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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직장의 계약기간이 끝난 뒤 새 직장에 들어갔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1개월만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좀 풀어보려 합니다. 업계가 좁은편인지라 정확히 어느 업종에 근무했다거나 업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물론 지금도 제 선택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달이 일년같았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도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주 5일 200만원. 매년 급여는 오르고 1년 근속시마다 해외여행을 보내준다고 합니다.

다만 수습기간 3개월이 있으며, 3개월간은 격주로 5일근무. 급여의 70%를 준다고 합니다.


이력서를 넣었고, 바로 다음날 면접을 보러 오라며 연락이 왔습니다. 며칠 뒤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주요 업무 자체가 비위가 약하거나 사람에 따라 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기에 처음에는 주변에서 우려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이기에 궁굼하기도 했고 앞으로 미래에 성장하면 성장했지 퇴보할 직종은 아니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회사에서 밥을 주던 길고양이. 잘 먹고 다녀서 그런지 살이 통통합니다.)

그리고 11월 18일 월요일.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업무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혼자 해야 할 업무가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운전과 영업 그리고 고객을 태워오는 일. 거기에 청소와 음식조리. 주요 업무에 포함되는 '상담' '응대' '준비' '기기운전' '부가적인 일'까지 모두 익혀야 한다니 까마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유망한 직종이고 나름 보람을 느끼는 업무였기에 차근차근 궁굼한 부분은 물어보며 일을 배웠습니다. 이 회사의 직원은 대표와 저를 포함하여 총 네명이였습니다.


대표 - 건강상의 이유로 주로 오전에 출근하여 정오 전 퇴근.

점장 - 3년차. 금,토 휴무. 8:30~18:00 근무. 거의 모든 업무를 총괄함. 휴일에도 업무연락을 받고 하달함.

야간팀장 - 1년차. 일,월 휴무. 사내기숙사 거주. 13:00~21:00근무이나, 이후 업무도 처리함. 사실상 정오 출근.

본인 - 신입사원 쩌리. 화,수 휴무일로 지정. 첫주는 9일 연속 출근. 


물론 점장님과 팀장님은 정말로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께 일을 배우고 함께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도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상 두 사람이 있었기에 한달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퇴사욕구를 본격적으로 느끼게 된 일은 6일차 토요일에 일어났습니다. 


점장님과 팀장님이 모두 쉬는 토요일 오전.

평소처럼 8시 30분 즈음 출근했습니다만,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저는 문이 닫힌 모습을 보고 대표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20여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 대표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XXXX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 xxx입니다. 문이 열려있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아 전화드렸습니다."


"네?...... (잠시 정적) 아.. 너 왜 여태 안들어가고 뭐했어. 점장이 키 안줬어?"


"네 키 받은거 없습니다."


"너 야간팀장 거기서 자는거 몰라? 왜 여태 안들어가고 그러고있어!"


"......"


"팀장 번호 몰라 알아? 팀장한테 전화 해."


"네. 알겠습니다."


본인이 얼굴보고 이력서 보고 뽑고 며칠을 보며 얘기를 나눴던 직원의 이름 하나 모르고 있던 부분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아무 영문도 모르고 오지 않는 대표를 20분째 기다리다가 언제쯤 오시느냐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던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요. 야간팀장님이 건물 안에 계시지만 야간근무자를 굳이 전화해서 깨우기 뭐한 상황에서 출근하는 사람을 기다렸던 저는 야간팀장님께 뒷창문이 열려있으니 그 창문을 넘어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와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를 하던 도중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업무를 던져주더니 혼자 해보라 합니다.


그동안 곁눈질로 익혔던 업무를 혼자 하나씩 시작합니다. 정성스럽게 하라는 점장님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배운대로 천천히 정성스레 준비를 하니 다짜고짜 폭언이 날라옵니다.


"똑바로 안해?"


"너 그따위로 해서 언제 다 할래?"


"너 그동안 뭐배웠어?"


