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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문경 점촌까지 탁송을 갔던 차량입니다. 소문난 올드카 애호가로 이름나신 형님께서 베스타를 사셨다고 제 편으로 탁송을 부탁하셨기에 수원에서 분당선 열차를 타고 역삼동까지 직접 올라갔습니다.


베스타는 기아자동차에서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되었던 원박스형 승합차입니다. 


마쯔다의 3세대 봉고 모델을 기반으로 9인승과 12인승 모델이 존재했었고 15인승 모델은 아시아자동차의 토픽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습니다. 물론 86년식과 97년식은 이게 같은 차량인지 싶을정도로 디자인에서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만, 86년식이고 97년식이고 폐차와 수출로 인해 사실상 도로 위에서 목격하기 매우 힘든 차량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만 두어번 봤던 기록이 블로그에 남아있네요. 우연의 일치입니다만, 지난해 1월 송도유원지에서 봤었던 베스타와 번호판은 달랐지만 동일한 차량이였습니다.



91년식 뉴-베스타입니다만, 전면부는 하이베스타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상태입니다. 물론 칠을 새로 했던 차량인지라 출고 당시 붙어있던 데칼과 엠블렘은 붙어있지 않았네요. 올드카 복원 및 수집이라는 분야에서도 트럭과 승합차는 항상 뒷전이였기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가 빛나는 차량입니다.


지난해 1월, 송도에서 보았을 때 초기형 하이베스타라 적어놓았었는데 하이베스타로 개조된 뉴베스타입니다. 당시 댓글을 인용하자면, 2016년에 오토마트 공매에 출품되었던 차량이라고 하는데 당시 공매 관련 사진이 남은 블로그가 있어 들어가 확인해보니 이 차량이 맞네요.


http://exceltrx.blog.me/220783322741


공매에 올라온 차량을 수출업자가 매입했으나 외국인 바이어들이 매입하지 않아 다시금 국내에서 풀리게 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매우 깔끔합니다.


27년의 세월을 버텨온 베스타 치고는 매우 깔끔합니다. 물론 칠을 새로 올린 차량이라 깔끔한건 당연하겠지요. 다만,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여기저기 부풀어 올라오는 부분들이 좀 있네요.



신형 기아엠블렘이 붙어있습니다만, 후미등은 뉴-베스타의 그것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하이베스타와 뉴베스타 후미등은 배치가 조금 다릅니다. 하얀색 후진등이 상단에 배치된 차량은 뉴베스타. 하이베스타의 경우 하단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정말 자세히 놓고 봐야 구분이 가능합니다만, 구형과 신형 두대를 동시에 세워놓고 보면 쉽게 차이점을 알 수 있답니다. 



트렁크는 부식이 조금 심하게 올라오네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한 차량이기에 부식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봅니다.


운전석과 보조석을 포함하여 총 4열로 구성되어 있는 12인승 차량입니다. 18년 전 학원차 생각도 나구요. 시트에 담배빵도 보입니다만 심한 수준은 아니고 복원으로 해결이 가능하리라 보니 큰 문제는 없을듯 합니다.



시동을 걸어봅니다.


오래 세워두었는지 조금 부조를 했습니다만, 금새 안정된 리듬으로 바뀝니다. 2.2 로나엔진이 탑재되어 나왔던 차량입니다만, 공매 당시 엔진룸을 촬영해놓았던 사진을 보니 오래전에 J2엔진을 스왑해놓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체 문제가 많던 로나엔진인지라 20년 넘게 가지고 계시던 초대 차주분께서 큰 돈을 들여 엔진을 바꾸지 않았나 싶네요.



수동썬루프가 달려있습니다.


당시 순정 썬루프가 있었던걸로 기억해서 순정으로 알고 있었는데, 천장 사진을 보니 사제가 맞습니다. 바킹이 수명을 다해서 물이 새는지, 비가 와도 실내에는 큰 영향이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출발합니다. 천천히 나아갑니다.


주행거리는 13만5천km. 그냥 세워놨다고 봐야 맞을 주행거리입니다. 공매 당시에도 비슷한 주행거리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그 이후에도 최소한의 거리만을 움직였으리라 예측해 봅니다. 


어두컴컴하고 억대를 호가하는 차량들이 주차된 지하주차장을 지나 서울에서도 가장 부유하다고 알려진 강남 한복판을 뚫고 나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옆으로 페라리 F430이 지나갑니다만, 페라리고 나발이고 백대를 가져다 놔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RPM이 생각보다 높네요. 바늘은 80km/h에 3000을 가리킵니다.



순정 데크 대신에 쎄라토의 카세트 데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공매 당시에도 이 데크가 달려있었네요. 아마 순정 데크가 고장이 나고 오디오집에서 저렴하게 2din 카세트 데크를 구해다 달지 않았나 추정해봅니다. 어떤 차에서 떼어온건지 싶어 찾아봤습니다만, 구형 쎄라토에 장착되는 데크라 하네요. 카팩을 먹고 내놓지를 않습니다.



작고 귀여운 기어봉. 그리고 기어간 거리가 좁은편입니다.


카와이한 기어봉을 조작합니다. 2단에서 약간의 충격이 느껴지긴 합니다만, 기어를 살살 집어넣으면 충격이 없거나 덜하더군요. 클러치 상태는 좋았습니다. 1단부터 5단. 그리고 후진기어까지. 금방 적응해서 잘 타고 왔습니다.



공장기아 엠블렘이 선명한 차키.


