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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벨로스터 N...


갑자기 쌩뚱맞게 그냥 벨로스터도 아니고 고성능 모델을 표방하며 출시된 벨로스터 N이냐 하면 구구절절 할 얘기가 많습니다.


평생 새차라고는 살 일이 없다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벨로스터 벨로스터 노래를 부르더니만 벨로스터N을 산다고 하네요. 밟고 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갑자기 서킷이나 드리프트 짐카나에 흥미가 생겨 모터스포츠에 도전하려는것도 아녔습니다. 단지 지금 나오는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한 차량 중 가장 마음에 들어서가 표면적인 이유라고 하네요..


그럴거면 그냥 벨로스터 1.6 터보 깡통을 사서 외관만 N개조를 하라고 하니 그건 또 싫다고 합니다.


벨로스터N을 그 가격대 최상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성능때문에 구입하는게 아니라면 그게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이긴 하다만 결정하는 과정이 어떻던간에 생뚱맞게 벨로스터 N을 구매하겠다는 그를 만나 부대찌개를 먹은 뒤 지난 연말 삼각떼를 구매했던 영업사원분을 소개시켜줬습니다.


8월 말일날 밤에 연락을 드렸고 일요일에 모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일요일날 바로 계약. 그냥 잠시 지나가는 얘기겠거니 했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썬루프 빠진 풀옵션. N 특유의 퍼포먼스 블루 컬러.


마침 운좋게 인수거부가 아닌 누군가가 주문 후 계약을 취소한 차가 있었고, 울산출고장에 잠들어 있던 이 차를 잡아왔습니다. 그렇게 6주의 기약없는 기다림 대신 본계약 후 3일만에 차를 받을 뻔 했지만, 갑작스레 몰려온 링링이라는 이름의 태풍탓에 아산출고장에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카캐리어를 타고 용품점에 왔다고 하네요.


파스텔톤의 하늘색. 스머프색. 연보라색 느낌도 나는 고성능 모델 N에서만 선택이 가능한 컬러에 썬루프만 빼고 다 넣은 차. 차값만 3300만원. 사회초년생에게는 여러모로 무리가 가는 금액이지만 직장도 좋고 벌이도 좋아 1년 뒤 전액 상환 예정이라 하니 역시 대단함을 느낍니다.



용품점 마당 앞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신차들이 계속 몰려오는 용품점에 다른 신차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일 오전에 작업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벨로스터N 앞에 세워진 흰색 삼각떼는 틴팅을 마치고 여덟자리 번호판까지 달고 있네요. 홍성에서는 비천공형이 258라 6천번대 번호가 나오는듯 합니다. 신형 번호판도 천단위로 번호를 풀어버리는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백단위로 조금씩 풀리는듯 보이더군요. 생각보다 천번대로 끝나는 골드번호를 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진짜 상상을 뛰어넘는 개쓰레기 막번호들만 줄줄이 나오는거 보면 말이죠.



앞 뒤 모두 그냥 벨로스터와 범퍼의 형상이 다릅니다.


N전용 검정색 바디킷과 듀얼배기. 그리고 트렁크 문짝에 붙는 N 엠블렘이 차별화된 N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컬러만으로도 차알못도 N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말이죠.



플래시 라이트를 비추면 밝은 은색같은 느낌이네요.


파란색과는 조금 다른 은색같은 그런 느낌도 줍니다.



흔들렸는지 몰랐는데.. 집에 와서 보니 흔들린 계기판.


주행거리는 9km. 속도계는 무려 300km/h까지 표시되어 있습니다. 속도계를 꺾진 못하겠지만, 서민용 디젤딸딸이 삼각떼에서는 최고트림에 가야 넣어주는 컬러풀한 디스플레이가 벨로스터N에는 기본 적용입니다. 그리고 계기판에서 말도 합니다.



8인치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냥 평범한 내비게이션 및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오디오의 역할 뿐 아니라 차량의 모드를 설정하거나 실시간으로 토크와 가속도의 확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블루링크 내비게이션 옵션을 추가하지 않은 차량에도 차량 제어 관련 기능때뭄에 7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가 기본 적용된다고 하네요.