이런류의 업무적인 질책까진 좋았습니다만, 곧 인격적인 모독으로 이어집니다. 분명 점장과 팀장에게 배운대로 업무에 임했는데 대표한테 주먹 한대 날라갈 분위기에 똑바로 안한다고 욕을 쳐먹고 있었습니다. 그러곤 일부 업무에서는 배웠던 방법과 정 반대의 방법으로 진행하고 그대로 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업무를 진행하고는 정말 오랜 세월 묵었을법한 먼지와 때를 닦아내라고 합니다. 명령과 함께 대표는 퇴근하겠다는 이야기를 남기며 사라집니다.


'아 씨발 좆같네 대체 무슨 장단에 따라야 하는거지?'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정말 고문관인가, 이 회사에서 욕을 쳐먹을정도로 일머리가 없는 쓰레기인가'라는 고민을 가지고 점심을 먹기 위해 컨테이너박스에 마련된 작은 식당이자 휴게실로 향합니다.



밥을 먹는 환경은 대충 이렇습니다. 푸드득 소리는 쥐가 움직이는 소리라 합니다.

컨테이너에는 이미 물이 새어 곰팡이가 슬었고 구멍이 뚫려 스티로폼 가루가 떨어집니다.


회사가 매우 외진곳에 있어 따로 밥을 먹으러 나가기 위해 5km 이상을 달려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회사 내부의 이런 매우 불결한 환경에서 직접 조리를 하게 되었고, 인원이 적다보니 따로 조리원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이 국을 끓여놓긴 하지만, 요리는 대부분 점장님이나 저의 몫이였습니다. 밥은 직접 하지만, 대부분 햄과 같은 가공식품이나 마트에서 파는 반찬이 요리의 주를 이루고 있었지요. 그나마 집에서 먹는 식단도 부실한지라 밖에 나와서 먹는 점심으로 주된 영양을 섭취하는 제 입장에서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불결한 환경에 파리까지 들끓고 있었습니다.


사실 입사 첫날부터 이런 환경에서 매우 부실한 식단으로 밥을 먹다보니 밥이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파리를 잡고 또 잡고 수십마리를 잡아도 어디서 날라오는지 계속 튀어나왔고, 파리를 쫒느냐 밥을 먹기도 힘들었습니다. 사실 퇴사하는 12월 중순의 오늘까지도 파리가 창궐했습니다.


업무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던 중 이러한 환경에서 밥을 먹으니 퇴사욕구가 샘솟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사진을 본 지인들 역시 빨리 탈주하라고 합니다.


입사 6일차인 내가 고문관이라는 사실을 나만 모르던건지, 식사를 위해 출근하신 야간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팀장님. 사실대로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고문관입니까?"


"아니오. 전혀? 누가 xx씨보고 고문관이라 해요?"


여튼 그렇게 퇴사욕구가 생긴다는 이야기와 함께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입사한지 1년이 조금 지난 팀장님은 중간에 계신 다른 직원분이 관두고 팀장 직함을 달았다 합니다. 본인 역시 입사 3개월간은 대표에게 갈굼당했고, 어느정도 일을 할 줄 알게 되니 본인 맘에 들지 않아도 터치를 하지 않는다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다는 의사를 내비칩니다. 그래요. 사람이 좋으니 일단 참기로 합니다.


이 회사에 다니며 알 수 없는 알레르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가려웠고요. 첫주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 없이 나갔고, 그 다음 월요일까지 나가니 화요일과 수요일에 쉬고 오라고 합니다.


병원에 갔습니다. 알레르기 약을 받아옵니다. 그리고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에서 접하는 특정 물체에 반응이 오는듯 했습니다.



(이 회사의 업무용 차량은 전기차. 쉐보레 볼트입니다.)

그렇게 화요일. 병원에 갔다가 퇴사를 결심하고 휴일임에도 회사에 방문합니다.


팀장님은 휴일. 점장님 혼자 나와계셨습니다. 어쩐 일로 나왔는지 묻는 의견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 그만 퇴사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하니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대표의 언행과 불결한 휴게시설 두가지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대표님은 잘 해주실때 보면 좋은 분이다.' 와 '내년에 회사가 더욱 커지면 현 건물 앞에 기숙사 겸 휴게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뻔한 답변과 함께 한번 더 기회를 주겠다.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제안에 넘어가 검사 결과가 나오는 그 다음주까지 근무를 하기로 합니다. 


