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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탁송 오더의 다수는 중고차 매매단지를 기반으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발생합니다만, 그 다음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오더를 손에 꼽아보자면 수출을 위해 송도유원지나 인천항 근처로 가는 차량들 아니면 차생을 마치러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들입니다. 오늘 소개할 무쏘 역시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이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쏘 코란도를 비롯한 구형 쌍용차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원체 나가질 않는 차량들이긴 합니다만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저속주행으로 정체를 만드는 차량들 중 대다수가 특이하게도 구형 쌍용차들이고, 보복운전을 하던 무쏘를 신고했던 일도 있었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일은 일이니 무쏘를 타긴 타야합니다.



보조범퍼가 부러진 상태로 맞이하게 된 무쏘 프레스티지.


처음엔 이게 그냥 무쏘 602인지, 97년에 잠깐 나오고 사라진 TDI인지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겁나 안나가는 무쏘에 DPF까지 달려 더 안나가는 무쏘였을 뿐이죠. 집에 와서 찾아보니 벤츠의 손길이 닿았던 당시로써는 잘 나가던 TDI는 원톤 컬러로만 생산되었다고 하고, 투톤컬러에 고급스러운 우드그래인과 사제 에어백 핸들이 적용되었다는 이야기로 보아하니 602EL의 최고사양인 프레스티지가 맞습니다.




왕년에는 차주분께서 잘 꾸미고 타셨던걸로 보입니다.


지금은 차 상태가 영 좋지 않다고 그러시네요. 뭐 여튼간에 가다가 도로 한복판에서 그냥 서버릴만큼의 하자가 아니라면 가는데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습니다. 다행히 가다가 퍼질 수준의 결함은 없다고 하시더군요. 리스토어라 쓰고 빈티지 튜닝이라 읽는 행위로 인해 아직도 꽤나 높은 시세를 자랑하는 갤로퍼에 비해 부품 수급이 어려운 편인 무쏘의 중고 시세는 갤로퍼만 못합니다.


휠은 뉴무쏘의 휠이 장착되어 있네요.


새차시절. 아니 약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분진이 낄 틈도 없이 잘 닦아주고 나름대로 좋은 관리를 받았을 차량이라 생각됩니다만,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오늘날의 몰골은 말도 아닙니다. 지난번에 약 30만km를 주행하고 주유 경고등을 비롯한 모든 경고등이 다 켜진채로 폐차장에 가던 에쿠스를 타고 가면서도 느꼈습니다만, 한 시대를 풍미하던 고급차도 폐차장으로 향하는 순간엔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간간히 조기폐차 지원금을 수령하기 인해 진짜 멀쩡한 차들이 폐차장에 가는 경우가 종종 보이긴 합니다만, 그러한 극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뭔가 하나씩은 하자가 느껴지는 차량들이랍니다.



등화관제등이 장착되어 나오던 마지막 세대의 차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0년대 들어 관련 법이 폐지되면서, 90년대 후반 나오던 차량을 끝으로 민수용 차량에서 등화관제등의 모습을 사실상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전시에 징발 대상으로 차령 2년 미만의 SUV 차량들을 요즘에도 꾸준히 지정하고 있긴 합니다만, 예전처럼 모든 민수용 지프차에 등화관제등이 달려 나오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 끝나버렸지요.


여튼간에 무쏘 참 안나갑니다. 95마력의 자연흡기 엔진으로 이 탱크같은 육체를 빠릿빠릿하게 끌고 다니기엔 아무래도 무리겠지요. 수동변속기 모델이라면 좀 덜할테지만, 오토는 정말 답이 없습니다. 악셀에 발을 올리고 꾹 눌러야 차가 나갑니다. 



에어백은 이미 터져버렸고, 피스로 대충 고정하고 다녔나 봅니다.

고급스럽고 질리지 않는 톤의 우드그레인 역시 차 상태는 폐급이여도 그 위엄을 뽐내고 있습니다.


쌍용 엠블럼이 달린 순정 에어백 모듈이 아니라, SRS-40 모델의 사제 에어백입니다. 나름 출고시부터 달려 나오긴 했습니다만, 에프터마켓용 제품을 순정용품처럼 달아서 출고했던 모양이더군요. 뭐 여튼 대우 인수 그리고 2000년대 년식변경 이전까지 수출형 차량 일부와 무쏘의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급 차량에 적용되었다 합니다.


지금은 새 모듈도 구할 수 없는걸로 보입니다. 검색을 해도 여러모로 정보를 찾기 힘들더군요.




49만km 이상 주행한 차량입니다만, 그래도 잘 나갑니다.


누군가가 벤츠엔진은 30만에 길이 든다고 했었는데, 진짜 그런가 봅니다. 뭐 어느정도의 진동과 차량의 특성상 정말 답답하게도 안나간다는 점을 제외하곤 특유의 탈탈거리는 공회전시 엔진음 마저도 그냥 캬랑캬랑할 뿐입니다.


여튼간에 180km/h 이상 밟는건 가솔린 모델이 아니고선 꿈도 못꾸는 차량입니다만, 거의 풀악셀에 가깝게 악셀을 밟아주니 조금 답답해도 나가는데 크게 지장은 없습니다. 110km/h 이상 밟으면 바늘이 춤을 추다가 저렇게 끝에 가서 머물고 있습니다. 존나 안나간다고 욕하면서도 이리 달려보고 저리 달려보니 약 폐차장까지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옵니다.


그렇게 무쏘의 마지막 가는 길. 폐차장까지 잘 모셔다 드리고 왔습니다.

금방금방 해체가 진행되는 목적지 폐차장의 특성상 지금쯤이면 이미 모든 장기를 내어주고 20년의 차생을 뒤로한채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졌겠죠. 무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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