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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를 마지막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히 언제 카세트테이프를 녹음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예전에 젠트라를 가져와서 순정 데크를 설치하곤 CD도 참 오랜만에 굽는다고 얘기하곤 했었는데, 그보다 더 오래전에 테이프를 썼으니 10년 이상은 족히 지났을 겁니다. 예전에 윤선생 영어테이프를 듣고 직접 발음한 문장을 녹음하면서 지겹도록 사용했었고, 그 이후로도 고등학생 때까진 집에 카세트테이프를 먹던 차가 있긴 했었던지라 집에 있던 필립스 미니컴포넌트로 최신가요나 좋아하던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아직도 구닥다리 카오디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유선카팩이나 무선카팩 같은 훌륭한 대체재가 존재하긴 하지만, 카팩은 테이프 특유의 그 감성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테이프 자체가 음질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정상적으로 녹음된 테이프 대비 음질도 떨어지고요. 올봄 매각했던 비스토 터보에서 진짜 온갖 유무선 카팩은 다 써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빨간색 갤로퍼에서는 순정 오디오에 직접 녹음한 테이프로 음악을 들어보기로 합니다.

 

자 일단. 공테이프부터 구해야겠죠. 공테이프가 아니더라도 카세트 테이프 상단 구멍을 막으면 녹음이 가능합니다만, 카세트테이프 자체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살까 하다가 옛날 방식대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겨봅니다. 예전처럼 음반집이 동네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카세트테이프가 사장된 지 한참 지난 시점에 지어진 신도시인지라 문구점에도 공 CD는 있어도 녹음용 카세트 테이프는 없더군요. 수소문 끝에 같은 문구 체인점의 홍성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홍성 시내까지 나갔다 왔습니다.

 

악성재고 처리

문구점에 오래 묵어있던 악성재고 공테이프를 모두 가져왔습니다.

 

예전에는 양면 120분짜리 공테이프를 구해서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쪽 면에 30분. 양쪽 60분짜리 테이프더군요. 뭐 어때요 일단 구했으니 성공입니다. 공테이프를 구했으니 이제 녹음만 하면 되겠구나 하고 이사 올 때 가져왔던 필립스 미니컴포넌트에 다시 전원을 연결했습니다만....

 

대충 2014년 컴포넌트 사진 찾아옴

노트북에 외부입력으로 연결하여 사용하기도 했었네요..

다른 기능들은 싹 다 고장입니다. 이런 외부입력 오디오를 출력하는 용도로만 쓸 수 있습니다.

 

나름 기대하며 전원을 넣었습니다만, CD도 못 읽고 USB도 요즘 음원은 제대로 읽지 못하고 버튼은 제멋대로 눌리더군요. 결국 포기하고 중고 컴포넌트를 하나 구매하기로 합니다. 더블데크가 녹음 음질은 더 좋다고 하지만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적당한 컴포넌트로 결정했네요.

 

요즘 최신형 컴포넌트는 블루투스와 USB만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테이프를 인식하는 구형 기기여야 합니다. 그래도 완전 구형은 아닌 USB까지 인식하는 기기여야 하고요. 대충 2000년대 후반 ~ 2010년대 초반에 나온 기기 위주로 매물을 찾아봅니다.

 

중고나라에서 발견

그러던 와중 중고나라에서 깨끗한 물건을 하나 발견해냅니다.

 

가격은 5만 원. 대략 08년 식정도. 매물이 별로 없습니다. 쿨매 수준의 매물들은 당근이고 중고나라고 싹 다 빠르게 매진이고요. 성능은 이퀄라이저 조절이 가능했던 기존의 필립스 컴포넌트가 훨씬 우월합니다만, 일단 최근 올라온 매물 중 가장 적당한 매물이라 생각하여 구매했습니다. 그렇게 택배로 받기로 하고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에서 택배 도착 알림 문자를 받았고. 일요일 밤에 집에 돌아와서 포장을 뜯었는데..

 

당했다.

먼지가 가득하고 USB와 AUX 단자의 커버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드 비슷한 걸로 붙여둔 흔적만 있네요. 당했습니다.

 

판매자한테 문자로 따지니 성능만 괜찮으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합니다. 그러고 혹시 포장하며 떨어졌나 찾아본다고 하더니 연락도 없네요. 직거래하러 서울까지 갈까 고민했더니만 판매자를 신뢰한 제가 잘못이죠.

 

하고 싶은 말은 많습니다만, 욕은 유튜버 도태트럭커가 지겹도록 하니 그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USB 연결

외부입력을 통해 녹음해도 되고, USB나 CD에 저장된 음원을 녹음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래서 곡 순서대로 시간분배를 잘해서 약 60분 분량의 음원파일을 USB에 넣고 컴포넌트에 연결했습니다. 요즘 음원파일들이 앨범아트나 태그가 많아 용량이 큰 편이라 필립스 컴포넌트는 일부 파일을 읽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삼성 컴포넌트는 문제없이 잘 읽습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준비완료.