어디까지나 함께 일하는 직원이 좋아서 한번 더 넘어갔습니다.


막상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없는데, 뽑아놓은 직원조차 탈주를 하려 하니 우연인지는 몰라도 그 이후부터 저를 다루는 태도가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주로 운행 위주로 배정하고, 고객관리 및 영업 위주로 다녔습니다.



(충전이 번거롭긴 했지만, 그동안 사고싶었던 볼트 원없이 탔습니다. 결론은 코나전기 사세요.)

거의 바깥으로 도는 일이 있었으면 바깥으로 돌았습니다.


물론 바깥으로 돌면서 고객관리와 함께 영업의 개념에 속하는 업무를 진행했었습니다. 각 지역별 특정 업종의 사업장에 방문하여 그 사업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볼 수 있게 회사 홍보물을 돌리고 회사로 보내는 박스를 전해주는 업무였는데, 타 업체에 거래처를 많이 빼앗긴 지역에서 경쟁업체의 홍보물도 여럿 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후발주자들인 경쟁업체는 가격이 저렴하거나, 가성비 좋은 코스 혹은 탁월한 접근성과 좋은 시설로 고객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홍보물도 본인이 속했던 업체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보기 좋게 마련되어 있었고, 그렇지 않은 업체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고객을 유치하고 있었습니다.


손님을 가장하여 홍보물을 가져온 타 업체들에 전화를 걸어 고객의 입장에서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고객의 입장이더라도 제가 일하는 업체에 갈 이유가 없음을 느꼈습니다. 타 업체에 티오를 많이 빼앗겼다는 얘기만 나오지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 업체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 묻고싶었습니다.


타 업체와 거래한다며 우리 회사의 홍보물을 받지 않겠다는 사업장들도 많았습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홍보물이라도 좀 받아달라며 주고 왔고, 나름대로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어도 이 회사가 부흥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경쟁력이 없는 상황이 수년째 지속됨에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모습에 100%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적었고, 먼지에서 꽤 높은 반응이 나왔습니다. 물론 주요 업무의 끝에는 먼지가 많이 나오는 공정이 있고, 여러모로 불결한 환경이기에 퇴사의 사유는 충분했습니다.


그렇지만 먼지가 많이 나오는 업무에서 배재시켜주겠다는 말에 사람이 좋아 한번 더 참고 넘어갑니다.



(업무용 전기차의 충전량이 그리 많지 않을때는 히터도 다 끄고 노심초사하며 충전소에 갔었다.)


그동안 거의 밖으로 돌았기에 대표님과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전기차를 충전하러 시범운영중인 한 급속충전소에 가서 약 일주일만에 대표님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넌 어릴때 XX도 안만져봤냐?"


그 특정 물질도 만져보지 않았느냐는 얘기로 시작하여 '나때는 말이야..'류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내가 젊었을 때 XX할때는, 입에서 불이 나왔어. 환갑 넘은 아랫사람 눈에 눈물이 고이도록 깠어"


갑질로 감옥에 가고 사업기반이 무너지는 요즘같은 시대에 본인의 갑질일화를 자랑스레 얘기합니다. 


지금의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온순해졌다는 투로 얘기합니다. 물론 자수성가 한 사람도 맞고 대단한 사람도 맞고 사업수완이 좋은 사람도 맞습니다만, 처음 입사하여 퇴사를 결심하기 전에도 상대방을 까거나 낮추며 본인 자랑을 하는 타입인지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결론은 그런 이야기와 본인이 좀 조급했던지라 함께 본인 사정을 알리며,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합니다.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전혀 그럴 성격이 아니신 분이 일머리 없는 저같은 하층민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애피소드는 많았습니다만, 모두 생략하고...


