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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직장의 계약기간이 끝난 뒤 새 직장에 들어갔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1개월만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좀 풀어보려 합니다. 업계가 좁은편인지라 정확히 어느 업종에 근무했다거나 업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물론 지금도 제 선택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달이 일년같았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도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주 5일 200만원. 매년 급여는 오르고 1년 근속시마다 해외여행을 보내준다고 합니다.

다만 수습기간 3개월이 있으며, 3개월간은 격주로 5일근무. 급여의 70%를 준다고 합니다.


이력서를 넣었고, 바로 다음날 면접을 보러 오라며 연락이 왔습니다. 며칠 뒤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주요 업무 자체가 비위가 약하거나 사람에 따라 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기에 처음에는 주변에서 우려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이기에 궁굼하기도 했고 앞으로 미래에 성장하면 성장했지 퇴보할 직종은 아니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회사에서 밥을 주던 길고양이. 잘 먹고 다녀서 그런지 살이 통통합니다.)

그리고 11월 18일 월요일.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업무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혼자 해야 할 업무가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운전과 영업 그리고 고객을 태워오는 일. 거기에 청소와 음식조리. 주요 업무에 포함되는 '상담' '응대' '준비' '기기운전' '부가적인 일'까지 모두 익혀야 한다니 까마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유망한 직종이고 나름 보람을 느끼는 업무였기에 차근차근 궁굼한 부분은 물어보며 일을 배웠습니다. 이 회사의 직원은 대표와 저를 포함하여 총 네명이였습니다.


대표 - 건강상의 이유로 주로 오전에 출근하여 정오 전 퇴근.

점장 - 3년차. 금,토 휴무. 8:30~18:00 근무. 거의 모든 업무를 총괄함. 휴일에도 업무연락을 받고 하달함.

야간팀장 - 1년차. 일,월 휴무. 사내기숙사 거주. 13:00~21:00근무이나, 이후 업무도 처리함. 사실상 정오 출근.

본인 - 신입사원 쩌리. 화,수 휴무일로 지정. 첫주는 9일 연속 출근. 


물론 점장님과 팀장님은 정말로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께 일을 배우고 함께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도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상 두 사람이 있었기에 한달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퇴사욕구를 본격적으로 느끼게 된 일은 6일차 토요일에 일어났습니다. 


점장님과 팀장님이 모두 쉬는 토요일 오전.

평소처럼 8시 30분 즈음 출근했습니다만,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저는 문이 닫힌 모습을 보고 대표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20여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 대표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XXXX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 xxx입니다. 문이 열려있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아 전화드렸습니다."


"네?...... (잠시 정적) 아.. 너 왜 여태 안들어가고 뭐했어. 점장이 키 안줬어?"


"네 키 받은거 없습니다."


"너 야간팀장 거기서 자는거 몰라? 왜 여태 안들어가고 그러고있어!"


"......"


"팀장 번호 몰라 알아? 팀장한테 전화 해."


"네. 알겠습니다."


본인이 얼굴보고 이력서 보고 뽑고 며칠을 보며 얘기를 나눴던 직원의 이름 하나 모르고 있던 부분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아무 영문도 모르고 오지 않는 대표를 20분째 기다리다가 언제쯤 오시느냐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던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요. 야간팀장님이 건물 안에 계시지만 야간근무자를 굳이 전화해서 깨우기 뭐한 상황에서 출근하는 사람을 기다렸던 저는 야간팀장님께 뒷창문이 열려있으니 그 창문을 넘어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와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를 하던 도중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업무를 던져주더니 혼자 해보라 합니다.


그동안 곁눈질로 익혔던 업무를 혼자 하나씩 시작합니다. 정성스럽게 하라는 점장님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배운대로 천천히 정성스레 준비를 하니 다짜고짜 폭언이 날라옵니다.


"똑바로 안해?"


"너 그따위로 해서 언제 다 할래?"


"너 그동안 뭐배웠어?"


이런류의 업무적인 질책까진 좋았습니다만, 곧 인격적인 모독으로 이어집니다. 분명 점장과 팀장에게 배운대로 업무에 임했는데 대표한테 주먹 한대 날라갈 분위기에 똑바로 안한다고 욕을 쳐먹고 있었습니다. 그러곤 일부 업무에서는 배웠던 방법과 정 반대의 방법으로 진행하고 그대로 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업무를 진행하고는 정말 오랜 세월 묵었을법한 먼지와 때를 닦아내라고 합니다. 명령과 함께 대표는 퇴근하겠다는 이야기를 남기며 사라집니다.


'아 씨발 좆같네 대체 무슨 장단에 따라야 하는거지?'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정말 고문관인가, 이 회사에서 욕을 쳐먹을정도로 일머리가 없는 쓰레기인가'라는 고민을 가지고 점심을 먹기 위해 컨테이너박스에 마련된 작은 식당이자 휴게실로 향합니다.