하이패스 룸미러 역시 내비게이션과 세트로 장착.


현대의 커넥티드카 시스템인 블루링크 3.0이 적용된 차량입니다만, 수동변속기 차량이라 원격시동과 공조장치 제어기능은 빠진 반쪽짜리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핸드폰 내비게이션이 필요없는 실시간 경로안내와 차량 관제기능만 놓고도 쓸만하다고 하네요. 룸미러 역시 마름모꼴의 삼각떼에 달린 모델대비 한세대 뒤 모델입니다.



시트 비닐에 붙어있던 알 수 없는 바코드.


차량의 보조석 시트가 2019년 8월 21일에 제조되었다고 하면 대략 8월 말쯤 차량이 조립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문생산 차량이긴 하다만 붕 뜬 차를 잡은거라 좀 오래된건가 싶더니 그건 또 아닌듯 하네요.



비닐로 가득한 차량 내부.


차주가 뜯는다면 뜯겠지만, 비닐들이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같은 울산공장 출신인 삼각떼에는 붙어있지 않던 A필러와 도어트림 중단에도 비닐이 붙어있네요.



N 로고가 박힌 6단 수동 변속기.


국내에서는 대우가 먼저 5단 시절부터 사용하던 방식. 잠금장치를 올리거나 눌러서 해제한 뒤 후진기어를 넣는 방식입니다. 대우가 쓰던 방식이지만 현대와 기아를 비롯하요 지금 국산차에 적용되는 6단 변속기는 모두 이 방식을 사용합니다.



특유의 퍼포먼스 블루 컬러 안전벨트.


가끔 빨간색 벨트는 보긴 봤어도 이 컬러의 벨트가 적용되는줄은 몰랐습니다. 여러모로 눈에 확 띄고 보기 좋네요. 돈을 잘 버는 능력 좋은 사람이였다면 하나 뽑고싶습니다. 안전벨트가 마음에 들어서라도 말이죠.



에너지소비효율등급 4등급.

복합연비 10.5km/l  CO2 : 162g/km

도심연비 9.5km/l 고속도로 11.9km/l


제 삼각떼 역시 같은 샵에서 썬팅을 하며 깜빡하고 얘기를 안했더니 연비스티커가 제거당했다 알려주니 연비스티커를 그대로 놔두고 작업해달라고 했다네요. 현대차는 가끔 연비스티커의 품번이 발굴되어 연비스티커만 따로 구매가 가능한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그거 굳이 찾아다 붙이느니 아예 떼어내질 말아야죠.



퍼포먼스 패키지가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 19인치 휠타이어와 대용량 및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


196만원짜리 옵션치고는 가성비가 매우 좋습니다. 피렐리 P Zero 타이어에 엔진 출력을 20마력이나 높여주고 가변배기 시스템과 함께 고성능 브레이크 그리고 차동제어장치까지 달아주면서 이 가격이면 혜자수준이죠. 카이즈유의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벨로스터N의 1년치 판매량 통계에 따르면 1년간 판매된 1,793대의 벨로스터N 중 9대만 빼고 퍼포먼스 패키지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결론은 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차가 변태옵션 취급을 당하는 겁니다.;;;

이후 중고차로 다른 주인을 만나도 전차주를 원망할테고요.



빨간 캘리퍼에도 N로고가 박혀있습니다.


커다란 19인치 휠만큼 큰 대용량 디스크에 브렘보같은 브랜드는 아니더라도 저 차 좀 달리게 생겼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겨주는 N 로고와 빨간색 캘리퍼입니다.



트렁크는 1세대 모델과 비슷한 수준.


트렁크 보고 타는 차는 아니니 트렁크는 협소합니다. 어짜피 후석 시트가 접히니 부피가 큰 물건을 싣고 다닌다면 시트를 접으면 될 일이죠. 출고사은품인 순정매트와 출고차량 지급품 박스가 들어있습니다. 벨로스터N 순정매트 역시 모닝수준의 품질인지는 이후 뜯어봐야 알겠죠..



출고차량 지급품 박스.


사용설명서와 안전삼각대 그리고 시거잭용 충전기가 들어있습니다. 삼각떼용 박스에는 HD시절 폰트로 적혀있었는데 벨로스터 N은 요즘 현대에서 사용하는 폰트로 적혀있네요.