그럭저럭 탈주를 생각하며 다녔습니다. 역시나 운행 위주의 업무가 주어졌어도 모든 업무가 차츰차츰 손에 익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점부터는 퇴사를 결심하는것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충전소에서의 일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님께서 요양차 해외에 다녀오신다 합니다.


제가 관둔다는 얘기가 나와 비행기표를 예매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녀오시는 날까지 나오겠다 얘기하니, 계속 다니라 합니다. 일단은 걱정 말고 다녀오시라 하고 돌아오는 그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평화롭게 업무가 이어진지 일주일. 예상보다 훨씬 빨리 대표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잘 있어라 회사야. 다음 신입사원은 비슷한 실수로 내보내는 일이 없길 바라며..)

그리고 휴일을 앞둔 오늘.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1개월을 일했습니다. 수습이라면서 세전으로 140만원을 주는데, 외딴곳이라 자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해야하며 교통비는 일절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세전이면 실질적인 수령액은 120만원대 중후반일텐데 최저임금에도 턱없이 모자른 수치이며 근로계약서 하나 작성하지도 않았고, 4대보험 역시 가입한다며 제 주민번호를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최저임금법 위반 + 근로계약서 미작성 + 4대보험 미가입. 제가 꺼낼 카드는 많습니다.


도중에라도 대표의 폭언을 들었더라면 바로 퇴사하여 노동청에 갈 생각이였지만, 조금 더 건드리면 바로 폭발하려니 생각한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좋게 마무리 지었으니 급여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결정하기로 합시다. 


1년차 직원분이 본 거쳐간 신입사원만 댓명 이상이라 합니다. 


2시간만에 추노한 사람. 하루 나오고 연락이 두절된 사람. 일주일 나오고 퇴사한 사람. 면접 보고 연락이 두절된 사람 등등.. 정말 2시간만에 도망을 간 사람은 선구안이 어느정도인지 찾아가 묻고 싶은 생각입니다.


저도 그들이 기억하기에는 거쳐간 신입사원 중 하나로 남겠지만, 블랙기업에서의 한달은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하고싶은 이야기도 많고, 특정 구성원때문에 퇴사욕구가 샘솟았던 적은 있었지만 급여를 주는 사람에게서 퇴사욕구를 느끼긴 처음이였습니다.


당분간은 겸업을 하는 탁송 사장님에서 탁송기사 생활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필이면 이 회사에서 만나 아쉬웠던 사람들.

블랙기업이지만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기억들.

만감이 교차하지만 좋은 기억들만 남기고 싶습니다.


불만을 얘기하고 나간 신입사원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다음 신입사원에게는 편히 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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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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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밖에 나오지 않는 하루입니다.


언제는 잘 풀리는 일이 있었냐만, 졸지에 멀쩡한 새 차 타이어까지 해 먹었으니 말입니다. 사건은 대전의 카이스트에서 발생했습니다. 부품도 좀 받고 여러모로 모인 분들 얼굴도 좀 뵐겸 오전에 볼일을 보고 느지막에 카이스트로 넘어갔는데.. 카이스트 캠퍼스 내에서 그만 출입구 연석을 타고 오르며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길을 잘못들어 돌아 나오던 중 생긴 일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카이스트 본관 옆 기계공학동 뒤로 잘못 들어가다가 생긴 일. 길을 돌아 나오는데 차가 붕 뜨더니만 퍽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려보니 다행히 다른곳들은 다 멀쩡하긴 한데 타이어는 측면이 찢어져서 공기압이 줄줄 새고있는 상태. 지렁이로 떼워서 해결 할 일이 아님을 직감한다.



휠에 생긴 데미지는 다행히 경미한 수준이고 출고 약 4개월만에 타이어를 갈아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지금껏 차도 타이어도 여러번 바꿔왔지만 타이어의 사이드월을 찢어먹어서 타이어를 바꿨던 일은 없었는데, 드디어 해먹게 된 일입니다. 입에선 쌍욕이 나오고, 머릿속에선 대략 10만원정도의 돈이 들어가리라 계산이 잡힌다. 초보들이 종종 하는 실수를 해먹다니 참 거지같을 뿐..



