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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라. 폐차장으로 가는 오더에 누비라가 찍혀있길래 가 보니 진짜 누비라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지금의 라세티가 죄다 중동으로 수출길에 오르듯 웬만해서는 다 수출길에 오르던 차량입니다만, 현재는 대부분 폐차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여튼 97년 출시되어 2002년 단종된 차량이라 올드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사실상 수출과 폐차로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차가 되어버렸기에 올드카 목격담 카테고리에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순 우리말 이름의 자동차로도 교과서에 간혹 언급되는 대우자동차의 누비라는 'J100'이라는 코드네임으로 개발되어 1997년 대우자동차의 군산공장 가동과 함께 대우의 패밀리룩인 3분할 그릴이 적용된 준중형차로 시장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당시 삼분할 그릴이 적용되었던 중형차 레간자와 소형차 라노스에 비해 개성이 없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2년만인 99년 3월. '누비라2'라는 이름으로 신차 수준의 부분변경과 함께 다시 태어났습니다.


'소리없이 강하다'라는 문구를 내세우던 조용한 중형차 레간자에 적용되던 방음기술을 적용했고, 동급 최초 슈퍼비젼 계기판과 프로젝션 헤드램프의 적용 등 지금의 준중형차에도 중상위급 트림으로 올라가야 구경 할 수 있는 호화로운 편의사양들로 무장했었습니다. 그렇게 경쟁차종인 올뉴아반떼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잘 팔리던 누비라는, 2000년 아반떼 XD의 등장 이후 팔리는듯 마는듯 하다가 2002년 11월. 'J200' 라세티에게 자리를 내주고 단종되었습니다.


여튼 오늘 만나게 된 누비라는 2002년 8월등록. 이 시기까지 누비라가 나왔었나 싶었던 최후기형 '누비라2'였습니다.



나름 벌레같은 인상이 마음에 듭니다.


밋밋했던 기존의 누비라에 비한다면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미래지향적이고도 중후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던 누비라2입니다. 당시 준중형차에서 유일했었던 프로젝션 헤드램프는 2002년형을 기점으로 사라졌던지라 일반형 헤드램프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IMF로 어려웠었던 시기에 희박연소로 출력이 죽어버리는 린번엔진을 앞세운 올뉴아반떼와, 새 엔진이라 쓰고 기존 엔진의 셋팅만 다시한 파워노믹스 누비라는 서로가 힘도 좋고 연비도 좋다며 선을 넘는 비방광고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운전석쪽 헤드램프는 테이프로 대충 붙여둔 흔적이 보이네요.


여러모로 차량 상태는 아주 험하지는 않았습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그 해 여름에 나온차량인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러 그 시절 나온 자동차가 이런 상태로 폐차장에 간다는게 믿기지가 않지만 말이죠. 



부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당시 대우차가 뭐 다 그렇듯이 부식은 존재합니다.


사이드스텝은 아예 구멍이 뚫렸습니다. 고질적인 결함으로 이 당시 대우차들의 리어 쇼바마운트가 부식으로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도 뭐 굴러가니 괜찮겠지요.



트렁크에도 부식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성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아 재활용 부품으로서의 가치도 별로 없겠고 바로 눌려서 용광로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고급세단 쉬라츠에 적용될 예정이던 휠 디자인은 아닙니다. 그건 15인치래요.


누비라2의 14인치 휠입니다. 준중형차에 18인치 휠까지 순정으로 나오는 요즘시대에 14인치는 줘도 안끼우는 휠이 된지 오래지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알루미늄휠은 고급 옵션의 상징이였습니다. 쉬라츠에서 가져온 그 휠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급스럽습니다.




리모콘키는 마티즈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이시절 대우차 역시 여러 부품을 공용으로 사용했습니다. 그 중 리모콘키 역시 마티즈와 칼로스 젠트라 레조까지 같은 부품을 공용으로 사용했을겁니다. 물론 이 당시에도 단순히 문만 열리고 잠기는 리모콘키에서 진보하여 원격으로 시동이 걸리는 키가 고급트림의 기본사양으로 적용되기도 했었습니다.


키는 한번 교체하여 2013년에 대우정밀(현 S&T모티브)에서 제조된 돼지코 엠블렘이 찍힌 물건으로 교체되어 있네요.



주행거리는 이제 갓 19만km를 넘겼습니다.