그렇습니다. 당시 나오던 차량들과 디자인을 공유하는 키입니다. 물론 십수년이 지난 뒤 2007년형 그랜버드까지 엠블렘만 원형으로 바뀌고 이 디자인의 키가 달려 나왔다고 하네요. 하나하나 모든것이 다 유물입니다.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자랑하던 지난 금요일.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땀으로 범벅이 되어 휴게소에 잠시 들렸었습니다. 비록 차들 뒤에 숨어있어서 휴게소에 들린 운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엔 실패했었네요.



♡ 전화데이트 ♡ ☆ 운세상담 ☆


앞유리에 붙어있던 이 스티커를 보고 작년에 목격했던 차량 그리고 공매에 나왔던 차량과 번호판은 달랐지만 동일한 차량임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ARS 유료서비스 스티커입니다. 잘 떨어지지 않는지 20년 가까운 세월을 베스타와 함께 보내고 있네요.


무사히 강남에서 점촌까지 도착했습니다. 잘 밟아야 90 수준으로 천천히 달려왔네요. 3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베스타와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지난 30여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좋은 주인을 만났으니 앞으로도 오래오래 그 위엄을 뽐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로드탁송은 역시 개꿀탁송 1666-8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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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생각보단 일이 잘 풀리긴 했습니다만, 정말 오랜만에(?) 프레임이 썩어서 뒤뚱거리는 렉스턴과 유리가루가 들어오는 1.2톤 봉고트럭 이후로 길이 기억에 남을 차량을 타게 되었습니다.


수출을 위해 송도유원지로 가는 차량치곤 생각보다 단가가 좋아 오더를 잡고 출발지로 이동했는데, 차종이 그레이스라는 사실과 차량이 있는 주소지만 알고있던 제 눈에 보이는건 멀리서 봐도 크게 망가진 현대의 원박스형 승합차 그레이스였습니다. 저거말고 다른 그레이스는 없었습니다. 



어... 이걸.. 타고가라구요?


그렇습니다. 이 차라고 합니다. 미리 시동을 걸어두셨더군요. 이 그레이스가 맞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로 갈 수 있느냐 물으니 사고가 난 뒤 여기까지 큰 문제 없이 끌고 왔다고 합니다. 뭐 그래요. 다시 돌아갈순 없으니 타고 넘어가야만 합니다. 나름 그래도 뉴그레이스 후기형입니다. 거기에 85마력짜리 터보엔진이 올라간 15인승 투어 모델입니다.


등록증을 보아하니 2002년 12월식이고, 2003년 1월 2일에 등록했던 차량이더군요. 15인승 승합차가 비교적 높은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다보니 고쳐서 계속 타거나 중고로 내다 팔아도 큰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결국 한국땅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운전석 문짝과 차체의 도장이 다르긴 한데.. 차체도장은 제치인가 연비스티커가 붙어있네요.


뻥연비이긴 하지만, 연비스티커도 아주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따진다면 복합연비가 한 7km정도 나오려나 모르겠네요. 보통 수출을 위해 매입하는 승합차들의 경우 노란차들은 얼마 이상 감가후 매입하고 다른 색을 칠해서 나가는걸로 알고있는데, 아마 다른 색상의 도료가 칠해진다면 곧 떨어질 운명의 연비스티커입니다.



뭐... 앞유리도 크게 깨져버렸고. 본넷 역시 우그러들었으니 와이퍼 역시 따로놉니다.


그리고.. 우측 사이드미러도 깨져서 도망갔네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동그란 보조거울이 있어 저 보조거울에 의지해서 갔습니다. 주행중엔 크게 문제될건 없었습니다.



다행히 겉에만 저럴뿐이지 주행하는덴 아무런 문제가 없네요.

나름 후기형이라지만 깡통모델이라 계기판에는 RPM게이지가 없습니다.


조수석 문까지 살짝 접혀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소리와 잔해물 무언가가 차체를 탁탁 차체를 치는 소리가 나긴 합니다만 그거 말곤 달리는데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주행거리도 이제 겨우 13만km를 넘어가고 있는데, 정말 수출로 떠나보내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계는 죽었고.. 오디오는 다른 차량의 2din 데크를 올려놓았습니다.


오디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승용차종에 달려있던 물건으로 보입니다. CDC 버튼까지 있는걸로 보아 나름 고급 오디오가 아닐까 싶네요. 당연하게도 히터도 잘 나옵니다. 신기하게도 도어트림에 붙은 윈도우 스위치는 우드그레인이 적용된 부품이 달려있는데,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까지 이어지는 대시보드 판넬은 그냥 싸구려틱한 검디 검은 물건입니다.


우려와는 달리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확인해보니 방향지시등 전구 소켓이 소리의 원인이더군요.


저 배선과 깨져버린 방향지시등 일부가 바람에 의해 차체를 툭툭 치면서 나던 소리였습니다. 딱 봐도 성하지 않은 모습 빼고는 다행스럽게도 멀쩡한 차량이였습니다. 유리가루가 들어오던 차도 아니고, 그렇다고 뒤뚱거리며 가는 차도 아녔습니다.



동그란 볼록거울에 의지해야만 했기에 주차가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레이스와의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갑니다. 한국을 떠날 시점에서는 깔끔하게 고쳐져 있을테고, 색도 바뀌어 있겠지만 말이죠. 부디 타국에서 만날 새 주인과 함께 오래오래 별 탈 없이 굴러다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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