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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대우자동차의 고급 준대형 세단 브로엄입니다.


새한자동차 시절 도입했던 오펠의 레코드 E형을 기반으로 대우자동차 시절 로얄 시리즈로 준중형부터 대형까지 이거저거 다 찍어내던 V-플랫폼이 적용된 마지막 차량입니다. 이 차체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승용차에 디젤엔진을 적용하기도 했었고, 1.5리터부터 3리터까지 다양한 배기량의 엔진이 적용되기도 했었습니다. 


브로엄은 그동안 올드카 목격담에서 지겹게 다뤘던 프린스와 뿌리가 같은 고급형 모델입니다. 200년대 기아차의 옵티마와 고급형 모델인 리갈의 관계와 르노삼성의 2세대 SM5와 SM7의 관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선형의 중형차 프린스는 1991년 10월에 풀체인지에 준하는 로얄 프린스의 마이너체인지 모델로 탄생했습니다. 같은 시기 준대형으로 판매되었던 로얄살롱과 고급형 모델인 슈퍼는 '슈퍼 살롱(Super Salon)'이라는 이름으로 마이너체인지가 되었습니다.


프린스가 마치 돌고래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모습으로 젊은층을 어필했다면, 슈퍼살롱은 프린스와 대비하여 조금 더 길은 본넷과 중후하고 보수적인 디자인으로 중장년층에게 어필했습니다. 당시 슈퍼살롱은 마이너체인지 전 모델처럼 고급사양과 일반사양의 디자인이 상이했는데, 고급 트림의 명칭이 영국의 고급 마차를 의미하는 명사인 '브로엄(BROUGHAM)'이였습니다.


즉 1991년 '슈퍼 살롱 브로엄'으로 출시되었던 차량인데 이후95년형이 출시되며 프린스와의 판매간섭으로 판매량이 저조했던 슈퍼살롱은 단종되고 고급 사양인 브로엄만 살아남아 브로엄으로 개명합니다.



99년 12월까지 판매되었던 브로엄이지만 프린스보다 훨씬 더 보기 힘듭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브로엄을 본 건 꽤 오랜만이지 않나 싶습니다.


대우의 독자개발 중형차인 레간자의 출시와 함께 브로엄보다 훨씬 먼저 단종된 프린스는 간간히 볼 수 있지만, 말년의 판매량은 저조했어도 21세기 직전까지 판매했던 브로엄은 정말 오랜만에 본 느낌입니다.


검정색 브로엄은 그렇게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2.0 DOHC 엔진이 적용되었음을 알리는 레터링과 일반적인 대우마크가 붙어있는 뉴-브로엄입니다.


초기형 모델에는 알파벳 D를 대칭하여 붙여놓은 엠블렘이 사용되었지만, 후기형 모델에는 흔히 보이는 민무늬 대우 엠블렘이 적용되었습니다. 즉 후기형 차량이라는 이야기겠죠. 휀다가 살짝 찌그러진 모습은 보기 그렇지만 그래도 광이 날 정도로 꽤나 준수한 상태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번호판은 녹색 전국번호판. 후미등 역시 바랜 부분이 없고, 휠 역시 백태없이 깔끔합니다.

IMF 여파로 아카디아와 함께 눈물의 재고처리를 진행하던 99년 4월에 등록된 최후기형 차량이네요.



옆으로 지나갑니다.


노부부가 타고 계시고, 지금도 쉐보레 차량에 붙어 나오는 OK 스티커가 선명히 붙어있습니다. 대우시절을 부정하는 쉐슬람들에게는 지우고 싶은 흔적이겠지만, 여튼 한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급 미제 브랜드를 표방하는 쉐보레 차량에는 대우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후기형이기도 하고 제 마티즈와 나이가 같습니다만, 20년 넘는 세월동안 돌아다닌 차량 치곤 꽤나 준수한 상태를 자랑하더군요.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나 개인 차고가 있는 주택에 거주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90년대 대우차에서 또 다른 90년대 대우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후드탑 엠블럼 역시 일반적인 대우마크입니다. 다만 방향지시등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검게 변색된 상태였습니다. 대다수의 브로엄의 방향지시등이 깔끔하지만은 않으니 고질병으로 보이는 느낌이네요.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상태로 봐선 어르신이 운전을 그만 하시는 그날까지 어르신과 함께 도로를 누비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략 9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생산되었지만, 상대적으로 프린스 대비 보기 어려운 귀한 차량을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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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금산의 렌터카 물류센터에서 2개월 10일간 함께했던 스파크를 보았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마 기억하시겠지만, 2018년 당시 쉐보레 엠버서더라는 시승행사에 당첨되어 당시 막 출시되었던 M400 스파크의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스파크'를 원없이 타고 다녔었습니다.