밥을 먹는 환경은 대충 이렇습니다. 푸드득 소리는 쥐가 움직이는 소리라 합니다.

컨테이너에는 이미 물이 새어 곰팡이가 슬었고 구멍이 뚫려 스티로폼 가루가 떨어집니다.


회사가 매우 외진곳에 있어 따로 밥을 먹으러 나가기 위해 5km 이상을 달려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회사 내부의 이런 매우 불결한 환경에서 직접 조리를 하게 되었고, 인원이 적다보니 따로 조리원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이 국을 끓여놓긴 하지만, 요리는 대부분 점장님이나 저의 몫이였습니다. 밥은 직접 하지만, 대부분 햄과 같은 가공식품이나 마트에서 파는 반찬이 요리의 주를 이루고 있었지요. 그나마 집에서 먹는 식단도 부실한지라 밖에 나와서 먹는 점심으로 주된 영양을 섭취하는 제 입장에서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불결한 환경에 파리까지 들끓고 있었습니다.


사실 입사 첫날부터 이런 환경에서 매우 부실한 식단으로 밥을 먹다보니 밥이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파리를 잡고 또 잡고 수십마리를 잡아도 어디서 날라오는지 계속 튀어나왔고, 파리를 쫒느냐 밥을 먹기도 힘들었습니다. 사실 퇴사하는 12월 중순의 오늘까지도 파리가 창궐했습니다.


업무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던 중 이러한 환경에서 밥을 먹으니 퇴사욕구가 샘솟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사진을 본 지인들 역시 빨리 탈주하라고 합니다.


입사 6일차인 내가 고문관이라는 사실을 나만 모르던건지, 식사를 위해 출근하신 야간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팀장님. 사실대로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고문관입니까?"


"아니오. 전혀? 누가 xx씨보고 고문관이라 해요?"


여튼 그렇게 퇴사욕구가 생긴다는 이야기와 함께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입사한지 1년이 조금 지난 팀장님은 중간에 계신 다른 직원분이 관두고 팀장 직함을 달았다 합니다. 본인 역시 입사 3개월간은 대표에게 갈굼당했고, 어느정도 일을 할 줄 알게 되니 본인 맘에 들지 않아도 터치를 하지 않는다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다는 의사를 내비칩니다. 그래요. 사람이 좋으니 일단 참기로 합니다.


이 회사에 다니며 알 수 없는 알레르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가려웠고요. 첫주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 없이 나갔고, 그 다음 월요일까지 나가니 화요일과 수요일에 쉬고 오라고 합니다.


병원에 갔습니다. 알레르기 약을 받아옵니다. 그리고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에서 접하는 특정 물체에 반응이 오는듯 했습니다.



(이 회사의 업무용 차량은 전기차. 쉐보레 볼트입니다.)

그렇게 화요일. 병원에 갔다가 퇴사를 결심하고 휴일임에도 회사에 방문합니다.


팀장님은 휴일. 점장님 혼자 나와계셨습니다. 어쩐 일로 나왔는지 묻는 의견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 그만 퇴사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하니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대표의 언행과 불결한 휴게시설 두가지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대표님은 잘 해주실때 보면 좋은 분이다.' 와 '내년에 회사가 더욱 커지면 현 건물 앞에 기숙사 겸 휴게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뻔한 답변과 함께 한번 더 기회를 주겠다.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제안에 넘어가 검사 결과가 나오는 그 다음주까지 근무를 하기로 합니다. 


어디까지나 함께 일하는 직원이 좋아서 한번 더 넘어갔습니다.


막상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없는데, 뽑아놓은 직원조차 탈주를 하려 하니 우연인지는 몰라도 그 이후부터 저를 다루는 태도가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주로 운행 위주로 배정하고, 고객관리 및 영업 위주로 다녔습니다.



(충전이 번거롭긴 했지만, 그동안 사고싶었던 볼트 원없이 탔습니다. 결론은 코나전기 사세요.)

거의 바깥으로 도는 일이 있었으면 바깥으로 돌았습니다.


물론 바깥으로 돌면서 고객관리와 함께 영업의 개념에 속하는 업무를 진행했었습니다. 각 지역별 특정 업종의 사업장에 방문하여 그 사업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볼 수 있게 회사 홍보물을 돌리고 회사로 보내는 박스를 전해주는 업무였는데, 타 업체에 거래처를 많이 빼앗긴 지역에서 경쟁업체의 홍보물도 여럿 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후발주자들인 경쟁업체는 가격이 저렴하거나, 가성비 좋은 코스 혹은 탁월한 접근성과 좋은 시설로 고객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홍보물도 본인이 속했던 업체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보기 좋게 마련되어 있었고, 그렇지 않은 업체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고객을 유치하고 있었습니다.


