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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서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목격한 91년식 초기형 콩코드입니다.


신군부의 자동차공업 합리화조치가 해제된 이후 1987년. 기아자동차 역시 다양한 승용차를 출시합니다. 프라이드도 이 시기에 출시되었고요. 오늘의 주인공인 콩코드 역시 같은 시기에 출시되었습니다. 


당시 막 단종되었던 마쯔다(MAZDA) 카펠라의 3세대 모델인 GC형을 그대로 도입하여 라이센스 생산하였는데, 당대 함께 경쟁하던 중형차인 대우자동차의 로얄과 현대의 소나타가 고급스러움과 크고 넓은 공간으로 승부를 보던 시기에 준중형차 수준의 짧은 전장과 휠베이스로 크고 넓은 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의 특성상 열세를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콩코드보다 조금 작은 캐피탈의 등장으로 같은 차체로 중형차와 준중형차를 판매하게 됩니다.


엔진 역시 마쯔다에서 사용하던 1.8 SOHC, 2.0 SOHC F엔진이 초기형에 적용되었고, 이후 2.0 DOHC와 택시형 모델을 위한 1.8 LPG와 2.0 디젤인진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번에 본 차량은 초기형 1.8 SOHC 모델입니다.



그렇습니다. 뉴 콩코드도 아니고 초기형 콩코드의 모습입니다.

최초등록은 90년 4월. 만 30년이 넘은 진귀한 올드카입니다.


하얀색 전국번호판이 상대적으로 깔끔한 상태인지라 아마 비교적 근래에 복원을 위해 누군가가 이 콩코드를 구입하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흰색 전국번호판이 깔끔하다는 얘기는 오래된 지역번호판을 철거했다는 얘기겠지요.



다만, 콩코드 옆으로 엔진오일로 보이는 기름이 누유되고 있었습니다.


떨어지는 수준이 아닌 흘러내리는 수준이네요. 자력으로 운행을 하다간 폐차장에 갈 처지이니 아마 추후 견인차의 힘을 빌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오일이 흘러내리는데 관리사무소에서도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는게 신기하게도 느껴지네요.



전반적인 상태는 좋지 못합니다.


여기저기 기스와 스월마크 칠이 벗겨진 부분들과 덧칠의 흔적들. 간간히 부식도 보이네요. 최대한 출고칠을 살리면 좋겠다만 이렇게 가망이 없는 경우에는 부식을 잡고 새로 칠을 하여 깔끔한 차량을 만드는것이 최선책입니다. 여러모로 이 콩코드를 가져온 차주분 역시 큰 돈 들여 복원작업을 할 생각을 가지고 차를 구입하셨겠지요.



주유구 주변으로 보이는 무수히 많은 기스. 주유구 역시 단차가 맞지 않습니다.


주유구가 고장이 나 직접 수동으로 열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혼자 푹 들어가 있는 모습이네요.



뒤로 넘어와 봅니다. 콩코드 레터링과 옛 기아자동차 굴뚝로고.

그리고 마치 스모키 필름을 씌운 느낌의 후미등의 모습도 보입니다.


물론 실제로 양카들처럼 스모키필름을 덮어씌우지는 않았습니다만, 본래 신차 시절에도 콩코드의 후미등은 조금 어두운 느낌이였습니다. 거기에 세월이 흐르며 점점 더 검게 그을려 마치 스모키 필름을 씌운 느낌의 후미등으로 변하게 되는것이죠. 혼자만 상대적으로 색상이 보이는 우측 후미등은 아마 중간에 교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차보다 더 귀한 휴지곽을 만났습니다.


LG정유가 계열분리로 GS그룹으로 넘어간게 2004년. 그 이전에 LG정유 보너스 카드 광고가 대략 제가 일곱살때 TV에서 흘러나왔고, 신중현이 부른 미인이야라는 곡의 가사를 개사한 그 노래를 유치원 버스에서 다같이 흥얼거렸던게 기억납니다. 대략 98년 99년 광고 모음을 보니 그 시기에 LG정유 보너스카드 광고가 방송을 탔던 흔적이 보이네요.



위 영상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개그맨 김진수가 출연하였고, 한석규 강부자 전원주 버젼이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아마 그 즈음에 주유 후 증정용으로 제작된 휴지곽으로 보이네요. 휘발유 브랜드를 테크론에서 시그마6로 변경한 뒤 광고 역시 시그마6로, 휴지곽 역시 시그마6 로고로 바뀐걸로 기억합니다. 못해도 20년 이상 된 휴지곽이라 보면 되겠죠. 제가 어릴때 봤던 휴지곽이니 말입니다.


