를 낼 수 밖에 없지요. 밤에 온다면 차 안에서도 오줌을 지리고 남을겁니다. 그만큼 무섭습니다.



국제 할렐루야드 대회 발원지


대체 국제 할렐루야드가 무엇인지 알고보니 이 학교를 운영하던 재단에서 개최하던 종교적 성향이 짙은 행사입니다. 뭐 우리 민족이 앞장서서 진리와 평화의 세상을 만들자는 이야기에 북한 선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2008년에는 고로바초프 구소련 대통령까지 초청해왔다고 하는군요.



응? 깔끔한 카니발이 한 대 있습니다. 처음엔 관리인 누군가가 주차해둔줄 알았는데..


그냥 동네에서 쉬러 온 아저씨였습니다. 차 시동이 걸려있고, 에어컨을 틀고 있었더군요.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긴 했습니다만, 학교 관리자는 아녔습니다. 그래도 조용한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아지트가 아닐까 싶네요.



되지도 않는 편입학 철회


뭐 어느 학교나 이런 낙서는 다 있지요. 폐교 이후 재학생들의 편입학 문제때문에 꽤나 골치가 아팠던 모양입니다. 다른 학교들은 정식 인가를 받은 2년제 4년제 학교였지만, 한민학교는 말 그대로 4년제 학력 인정 기관일 뿐이지 정식 대학교는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좋은 성적을 내던 야구부원들이 전북 전주의 우석대학교에 편입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처 대학들 역시 호의적이지 않았고 편입학이 그리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본관의 중앙 출입문은 열려있습니다. 다만, 음산한 폐건물에 들어가고픈 마음은 없기에 건너뜁니다.


뭐 여럿이 같이 왔다면 객기에 한번 들어가기라도 해보고 싶습니다만, 저는 혼자왔습니다. 제가 저 건물 안에서 실족하더라도 신고를 해 줄 사람도 없으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미친짓은 지양하도록 합니다.



총장은 우리를 졸업시켜달라.


참 와닿는 문구입니다. 편입학도 쉽지 않으니 책임지고 졸업을 시켜달라는 이야기인데, 졸업은 그저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저 문구를 작성했던 사람은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참고하자면 한민학교를 운영했던 학교재단은 경기도 광주에서 사이버대학을 운영중이더군요.



나름 산 중턱에 소재하다보니 경치는 참 좋습니다.


바로 옆으로는 황산벌 유적지가 펼쳐져있고, 축구장 너머로는 작은 마을들이 보입니다.



야간학생은 갈 곳이 없다.


이 학교의 핵심건물은 크게 두동입니다. 본관과 강당과 교회를 겸하는 선교관. 물론 그 위로 기숙사와 축구부 건물도 존재하고 합니다만, 핵심적인 건물은 저 두동이 전부입니다.



선교관의 향나무는 수년간 가지를 쳐주지 않아 6m이상 자랐습니다.


앞으로 2~3년 뒤에 온다면 저 건물 높이 이상으로 우뚝 솟아있지 않을까요.




본관 뒷편 휴게시설입니다.


물론 쉴 사람도 없고, 이미 잡초들에 점령당한 상태. 온갖 잡초들과 잡목들이 사람 대신 쉬고 있습니다.



본관 후문. 


쓰레기통엔 온갖 쓰레기더미로 가득하고, 덩쿨들은 이미 화단을 집어삼킨지 오래입니다.



본관 뒷편 담벽에도 락카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총장을 몰아내자 독재자는 물러가라'



부정부패 부실경영 검찰 고발한다



진리관 뒷편입니다. 도저히 겁이 나서 들어갈 엄두를 내진 못했네요.


들어가도 딱히 별거 없는걸로 압니다.



언제 마지막 손님을 받았을지 모르는 낡은 자판기들..


학교 곳곳에 세워두었다가 이 구석으로 옮겨둔 일이겠죠. 마치 사건사고의 현장처럼 출입통제선을 그어두었는데, 그 역시도 상당히 오랜 세월이 지난지라 다 끊어지고 삭아서 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글사랑 세계사랑 본부.


뭐 한글과 세계를 사랑하는 그분들은 다른곳에 가서 그 뜻을 이루고 계시겠지요. 



마추픽추라 불리던 낡은 돌계단은, 대리석 계단으로 깔끔하게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럼 뭐해요. 학교가 망했어요 ㅠㅠ



들리는건 매미소리 그리고 차에서 나는 엔진소리 뿐.


적막한 산 중턱에 흉물스럽게 버려진 건물들. 그래도 찾는 이들이 있기에 외롭진 않아보입니다.



초점이 맞지 않았습니다만, 약 700만원의 전기요금 미납으로 단전조치 되었다는 경고문이 보입니다.


그 뒤로는 어느 대회에서 입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먼지에 뒤덮인 트로피가 하나 보입니다.



본관 위로 올라갑니다. 축구부 건물이 보이는군요.


다만 가까이로 가면 갈수록,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지라 무서워서 더이상 올라가진 못했습니다. 폐교탐방을 꽤나 많이 다녔었지만, 이럴땐 최소 한사람이라도 동행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학교는 폐교되었고, 재단은 이 부지와 건물을 매각하려 하지만 위치가 위치인지라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루 빨리 건물들이 새 주인을 찾아서 다시 활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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