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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의 군산공장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팔려나갔던 라세티.

대우자동차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자, 마지막 삼분할 그릴 적용차량. 


GM 편입 이전 누비라의 후속모델로 개발된 'J200'이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준중형차. 이 차량을 어부지리로 주워먹은 GM은 쉐보레 뷰익 스즈키 홀덴 등 계열 브랜드의 벳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전 세계에 팔아먹었고, 군산공장에서는 중국 수출용 사양의 차량을 2017년까지 생산했었다고 합니다.


2006년 대한민국 생산 승용차 중 투싼을 제치고 수출 1위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었고, 여튼 대우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지만 재미는 GM이 보았던 차량입니다.


여튼 2002년 출시되어 2008년까지 판매되었던 차량인지라 슬슬 폐차장에 갈 시기에 도래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GM의 유통망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팔려서 부품수급 및 정비에도 큰 문제는 없는 차량인지라 수출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아 다수의 매물이 수출길에 오르고 있구요. 간간히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들도 멀쩡하다면 대부분이 수출길에 오르는듯 보입니다.



대다수의 라세티는 바로 수출업자에게 갑니다만, 이 라세티는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화성의 한 정비소에서 만난 은색 라세티입니다. 차주가 수리를 포기하여 폐차를 결정한 차량으로 보였습니다. 본넷이 열려있었고, 라디에이터 부근으로 물이 새었던 흔적이 있었기에 물어보니, 질질질 새는 수준은 아니고 물도 잘 보충해두었으니 그리 멀지 않은 폐차장까지는 문제없이 갈 수 있을거라 합니다.


등록증상으로는 2003년 3월 10일에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대우의 패밀리룩 삼분할 그릴이 장착된 초기형 차량이고 민자 대우 엠블렘과 돼지코 모양의 GM대우 엠블렘이 혼용되었던 과도기에 생산되었던 차량입니다. 


P.S 예전에 아버지께서 새차를 내려서 타던 칼로스가 대우와 GM대우의 과도기 모델이였다. 2003년 2월 중순에 생산되어 출고된 차량이였는데 핸들엔 민자 대우엠블렘이 그 외의 외판에는 돼지코 엠블렘이 붙어있었다. 지엠대우 출범 이후 나온 차량이지만 파란색 '드라이빙 이노베이션' 스티커만 붙고 민자 엠블렘으로 통일된 차량들도 초반에는 다수 있었다.


그 이후 2002년 연말에서 2003년 초기 생산분까지는 엠블렘이 혼용된 과도기적인 차량들이 팔려나갔었다. 이 차량도 마찬가지로 핸들의 에어백 모듈은 민자 엠블렘. 에어백이 터져서 모듈을 바꾼 경우도 많기에 과도기에 나온 차량임에도 이런 엠블렘 차이를 가진 차량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행거리는 이제 갓 13만 4천키로...


15년 넘는 세월동안 그냥 세워둔 차로 보입니다. 30만km를 탄 차량이건 이렇게 얼마 타지 않은 차량이건 폐차장에 들어가면 그냥 똑같은 고철덩어리 똥차입니다. 물론 분해되고 눌려서 용광로에 들어갈 운명보다는 아마 타국에서 차량 자체로 혹은 부품용으로도 새 삶을 살 확률이 높은 차량이기에 그리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조수석에 놓여있던 파란색 비닐 재질의 등록증 케이스.


대우자동차 오일사양이 깨알같이는 아니고 보기 쉽게 적혀있습니다. 엔진오일부터 시작해서 변속기 파워스티어링 그리고 후륜차량의 데후오일의 규격과 적용차종이 상세히 나와있네요. '이수화학'이 윤활유 사업을 접은지가 어언 10년이고, 그 지분을 토탈이 인수한 뒤 다시 에쓰-오일에 일부 넘겨 지금의 '에쓰-오일토탈윤활유주식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여튼 이 당시만 하더라도 대우의 순정오일은 모두 이수화학에서 생산했습니다만, 지금은 이수화학의 후신인 에쓰-토탈 말고도 SK나 한국쉘석유 모빌코리아같은 다양한 업체에서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이 등록증 케이스 안에는 취급설명서가 들어있었습니다.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았는지 그냥 새 책 그대로네요. 어짜피 폐차장에 가야 폐기물이니 주워왔습니다.



예전에 언젠가 96년식 구아방 설명서를 주워와선 나름 신기하고 재미나게 봤었는데..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 생산되는 한국GM 차량의 설명서와 그림체도 말투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재미는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엄청나게 세련되었다고 느낄법한 대우 엠블렘 일러스트가 지금은 X나 촌스럽게 보인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네요.