차는 그래도 몇대 남아있겠지만, 저 휴지곽은 아마 유일하게 콩코드 안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모로 여기저기 바래고 긁히고 덧칠을 하게 된 흔적들이 보입니다.


뒷범퍼의 크롬라인은 이미 락카칠로 더럽혀진 상태. 아마 신품 범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지라 복원을 한다 해도 이 범퍼와 크롬몰딩을 어떻게든 살려내야만 합니다. 당시 콩코드의 고급형 모델에는 알루미늄휠과 전자식 계기판이 적용되었지만, 1.8 SOHC 엔트리 모델인 이 콩코드는 스틸휠과 휠커버가 적용되었습니다.



크롬과 락카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락카 덧칠이 크롬에 드문드문 묻은것을 볼 수 있네요.


락카신나로 닦으면 닦이려나요? 비슷한 굵기의 크롬 몰딩을 사다 붙이는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차량의 본질을 흐리지 않고 복원하기 위해서는 꽤나 고된 작업이 예상됩니다.



넥센타이어 CP661. 지금은 경차 깡통모델에나 적용되는 14인치 휠과 타이어입니다.


생각보다 촘촘하게 구성되어있는 휠커버. 물론 황변현상이 오긴 했지만, 충분히 칠만 잘 해준다면 깔끔했던 상태 그대를 어느정도 재현하는데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유독 기아차 휠커버가 저렇게 황변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릴적 패밀리카였던 세피아의 휠커버 역시 저랬으니 말이죠.



나름 깡통모델로 보여도 당대 최신기술인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오토매틱(AUTOMATIC) 차량입니다.


지금은 9단 10단 자동변속기도 선보이고, 높은 연료 효율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무단변속기와 빠른 변속을 위한 수동변속기 기반의 자동변속기인 DCT도 등장했습니다. 애초에 자율주행 기술도 자동변속기에 기반을 둔 기술이고 막상 수동변속기 차를 사고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입니다만, 대다수의 자동차가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던 이 시절만 하더라도 일일히 클러치를 밟고 변속을 해 줘야 하는 수동변속기와 달리 악셀만 밟고 있으면 알아서 변속이 되는 오토매틱은 엄청난 자랑거리였습니다.



짧고 뭉툭하고 각진 사이드미러.


물론 원본 모델인 카펠라 GC형은 앞 휀다에 미러가 달려있었습니다. 이미 마쯔다는 신형 차량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한물 간 카펠라를 라이센스 생산하던 기아차가 사이드미러의 자리를 옮긴것이라 봐야 맞겠습니다. 80년대 자동차의 사이드미러는 모두 이런 각진 형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90년대 초반에 출시되는 차량들부터 더욱 커지고 다양해진 사이드미러가 등장했지요.



실내 상태는 매우 준수했습니다.


특유의 노티나는 직물시트. 도어트림도 큰 훼손 없이 유지중이였고요. 특유의 3스포크 핸들과 뼈다귀만 앙상하게 보이는 자동변속기의 모습도 보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조등과 앞범퍼의 상태는 상대적으로 준수합니다.


앞범퍼 역시 코너에 긁힌 부분이 있지만 덧칠을 했던 흔적도 없고 크롬라인까지 살아있습니다.



공장기아 엠블렘과 세로로 나열된 라인까지 크롬이 살아있습니다.


크롬광택제로만 한번 잘 닦아준다면 별 문제 없어보이는 상태네요.



우측 방향지시등도 깨져있습니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리스토어 작업을 위해 잠시 쉬고 있는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전반적인 상태는 그리 좋은 수준이 아니지만,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지나온 30년의 세월만큼 오래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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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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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금산에서 대전으로 나가는 국도변에 방치된 아시아자동차의 미니버스 콤비입니다. 


