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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마티즈 엔진오일 교체 포스팅에서 먼저 언급했던 각그랜저입니다.


1세대 그랜저. 각진 외관으로 인해 흔히 각(角)그랜저라 부르던 이 자동차는 고도성장기 부유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차량입니다. 1986년 출시 이후 92년까지 판매되었고, 그 계보는 지금껏 6세대 그랜저로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의 그랜저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중산층을 타겟으로 잡아 판매하고 있지만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산층 취급을 받던 시절에는 그저 부자들만이 탈 수 있는 차량이였습니다.


여튼 그랜저는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의 공동개발로 탄생했습니다. 다른 차량의 경우 현대가 협력관계에 있었던 미쓰비시에서 차량을 받아와 라이센스 생산했던 형태였는데, 그랜저는 조금 달랐습니다. 미쓰비시 역시 1세대 데보네어(デボネア)를 22년째 우려먹고 있었고, 현대는 그라다나가 대우 로얄 시리즈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두 회사가 비용부담을 줄이며 플래그쉽 대형차를 개발하기 위해 합작하였고, 그렇게 미쓰비시의 데보네어 V, 현대의 그랜저가 탄생했습니다.


공동개발이라고 하지만, 기술을 전수받던 현대의 입김보다는 미쓰비시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갔습니다. 이후에도 두 회사는 대형차의 공동개발을 진행했지만 두번이나 시장에서 쓴 맛을 봤던 미쓰비시와 달리 성공을 거뒀던 현대의 입김이 강해져 세번째 공동개발 대형차인 현대 에쿠스 / 미쓰비시 프라우디아의 경우 현대차의 주도하에 개발되었습니다.



서산의 한 정비소 사장님께서 타고 다니시는 88년형 갈대색 각그랜저입니다.

차량은 2.0이지만 2.4 그릴이라고 하네요.


마티즈를 리프트에 올리고 각그랜저에 관심을 가지니 2.0 수동모델이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차주 아저씨는 87년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찾아보니 88년 말에 등록된 차량이네요. 검정색 아니면 흰색이 주로 판매되었던 각그랜저라 흔히 볼 수 없는 색상입니다만, 대략 2년 전까지 당진에서 잘 아는 동네 후배의 아버지께서 같은 색상의 87년형 3.0 수동모델을 복원하여 타고 다니셨던지라 익숙하고 친숙한 느낌입니다.



사실상 90년대에도 구하기 어려워 귀해진 '일자데루등'이라고 부르는 초기형 후미등입니다.

그리고 서산시에서 발급된 충남35로 시작하는 두자리수 지역번호판이 부착되어 있네요.


데보네어는 2세대 단종 직전까지 이러한 형태의 후미등이 적용되었고, 후진등 사이 검은 공간에 차량명인 'DEBONAIR V'가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랜저의 경우 그냥 허전한 공간으로 남아있지요. 일자데루등이라 말하는 이러한 형태의 후미등도 정확히 따지자면 두 종류로 나뉩니다. 방향지시등과 이어지는 라인의 반사판이 주황색으로 이루어진 초기형 일자데루등은 87년형까지 적용되었고, 이 차량과 같은 88년형과 89년형 후미등의 경우 위 아래 모두 다 빨간 반사판입니다.


90년형부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후기형 후미등이 적용되었지만,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이 부품의 공급이 중단되어 후방추돌을 당한 경우 강제로 신형개조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에서 데보네어용 후미등을 직접 수입해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네요.


초기형 후미등의 모습이 궁굼하다면 아래 링크의 네이버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iwon6495/221002887751



후드탑 엠블렘은 다이너스티용 금장 엠블렘이 달려있었습니다.


초기형에는 이와 비슷하게 생긴 십자모양의 후드탑 엠블렘이 적용되었고, 타원형 현대자동차 로고의 등장 이후 후드탑 엠블렘도 현대 로고로 변경되었습니다. 데보네어 역시 초기형은 V자 모양의 엠블렘이, 후기형은 미쓰비시 엠블렘이 적용되었던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럽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헤드램프 워셔의 모습도 보입니다.


어릴적엔 이걸 보고 왜 이런 고무쪼가리를 범퍼에 붙여놓았나 딱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만, 이 부품의 용도를 알게 된 이후 수긍하였던 일이 있었는데 헤드램프 워셔가 아마 최초로 적용된 국산 승용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7년 법이 개정되어 헤드램프의 광량이 2000루멘 이상인 경우 헤드램프 워셔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합니다.



당시 초 호화 옵션이던 핸들리모콘. 그리고 초기형의 상징이자 쉽게 구할 수 없는 빨간 시트와 내장재.


주행거리는 대략 21만km. 수동변속기 레버는 닳고 달아 그동안의 세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꽤나 준수하게 관리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품수급이 원활한 현대차인지라 근래에도 앞 뒤 쇼바를 주문하여 교체하였다고 하시네요. 물론 세월이 흘러 쉽게 구할 수 없는 부품들도 당연히 존재하지만, 현대자동차의 부품 공급 능력은 타 메이커 대비 넘사벽 수준입니다.



