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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 목격담에서 구형 지역번호판이 부착된 초기형 아카디아의 목격담을 다루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막상 아카디아에 타 본 경험은 없었습니다.



2년 전 목격담을 작성하면서 잠시 혼동했는지 레전드를 어코드라고 작성했었네요. 레전드가 맞습니다.


말이 대우차지 혼다의 2세대 레전드를 그대로 들여와 조립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94년 혼다와의 기술제휴로 출시된 이후 99년 대우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며 당시 승승장구하던 쌍용의 대형차 체어맨과 대형차 모델이 중복되어 아카디아를 단종시킵니다.


여튼 대우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 이후 대우에서 가장 비싼 승용차인 아카디아는 결국 떨이로 재고를 정리했고, 오늘 올드카 목격담에서 다룰 아카디아 역시 그 시기에 출고되었던 차량입니다.


물론 기본적인 익스테리어 튜닝인 아큐라 엠블렘과 휠 그리고 서스펜션을 비롯하여 실내 역시 순정의 상태는 아녔지만, 그래도 아카디아를 타 본 경험은 처음인지라 간단히 남겨봅니다.



어쩌다 보니 아카디아를 타게 되었습니다.


제 업무용 빨간 마티즈를 파셨던 분이 이 차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차량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물론 요즘 저는 따로 고정적으로 나가는 일이 있어 시간이 애매했지만, 중간에 시간을 내서 직접 차량을 옮기러 다녀왔습니다. 이 블로그의 애독자라고 하시기도 합니다만, 차가 좋아서 차를 많이 가지고 계시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차만 보면 사고싶은 사람 중 하나지만, 막상 고배기량 차량은 엄두도 못내는 사람인데 어찌 보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여튼 평범한 검정색 아카디아고 순정이 아닌 대다수의 아카디아가 그렇듯이 혼다나 아큐라 그릴이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아큐라에 대해 조금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토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 현대의 제네시스처럼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뭐 후미 역시 평범합니다. 아큐라 엠블렘이 붙어있고요.


보통 이래저래 자세를 잡아놓은 차량들이 뒷번호판 역시 규격변경을 하여 긴 번호판을 달아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차량은 짧은 번호판이 그대로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아카디아의 트렁크도 열어보았는데, 얕고 넓은 구조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매니아들에게 사랑받으며 생각외로 많은 아카디아들이 살아있습니다. 신차 출고 이후 지금까지 타고 계신 분들도 가끔 보이고, 이후 중고차로 구입했지만 순정상태로 유지하는 차량들도 꽤 보입니다.


비슷한 시기 경쟁하던 현대의 뉴그랜저가 상대적으로 1세대 각그랜저에 비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대우의 아카디아는 특유의 세로배치 엔진과 중량 배분까지 완벽에 가까운 혼다의 실험정신이 그대로 담겨있어 뉴그랜저보다 찾는 사람도 보존하는 사람도 훨씬 많은 느낌입니다.



착석합니다. 아큐라(ACURA) 에어백 모듈이 보이네요.

그리고 그 시절 일본차 느낌이 가득한 계기판도 보입니다.


후기형은 국내에서 에어백 모듈을 생산하여 ACURA 대신 DAEWOO가 적혀있었다고 하지만, 이 차량의 에어백 모듈 역시 아큐라네요. 뭐 모듈만 바꿨거나 핸들을 통째로 바꿨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시계와 비상등 그리고 풀오토 공조기가 있던 자리에 내비게이션을 매립. 오디오 자리에 공조기가 들어가고 오디오는 그보다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사실상 손가락 하나 들어갈까 말까 싶은 수준으로 낮춰놓은 차체와 일체형 서스펜션의 적용으로 도로 위 요철이 보이면 내심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카랑카랑한 엔진음을 내며 지하주차장을 나와 조심스럽게 주행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모처에 주차를 하고 돌아갑니다.


순정차량이 아닌지라 이렇다 저렇다 말하긴 뭐하지만 일체형 쇽업쇼바와 18인치 휠타이어의 영향으로 상당히 하드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차체도 낮다보니 혹여나 작은 요철에도 바닥이 닿지 않을까 싶어 살살 왔네요. 순정 아카디아는 어떤 느낌일지 더욱 궁굼해집니다.



제가 급하게 가다보니 서류를 놓고 와서 결국 서류를 가지러 차주분이 다시 오셨습니다.


집 앞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눴네요. 여러모로 90년대 일본의 실험적인 자동차를 느끼기에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차량이 아카디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의 버블을 상징하는 JDM 스포츠카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심지어 미군들이 매물이 나왔다 하면 싹 쓸어서 본국으로 가져가는 형태라 할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그런 차량들에 비해서는 한국GM 부품망을 통한 부품수급이나 여러모로 국내에서의 수리는 용이할테니 말입니다.