종종 지나다니는 도로인지라 자주 보았습니다만, 막상 차를 세우고 가까이 다가가 본 것은 처음이였습니다. 콤비가 세워진 곳은 도로 옆 밭인데 이 주변의 로드뷰를 확인하니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기아자동차의 상용차 생산 전문 자회사였던 아시아자동차의 콤비는 1983년 10월 마쯔다(MAZDA)의 준중형 트럭인 2세대 타이탄. 즉 기아 트레이드를 기반으로 한 미니버스인 2세대 파크웨이(PARKWAY)를 기반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초기 코드명은 AM805. 이후 부분변경을 거치며 AM815와 AM825로 코드명도 변화하였고, 기아자동차 합병 이후로는 큰 의미는 없지만 KM825라는 코드명으로 불리며 2002년 10월까지 생산되었습니다. 단종 20년이 가까워지는 오늘날에도 기아자동차는 더이상 미니버스를 만들지 않습니다만, 콤비는 25인승 미니버스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물론 초기형부터 카운티와 같은 엔진이 적용된 극소수 최후기형을 제외하고는 복사(BOXER)트럭의 ZB엔진이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영업용으로 사용되던 콤비는 2013년 즈음만 하더라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내구년한의 만료 및 수출과 폐차로 2020년 현재는 쉽게 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함께 보시면 좋은 올해 2월의 1991년식 기아 트레이드의 목격담입니다. 다음 메인에도 걸렸던 포스팅입니다.

이 트럭 차체에 탑을 올리고 좌석을 붙이고 상급 모델의 엔진을 달아놓은것이 바로 이 미니버스 콤비입니다.




도로변. 쓸쓸히 버려진 콤비입니다. 다만 번호판이 대여용인 '허' 입니다.

가끔 현수막이 걸리기도 하지만, 왜 이 밭에 세워지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충남70 허 4천번대 번호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15인승 이하 승합차까지만 렌터카로 사용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런 미니버스도 정원을 15인 이하로 맞춰 대여사업용으로 나가고 있지요. 딱히 좌석 수를 세어보지 않더라도 이 차량의 정원은 15인승입니다. 거기에 전국번호판이 2004년부터 발급되기 시작했어도 현행과 같은 흰색 바탕의 규격으로 바뀌기 이전인 2006년 10월까지 대여사업용 자동차. 즉 렌터카에는 '허'라는 식별기호와 함께 지역번호판이 부착되었습니다. 


렌터카의 내구연한이 10년이니 지역번호판이 부착된 렌터카는 정상적으로 대폐차가 되었다면 사실상 내구연한이 만료되어 현재는 볼 수 없겠죠. 물론 가끔 보인다 하더라도 직권말소된 무등록 대포차이니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면 경찰에 신고 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콤비 역시 정상적으로 대차 혹은 폐차가 되었다면 이 자리에 서 있을 이유도 없고, 번호판도 회수되었겠지요. 가끔 차령을 초과한 렌터카의 원부가 정리되지 않아 차량 정보가 조회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번호판이 반납되지 않는 경우 관할 지자체에서 직권으로 말소시켜버립니다. 당연하게도 이 차량이 등록된 지자체에서 직권으로 말소되었기에 조회되지 않습니다.



가까이 다가갑니다. 익숙한 지역번호 0457과 익숙한 363국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어릴적 학원차를 타고 지나가며 같은 자리에 세워진 모습을 보았던 차량이네요.


지금은 같은 도내에서 시외전화를 걸 때 지역번호를 누를 필요가 없지만, 2000년 7월 1일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중소도시간의 시외전화에도 네자리의 지역번호를 눌러야만 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저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 아무래도 기억하고 계신 분들은 다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되네요.


그 당시 당진군의 지역번호가 0457이였습니다. 그리고 합덕읍과 우강면 신평면 지역에서 362 및 363 국번을 사용하였는데, 신평면은 35x대 국번을 함께 사용했었고 사실상 36x대 국번은 합덕읍과 우강면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363 국번의 전화번호가 걸린 간판을 기지시에서도 봤던지라 큰 의미가 없어진듯 보입니다만, 여튼 이 콤비에 적혀있던 전화번호는 현재도 합덕의 한 렌터카 사무실에서 사용중입니다.


뒷유리에 붙은 렌트카 상호와 전화번호를 보니 얼추 기억이 납니다. 어릴적 유치원 통학버스와 학원차를 타고 지나가던 자리에 렌터카 차고지 비슷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한참동안 주차가 되어있던 차량이였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이 차량이 한참 서있던 모습을 보았습니다만, 어느순간 사라졌고 그 이후로 대략 20년만에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보게 된 상황입니다.