JBL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이라 스피커가 8개입니다.


하나는 서브우퍼 하나는 미드우퍼로 보입니다만 균형이 맞지 않는 차량답게 한쪽에 몰려있습니다.



따끈따끈한 출고스티커.


1년 넘게 오천대도 팔지 못했는지 차대번호가 꽤 빠른축에 속합니다. 제 삼각떼는 이십만번대였는데 말이죠. 여튼 이 벨로스터는 틴팅과 블랙박스 장착 그리고 언더코팅을 마친 뒤 수요일에 주인과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사실 주인은 보지도 못했고 주인보다 먼저 와서 차를 보게 된 꼴이죠.


여튼 주인도 차도 서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 주인은 누구보다도 즐거운 명절을 보내겠지요. 큰 고민 끝에 받아온 신차이니 무탈히 오래오래 잘 달려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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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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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업무일지는 비록 주행거리는 많지만 폐차장으로 가기엔 너무나도 아까웠던 윈스톰 수동의 이야기입니다.

이 차량을 만나게 된 장소는 타국으로 수출을 가는 차량들이 모이는 옛 송도유원지 자리의 수출단지. 


간간히 수출을 위해 매입된 차량이 하자가 있거나 오래 세워놓아도 외국인 바이어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 딜러가 손절하는 과정에서 폐차장으로 가는 오더가 왕왕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냅다 잡고 보니 차종에 윈스톰이 적혀있더군요.


이제 갓 10년 조금 넘은 이 윈스톰이 중고차 수출로 활발히 거래되는 차종도 아니고, 조기폐차 대상도 아니거니와 큰 사고가 있지 않고서는 폐차장으로 향할 차령은 아닐텐데 하고 해당 장소로 찾아가니 멀쩡한 윈스톰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불과 작년 8월까지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캡티바'라는 이름으로 생산해냈던 이 차량의 코드네임은 C100.


2004년 GM대우의 부평 디자인센터의 작품으로 2004년 파리모터쇼에 출품한 S3X 컨셉카의 디자인과 글로벌 GM의 전륜구동 세타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SUV입니다. 국내에는 대우의 첫 SUV로 2006년 7월에 출시되었고, 투싼과 싼타페 사이의 애매한 크기지만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출시 초창기 이름처럼 돌풍을 일으켰던 차량이죠.


2011년 GM의 대우 브랜드 폐기 이후 쉐보레 브랜드의 '캡티바'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비록 사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지만 자잘한 변화를 거듭하며 생산은 2018년 8월까지, 남은 재고물량은 2018년 10월까지 판매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윈스톰은 나름대로 수동변속기 선택의 폭이 넓었던 차량 중 하나였습니다.


출시 초기부터 2009년형까지 깡통 LS는 물론이요 나름 중상위 포지션인 LT 고급형까지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했었고, 아이신제 5단 자동변속기 대비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수동변속기 애호가들이 선택했었습니다. 2010년형부터 자동변속기가 기본사양으로 적용되면서 2018년 캡티바 단종까지 내수시장에서 수동 윈스톰/캡티바는 볼 수 없었지요.


뭐 여튼 말로만 들었던 윈스톰 수동을 직접 보고 몰아보기는 생전 처음이였습니다.



캡티바 단종 직전까지 사실상 거의 바뀐게 없었던 뒷태.


LTX 레터링이 붙어있었지만, LTX는 4륜 최고사양 트림명입니다. 최고사양이라면 당연히 자동변속기가 기본 적용될테니 그냥 어디서 주워다가 붙인 꼴이 되겠죠. 칠과 싸구려틱한 검은 프라스틱이 회색으로 바랜거 말고 크게 깨지거나 망가진 부분은 없었습니다.



휠은 17인치. 기스가 많고 쩔어붙은 분진도 좀 보이지만 그래도 상태는 준수합니다.


휠하우스 아치를 감싸는 싸구려틱한 플라스틱은 회색으로 변한지 오래고, 자잘한 잔기스들이 문짝까지 이어지곤 합니다만 싸구려틱한 플라스틱이야 날잡아서 칠만 해주면 될 일이고, 잔기스야 광택만 한번 돌려주면 될 일이니 큰 문제는 없다 봅니다.



