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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가 본게.. 대체 언제인가..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


워터파크까지 포함하자면 초등학교 5~6학년때 갔었던 캐리비안 베이가 아마 마지막으로 기억됩니다. 최소 15년은 더 된 얘기죠. 그 이후로 수영장 비스무리한 공간에도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요즘이야 세월호 참사 이후 초등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생존수영을 배운다 합니다만, 2000년대 초반에 초등학교를 나온 저는 어릴때도 수영을 배워 본 일 조차 없었고요. 물을 무서워해서 워터파크나 바닷가에 가도 발이 닿지 않는 공간에는 아예 들어가지조차 않았습니다. 막상 생각해보니 신기하네요. 그동안 수영장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말이죠.


제가 갑자기 수영을 배우게 된 계기는 당연하게도 공짜로 배울 수 있다고 하니 그렇습니다. 


지난 5월 말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홍성군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이미지인데, 홍성군보건소에서 관내 운동시설과 제휴하여 8주간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신청대상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였습니다.



함께하GO! 가벼워지GO! 건강해지GO! 라는 이름의 비만관리 프로그램입니다.

홍성군에 주소를 두고 있는 체지방률 30% 이상의 여성, 25% 이상의 남성이면 신청대상입니다.


식단관리와 함께 자전거를 이용한 스피닝과 트램폴린을 이용하는 점핑하이. 그리고 수영과 복싱까지 총 네가지 종목의 신청자를 받고있었습니다. 대부분 오전시간대에 여유가 있는 주부를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보이는데, 점핑하이와 수영은 직장인을 위한 야간반도 존재하네요.


그렇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하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폭식으로 살이 많이 불었습니다.

스트레스 받기 싫어 체중계에 올라가보진 않았지만, 체지방를 25%는 거뜬히 넘을거라 짐작했습니다.


날도 더운데 거기다가 공짜라니 일단 도전해보기로 하고, 6월 1일 오전에 냅다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중... 

오랜 기다림 끝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신청자가 많아 심한 사람 위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검사일정까지 잡히고, 검사 당일. 홍성군 보건소 2층으로 향했습니다.



인바디 검사와 함께 염도, 염미도 검사 그리고 혈압과 혈액검사가 있었습니다.

키 171.2cm에 체중 90.1kg. 체지방률 37%. 충격적인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키도 작고 능력도 없고 빻은 파오후 씹덕 도태한남충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키도 스무살에 아프고 난 뒤에 조금 줄은 느낌이고요. 몸무게는 제가 알고 있었던 수치에서 최소 20kg 이상 불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60kg대 후반에서 70kg대 초반을 유지하던 몸무게는 스무살에 투병생활을 하던 시기에 60kg대 초반까지 내려갔었고 이후 대략 60~70kg대를 유지했었습니다.


이후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과 밤에 피자 한판을 다 먹는것으로 해소했습니다. 근래 배가 조금 더 나온 느낌이였는데 체중이 90kg까지 불어났습니다. 뭐 아버지 역시 제 나이 즈음에 20kg 이상을 감량했었다고 하니 유전적인 요인도 있겠습니다만, 인생에 답이 없음을 깨닫게 된 이후로는 그런거 상관 안하고 걍 쳐먹었습니다.


결과는 적정체중보다 23.3kg 더 살이 찐 상태고, 프리패스로 수영 야간반에 선정되었습니다.


염미도검사 결과는 적절한 수준. 혈당과 혈압은 밥을 먹고 바로 왔던지라 조금 높아 나중에 다시 측정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매우 충격적인 검사결과와 함께 6월 22일부터 시작이 예정되어있던 수영강습을 준비했지만, 홍성군 코로나 확진자의 발생으로 결국 일정은 미뤄져 7월 둘째주부터 비만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로그램 시작 전 7월 첫째주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습니다.

인바디 검사 결과와 식단관리법 및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된 일정을 알려주네요.