콤비 앞으로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상황만 보더라도 방치된지 꽤 오래된 느낌의 콤비입니다. 로드뷰를 찾아보니 대략 2010년 2월의 로드뷰부터 이 콤비가 세워진 모습이 보이더군요. 대략 이 자리에 세워진 세월만으로도 10년이 넘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합덕출신인 이 콤비가 내구연한이 한참 지난 뒤 이 자리에 와서 지금껏 세워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자리인지라 상대적으로 온전히 보존되고 있었습니다. 가끔 콤이 측면에 현수막을 걸어놓는 경우가 있었는데, 수년째 같은 업소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바뀌어가며 붙어있던지라 그 현수막을 붙이는 분만이 이 콤비가 왜 이 자리에 세워지게 되었는지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방치만 대략 10년 넘게 되었지만, 나름 준수한 상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크게 부식이 되거나 칠이 벗겨지지 않고 깔끔한 상태로 방치중이였으니 말이죠. 정확한 년식을 알 수 없으니 대략적인 년식을 추정해보기로 합니다. 일단 나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원형 라이트는 아녔고, 하이-콤비(Hi-Combi)라 불리는 중기형 차량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기본도색입니다. 대략 AM825로 코드명이 바뀐 이후 출시된 모델인데 아시아자동차의 로고가 굴뚝모양이 아닌 타원 안에 알파벳이 적힌 로고더군요.


후기형 모델인 파워콤비가 95년 11월에 출시되었으니, 대략 94-95년에 출고된 모델로 추정됩니다.



휠캡 역시 세월의 흔적이 보입니다만, 아시아자동차의 로고는 선명합니다.


물론 이 휠캡의 디자인은 단종 직전 모델까지 적용되었습니다. 대략 10년의 세월을 한 자리에서 이동 없이 버텨왔기에 타이어가 땅에 깊숙하게 박혀있네요. 여러모로 어릴적 깔끔한 모습으로 렌터카 차고지에 세워져 있었던 모습을 보았던게 어끄제 같은데 이렇게 비참한 말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창문 너머 실내 상태를 확인합니다.


커텐도 그대로 달려있고 사실상 현역으로 굴러가던 시기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트의 상태는 찢어지거나 갈라진 곳 없이 상대적으로 온전했습니다만 뚫린 유리창을 통해 이물질이 바람을 타고 들어와 차량 실내는 더럽혀진 상태였습니다. 그 시절 아시아자동차 차량들의 시트는 나름 참신한 패턴이 가미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 콤비의 시트 역시 알록달록하고 참신한 패턴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스윙도어의 유리창이 깨져 차량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량 안에는 타이어도 박혀있네요. 농업용 창고로 사용되고 있으리라 추정했지만, 사실상 농자재와 농기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경작지 한복판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핸들과 계기판은 기아 트레이드와 거의 동일합니다.


도어트림도 깔끔하고 대시보드와 계기판 역시 먼지만 잘 닦아준다면 그리 훼손되거나 더럽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아자동차의 점보타이탄 및 트레이드와 핸들을 공유하였고, 이 콤비의 핸들에는 에폭시 스티커로 아시아자동차의 엠블렘이 박혀있었습니다. 물론 제 발로 굴러서 들어왔겠지만, 빠져 나갈 날은 도무지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는 탈거되어 있었습니다.


깨져버린 유리의 파편들과 여러 이물질들. 동물의 사체로 보이지는 물체는 낡은 목장갑입니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 멀리까지 굴러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적 보던 차량이 낮선 타지에서 초라한 말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 버스가 세워져 있던 모습을 보았던 자리는 현재 한 어린이집의 정원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10년 전 로드뷰에도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유일하게 찾아낸 흔적은 2008년의 위성사진이네요. 대략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그저 평범한 공터였고 그 옆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샛길이 나 있었습니다. 어릴적 초등학교 통학로이기도 했던 길인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린이집 건물이 생겨 샛길도 사라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길. 세워진 낡은 콤비를 보고 차를 세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만, 어릴적 본 기억이 남아있는 차량이였습니다. 뒷유리에 붙은 스티커가 없었더라면 알아보지 못했을 확률이 매우 높았겠지만, 유리창 뒤에 붙어있던 스티커로 구석에 박혀있던 어릴적 기억을 꺼내왔습니다.


타지에서 버려진 버스를 보고 탐구를 위해 가까이 다가갔는데 어릴적 동네에서 학원차와 유치원 통학차량을 타고 지나가며 혹은 걸어서 초등학교에 등교하던 길에 익히 보아 눈에 익었던 버스라면 여러분은 과연 어떤 느낌이시겠습니까. 


비록 세월은 흘러 잉여인간으로 자란 성인과 10년 이상을 그 자리에 방치된 버스로 다시 조우했지만, 언젠가 둘 다 빛을 볼 날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과연 콤비의 기약없는 방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진 모르겠지만, 더는 처참한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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