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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폐차장행 오더를 탔습니다. 


딱히 타고싶어서 잡은건 아니지만, 제가 대전 목적지에 도착하기 약 10분 전만 하더라도 넘쳐나던 오더가 싹 사라졌다가 근처에서 뭐가 뜨길래 일단 잡고 보니 폐차장행 오더였습니다. 빼기 뭐하니 그냥 가기로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적요란에 적힌 차종이 '엘란트라'더군요. 단종된지 약 20년. 후속모델인 구아방도 슬슬 보기 힘들어지는 마당에 설마 엘란트라를 타고 가는건가 했더니 진짜 엘란트라네요.


그렇게 약 25년을 달리고 또 달려왔던 엘란트라의 마지막 가는 길을 데려다 주었습니다.



조금 미리 도착해서 차량 상태를 살펴보았습니다.


지역번호판(대전30) 그리고 당대 현대차들에 두루두루 쓰이던 비둘기색(카타리나 블루)입니다. 엑셀과 엘란트라 그리고 쏘나타와 갤로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컬러입니다. 전반적인 관리상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앞범퍼가 깨져있네요. 깨진 모양이 절묘합니다.


범퍼레일은 멀쩡하구요. 안개등도 멀쩡합니다. 딱 범퍼만 특이하게(?) 깨져있는 상태입니다.



그 외에도 오랜 세월동안 햇볕을 보며 칠이 벗겨지고 빛이 바랜 부분도 있었습니다.


뭐 올드카에 세월의 흔적이 없을 순 없으니 이정도면 그래도 꽤나 주인에게 사랑받고 지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엘란트라는 자신이 곧 폐차장으로 갈 운명이란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휠도 분진으로 뒤덮이거나 쩔어붙지 않고 나름 깨끗합니다.


그렇게 근처 모처에서 대기하다가 차주분을 만나 열쇠를 받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정기검사를 받으러 가다가 범퍼를 깨어먹고,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보낸다 하더군요.


2년 전 검사 당시에는 싹 정비를 마친 뒤 재검사에서 자랑스럽게 통과를 했다 합니다만, 이번에는 범퍼가 깨진것도 있고 여러모로 보내는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에 차량을 떠나보낸다 하십니다. 햇수로는 25년 만으로는 24년동안 함께 해왔던 엘란트라는 일산의 한 폐차장을 향해 떠나갈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적산 주행거리는 216,226km.


꽤 많이 탄 느낌입니다만, 차령이 만 24세임을 감안하면 1년에 채 1만km도 타지 않은 민트급 차량입니다. 간간히 20만km도 넘기지 못하고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져가는 올드카들을 보곤 합니다만, 그래도 이 엘란트라는 나름 달릴만큼 달린 차량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핸들은 닳고 또 닳았습니다.


오디오는 사제. 그 외의 모든 구성품들은 25년 전 출고 당시 그대로입니다. 곧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질 차량이지만 살아있는 근대 유물입니다. 앞으로 5년만 더 가지고 있는다면 제대로 올드카 대접 받을텐데요.



내심 수동이 아닐까 싶었지만, 자동변속기 차량입니다.


4단 자동변속기는 생각보단 타고다니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압력조절기능이 없는 구형 연료캡. 티코에도 비슷한 형태의 물건이 적용됩니다.


HMC(Hyundai Motor Company) 로고가 선명히 박혀있습니다.



나름 2만원정도 넣어주니 생각보단 많이 올라오네요.


최후의 만찬을 만끽하고 있는 엘란트라입니다. 휘발유값이 600원 700원대 하던 시절부터 약 두배 이상 뛴 오늘날까지 달리고 또 달린 그 차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비록 차주가 주는 최후의 만찬은 아니지만 부디 잘 먹고 무탈하게 올라가길 빌고 또 빌었습니다.



처참한 몰골.. 


그래도 안개등은 잘 붙어있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수동식 사이드미러.


뭐 접는건 수동으로 접는 차들이 종종 있긴 합니다만, 거울을 조절하는것 역시 양쪽 다 수동입니다.



엘란트라의 마지막 주행. 만 24년간 수도없이 다녔을 경부고속도로 역시 마지막입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고속도로도 선형이 많이 변했고, 주변을 지나다니는 차들도 많이 변했습니다. 이 엘란트라보다 더 오래된 차는 승용차건 화물차건간에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올드카 한대가 도로 위에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눌려버린 자동차들과 곧 눌릴 자동차의 만남.


이미 눌린 차들도 이 엘란트라보단 더 짧은 차생을 마친 뒤 폐기되는 차량들이였습니다. 그래도 저 차들보단 오래 살았으니 미련은 없을겁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엘란트라의 연고와는 관련이 없는 폐차장으로 도착했습니다. 



총 주행거리 216,419km


216,419km를 마지막으로 자동차로써의 생명을 다 했습니다.



바로 번호판이 탈거됩니다.


그리고 차량의 해체 처리가 빠른 이 폐차장의 특성상 바로 지게차에 들려 해체작업장으로 들어갔겠지요. 혹여나 정기검사를 위해 달려가다가 범퍼가 깨지지 않았더라면.. 검사를 거뜬히 합격했더라면 사라지지 않았을 차량이니만큼 아쉽기만 합니다. 