홍성군 공식인증 파오후임을 알리는 기념품입니다. 8주간 군비로 운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인데, 마스크와 타올 양말까지도 주네요. 역시 아는 사람만이 세금을 받아 먹을 수 있습니다. 인바디 검사결과에 기반한 자신의 기초대사량과 권장칼로리 그리고 각 식품별 칼로리에 대한 강의도 있었습니다.



'나의 건강 언제나 맑음'이라는 책과 '식품교환표' 그리고 '인바디 검사결과표'를 수령합니다. 


책에 그날 무엇을 먹었는지 일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식단관리까지 체계적으로 병행해야만 한다는 얘기겠지요. 물론 혼자 사는 사람 입장에선 그리 쉬운일은 아니지만, 식사 양을 줄여보기로 합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습니다. 배가 고프면 당근을 씹어먹고 잘 먹지 않던 아침은 고구마 몇개 혹은 방울토마토 몇개라도 먹고 다니기로 합니다.


수영은 처음 계획과는 달리 주 3회 강습으로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에 강습이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그렇게 첫 수영 강습을 위해 홍성의 서울스포렉스로 향했습니다.


헬스장 수영장 찜질방 목욕탕까지 두루 갖춘 스포렉스입니다. 출석 서명을 하고 체온을 측정한 뒤 락커룸 키를 받아 탈의실로 들어갑니다. 샤워를 마치고 미리 사 둔 수영복으로 환복한 뒤 수영장으로 가서 기다리네요. 총 열한명이 왔고, 대부분 아주머니들이였습니다. 남자는 저와 아저씨 한분.


그 중 수영을 배웠던 사람들이 대략 네명. 나머지는 수영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입니다. 


보통 발로 물장구를 치는데만 하루이상을 소요하는걸로 알고있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빠릅니다. 허벅지 힘으로 물장구를 치고 하루만에 노란 판을 들고 물에 뜨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따라가고 있긴 합니다. 그렇게 한시간이 지났고 8주간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 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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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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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깁니다.


대략 일주일 전부터 검은 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선지국을 먹었으니 그렇겠거니 싶어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만, 일주일째 가루같은 설사와 함께 검은 변을 보니 뭔가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동네 내과에 들렸습니다. 혈변을 본다 하니 혈압을 측정합니다. 건물 2층에 있는 내과인지라 조금 걸어서 올라왔더니만 혈압이 높아 이곳에서는 내시경을 할 수 없으니 큰 병원에 빨리 가 보라며 진료의뢰서를 하나 줍니다.




일주일 동안 흑색변을 지속적으로 보는 환자입니다. active bleeding이 의심되오니, 입원하여 출혈에 대한 위대장 내시경등 검사를 빨리 시행하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active bleeding. 활동성 출혈이라는 전문 용어가 들어갑니다만, 의학 지식이 없는 제가 봐도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는 소견을 적어주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하기에 내심 겁을 먹고 집에 들어가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가장 가까운 큰 병원인 홍성의료원으로 향했습니다.


아 물론 병원으로 향하다가 펑크가 나서 거기서 시간을 잡아먹었구요...



그렇게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홍성의료원으로 향했습니다만.....



입구컷 당해버렸습니다.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니 체온은 정상이지만, 일단 선별진료소로 보내더군요. 선별진료소를 무조건 통과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뭐 이런 법이 다 있느냐고 항변합니다만, 방법이 없다네요. 결국은 대략 열흘만에 선별진료소에 다시 가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여튼 선별진료소에 왔습니다. 의료원 입구에서 작성했던 문진표를 보여주고, 고생하는 진료소 담당 공중보건의 선생님께 얘기를 하니 일단 의료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확실히 하고 가야만 한답니다.



결국 선별진료소 옆 컨테이너 휴게실에서 잠시 머무니 저를 부릅니다.


방진복과 고글을 쓴 사람이 저를 데리고 응급실 안 진료소로 들어갑니다. 이런 이유에서 큰 병원에 가 보라 해서 왔다고 진료의뢰서를 보여주니 진료를 보는 전문의 선생님과 방호복에 고글로 무장한 간호사 선생님들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립니다.