연비체계 변경 이전의 연비스티커.


당시 에너지 소비 효율등급상 1등급에 공인연비는 14.5km/l. 어느정도 뻥이 가미된 옛 방식대로 산출된 연비인지라 지금의 연비측정방식대로 다시 측정한다면 약 12km/l 수준의 복합연비를 나타내리라 봅니다.



왜 폐차장에 가나 보니 주행거리가 많습니다.


2007년 3월 최초등록에 주행거리는 29만 7천km 수준. 주행거리가 꽤나 많아보이긴 합니다만, 한달에 꾸준히 2,000km씩 약 12년동안 타고다니면 볼 수 있는 주행거리입니다. 약 11년간 꾸준히 달려왔던 윈스톰은 결국 타국에서의 제 2의 삶을 꿈꿔왔지만 안타깝게도 폐차장으로 향하는 처지입니다.


오일경고등이 켜져있어 혹시나 차량에 문제가 있는지 싶어 본넷을 열어보았는데 딱히 어디 오일 비추는것도 없고 본넷도 깔끔합니다. 냉각수도 교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투명한 빨간색이였고요. 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싶어 알아보았더니 단순히 오일교환주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경고등이라고 하네요.



조금은 투박한 수동변속기 래버. 5속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변속기의 제조사가 어디인지 잘 아시는 분이 계실까요. 2011년에 누군가가 윈스톰 수동변속기의 제조사가 어디냐는 질문성 댓글을 남겼는데 당시 대우 관계자는 보령공장 제조품이라고 하고 다른 네티즌들은 사브(SAAB)제라는 답변을. 고객센터에 전화로 문의한 다른 네티즌은 유럽에서 수입해온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서로가 각기 다른 답변을 달았는데, 진실은 과연 어디에 있을지요. 여튼 1단과 2단 기어비는 매우 평범합니다만, 특히나 3단에서 매~~우 늘어지는 기어비를 자랑합니다. 5속으로 고속까지 커버하기 위한 셋팅으로 보이는데, RPM을 3,000이상 끌어쓰시고 변속하시는 분들은 아마 3단으로 100km/h 가까이 올리시는게 속 편하시리라 봅니다.



이거 수동인데 나름 옵션도 괜찮네요..?


사제도 아니고 순정 썬루프도 있었습니다.



ESP와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그리고 MP3 지원 오디오와 풀오토 에어컨.


당시 기준으로 ESP는 고급차로 올라가지 않는 이상 옵션이였을테고, 아직 AUX 단자가 적용되기 전 모델입니다.



거기에 운전석 전동시트까지 있네요. 나름 8way입니다.


시트 측면은 매그너스나 토스카같은 다른 대우차에서 쓰는 인조가죽시트 재질과 같은 대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싸구려틱한 인조가죽이지만, 착석하는 부위에는 천연가죽이 쓰여서 천연가죽시트라고 합니다. 윈스톰 자체에 직물시트가 적용된 차량은 있었지만, 순정으로 인조가죽시트가 적용된 트림은 없었다고 하네요.



도어스커프 주위로 약간의 부식이 올라오긴 하지만 스테인레스 도어스커프는 아예 비닐도 떼어내지 않은 상태.


그거 아시나요? 저 비닐에 적힌 폰트가 매우 익숙하네요. 현대제철에서 생산된 스테인레스 스틸입니다. 경쟁사의 계열사에서 생산된 스댕으로 만든 도어스커프를 납품받아 장착한 그런 꼴이죠. 결국 비닐도 뜯기지 않은 채 최후를 맞이하러 갔습니다.


이 윈스톰의 수동치고도 꽤나 화려한 옵션들을 보았습니다. 폐차장으로 보내기 정말 아깝더군요.. 



그럼 정확히 어떤 트림에 옵션을 어찌 박았길래 누르기 겁나 아까운 윈스톰이 탄생했나 알아보기로 합시다.