만 24년을 달리고 또 달려왔던 엘란트라는 결국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지만, 차주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달리고 있을겁니다. 93년 11월식 뉴-엘란트라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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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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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역번호판이 달린 구형 아반떼를 폐차장에 보내면서 어짜피 폐기 될 운명이였던 준수한 상태의 취급설명서를 빼 놓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문득 잊고 지내다가 오늘 시간내어 사진을 촬영해서 기록해 봅니다.


1995년 엘란트라의 후속 모델로 출시된 이후 2000년 2세대 모델인 XD의 출시 전까지 약 5년동안 팔린 모델입니다만, 엑센트에 이은 현대자동차의 두번째 국산화 모델이자 곡선 형태의 둥글둥글한 디자인 그리고 생각 외로 괜찮은 내구성과 나름 활발한 튜닝 관련 연구로 인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로 하여금 회자되고 있는 모델입니다.


불과 수년 사이에 도로 위 차고 넘치던 수준에서 조금 보기 힘들어진 수준까지 개체수가 줄었습니다만, 아직까진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차종이지요. 제가 손에 넣은 취급설명서는 96년 5월에 등록된 96년형 차량의 취급설명서입니다.



청색의 군더더기 없는 배경.

그 위에 금색 엠보싱 처리가 된 아반떼 영문명과 취급설명서/보증서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차량들 보증서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보증기간 그리고 주행거리의 차이를 제외한다면 요즘 보증서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준중형 승용차 최초로 운전석 및 조수석에 에어백이 적용된게 아반떼입니다.


뭐 나름 고급 옵션이긴 했습니다만, 설명서에는 자랑스럽게 그려져 있습니다.



1세대 아반떼는 '투어링'이라는 이름의 스테이션 왜건 모델까지 출시되었죠.


세단 그리고 왜건모델의 외형상의 몇가지 차이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주요 기능상의 차이는 없습니다.



이것만은 지켜 주십시오. 항목입니다.


요즘 차량들이야 어린이는 꼭 카시트에 태우라고 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겠지만, 이 당시 취급설명서에는 앞좌석에 어린이를 태운 뒤 장비를 함부로 만지면 사고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네요. 그 외에도 뻔한 이야기들과 함께 차 안에 아이 혼자 남은 경우 위험하다는 부분은 지금도 강조하는 부분이구요. 20년 전과 지금 이 시점에서 보는 관점이 약간은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차량 개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으니 신중히 생각하시길!


뭐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칼라유리 이야기가 나오네요. 요즘은 틴팅(썬팅)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색상을 낼 수 있어 대놓고 유리를 바꾸는 일이 없었습니다만은,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유리 안에 필름을 넣어둔 칼라유리로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더군요.


시트커버 역시 요즘은 대부분 가죽시트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나오니 크게 해당이 없는 부분이구요. 몰딩이나 범퍼가드 역시 지금은 실리콘 혹은 접착제로 접착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몰상식하게 피스로 구멍을 뚫는 일은 거의 없을겁니다.


그 외 타이어나 전기장치 그리고 소음기 탈거와 관련된 이야기는 지금도 해당되는 부분이겠죠.



'키'라는 표현 대신 '키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아반떼에는 옵션으로도 무선 도어락이 없었나 봅니다. 도어락 리모콘에 관련된 설명은 없고, 단순 '키이'와 관련된 설명만 나타나 있네요. 키를 분실했을 경우 꼭 키세트 전체를 교환하라는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길들이기, 경제운전, 겨울철 운행과 관련된 부분도 보입니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는 길들이기가 필요 없다고 주장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요즘 차량의 취급설명서에도 일정 키로수 동안은 길들이기가 필요하단 문구가 꼭 들어가 있습니다. 길들이기가 잘 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간의 차이는 확연하고요. 저 역시 신차를 탁송하게 된다면 최대한 차분히 다니려 노력합니다.


뭐 여튼 구구절절 지금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맞는 소리들만 적혀 있습니다.



세단 기준의 설명도 있지만, 왜건 기준의 전구 규격표를 확인합니다.


다른 실외 등화류는 법적인 문제도 있기에 대놓고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실내등(맵등)의 경우 요즘엔 순정보단 LED 전구를 많이 활용하지요. 구아방을 지금껏 소유하고 계신 분들 중에도 많이들 활용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설명서의 약 30%는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 및 대리점의 위치 그리고 긴급출동 서비스의 홍보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인공위성으로 차량을 감지하여 고객이 있는 위치를 찾아낸다는 알라딘써비스.


지금도 블루핸즈의 긴급출동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긴급출동봉사반'이라는 명칭 대신 '알라딘써비스'라는 명칭을 붙이고, 엑센트의 데칼과 출동직원의 유니폼까지 변경되었다고 아주 자랑스럽게 사진까지 넣어두었네요.



정비도 배우고! 차도 고치고! 자가정비코너 - D.I.Y 코너


참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서울 송파와 강서 그리고 광주광역시에서 자가정비코너를 운영하고 있었네요. 물론 예약제로 운영되는 서비스입니다. 


고객 스스로 자신의 차를 점검하고 정비할 수 있도록 장비와 공구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정비사가 직접 자가정비법을 지도해 주는 서비스인데 처음 알았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환상적인 서비스가 있다면 무료한 주말에 충분히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는데 말이죠. 당시 새차였던 구아방과 여성 차주. 그리고 정비사의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그 외에는 죄다 지점 설명이라 넘어가기로 합니다. 여러모로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는게 흥미로웠던 취급설명서 탐구기였습니다. 종종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을 만날 때 상태 좋은 취급설명서를 주워와서 읽어보던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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