차라리 20년 넘은 구아방 취급설명서 표지가 훨씬 더 세련된 분위기라고 느껴집니다. 




지엠 대우 자동차기술주식회사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등기법상 상호명에 영문을 기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등기상의 상호는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GM Daewoo Auto & Technology)였고, 'GMDAT'라는 약자로 불렀습니다. 여튼 그 길고 긴 이름을 한글로 풀어서 적어놓으면 '지엠 대우 자동차기술'이라는 괴랄한 명칭이 되는거죠.



1번부터 10번까지의 파트로 나뉘고, 지금 차량의 취급설명서와 비교하여 크게 다른점은 없었습니다.


외국어 표기법도 그렇고, 설명서에 그려진 그림도 지금의 한국지엠 차량 설명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뭐 지금은 가치없는 쓰레기라 할지라도 앞으로 10년 20년 보관하고 있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보겠죠. 진지하게 빛을 볼 그날까지 잘 소장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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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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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 민통선 안에 있는 월정리역에 다녀왔습니다. 근 15년만에 가 보았던 구 철원읍 일대도 여러모로 많이 변했더군요. 노동당사 바로 앞 주차장으로 활용하던 공간은 공원으로 변모했고, 근처 부지를 활용해 주차장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뭐 여튼 견학의 목적으로 민통선을 통과한 뒤 3번국도 끝에 위치한 월정리역을 방문했습니다. 



60년 아니 70년 전만 하더라도 경전선 열차가 줄기차게 다니던 역사.


지금은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경전선 철도 복원사업으로 올해 말 철원역과 함께 재개통 예정입니다. 물론 이 근처가 아니고 근처 논바닥으로 이설될 예정이지요. 재개통이 된다 한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요.



월정리역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습니다.


서울에서 원산으로 향하는 경원선 철로의 그저 그런 평범한 역인 월정리역은 남한 최북단에 소재한 역이랍니다. 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간판과 전쟁중 마지막까지 선로를 달렸던 인민군 화물열차의 기관차와 객차의 잔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역사 외관뿐 아니라 내부도 그시절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전쟁과 분단이 없었더라면, 경원선도 복선화 공사를 마쳤을테고 아마 이 역도 일찌감치 어디론가 이설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겠죠. 애초에 철원 자체가 지금은 촌동네로 여겨지는 동네이지만, 분단 전만 하더라도 경원선과 금강산전철이 자리잡고 있던 손에 꼽는 교통의 요지이자 대도시였던지라 역은 계속 살아남았으리라 생각됩니다.


P.S 번화하던 철원읍 자체가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민통선으로 절반이 잘려버렸다. 그렇게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 지금은 두루미가 찾아오는 몇 안되는 청정지대.



철마는 과연 언제쯤 다시 달릴 수 있을까.


70여년의 세월을 버텨온 녹슨 열차의 차체는 이 관광지를 찾아오는 이들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분단과는 관련이 없지만, 4001호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네요.



철도청시절 로고와 도색이 되어있는 4001호 기관차입니다.


1963년 도입되어 1995년부터 퇴역을 시작한 기관차입니다. 은퇴 20년차인 이 기관차는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제외하고는 의외로 잘 보존되어 있더군요.



일련번호 28358. 미제입니다.


쉐슬람들이 좋아하는 그 GM이 맞습니다. 1930년대 제너럴 모터스가 인수했던 일렉트로모티브에서 생산된 기관차입니다. 현재 대주주는 대형 중장비로 유명한 캐터필러사입니다.



120km/h까지 표시되는 오래된 속도계. 


차적에서 제외된지도 약 20년의 세월이 흐른지라 내부 칠도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봉고기관차로 불리던 7000호대 기관차의 퇴역 직전 모습이 생각나네요. 칠이 다 떠서 보기 흉한 상태로 다녔던 그 모습 말입니다. 뭐 여튼 이 기관차 역시 왕년에는 100까지는 무난하게 밟고 다녔으리라 생각됩니다.



운전석 장비들도 기관사 아저씨들의 흔적들과 함께 죄다 녹슬었네요.



이 방향지시등처럼 보이는 물건은 1968년에 제조되었습니다.


애초에 60년대에 도입된 기관차인지라 곳곳에 60년대에 생산된 부품들이 보입니다. 이런 열차를 90년대 후반까지 운행을 했었다니 참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여튼 그러합니다.


그렇게 기관차 구경을 마치고 퇴역한 전차와 그 일대 구경을 하고 왔네요. 민통선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녹슨 열차와 4001호 기관차 너머로도 열차가 다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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