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휴학 포함 6년차 휴학신청을 위해 신청서를 출력했습니다.


누가 보면 연예인이나 성공한 사업가로 보입니다만, 걍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쁜 탁송러입니다.


올해는 교무팀에서 미복학재적대상자라고 문자가 왔더군요. 3월 9일까지 모든 절차를 마쳐야 제적처리를 당하지 않는답니다. 뭐 다니자니 나이 서른살 쳐먹고 해먹기 뭐한 상황이고 그렇다고 관두자니 아까운 계륵같은 존재가 된 학적이긴 합니다만, 언제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고 하니 끌고 갈 수 있을 때 까지 계속 끌고 가기로 합니다.



학번이야 생생히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만, 비밀번호는 계속 잊어버립니다.


그런고로 또 본인인증을 거치고 비밀번호를 다시 설정한 뒤 로그인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별 의미 없는 메인페이지를 지나 학사정보 페이지를 들어갑니다. 수강신청보다 휴학신청이 익숙합니다. 휴학신청 기간동안 입학했던 학생들은 이미 학교를 떠난지 오래겠지요.



휴학원서를 작성합니다.


작성이래봐야 그냥 사유 선택하고 출력만 하면 될 일인데, 작성시마다 썩 기분이 좋진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왜 복학도 하지 않을거면서 꾸준히 학적만을 유지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겠죠. 다만 상명대 휴학이라는 학력으로 득을 볼 것도 없고 전혀 관련 없는 생업에 종사하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낙오자로 꼬이게 된 데에 제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스무살에 얻었던 반 죽을뻔 했던 병. 그리고 복귀 이후 찾아온 우을증과 대인기피증. 물론 그걸 극복하고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더라면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었겠지요. 6년 전 이 즈음에 수십명의 학생들이 학교라는 사막 속에서 신기루를 보고 찾아왔지만 우물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땅을 열심히 파서 우물을 만들어 낸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그저 우물을 파기보단 목이 말라 반 죽어가는 상태에서 다른 환상을 보며 다른 방향으로 향했고, 그렇게 하염없이 걷고 헤메다가 지금의 신기루에서 미약하게나마 땅을 파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물론 지금 땅을 파고 있는 자리에서 습기를 머금은 모래가 나오고 있긴 합니다만, 지하수가 터져나올지 그게 아니라면 또 포기하고 다른 신기루를 보고 하염없이 걸어갈지 모르겠습니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그냥 성적 생각 않고 졸업을 향해 달려갔더라면. 그저 평범한 대학생 루트를 타게 되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그리고 이 블로그를 보는 여러분들께 비추어지는 저는 어떤 모습이였을까요. 생각하면 끝이 없을테니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모로 내년에는 7년차 휴학이 될지, 복학이 될지. 그게 아니라면 학적유지의 끝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 안하고도 고정수입이 있다면 다시 다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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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철한자구/서해대교

잉여로운 일상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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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득문득 2018.03.07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가 한 말인데 "힘내자"!화이팅 하자!라는 말이 더 힘들게 하는 말일수있다 더군요.
    전 그말에 동의 하는측면이 있습니다. 저자신도 모를 무기력감에 빠져서 우울증 이라는 느낌이들면서 어떤 힘네! 라는 말도 도움이 안되는...
    탁송일로 문의 드리러 왔다가 이글도 보게됐네요.
    전 지금 세아이의 아버지 이며 시원찬은 벌이로 생계를 꾸려가고 아내의 벌이가 없으면 저혼자서는
    살기힘든 그런 상테지만 그런 삶이라도 살려고
    버티고있내요. 자존심도 사치인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때 정말 살기 싫어지기도 했지만 꾸역꾸역 살고 있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 음음 2018.03.07 1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학교 주차장에 주차된 차를 보고 블로그를 찾아뵙게 된 학교 후배입니다. 선배님께서 어떤 상황, 어떠한 삶을 살고계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배로써 꼭 모든 일 잘 풀리시길 마라겠습니다

  • ㅇㅇ... 2018.07.25 0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같은 학교 신입생인데 과거의 아싸인생, 학교에 대한 의구심으로 적응 못하고 있네요
    부모님 몰래 휴학신청하고 자취방에서 알바하면서 고민하려고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