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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신도시 골목길에서 목격한 차량입니다.


아시다시피 갤로퍼는 1991년 현대정공(現 현대모비스)에서 미쓰비시의 4륜구동 SUV인 파제로를 라이선스 생산하기 시작하여, 현대자동차로 통합된 이후 부분변경을 거쳐 2003년까지 판매된 차량입니다. 90년대 초반 국민소득의 비약적인 상승과 중산층의 본격적인 차량 교체시기와 맞물려 당시 기준으로도 꽤나 비싼 가격이였음에도 꽤나 잘 팔려나갔습니다.


물론 지금도 리스토어라 쓰고 빈티지 튜닝카를 만드는 열풍에 힘입어 도로 위에서 상대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차량이지만, 95년 이전 지역번호판에 순정 그대로 살아있는 9인승 갤로퍼를 보았습니다.



1995년 이전에 등록된 차량임을 알려주는 한자리수 지역번호판.

정확히 알아보니 95년 8월에 등록되었네요.


옛 지역번호판의 차종 분류기호상으로 5는 승합차입니다. 그리고 잘 보면 차량 루프가 높게 솟아있지요. 그렇습니다. 9인승 모델입니다. 지금은 9인승 모델 역시 승용차로 분류됩니다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승합차 기준에 부합하던 차량이였습니다. 당연히 세금도 저렴하고 탑승 인원만 충족한다면 버스전용차로도 탈 수 있지요.


그리고 동그란 원형 라이트 대신 사각형 형태의 라이트가 적용된 뉴갤로퍼 모델입니다. 


자칭 올드카를 사랑한다면서 빈티지 튜닝카를 만들고, 이시국 노재팬 따지면서도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에서 생산된 파제로를 따라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파제로와 동일한 구형 갤로퍼의 동그란 라이트를 박아놓곤 합니다만, 이 차량은 순정 그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특유의 빛바랜 데칼이 바랜 모습을 보면 도색 역시 제치로 보입니다.


흔히 않은 중후한 진녹색 컬러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발판에서 살짝 찍힌 부분이 존재하지만, 발판과 보조범퍼는 쉽게 교체 할 수 있고, 부품 수급도 원활하기에 큰 문제 없으리라 생각되네요. 본넷에 콧구멍이 있는 인터쿨러 모델도 아니고 그냥 흔하게 팔렸던 터보 엑시드(EXCEED) 모델입니다만, 순정 상태에서 흔치 않은 색상에 구형 지역번호판까지 달고 있는 갤로퍼를 보아하니 경이롭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측후면 썬팅은 진하게 되어있네요. 스페어타이어 커버의 비닐코팅만 들고 일어났습니다.


보통 오프로드 혹은 시골에서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구형 SUV입니다만, 도시인 대전에서 25년 넘는 차생을 보내왔기에 아무래도 최상급에 준하는 깔끔한 상태로 살아남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직까지도 동급 경쟁차종 대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조기폐차로 받는 보상금을 상회하는 수준에 거래되는 차량 중 하나이다보니 이정도 상태라면 주인의 사랑을 꽤나 많이 받았으리라 생각되네요.


험난한 25년을 버텨왔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대도시인 대전에 등록된 5등급 노후경유차. 그렇다고 매연저감장치가 개발이 된 차량도 아닌지라 한시적으로 단속이 유예됩니다만, 단속 유예라는 특혜 역시 언젠가는 사라지겠고, 결국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받아 괜찮은 상태임에도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겠지요.


여러모로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합니다만, 부디 오래도록 대도시 대전에서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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