모든 준비를 마쳤고, 컴포넌트에 공테이프를 넣은 뒤 녹음 버튼을 눌러줍니다.

 

USB 파일을 읽는 시점에 녹음 버튼을 눌러주고 기다리니 음악이 흘러나오는 시점에 검은 필름이 지나가네요. 성공적으로 녹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좀 시끄럽다 싶어 이어폰을 꽂아놓고 테이프가 녹음되기를 기다렸습니다.

 

fripside

fripside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녹음했습니다.

뭐 이런저런 노래를 다 녹음하긴 했지만, 한쪽 면에는 fripside 노래만 녹음하긴 했습니다.

 

녹음이 끝난 뒤 컴포넌트에서 재생하여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빨간 갤로퍼에 가서 들어보기로 합니다.

 

동영상

이미 손실된 음원을 다시 녹음하여 세밀한 소리까지 완벽하게 살려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네요. 차량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테이프를 녹음하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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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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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차를 주워왔습니다. 역시 막 타긴 아까운 차량이고 만 30년이 넘었습니다. 

이미 2020년에 한 번 다뤘던 차량인데 제게 오는군요.

 

 

1993 현대정공 갤로퍼 숏바디 터보엑시드 구매대행+등록

결과적으로 내 차는 아닌데 내 차를 사서 등록하고 온 기분이네요. 지난 2018년 가을 울산까지 가서 8만km를 주행한 민트급 갤로퍼를 구입해서 소장하는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새차도 있고 소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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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가 가서 끌고 오고 이전도 해줬던 차량인데 결혼자금을 위해 이후에도 큰돈 들여놓은 차량을 매각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배우자와 미래의 자녀를 위해 아쉽게 매각하는 차량이 결혼과 처자식은 꿈도 꾸기 어려운 비행기 타고 메이드카페에 가는데 재미 들린 그런 도태남에게 왔습니다. 도태남이라 이 차를 맞이 할 수 있었다고 봐야 맞겠죠.

 

 

100년 보존 될것같은 당진 겔로퍼 수리

29년 된 무사고 갤로퍼 칠 한곳 없고 부식땜에 첫 수리 입니다 칠하기 너무 아까운차. 최대한 원 도장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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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처음 봤던 당시 부식이 좀 있었지만, 대구에 내려가서 모든 수리를 마치고 왔던 차량입니다. 매각 직전에 에어컨까지 수리해 놓았고 몇몇 부품들은 트렁크에 넣어준다고 하네요.

 

완전 개썩다리 매물도 300만 원에 거래되며 DOC 하나 달려있다는 이유만으로 500만 원 이상 받아먹고 리스토어라 쓰고 합판쪼가리 붙여놓은 인스타 갬성용 빈티지 튜닝카를 만들어둔 차량들은 투자비 뺀다고 1000 이상의 어마어마한 시세를 자랑하는 마당에 꽤 큰 투자비가 들어간 차량이지만 제 3자에게 매각하지 않는 조건으로 들으면 꽤 놀랄 가격에 가져왔습니다.

 

1993 HYUNDAI GALLOPER S TURBO EXCEED M/T

일단 보험을 가입하고 차량이 세워진 모처에서 차량 먼저 가져가기로 합니다.

 

키는 총 네 개. 차량은 완전 생 순정입니다. 2020년 9월에 가져왔던 상태와 비교한다면 당시에도 일부 부식을 제외하곤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깔끔해진 느낌입니다. 그간 년간 주행거리가 500km 수준으로 그냥 움직이는 것 자체가 아까울 수준의 상태입니다. 

 

시동

시동을 걸어줍니다.

 

93년 1월에 최초등록된 차량인데 주행거리 14만 km를 갓 넘겼습니다. 한 해에 평균적으로 4,600km 정도 탔다는 이야기네요. 제가 한 달에 타는 주행거리를 1년간 탔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30년 넘는 차령을 자랑함에도 이보다 적게 탄 차들도 있습니다. 그런 차량들에 비하면 많이 탔다고들 얘기하는데 연식을 감안하면 평균보다 한참 적게 탄 차량은 맞습니다.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미묘한 차이를 제외하면 1세대 파제로 후기형 차량과 거의 동일합니다. 2020년 이 차를 처음 봤던 당시 약간 다른 뉴포터용 혼커버가 끼워져 있었습니다만 혼커버도 순정으로 바꿔놓았고 오디오도 연식에 맞는 순정 오디오로 바꿔놓았습니다.

 

지하주차장 명당자리에 주차

그렇게 집으로 가져와서 지하주차장 명당자리에 주차했습니다.

 

이렇게 독립된 공간으로 이루어져 다른 차량들과 접촉이 거의 없는 자리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 주변의 그런 주차구역은 모두 차가 있었고 비어있던 다른 동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둡니다. 그냥 구경하고 지나가는 주민은 있을지 몰라도 옆 차량이 문을 열며 문콕이 생긴다거나 그런 식의 접촉은 없을 겁니다.