M300 스파크는 어머니 출퇴근용으로 드리고 대략 시승기간동안 동명의 레드벨벳 노래를 듣다 영감을 얻어 '빨간 맛'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고 열심히 타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쉐보레에서 시승용으로 나왔던 이 스파크로 폐교탐방도 갔었고, 저 위에 보이는 포스팅 외에도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해내기도 했었습니다.


여튼 수동에 루프박스가 올라간 M300과 비슷하거나 좀 더 나은 연비를 내던 차량으로 경차에 적용되는 무단변속기도 꽤 수준이 올라갔음을 느꼈던 차량인데, 마지막 2018년 9월 9일을 마지막으로 다시 보지 못할 줄 알았던 차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반납차량이 있는 자리에 빨간 스파크가 보여 혹시나 싶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같은 자리를 제가 가지고 나갈 차를 찾는다고 두어번 지나가면서는 보지 못했는데, 그 차를 가져가기 위해 다른 차를 빼다가 핸드폰을 놓고 내려서 핸드폰을 가지고 오던 길에 빨간 스파크가 보여 가까이 다가가 번호판을 보니 제가 탔던 그 차가 맞네요. 유채색 장기렌터카가 그리 많지 않아 눈에 띕니다. 


제가 타고다녔던 당시 붙어있던 쉐보레 엠버서더 데칼은 이미 다 떼어냈지만, 그래도 번호판을 보고 차대번호 숫자를 보니 제가 탔던 그 빨간 맛이 맞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략 604일만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앞 유리창의 SK렌터카 스티커도 제가 붙여놓았는데 그대로 남아있네요.


45호 1368. 애초에 시승차로 공급되었던 차량인지라 최고등급인 프리미엄에 풀옵션을 자랑했었습니다. 그동안 어디서 어떤 차주와 함께 세월을 보냈는지는 제가 알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잠시 그 시절을 추억하며 구경을 하고 가기로 합니다.



변함 없는 모습입니다.


직전에 타던 운전자는 아마 초보운전자가 아녔을까 싶습니다. 차량 컬러도 빨간색이니 여성운전자가 탔을 확률이 높을테고 초보운전 스티커가 붙어있으니 말이죠. 전반적인 차량 상태는 깔끔했습니다. 저도 깔끔하게 타고 반납했었고 이후 바뀐 주인들 역시 별다른 사고 없이 깔끔하게 타지 않았나 싶네요.. 



운전석 도어트림에는 하얗게 화장품이 묻어있네요.


주로 여성운전자가 타고 다녔던 흔적입니다. 뭐 저도 뒷 문 도어트림에 킥보드를 싣는 과정에서 기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만, 여튼 닦아내면 쉽게 지워지리라 생각됩니다. 세차 과정을 거친 뒤 새 장기대여자를 찾아가겠지요.



그 외에는 깔끔합니다.


키는 하나밖에 없네요. 제가 처음 이 스파크를 받았던 당시만 하더라도 두개가 있었습니다만, 제가 항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스마트키 뒤에 붙어있던 바코드 스티커가 일부 바랬던 그 키만 있었습니다. 



다시 운전석에 앉아봅니다. 지금까지 주행한 주행거리는 18,310km


제가 짧은 기간 타고 반납했던 주행거리가 9,817km인데 2년 가까운 세월동안 제가 탔던 주행거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주행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차는 아직까지도 다른 운전자들보다 제가 더 많이 탔다고 봐야겠죠.


주인이 여러번 바뀌고 또 바뀌었다 한들 빨간맛 스파크도 아직까지는 제 손이 익숙할겁니다.



제가 적어놓았던 서비스 가이드 정보도 그대로 남아있네요.


그리 오래된 추억은 아니지만 차량 곳곳에 남아있는 제 흔적들을 보고나니 반가운 마음에 이어 감동까지 느껴집니다. 겨우 몇달 타다 반납한 렌터카에 오만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잠깐을 탔던 오래 탔던간에 애정을 가지고 탔던 제 차였습니다. 



53번째로 생산된 차라고 자랑하고 다녔었는데 바코드도 많이 바랬네요.


깔끔했던 바코드 역시 바래고 갈라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략적인 차량 정보는 식별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떼어내거나 식별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갈 길을 가야하고, 더 뉴 스파크도 다시 새 계약자를 찾아 가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는 상상도 했었지만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다시 만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같은 자리를 여러번 지나치며 눈치를 채지 못하니 하늘에서 핸드폰을 놓고 내리게 만들어 차를 발견할 기회를 한번 더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반가웠고, 아마 말은 못하지만 빨간 맛 스파크 역시 반가웠을겁니다.


다음으로 함께 하게 될 사람은 누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만, 부디 좋은 계약자 만나 잘 굴러다니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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