진료의뢰서상으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는 환자를 들여보내냐 마느냐 혹은 입원이 가능하냐를 놓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더랍니다. 애초에 전례가 없던 비상사태로 만들어진 선별진료소인지라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잡힌것도 아니니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더군요. 저 역시나 방진복과 고글로 무장한 사람들 사이에서 지레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결론은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까지 기다린 뒤 내시경 검사를 받는 쪽으로 진행하려 했습니다만, 홍성의료원 음압병동에 확진자가 치료중이기도 하고 결국은 제게 내어 줄 수 있는 입원실도 없는데다가 출혈이 의심되는 이쪽이 훨씬 더 급한 사안이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 하네요.


그렇게 천안쪽 큰 병원으로 가라는 얘기와 함께 홍성의료원에서 쫒겨났습니다.


뭐 방법 있나요... 천안 순천향대 단대병원 응급병상 역시 전화를 돌려보니 만석이라고 하고.. 천안으로 가던 길에 혹시나 싶어 아산충무병원으로 차를 돌려 들어갔습니다.


아산충무병원 응급실. 뭐 일단 들어가서 진료의뢰서를 보여주고 링거부터 맞습니다.


조영제를 넣고 CT와 X-RAY를 촬영하고, 혈액검사와 배변검사를 진행합니다. CT상으로는 혈관종과 지방간이 나타난 것 외 특이사항은 없다 합니다. 코로 호스를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하려 했습니다만, 코뼈가 휘어있어 결국 실패했습니다. 여튼 응급실 검사로는 빈혈도 없고 변에서 혈액반응이 있지도 않아 결론적으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음날 내시경 검사를 위해 입원을 진행합니다.




링거 두개가 걸려있습니다. 거기에 시간마다 다른 주사가 하나씩 추가되곤 하네요.


그렇습니다. 금식에 물조차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3일날에도 물 몇잔 마신게 전부였습니다. 배는 아프고, 화장실에 가도 검은 설사가 계속 나옵니다. 그렇게 병실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버텼습니다.


병원 자체는 사실상 지어진지 대략 10년쯤 된 그리 오래된 건물도 아닙니다만, 신관 준공과 함께 일부 시설이 신관으로 옮겨가고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중이더군요. 뭐 여튼 병원 내부 시설은 매우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새벽쯤 되니 쿨프렙이라는 이름의 분말을 물에 섞어서 여러통 주시더군요.


비타민C 함유 전처치용 세정제라는 설명을 달고 있는 이 분말을 물에 타서 대략 네다섯통을 먹었습니다. 맛은 비타민C에 소금을 탄 것 같은 맛. 썩 좋은 맛은 아녔습니다만, 계속 먹어야 검사가 가능하다기에 질리도록 마셨습니다. 마시다 보니 처음에는 검은 변이 나오다가 가면 갈수록 노란 오줌과 같은 변이 나오더군요.


여튼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시경실로 향했습니다.



(이미지뱅크 같은 사이트에서 대충 퍼온 이미지)


위 아래로 내시경 카메라가 다 들어가야 합니다. 뒤가 뚫린 바지를 입고 한쪽으로 구부린 채 누웠습니다. 마취제가 투여되고 대략 40여분정도 지나니 침대에 누워있더군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원병동에 가 있으니 검사결과를 알려주십니다.


소장을 제외한 위 아래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다 들어갔지만 출혈이 있는 부분은 없었고 위염이 조금 있다고 하네요. 일단 퇴원하고 일단 약을 먹으면서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내원을 해 보라 합니다. 소장은 캡슐 내시경을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만, 확률상 추천하지는 않는다 합니다.


여튼 장기 입원을 염두하고 갔습니다만, 다행스럽게 단기 입원으로 끝이 났습니다. 다시 집에 돌아왔고요. 죽으로 끼니를 떼웠습니다. 앞으로는 부디 이런 일이 없도록 식단관리에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 시트콤 줄거리 같던 이틀간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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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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