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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닷컴 새 콘텐츠 초딩일기는...

초등학교 재학 당시 작성했었던 일기장을 펼쳐 당시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여러분께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공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좋은일도, 그렇지 않았던 일도 있었겠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어린이의 일기장을 본다는 마음으로 재미나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기장은 무작위로 공개됩니다.

 

마땅히 소재가 없다 보니 또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을 기웃거리다가 눈에 보이는 일기를 가져왔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초딩일기는 2001년 12월의 마지막 날 작성했던 일기장입니다. 제목이 케익인데 말 그대로 한 해의 마지막날 케이크를 먹었던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도 거의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한 해의 마지막날 케이크를 먹는 게 거의 룰처럼 굳어졌습니다.

 

제 생일이 12월 29일이고, 동생 생일이 12월 31일입니다. 거기에 연년생입니다. 생일이 겨우 이틀밖에 차이가 나지 않다 보니 제 생일에는 미역국을 먹고 동생 생일에는 항상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생일 축하 겸 신년 축하까지 겸해지는 일이죠. 어릴적부터 굳어진 관습이다보니 다 큰 지금도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케이크를 사서 집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일기부터 보고 오시죠.

 

제목 : 케익

내 생일과 동생 생일이다.

동생은 오늘이고 나는 29일인데 오늘이 나는 음력 생일이다.

나는 폭죽이 터질 때 겁이 나서 도망갔다.

동생이 할 때는 초를 한 개 뺐다.

동생이 불을 껐다. 폭죽을 터트렸다.

동생은 겁을 내지 않았다.

그다음 케익을 먹고 콜라를 사 오라고 했는데 못 사 왔다.

 

그러고 보니 제 생일이 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시점 기준으로 딱 한 달밖에 남지 않았네요.

 

어릴 때는 이에 대해 불만도 참 많았습니다. 그 뭐냐 남들은 케이크를 두 번 먹을 수 있는데, 우리는 한번 그것도 몰아서 거기다가 연말까지 기념해서 먹어야 했으니 말이죠. 물론 형제가 생일이 며칠 차이가 나지 않거나 같은 경우는 전국을 찾아보면 그래도 왕왕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두번 치러야 할 일을 한 번에 몰아서 할 수 있으니 경제적이라 느꼈겠지만, 어린애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게 아니죠. 내 생일은 내가 주인공인데 주인공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니 말입니다. 차라리 둘 다 생일이 같았으면 모르겠지만요.

 

나이도 먹어서 크게 연연하지도 않고, 저 자체도 뭐 생일이라고 챙기고 나발이고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뭐 종교적 이유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네요. 내가 뭐 잘나가고 좀 자신있게 사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냥 사회적으로 도태된 한남충인데 딱히 축하받을 일도 아닌거 같고요. 물론 그럼에도 하나의 관습처럼 굳어버린지라 매년 마지막날에는 케이크를 사서 들어갑니다.

 

어지간해서는 연말에 다같이 모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아마 시국도 시국인지라 모이기 힘들어 보입니다. 저 역시도 그냥 케이크나 사서 연말에 자축하는 분위기나 만들어 보려 하고요. 그렇습니다. 언제까지 29일에는 미역국을 끓여먹고 31일에는 케이크를 먹는 관습을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생일이라고 분위기가 달랐던건 아니지만 올해는 연말 분위기조차 나지 않을 것 같아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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