옛 동양화재의 긴급출동 서비스 스티커입니다.

지금은 1588류의 대표번호를 사용합니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서울국번의 전화번호를 사용했었네요.


동양화재는 한진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회장이 상속받은 메리츠금융지주에 인수되어 2005년 메리츠화재로 상호를 변경하였고, 지난 2013년 동양사태를 일으키며 공중분해된 대기업집단이자 동양생명이라는 생명보험사를 계열로 두고 있던 동양그룹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여튼 동양화재라는 상호와 브랜드인 알라딘이 사라진지도 15년. 손해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가 대략 90년대 중반 탄생했고, 2000년 작성된 긴급출동서비스 연락처 목록을 보더라도 1588류의 대표번호로 기재되어 있기에 아마 90년대 중후반 부착한 스티커가 아닐까 싶습니다.



틴팅이 되어있지만, 무연 스티커는 그대로 살아있네요.


뭐 국내 올드카 오너들도 이러한 무연 스티커를 비슷하게 만들어 배포하고 붙이곤 합니다만, 제치입니다. 일본에서도 같은 형태의 무연 휘발유 안내 스티커가 붙었다고 하네요. 유연 휘발유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과도기에 생산되었던 무연 휘발유 사양으로 만들어진 차량에 이러한 스티커가 부착되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는 느낌입니다. C필러 쪽유리 고무몰딩이 들고 일어났네요.


이런 부품까지 원활한 수급이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마음만 먹으면 구하고, 대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죠. 노상 그늘막 아래에 세워져 있어 도장 상태는 양호했습니다만, 간간히 긁히거나 부품의 노후화로 발생된 문제들이 보여 아쉬웠습니다.



차주분의 애착이 강한만큼 앞으로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작고 오래된 정비소의 마스코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와서 이 차를 500만원에 팔으라고 했지만 팔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외관상 별 문제가 없어보이는 차량들도 그정도 가격에 거래가 됩니다만 함께 했던 세월과 애착이 있었기에 판매하지 않으셨겠죠.


차생을 다 하는 그날까지 정비소 사장님의 소중한 발이 되어주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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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병무청을 세번이나 다녀온 사람이다!"


지난날, 병무청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을 정말 바쁘게 보내다보니 이게 월요일이였는지 휴일이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매번 병무청에서 교통비가 나오긴 하지만 남들은 한번 많아봐야 두번 가고 끝나는 병무청을 시간을 내서 또 가야한다는건 정말 힘든 일 이지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고 준비를 해서 대전으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이날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병무청에 들렸다가 이웃블로거인 둥이아빠님을 잠시 뵙고 합덕으로 가서 모교 후배들에게 수능선물을 전해주고 밤 늦게 다시 천안으로 복귀하는 것 이였지요. 물론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지만 피곤했습니다. 그 여파로 오늘 내시경검사가 있었는데 늦게 갔었지요.



대전의 아침은 평화로웠습니다. 


13시 30분까지 병무청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하는데 이 당시 시간이 9시 될 듯 말 듯 했던 시간이였고 딱히 빨리 갈 일은 없다보니 복합터미널에서 아는길까지만 걸어가보도록 합니다. 물론 거창하게 시간이 남아 천천히 갔다고 글은 씁니다만, 속내는 가져 온 버스카드가 잔액이 부족한데다가 현찰로 들고있는 현금은 하나도 없었던 것 때문입니다.


목적지로 가는 버스가 와서 탔건만 "잔액이 부족합니다"라고 튕겨버리는 교통카드....

청소년요금이 징수되던 시절엔 만원만 충전해두면 한참갔는데, 얼마전부터 성인요금으로 찍히더니만 금방금방 잔액이 닳아갑니다. 요즘 당진에서 시내버스 탈 일이 없긴 하지만 그런거 보면 당진은 참 살만한 동네입니다. 거리 안따지고 무작정 성인 1000원 학생 800원 어린이 500원! 거기다가 카드찍으면 50원 할인되고 올해부터는 환승도 또 되요....



쭉 도청방향으로 걸어가다보니 홍도육교가 나옵니다.


홍도육교에 인도가 있었나 없었나 생각을 하다가 그냥 차들이 올라가는 고가도로 옆길로 빠져봅니다. 이 고가도로 밑으로는 철길이 지나가는데, 이곳으로 철길을 건너지 않는다면 저 멀리로 한참은 돌아서 가야됩니다. 차야 뭐 금방이라지만 사람 걷는것은 다리도 아픈데 굉장한 고역이지요



지어진지 한참된 홍도육교를 철거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얼마 전 지역방송을 보니까 아마 재정이 마련이 되지 않아서 철거를 못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수준으로 못생긴 고가도로이기도 하지만 30년정도 된 다리이다보니 노후화되서 위험수준까지 갔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다행히 홍도육교 옆으로 아파트가 있고 다리 위로 올라가는 샛길이 있었습니다. 그 샛길을 타고 쭉 올라와서 다리 위를 걸어봅니다. 물론 이전에 병무청에 방문할때나 다시 복합터미널로 오는 길에는 이곳을 차를 타고 건넜지만 걸어서 걷는것도 색다른 재미였습니다.



