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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3일장을 치르고 왔습니다.

위로해주시고 찾아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빈소를 지키며 조문을 받는 일 외에 이전부터 벌초를 다니던 할아버지 산소도 개장하여 함께 화장한 뒤 공원묘지 자연장 구역으로 모셨습니다. 앞으로 따로 벌초를 한다는 포스팅을 할 일도 없을 테고, 폐가를 지나 할아버지 산소를 올라갔다는 포스팅도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는 포스팅도 없을 겁니다. 이제 다시는 할머니를 뵐 수 없어 아쉽게 느껴지고 '삶'이란 '인생'이란 무엇인가 성찰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전 외조부상 당시 선산에 매장하는 방식으로 묘를 써서 화장(火葬)으로 장례를 치르는 건 처음 겪어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은 아니죠. 돈은 덜 벌어도 따박따박 급여가 나오는 월급쟁이 생활에 익숙해졌던 시절 잠시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동물 화장장에서 근무해봤던 경험이 있습니다. 동물만도 못한 인간들이 있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화장이 잘 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재간 정도는 갖출 수 있었던지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버스는 홍성추모공원화장장에 도착했다.

충청남도에서 운영하는 홍성 추모공원 화장장입니다.

 

봉안당과 화장장이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근교 지역의 유일한 화장장입니다. 할머니와 가족들이 함께 타는 에어로타운 장의버스와 할아버지를 모신 카니발까지 총 두대로 움직였습니다. 화장 예약 시간은 오전 9시. 다만 50분 정도 대기한 뒤 9시 50분쯤 시작되었습니다.

 

 

화장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여분. 비슷한 시간 화장이 시작된 할아버지께서 먼저 나오셨습니다.

 

약 34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산소를 개장했는데, 관에 물이 차있고 유해가 그 위에 둥둥 떠있었다고 합니다. 성묘를 다니며 봉분이 내려앉는 모습을 보고 그런 일이 있으리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간 얼마나 힘들게 계셨을지 상상이 가지 않네요.

 

이후 할머니도 화장을 마치고 나오셨습니다. 분골 이후 작은 유골함에 담겼고, 버스는 장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탁 트인 장지

2012년 조성된 당진시립 남부권 공설묘지입니다.

 

조용하지만 접근성도 괜찮습니다. 유골과 흙을 섞어 안장하고 45년 뒤 자연적으로 소멸한다고 합니다. 그 시기쯤 가면 저도 70대 중반의 노인일 테니 저도 할머니 할아버지 따라갈 자리를 걱정하고 있겠죠. 기간이 지난다면 이후 나무를 심어 묘지 조성 이전의 모습으로 다시 복구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영원히 함께하시길.

영원한 안식입니다.

 

34년간 외롭게 계시던 할아버지도 이제 더 이상 춥고 외롭지 않으실 테고 생전 화장 이후 자연에 뿌려달라는 말씀을 하셨던 할머니도 뿌리지는 못하지만 유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시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그나마 손주 중 가까이 살며 심심할 때 들리곤 했었는데, 장지 역시 심심하면 들려볼 법한 그런 위치인지라 살아생전처럼 종종 들려보려 합니다.

 

이후 49재는 생전 다니시던 사찰에서 지내기로 하여, 영정과 위패를 모시러 사찰로 향했습니다.

 

흥국선원. 흥국사

생전 다니셨던 절에 왔습니다.

 

부설 어린이집도 운영중이고, 유명한 사찰은 아니지만 사찰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는 느껴집니다. 건강하셨던 시절 신도회장까지 하셔서 큰스님께서도 할머니를 기억하고 계신다고 하십니다. 생전 믿으셨던 종교의 뜻에 따라 절에서 49재를 지내기로 했습니다.

 

아직 삼우제도 남았고, 49재 기간까지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이 절에 종종 들리겠지요. 몸도 마음도 피곤한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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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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