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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전역과 인천광역시 서울특별시 그리고 강원 서부지역과 충남 북부지역을 가청권으로 하는 수도권 지상파 라디오 방송인 경기방송이 결국 방송 사업권을 반납하고 3월 30일 오전 0시에 정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방송사업자가 직접 사업권을 정부에 반납하는 일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군부독재시절 언론통폐합으로 KBS에 강제 병합된 TBC,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 남아있어 폐업은 아니지만 2004년 12월 31일에 TV 방송 재허가를 받지 못하고 TV 송출을 멈춘 iTV 경인방송. 이들 역시 사라진 지상파 방송국 범주에 들어갑니다만 직접 사업권을 반납하고 폐업하는 경기방송과는 다른 케이스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년의 조건부 재허가를 승인했지만, 경기방송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방송 허가권을 반납한 뒤 폐업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후 이사회에서도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통과되었고, 결국 3월 30일 오전 0시부터 송출을 중단하고 부동산 임대업을 제외한 사업의 폐업 수순을 밟기로 했습니다.


경기방송측 주장으로는 방통위의 내정간섭과 매출 감소 노사분규로 폐업을 결정했다고 합니다만, 신년 기자회견 당시 대통령을 비판했던 기자나, 해당 방송사의 본부장이 정부여당을 비판했던 일로 미움을 사 결국 무리한 조건부 재허가를 승인하지 않았느냐는 음모론도 기어나오고 있습니다.


폐업의 이유가 어떻던간에 방통위는 경기방송이 반납하는 사업권의 새 주인을 찾아 줄 예정이라 합니다. 과연 언제 새 사업자가 지상파 라디오 방송을 같은 주파수로 다시 송출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오후부터 경기방송이 송출을 중단하는 시점까지 함께 하기 위해 경기방송을 계속 듣고있습니다.



수도권을 가청권으로 송출하는 방송이지만, 충청도에서도 나름 스테리오로 잘 들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방송에 가지고 있는 추억도 꽤나 많이 있습니다.


경기방송을 항상 켜놓고 듣던 사람은 아녔습니다만, 지난 2012년 천안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칩거하던 시절 경기방송은 새벽녘 방황하는 제게 큰 위로를 주었던 방송이였습니다. 당시 삶의 낙이 유로트럭을 하는 것과 새벽에 경기방송을 듣는 것이였으니 말이죠.


당시 새벽 두시부터 다섯시 시보 전까지 노래만 계속 틀어주던 방송이 송출되었습니다. 매 시간마다 최신가요와 트로트 혹은 댄스가요나 발라드 등의 장르를 다양하게 시간별로 바꿔가며 송출해주었는데, 이 당시 경기방송 라디오로 처음 들었던 노래들을 지금껏 듣고 있기도 하지요.


2012년 10월 즈음부터 방에서 나가지 않고 새벽에 일부 생필품을 사러 나가는 일을 제외하곤 자취방에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알 수 없는 우울증과 소외감에 옆방에 사는 친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친한 친구 하나에게만 그 당시 생활을 알렸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일절 알리지 않았습니다. 대학 동기들에게서 오는 연락도 모두 받지 않았었고요. 그 생활을 하던 제게 있었던 낙 중 하나였습니다.


비교적 근래 개편되어 사라지기 전 같은 포멧을 이어받아 트로트 및 최신가요와 함께 각 해의 히트곡을 선정하여 송출해주던 가요1번지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시기까지 새벽에 차를 탈 일이 있으면 무조건 경기방송과 함께했습니다. 막상 어려웠던 시기 힘이 되어주었던 경기방송이 사라진다 하니 아쉽기만 하네요.


집에 와서도 계속 경기방송을 듣고 있습니다. 경기방송의 정파를 아쉬워하며 울먹이는 청취자들과 디제이. 이별 헤어짐 인사 만남과 같은 주제의 노래 위주로 선곡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방송의 마지막 6시 종합뉴스 클로징 멘트. 

멘트를 했던 아나운서가 다음 방송에 나와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경기방송 정파(폐업) 안내 멘트.


비록 경기방송은 문을 닫지만, 경기방송과 함께했던 추억은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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