여튼 다음엔 순정 아카디아를 타 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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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대우자동차의 고급 준대형 세단 브로엄입니다.


새한자동차 시절 도입했던 오펠의 레코드 E형을 기반으로 대우자동차 시절 로얄 시리즈로 준중형부터 대형까지 이거저거 다 찍어내던 V-플랫폼이 적용된 마지막 차량입니다. 이 차체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승용차에 디젤엔진을 적용하기도 했었고, 1.5리터부터 3리터까지 다양한 배기량의 엔진이 적용되기도 했었습니다. 


브로엄은 그동안 올드카 목격담에서 지겹게 다뤘던 프린스와 뿌리가 같은 고급형 모델입니다. 200년대 기아차의 옵티마와 고급형 모델인 리갈의 관계와 르노삼성의 2세대 SM5와 SM7의 관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선형의 중형차 프린스는 1991년 10월에 풀체인지에 준하는 로얄 프린스의 마이너체인지 모델로 탄생했습니다. 같은 시기 준대형으로 판매되었던 로얄살롱과 고급형 모델인 슈퍼는 '슈퍼 살롱(Super Salon)'이라는 이름으로 마이너체인지가 되었습니다.


프린스가 마치 돌고래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모습으로 젊은층을 어필했다면, 슈퍼살롱은 프린스와 대비하여 조금 더 길은 본넷과 중후하고 보수적인 디자인으로 중장년층에게 어필했습니다. 당시 슈퍼살롱은 마이너체인지 전 모델처럼 고급사양과 일반사양의 디자인이 상이했는데, 고급 트림의 명칭이 영국의 고급 마차를 의미하는 명사인 '브로엄(BROUGHAM)'이였습니다.


즉 1991년 '슈퍼 살롱 브로엄'으로 출시되었던 차량인데 이후95년형이 출시되며 프린스와의 판매간섭으로 판매량이 저조했던 슈퍼살롱은 단종되고 고급 사양인 브로엄만 살아남아 브로엄으로 개명합니다.



99년 12월까지 판매되었던 브로엄이지만 프린스보다 훨씬 더 보기 힘듭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브로엄을 본 건 꽤 오랜만이지 않나 싶습니다.


대우의 독자개발 중형차인 레간자의 출시와 함께 브로엄보다 훨씬 먼저 단종된 프린스는 간간히 볼 수 있지만, 말년의 판매량은 저조했어도 21세기 직전까지 판매했던 브로엄은 정말 오랜만에 본 느낌입니다.


검정색 브로엄은 그렇게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2.0 DOHC 엔진이 적용되었음을 알리는 레터링과 일반적인 대우마크가 붙어있는 뉴-브로엄입니다.


초기형 모델에는 알파벳 D를 대칭하여 붙여놓은 엠블렘이 사용되었지만, 후기형 모델에는 흔히 보이는 민무늬 대우 엠블렘이 적용되었습니다. 즉 후기형 차량이라는 이야기겠죠. 휀다가 살짝 찌그러진 모습은 보기 그렇지만 그래도 광이 날 정도로 꽤나 준수한 상태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번호판은 녹색 전국번호판. 후미등 역시 바랜 부분이 없고, 휠 역시 백태없이 깔끔합니다.

IMF 여파로 아카디아와 함께 눈물의 재고처리를 진행하던 99년 4월에 등록된 최후기형 차량이네요.



옆으로 지나갑니다.


노부부가 타고 계시고, 지금도 쉐보레 차량에 붙어 나오는 OK 스티커가 선명히 붙어있습니다. 대우시절을 부정하는 쉐슬람들에게는 지우고 싶은 흔적이겠지만, 여튼 한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급 미제 브랜드를 표방하는 쉐보레 차량에는 대우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후기형이기도 하고 제 마티즈와 나이가 같습니다만, 20년 넘는 세월동안 돌아다닌 차량 치곤 꽤나 준수한 상태를 자랑하더군요.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나 개인 차고가 있는 주택에 거주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90년대 대우차에서 또 다른 90년대 대우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후드탑 엠블럼 역시 일반적인 대우마크입니다. 다만 방향지시등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검게 변색된 상태였습니다. 대다수의 브로엄의 방향지시등이 깔끔하지만은 않으니 고질병으로 보이는 느낌이네요.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상태로 봐선 어르신이 운전을 그만 하시는 그날까지 어르신과 함께 도로를 누비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략 9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생산되었지만, 상대적으로 프린스 대비 보기 어려운 귀한 차량을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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