차령이 16년임을 감안하면 1년에 1만2000km 수준. 그럭저럭 타는 수준만큼 탔습니다. 이날 폐차장에 가서 장부를 적다보니 2004년식 마티즈가 31만km를 주행하고 폐차장에 왔던데.. 그에 비한다면 그렇게 많이 타진 않은거지요.



대우스러운 4스포크 핸들과 핸들리모콘입니다. 나름 중급트림인 1.5 LX 기본형 사양으로 보이네요.


14인치 알루미늄휠에, 고급스러운 우드그래인. 그리고 핸들리모콘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LX 기본형입니다. 거기에 풀오토에어컨정도만 옵션으로 넣지 않았나 싶네요. 여튼 누비라의 에어백 핸들은 레조와 품번을 공유하는 물건이 적용되었고, 노에어백 핸들 역시 레조에도 적용되었던 3스포크 핸들이 적용되었죠. 다만, 핸들리모콘이 기본적용된 차량의 경우 에어백 핸들과 생김새는 동일하지만 에어백이 미적용된. 에어백 문구만 없는 4스포크 핸들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럴거면 핸들을 통일하던가. 깡통은 싼티나는 3스포크가 뭐냐...



우드그래인. 풀오토 에어컨. 오디오는 사제. 아이보리톤의 내장재 컬러와 우드그래인은 생각보단 잘 어울립니다.


당시 대우차 에어덕트가 그러하듯 비대칭형에 계기판 커버 판넬과 일체형으로 제작되어 뜯어내기만 힘듭니다.



나름 새천년을 맞아 밀레니엄 스타일로 디자인된 누비라2의 실내 역시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싶습니다.


도어트림 자체만 놓고 본다면 요즘나오는 승용차 못지 않게 세련된 스타일입니다. 삼각형 모양의 도어캐치와 역동적인 라인으로 이어지는 스피커 커버와 수납함 라인은 요즘 나오는 차량에 옮겨놓더라도 완벽하리라 생각됩니다.



기어래버의 그립감은 레조의 것과 비슷했습니다.


연비형으로 셋팅된 4속 자동변속기의 기어비는 제 스타일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체인지래버까지 고급스러운 우드그래인으로 장식되어 일체감을 더했습니다. 그렇게 약 50분. 누비라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잘 바래다 줬습니다.



2002년식 누비라2. 이제 굿바이.


끝물 누비라.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여름. 그 시절 강력한 경쟁상대인 아반떼XD 말고 누비라를 사는 사람이 있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고, 여러모로 누비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좋은 경험이 아녔나 싶습니다.


바로 뒤로는 폐차장에 먼저 와서 대기중이던 삼분할 그릴의 레간자도 보이네요. 한 시대를 풍미했었던 대우그룹은 갈갈이 찢어져 나갔고, 20년 넘는 세월 누비라의 후손들이 계속 태어났었던 한국GM의 군산공장마저 폐쇄된 10월의 어느 날. 도로 위를 힘차게 누비던 파워노믹스 누비라2는 그렇게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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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의 군산공장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팔려나갔던 라세티.

대우자동차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자, 마지막 삼분할 그릴 적용차량. 


GM 편입 이전 누비라의 후속모델로 개발된 'J200'이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준중형차. 이 차량을 어부지리로 주워먹은 GM은 쉐보레 뷰익 스즈키 홀덴 등 계열 브랜드의 벳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전 세계에 팔아먹었고, 군산공장에서는 중국 수출용 사양의 차량을 2017년까지 생산했었다고 합니다.


2006년 대한민국 생산 승용차 중 투싼을 제치고 수출 1위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었고, 여튼 대우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지만 재미는 GM이 보았던 차량입니다.


여튼 2002년 출시되어 2008년까지 판매되었던 차량인지라 슬슬 폐차장에 갈 시기에 도래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GM의 유통망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팔려서 부품수급 및 정비에도 큰 문제는 없는 차량인지라 수출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아 다수의 매물이 수출길에 오르고 있구요. 간간히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들도 멀쩡하다면 대부분이 수출길에 오르는듯 보입니다.



