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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 들어 이런 분류의 기행을 하나의 콘텐츠화시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보려 했습니다만,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게 그저 이 나라에서는 혼밥이라고 무시당하는 일이라지만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고 하니 그냥 새 카테고리를 만드는 대신 일상 이야기로 올려봅니다.

 

조만간 카테고리를 정리하며 자동차이야기 속의 올드카 목격담처럼 일상 이야기 분류 속에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들어 분류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게 된다면 기획연재물은 아예 폐교 탐방으로 카테고리를 바꿔버리고 잘 사용하지 않는 카테고리는 통합하여 단순화할 예정입니다.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요. 그냥 혼자서 삼겹살이 먹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식당이 아닌 밖에서요. 불판이나 집기류는 이미 별장이라 부르는 할머니 댁에 다 있습니다. 매주 주말 어지간해서는 차고가 있는 그곳에서 하루 정도는 꼭 잠을 자고 시간을 보냅니다만, 막상 뭘 해먹은 기억은 손에 꼽네요.

 

그런 고로 마트로 향합니다. 마당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어 봅시다.

 

삼겹살 부탄가스 쌈장 상추

네. 정말 기본적인 물건만 구입했습니다. 저는 거지라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구입했습니다.

어차피 음료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부탄가스는 기존 버너에 달려있던 게 다 닳을 줄 알고 사 왔는데 막상 쓸 일이 없었네요. 삼겹살 한 근에 상추 한 봉지 그리고 찍어먹을 쌈장 정도만 소비했다고 보면 됩니다. 음료수는 그닥 좋아하지 않아 잘 마시지 않으니 구입하지 않았고 막상 먹으면서는 찌개가 생각나긴 했지만, 그냥 고기에 상추쌈만 먹었습니다.

 

대략 2만 1천원을 마트에서 결제했습니다. 삼겹살 한 근을 구입했는데 요즘 삼겹살이 꽤 비싸더군요. 그냥 덜 기름지고 저렴한 앞다리살 같은 부위를 구입할걸 그랬습니다. 한 근을 조금 넘어서는 양이긴 하지만, 삼겹살 가격이 꽤 비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느꼈습니다.

 

대충 버너와 불판을 꺼내본다.

네. 마당에서 대충 버너와 불판을 꺼내봅니다.

 

오래된 솥뚜껑과 부탄가스 버너를 먼저 올려놓습니다. 쌈장과 삼겹살은 그냥 봉지를 뜯기만 하면 될 일이니 상관없고 상추만 흐르는 물에 잘 씻어주면 야외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먹기의 모든 준비가 완료됩니다. 남들은 뭐 감성 캠핑용품이니 비싼 버너니 장작이니 어쩌고 합니다만, 돈도 능력도 없는 저는 그냥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맛만 있음 된 거죠.

 

그냥 돗자리 펴고 먹자

의자에 앉을까 하다가 그냥 돗자리 펴고 먹기로 합니다.

 

불을 올려서 솥뚜껑을 달궈줍니다. 집기류도 다 준비했고 나무젓가락 하나면 충분하지요. 삼겹살에 비계를 하나 집어 솥뚜껑을 기름으로 잘 닦아줍니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고기를 올려 먹기만 하면 됩니다.

 

고기 굽는 사진

본격적으로 삼겹살을 구워봅니다.

 

혼자 먹으니 뭐 얘기할 사람도 없고 그냥 묵묵히 먹었습니다. 고기가 익는 소리와 골목으로 사람이 지나다니는 소리 말곤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고독을 즐겼습니다.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 아니겠습니까. 반대편 정원이라도 바라보고 먹을까 싶었지만 벽을 바라보며 묵묵히 먹었습니다.

 

돈도 능력도 없는 도태된 20대 끝자락의 남성이 혼자 기분 좀 내보겠다며 소주도 음료수도 없이 고기와 상추만으로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고기도 상추도 딱 맞았다.

고기도 상추도 딱 맞았네요. 마지막 한 점을 마지막 남은 상추에 싸 먹으니 딱 끝납니다.

 

날도 어두워졌고요. 마당의 형광등 조명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치우는 게 일이긴 한데 아파트와는 달리 기름을 막 버려도 상관없고, 불판을 닦아내기도 용이합니다. 정리까지 금방 끝나더군요. 네 조용히 먹고 조용히 치웠습니다. 인생 뭐 다 그렇죠.

 

애초에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사회인지라 유독 혼밥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생 때는 단체손님 사이에서도 혼자 곱창집에 가서 구이 한판 먹고 찌개와 밥을 먹다가 싸오곤 했었는데, 왜들 그게 어렵다 느껴지는지도 모르겠고요.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이렇게 고독을 즐김과 동시에 분위기를 내며 자주 먹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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