 

주차 후 사진

주차 후 사진을 남겨봅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경이롭습니다.

 

당시 국산차가 다 그랬듯이 80년대 일본차를 그대로 가져다 라이센스 생산했던 차량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알고 있어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추구하는 방향과 배치되는 사안인지라 좋아하는 차량임에도 그런 사실을 애써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현대차 헤리티지에 있어 꽤나 중요한 차량으로 인식되는 듯합니다.

 

시동도 끔

정말 아까워서 못 타겠습니다..

 

일단 세워두고 서류상의 차량 이전절차를 진행하러 갑니다.

 

취등록세

93년 1월에 최초등록된 30년 넘은 이 차량의 과세표준액은 745,000원.

 

갤로퍼 II라고 나옵니다만, 차량 형식은 구형이 맞습니다. 특이하네요. 취득세는 52,150원. 공채는 25,000원. 거기에 수입인지도 구매해야 합니다. 공채를 즉시 매도하니 이천 원 수준의 수수료만 붙네요. 다 해서 약 5만 7천원 정도 쓰고 왔습니다. 2020년 이전 당시 대비 과세표준액이 줄어서 그런지 취득세도 약간 줄었습니다.

 

이전 완료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초기형 차량에 한해 차명이 '갤로퍼' 대신 '겔로퍼'로 등록되어 있는데, 이 차량 역시 '겔로퍼'입니다. 그간 수많은 똥차 썩차를 가져봤지만 이런 2,500cc급 고배기량 차량은 처음 소유해 봅니다.

 

DOC 장착

그리고 등록증 한편에는 구조변경사항으로 저감장치가 부착되었음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3종저감장치. DOC가 부착된 차량이라 5등급 노후경유차를 적폐로 규정하여 청산하는 적폐청산의 칼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서울 사대문 안을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계절관리제가 시행 중인 기간에도 높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에서 미세먼지가 엄청 몰려와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기간에도 ㅗ를 날리며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물론 DOC는 저감효과가 미미하여 2000년대 후반에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었던 저감장치인지라 장착해 줬던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아직까지 장착된 상태로 돌아다니는 개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DPF가 개발되지 않았지만, 갬성이니 리스토어니 어쩌고 하며 차값이 크게 뛰어버린 갤로퍼에 DOC가 부착되었을 경우 시세가 천정부지로 뛰어버립니다.

 

영어와 독일어 설명서

다시 돌아와서 차량을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독일어와 영어 설명서가 있네요.

 

이 차량을 최초로 출고하셨던 차주분이 처음엔 사업자인지 법인인지 알 수 없는 명의로 두었다가 99년에 같은 주소지에 개인 명의로 이전을 했다는 이력을 이전에도 언급했었는데, 일반적인 루트로 출고되었던 차량이 아니라 특판팀에서 출고했던 차량이라고 합니다. 출생 및 등록부터 일반적인 차량과 달랐던 이 차량에 한국어 설명서와 함께 왜 영어 독일어 설명서가 비치되어 있는지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주행

흔히들 말하는 갬성이 살아납니다.

 

그냥 순정상태로만 타더라도 80년대 쇼와시대 일본차를 타고 달리는 느낌입니다. 아니 한국에서 생산했지만 쇼와시대 일본차가 맞긴 하죠. JDM이니 뭐니 얘기 많이 하는데 버블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 일본인 아저씨가 파제로를 타던 심정은 어땠을까 상상하며 살살 달려봅니다.

 

센터페시아

센터페시아의 배치도 좌우만 대칭되어 있을 뿐 파제로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뉴갤로퍼나 갤로퍼 2로 이어지며 파제로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만, 구형 갤로퍼는 파제로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기어봉도 부츠도 파제로와 같으니 말이죠.

 

1993 HYUNDAI GALLOPER S TURBO EXCEED M/T

화창한 날에 바깥에서 사진을 촬영한다고 잠시 끌고 나왔습니다.

 

밖에서 보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전국번호판이지만 녹색 번호판이라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네요.

 

태양 아래에서

역광을 받아도 피사체가 준수하니 멋있는 사진이 나옵니다.

 

오프로드 타는 척

비포장 도로를 달려온 척하며 후진으로 넣었습니다.

 

실제론 포장된 곳에서 후진으로 조금 넣어놓았을 뿐인데 마치 비포장 도로를 타고 달려온 느낌이지요.

 

완벽한 측면

부식 수리를 진행한 자리를 제외하면 순정 제칠에 사이드 데칼도 순정 제치입니다.

 

일본에서도 적색 파제로는 귀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갤로퍼 역시 마찬가지고요. 흔히 말하는 연탄휠도 깔끔하고 데칼도 현재는 구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이 우수한 상태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아 초 카와이한 일녀 태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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