대다수의 라세티는 바로 수출업자에게 갑니다만, 이 라세티는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화성의 한 정비소에서 만난 은색 라세티입니다. 차주가 수리를 포기하여 폐차를 결정한 차량으로 보였습니다. 본넷이 열려있었고, 라디에이터 부근으로 물이 새었던 흔적이 있었기에 물어보니, 질질질 새는 수준은 아니고 물도 잘 보충해두었으니 그리 멀지 않은 폐차장까지는 문제없이 갈 수 있을거라 합니다.


등록증상으로는 2003년 3월 10일에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대우의 패밀리룩 삼분할 그릴이 장착된 초기형 차량이고 민자 대우 엠블렘과 돼지코 모양의 GM대우 엠블렘이 혼용되었던 과도기에 생산되었던 차량입니다. 


P.S 예전에 아버지께서 새차를 내려서 타던 칼로스가 대우와 GM대우의 과도기 모델이였다. 2003년 2월 중순에 생산되어 출고된 차량이였는데 핸들엔 민자 대우엠블렘이 그 외의 외판에는 돼지코 엠블렘이 붙어있었다. 지엠대우 출범 이후 나온 차량이지만 파란색 '드라이빙 이노베이션' 스티커만 붙고 민자 엠블렘으로 통일된 차량들도 초반에는 다수 있었다.


그 이후 2002년 연말에서 2003년 초기 생산분까지는 엠블렘이 혼용된 과도기적인 차량들이 팔려나갔었다. 이 차량도 마찬가지로 핸들의 에어백 모듈은 민자 엠블렘. 에어백이 터져서 모듈을 바꾼 경우도 많기에 과도기에 나온 차량임에도 이런 엠블렘 차이를 가진 차량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행거리는 이제 갓 13만 4천키로...


15년 넘는 세월동안 그냥 세워둔 차로 보입니다. 30만km를 탄 차량이건 이렇게 얼마 타지 않은 차량이건 폐차장에 들어가면 그냥 똑같은 고철덩어리 똥차입니다. 물론 분해되고 눌려서 용광로에 들어갈 운명보다는 아마 타국에서 차량 자체로 혹은 부품용으로도 새 삶을 살 확률이 높은 차량이기에 그리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조수석에 놓여있던 파란색 비닐 재질의 등록증 케이스.


대우자동차 오일사양이 깨알같이는 아니고 보기 쉽게 적혀있습니다. 엔진오일부터 시작해서 변속기 파워스티어링 그리고 후륜차량의 데후오일의 규격과 적용차종이 상세히 나와있네요. '이수화학'이 윤활유 사업을 접은지가 어언 10년이고, 그 지분을 토탈이 인수한 뒤 다시 에쓰-오일에 일부 넘겨 지금의 '에쓰-오일토탈윤활유주식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여튼 이 당시만 하더라도 대우의 순정오일은 모두 이수화학에서 생산했습니다만, 지금은 이수화학의 후신인 에쓰-토탈 말고도 SK나 한국쉘석유 모빌코리아같은 다양한 업체에서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이 등록증 케이스 안에는 취급설명서가 들어있었습니다.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았는지 그냥 새 책 그대로네요. 어짜피 폐차장에 가야 폐기물이니 주워왔습니다.



예전에 언젠가 96년식 구아방 설명서를 주워와선 나름 신기하고 재미나게 봤었는데..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 생산되는 한국GM 차량의 설명서와 그림체도 말투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재미는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엄청나게 세련되었다고 느낄법한 대우 엠블렘 일러스트가 지금은 X나 촌스럽게 보인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네요.


차라리 20년 넘은 구아방 취급설명서 표지가 훨씬 더 세련된 분위기라고 느껴집니다. 




지엠 대우 자동차기술주식회사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등기법상 상호명에 영문을 기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등기상의 상호는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GM Daewoo Auto & Technology)였고, 'GMDAT'라는 약자로 불렀습니다. 여튼 그 길고 긴 이름을 한글로 풀어서 적어놓으면 '지엠 대우 자동차기술'이라는 괴랄한 명칭이 되는거죠.



1번부터 10번까지의 파트로 나뉘고, 지금 차량의 취급설명서와 비교하여 크게 다른점은 없었습니다.


외국어 표기법도 그렇고, 설명서에 그려진 그림도 지금의 한국지엠 차량 설명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뭐 지금은 가치없는 쓰레기라 할지라도 앞으로 10년 20년 보관하고 있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보겠죠. 진지하게 빛을 볼 그날까지 잘 소장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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