손님을 가장하여 홍보물을 가져온 타 업체들에 전화를 걸어 고객의 입장에서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고객의 입장이더라도 제가 일하는 업체에 갈 이유가 없음을 느꼈습니다. 타 업체에 티오를 많이 빼앗겼다는 얘기만 나오지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 업체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 묻고싶었습니다.


타 업체와 거래한다며 우리 회사의 홍보물을 받지 않겠다는 사업장들도 많았습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홍보물이라도 좀 받아달라며 주고 왔고, 나름대로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어도 이 회사가 부흥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경쟁력이 없는 상황이 수년째 지속됨에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모습에 100%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적었고, 먼지에서 꽤 높은 반응이 나왔습니다. 물론 주요 업무의 끝에는 먼지가 많이 나오는 공정이 있고, 여러모로 불결한 환경이기에 퇴사의 사유는 충분했습니다.


그렇지만 먼지가 많이 나오는 업무에서 배재시켜주겠다는 말에 사람이 좋아 한번 더 참고 넘어갑니다.



(업무용 전기차의 충전량이 그리 많지 않을때는 히터도 다 끄고 노심초사하며 충전소에 갔었다.)


그동안 거의 밖으로 돌았기에 대표님과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전기차를 충전하러 시범운영중인 한 급속충전소에 가서 약 일주일만에 대표님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넌 어릴때 XX도 안만져봤냐?"


그 특정 물질도 만져보지 않았느냐는 얘기로 시작하여 '나때는 말이야..'류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내가 젊었을 때 XX할때는, 입에서 불이 나왔어. 환갑 넘은 아랫사람 눈에 눈물이 고이도록 깠어"


갑질로 감옥에 가고 사업기반이 무너지는 요즘같은 시대에 본인의 갑질일화를 자랑스레 얘기합니다. 


지금의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온순해졌다는 투로 얘기합니다. 물론 자수성가 한 사람도 맞고 대단한 사람도 맞고 사업수완이 좋은 사람도 맞습니다만, 처음 입사하여 퇴사를 결심하기 전에도 상대방을 까거나 낮추며 본인 자랑을 하는 타입인지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결론은 그런 이야기와 본인이 좀 조급했던지라 함께 본인 사정을 알리며,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합니다.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전혀 그럴 성격이 아니신 분이 일머리 없는 저같은 하층민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애피소드는 많았습니다만, 모두 생략하고...


그럭저럭 탈주를 생각하며 다녔습니다. 역시나 운행 위주의 업무가 주어졌어도 모든 업무가 차츰차츰 손에 익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점부터는 퇴사를 결심하는것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충전소에서의 일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님께서 요양차 해외에 다녀오신다 합니다.


제가 관둔다는 얘기가 나와 비행기표를 예매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녀오시는 날까지 나오겠다 얘기하니, 계속 다니라 합니다. 일단은 걱정 말고 다녀오시라 하고 돌아오는 그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평화롭게 업무가 이어진지 일주일. 예상보다 훨씬 빨리 대표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잘 있어라 회사야. 다음 신입사원은 비슷한 실수로 내보내는 일이 없길 바라며..)

그리고 휴일을 앞둔 오늘.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1개월을 일했습니다. 수습이라면서 세전으로 140만원을 주는데, 외딴곳이라 자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해야하며 교통비는 일절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세전이면 실질적인 수령액은 120만원대 중후반일텐데 최저임금에도 턱없이 모자른 수치이며 근로계약서 하나 작성하지도 않았고, 4대보험 역시 가입한다며 제 주민번호를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최저임금법 위반 + 근로계약서 미작성 + 4대보험 미가입. 제가 꺼낼 카드는 많습니다.


도중에라도 대표의 폭언을 들었더라면 바로 퇴사하여 노동청에 갈 생각이였지만, 조금 더 건드리면 바로 폭발하려니 생각한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좋게 마무리 지었으니 급여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결정하기로 합시다. 


1년차 직원분이 본 거쳐간 신입사원만 댓명 이상이라 합니다. 


2시간만에 추노한 사람. 하루 나오고 연락이 두절된 사람. 일주일 나오고 퇴사한 사람. 면접 보고 연락이 두절된 사람 등등.. 정말 2시간만에 도망을 간 사람은 선구안이 어느정도인지 찾아가 묻고 싶은 생각입니다.


저도 그들이 기억하기에는 거쳐간 신입사원 중 하나로 남겠지만, 블랙기업에서의 한달은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하고싶은 이야기도 많고, 특정 구성원때문에 퇴사욕구가 샘솟았던 적은 있었지만 급여를 주는 사람에게서 퇴사욕구를 느끼긴 처음이였습니다.


당분간은 겸업을 하는 탁송 사장님에서 탁송기사 생활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필이면 이 회사에서 만나 아쉬웠던 사람들.

블랙기업이지만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기억들.

만감이 교차하지만 좋은 기억들만 남기고 싶습니다.


불만을 얘기하고 나간 신입사원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다음 신입사원에게는 편히 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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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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