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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절을 풍미하던 특급열차 새마을호가 유일하게 정규편성된 장항선.

그러한 장항선에서도 2018년 4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새마을호가 사라집니다.


물론 2004년 KTX의 개통 이전까지의 특급열차지 지금은 내려오긴 했지만, 세월의 흔적을 감안하더라도 진정한 호화열차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소수의 새마을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마을호를 끌던 동차(기관차)들. 그니까 소싯적 새마을호를 끌고 다니던 7000호대 디젤동차(봉고기관차) 및 일체형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던 PP동차(DHC)까지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몇년이 흐른 상황이라 지금은 평범한 7500호대 디젤동차에 몸을 맏긴채 장항선을 활보하는 새마을호가 되었지만 말입니다.


여튼 새마을호를 계승하는 전동차인 'ITX-새마을' 말고, 마지막 남은 20세기 특급열차 새마을호의 사진을 담아봤습니다. 물론 앞으로 남은 20여일동안 새마을호를 한번 더 탄다면 모르겠지만, 타지 못할 확률이 크기때문에 말이죠.



10시 40분 익산발 용산행 #1156호 열차입니다.


7호차 1호석을 예매했고, 광천까지 올라갑니다. 익산역에서 같이 올라탄 한 10명 가까운 아저씨 무리들이 아주 전세낸듯이 시끄럽게 떠들더군요. 여객전무 아저씨한테 얘기를 드리니 조금 조용해지긴 했습니다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새마을호가 곧 퇴역한다는 사실이 생각나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싼 KTX, 신형 ITX-새마을 저리가라 할 새마을호 일반실 객차.


특실의 빨간색 시트는 더욱 더 편합니다만, 갈색의 일반실 시트만 하더라도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편리함을 자랑합니다. 만약에 떼어 올 수 있다면 한조 떼어오고 싶은 생각이지만, 아마 수출길에 올라 타국에서 열심히 굴러가고 또 굴러가겠지요.



IMF당시 모진 풍파를 겪고 공중분해된 대우중공업에서 1992년 제작된 차량.

모델번호는 DRH-08. 차량번호는 382.


철도사업부는 현대로템에 통합되었지만, 아직도 대우그룹 특유의 학모양 로고와 함께 대우중공업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26년 가까운 세월동안 IMF도 2002년 월드컵도 올해 열렸던 평창올림픽까지 지켜본 열차입니다. 



개수대와 고급스러운 장식이 가미된 유리거울 및 전등장식.


건물로 따져도 92년에 지어진 건물의 화장실이라면 당연히 리모델링을 하고도 남았을텐데, 26년간 그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새마을호의 개수대입니다. 90년대 초반에 흔히 쓰이던 양식의 전등 장식과 백열등. 그리고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장식이 가미된 유리거울입니다.


웬만한 건물에서도 보기 힘든 90년대 초반 양식을 새마을호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6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오물을 받아주었던 변기 역시 곧 임무를 마칩니다.



상행선 열차의 끝. 7호차의 끄트머리에는 발전차가 붙어있습니다.


유선형 발전차 역시 2002년 이후로 추가 발주는 없습니다. 전철화 되지 않은 구간이 점점 사라져가는 특성상 더이상 신조차를 출고할 이유가 없지요.



우중충합니다.


터널에 들어오기도 했고, 여러모로 요즘 출고하는 열차에 장착된 LED등 및 객실이 보이는 구조와 달리 낮은 조도를 가진 백열등과 함께 막혀있는 구조로 이루어진 열차라 그런지 상당히 우중충합니다.



소변기 역시 사람의 발이 닿는 부분은 이미 닳고 또 닳았지만, 역겨운 냄새 없이 깔끔합니다.



둥그런 유리창에는 실리콘을 추가로 도포한 흔적이 보이네요.



그렇게 새마을호와 함께 달리고 또 달려갑니다.


웅천역 근방에 오니 직선화 공사중인 구간이 보이더군요. 예전에는 웅천역 근처를 지날때면 철길과 매우 가까운곳에 민가주택이 있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그 역시도 거의 다 헐려나갔습니다. 


직선화와 전철화. 빨라지고 편해지면 좋지만 간간히 구불구불하고 낙후된, 조금은 불편한 모습이 보고싶고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약 20일 남은 생명을 불사지르는 새마을호는 안타깝지만 직선화된 장항선을 타지 못하고 퇴역합니다.



짧은 여정은 끝났습니다.

조금만 일찍 생각했더라면.. 한번 더 기회가 있더라면.. 모르겠습니다.


광천역을 뒤로하고 떠나가는 7분이 지연된 새마을호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P.S 철싸대 여러분들 제발 행선판 떼어오지 마세요.



무궁화호 리미트객차를 개조해서 만든 짝퉁 'ITX-새마을'이 5월 1일부터 이 노선에 투입 될 예정입니다.


무궁화호를 새마을호 가격 주고 탈 이유는 없지만 타야 할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새 열차도 아니고 이미 15년 이상 굴리고 또 굴린 무궁화호를 개조한 짝퉁 새마을호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면 정말로 많이 그리울겁니다. 


장항선의 전철화가 끝난 이후엔 그마저도 같은 수순을 밟고 사라지겠지만, 20세기를 풍미하던 새마을호의 마지막 모습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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