홍도육교 위에서 바라 본 경부선 철길입니다. 


육교위로 계단을 타고 올라올때 마침 KTX-산천 한대가 지나갔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열차가 없네요. 반대편에서 바라보았다면 바로 대전역이고 오른쪽 방음벽 옆으로도 아파트와 매우 근접하게 선로확장공사를 한다고 바리게이트를 쳐 두었더군요. 거기다가 왼쪽 철길은 노후화된 철길인지 모르겠지만 공사가 한창이였습니다.



그렇게 쭉 가다보니 다리 이름은 모르겠지만 다리 하나가 나오고 밑으로도 하상도로가 지나갑니다. 하천은 지도상으로 대전천으로 추정되고, 무슨 고속도로처럼 차들이 잘 달리는 모습이 참 신기했답니다.


이 다리를 건너고 얼마 지나서는 아예 길을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택시비는 얼마 나오지 않았고, 병무청에 가니 문앞에서 공익요원이 뭐때문에 왔냐고 묻더군요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재검받으러 왔는데요..."


"나라사랑카드랑 신분증 제출해주세요."


"나라사랑카드는 분실했고요. 신분증은 여깄습니다."



그렇게 병무청 대기실에 가서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때 세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점점 많은사람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더군요. 지극히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서류봉투 한뭉치를 들고 온 사람들로 시작해서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 경우도 있고 여러곳에서 여러사람들이 신체검사를 다시 받기위해 병무청을 찾았습니다만 다들 조용히 YTN에서 미국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교분석을 해주는걸 묵묵히 보고있거나 드래곤플라이트 하기 바쁜 시간이 되어버렸네요. 결론은 오바마와 롬니간의 대결은 백중지세라는겁니다.



자료사진입니다만 지난번처럼 이렇게 안내표를 나누어주고 안내해주는데로 가는 방식입니다.


정기적인 신검은 얼마전에 모두 끝났고 이제 재검만 받는 기간이다보니 직원들 모두 여유롭습니다. 군의관들도 자기파트에 사람이 없을때는 여기저기 막 돌아다니고 공익들은 누워서 게임하기 바쁩니다. 그렇지만 청원경찰 아저씨는 이리저리 안내한다고 바쁘더군요.


여튼 정형외과로 가서 지난번 자료와 이번에 가져 간 자료를 다시 살피고 CT와 X-ray를 촬영합니다. 고관절 주위에 생긴 석회병변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궁굼증을 가지고 있었고 두가지의 촬영을 진행 한 이후에 방사선과로 올라왔습니다.


방사선과에서 판독하더니만 다시 정형외과로 가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정형외과에서도 딱 한마디 하고 등급판정이 났습니다.


일산 일상 대전충남지방병무청대전복합터미널 병무청병무청 신검 신검 재검 신검 등급4급 신검 4급 공익공익근무요원 2012 개허접리뷰 리뷰(소감) 후기티스토리 뻘글 티스도리티스도리닷컴 핫이슈 잡글서해대교 잡담 사진 이슈dslr 대전 대전 병무청


아니 이보시오 군의관양반!!! 내 상태는 말 해줘야되는게 아닌거요?


그냥 4급이라고 하고 4급 확정을 받았습니다. 세달전에 왔을 때 상태와 비교하여 현재 골파괴가 더 진행되었으면 면제판정이고 크게 변하지 않았으면 공익판정이랬는데, 검사 받으러 가기 전에 그 얘기 한번 하고 끝이라니 이게 말이 되냔말입니다. 석회병변이 보인다고 새로 써간 병사용진단서는 x-ray랑 ct로 입증되었다고 제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는 했는데 아무리 등급에 영향을 끼치는게 아니더라도 몸 상태나 촬영한 사진에 대한 소견은 알려줘야지요


그냥 자기들끼리 의학용어로 어쩌고 저쩌고 모니터에다가 한두번 치고 4급이니까 몇번으로 가서 확정받으세요 하니 뭐 이런게 어딨을까요. 나름 전문의 명패 달고서 군의관 하고있는데 검사 받으러 온 사람도 자신의 상태에 대한 알 권리가 있는데 말입니다.


지난주에 병원에 가서도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던 석회병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는 글렀습니다. 나오자마자 화나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게 면제나와야되는데 공익나왔다는투로 비추어져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여튼 집에 와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 넣었습니다.


어쨋든 그동안의 여러번의 행보는 공익으로 막을 내리네요. 공익근무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도 요즘 얻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 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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