뒤 레터링은 자동변속기 기본적용 사양인 LTX를 붙여놓았는데, 정말 이 차량이 4륜(AWD) 최고사양이 맞다면 자동변속기 기본적용은 둘째치고 헤드램프와셔까지 들어가야 맞습니다. 그런대 보셨다시피 헤드램프와셔는 없었죠.


등록증상의 출고가로 확인해봅니다. 21,981,8XX


부가세를 포함한 온전한 차값을 2300만원대 후반에서 2400만원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럼 2007년형 윈스톰의 가격표를 살펴보죠.



윈스톰의 가격표는 7인승을 베이스로 작성되었고, 5인승 모델은 3열시트가 빠지는 식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4륜구동 모델은 비슷한 수준의 옵션을 포함하면 가격대가 훨씬 비싸지니 일단 논외로 두고, 2륜구동 모델 중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한 최고트림인 LT 고급형일 확률이 높음을 확인하고 살펴봅니다.


지금은 대우 아니 쉐보레가 프리미엄 미제 고급 브랜드를 표방하며 팔기 싫다고 몸부림치는 가격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 당시만 하더라도 혜자급의 구성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신차값이 약 500만원정도 올랐음을 감안하고 본다면 3000만원 언저리에서 나름 투싼급의 SUV가 썬루프와 천연가죽시트를 기본으로 넣어준다는 사실은 혜자가 아닐 수 없지요.  



이 차량에서 본 옵션들을 조합하니 대략 답이 나오네요.


사이드에어백은 없었습니다. 필러트림에 에어백 로고가 있었으면 좋다고 사진이라도 찍어놨겠죠. 보시다시피 내비게이션도 없었고요. 그럼에도 전동시트와 썬루프가 들어가 있었죠. 그리고 부가세를 제외한 차량 가격과 옵션가격이 결정적으로 맞아떨어집니다. 


2WD 5인승 LT 고급형에 사이드스텝과 ESP를 옵션으로 넣은 2007년 3월에 2409만원을 주고 출고한 차량이였습니다.



옵션찾기도 끝났고.. 극 소량의 주유를 마친 뒤 고양시의 한 폐차장으로 향합니다.


클러치도 부드럽고, 차도 아주 잘 나갑니다. 엔진에서 잡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고, 터보도 거친 휘파람소리 없이 잘 작동합니다. 5단에서 계기판상으로 120km/h에 2,500rpm 수준을 유지하네요. 짐차도 아니고 자가용을 수동으로 사서 탈 정도의 사람이라면 차량 관리도 대충 하지는 않았을텐데 막 탄 차는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흠이라면 브레이크 디스크의 변형으로 감속시 요동친다는 부분. 뭐 20만원이면, 아니 오일 교체까지 30만원 수준이면 고쳐서 탈 수 있을텐데 정말 폐차장으로 보내기에는 아깝습니다. 폐차비에 웃돈 얹고 사고싶었습니다..



그렇게 폐차장에 도착했습니다.


현 세대 쉐보레 차량들 말고 직전세대 차량들의 폴딩키와도 큰 차이가 없는 폴딩키입니다. 약 30만km를 달려오면서 겪어온 기록들이 폴딩키에도 새겨져 있었지만 이제는 진짜 안녕입니다. 충분히 더 달려도 될텐데, 그저 좀 많이 탄게 흠이라면 서류상으로는 아니더라도 계기판만 중고로 사다가 갈아끼우고 다니면 될텐데..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명절 이후 몰려오는 조기폐차 차량들로 가득 찬 폐차장 한켠에 주차를 마치고 사무실에 서류를 접수합니다.



자신보다 훨신 나이가 많은 조기폐차 차량들 사이에 주차된 윈스톰.

그렇게 윈스톰은 약 12년의 차생을 마치고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흔치않은 수동변속기에 온갖 호화옵션으로 무장된 차량. 차주가 폐차나 수출 대신 10만원만 더 얹어 중고로 내놓았으면 누군가는 가져다가 잘 고쳐서 타고다녔을텐데.. 사고가 난 상태로 폐차장에 입고된 상황도 아닐뿐더러 그저 멀쩡히 제 발로 폐차장에 들어와 최후를 맞이하는 정말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였습니다.


지금쯤 말소되어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가 되어있겠죠. 2007년식 윈스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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