문제의 장소.


다마스가 주차한 보도블럭의 빨간 선이 주차라인이라 생각하고 넓게 돌다가 건물 연석을 타고 올라가게 된 상황입니다. 별 생각 없이 돌다보면 흔히 벌어지는 일이기도 한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이어를 희생시켰던 흔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완전히 높이 올라타진 않았는데.. 더 멀리서부터 밟고 올라간 흔적들이 보이는군요..


대리석도 이미 깨져있는 상황. SUV라면 큰 데미지 없이 지나가고도 남을 일이겠지만, 일반 승용차 타이어에게는. 더군다나 높은 인치의 휠이 끼워져 나오면서 타이어의 높이는 점점 줄어드는 요즘차에는 엄청난 치명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볼 일을 마저 보고 긴급출동 견인서비스를 불러서 나가기로 하네요..



애초에 펑크수리로 될 상처였다면 바람만 넣고 어찌어찌 굴려서 지렁이 박으러 갔겠지만...


타이어 교체가 아니고선 답이 없는 상황이니 교체를 하러 갑니다. 제 발로 굴러서 들어왔다가, 견인차에 실려 가는 처지네요. 차라리 내가 사는 지역이라면 어느 정비소로 가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는데 타지라 딱히 아는 정비소도 없다는 사실이 애석하기만 다. 지역이라면 크게 신경쓰진 않겠지만 타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말입니다.



일단 각목을 받친 뒤 어느정도 타이어를 들어올려 코란도스포츠 언더리프트 견인차에 몸을 맏깁니다.


대형 4사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손해보험사가 긴급출동서비스의 외주를 주고 있다지만 더케이손해보험의 경우 긴급출동을 마스터자동차에서 담당하고 있더군요. 시골이야 뭐 한 렉카업체가 거의 모든 업체의 긴급출동 오더를 받아 수행한다고 하지만, 조금 큰 대도시만 가더라도 이렇게 지정업체별로 움직이는 출동차량들이 다 있습니다.



신차 출고 약 4개월만에 견인차에 몸을 맏기는 삼각떼.


일단 어느 타이어집이 어느 정비소가 있는지 모르니 가까운 아무곳으로나 가 달라고 합니다.



타이어뱅크로 들어갑니다.


카이스트에서 다리를 건너 유성으로 넘어옵니다. 한국타이어의 티스테이션이나 금호타이어의 타이어프로같이 한 회사 간판을 달은 업소에 들어가지 평소에는 단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만, 그런거 따지고 있을 정신도 없으니 일단 아무곳이나 가는곳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견인차 기사가 뽀찌를 받지는 않겠지만, 미리 알아보고 가지 않은 여기서부터가 큰 잘못이였죠.



이건 뭐 올순정 새차에 전형적인 첫차타는 초보로 본 것인지 두짝을 갈으라 하네요.

주행거리만 좀 있지 살살타서 닳아봐야 겨우 10% 닳은 수준인데 두짝 다 새거 끼우라고 하면 끼우겠습니까?


애초에 초보운전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이기도 하니 이제 겨우 첫 차 뽑아서 타는 초보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 한두대 타본것도 아니고 내차만 지금 몇대째이고 타이어 교체한것만 몇번인데 내 차 타이어 상태 안보고 다녔겠습니까. 한 2~3만km 타고 온 상태여도 새타이어 뒤에 끼우고 뒷타이어 앞에 굴리고 말지 뭐하러 멀쩡한 한짝은 그냥 들고 가겠습니까.


만오천정도 주행하여 어느정도 타이어가 닳았을텐데 핸들이 쏠리니 두짝 다 교체하라고 합니다. 물론 어느정도 닳은 타이어라면 틀렸다고 얘기하진 않겠습니다만, 내가 험하게 타서 파먹은 상태라면 모를까 주행거리만 많을 뿐이지 험하게 타지 않아서 이제 겨우 새 타이어에 찍힌 페인트 지워진 수준입니다.


작업자 두명 중 한명한테 주행거리 많아도 험하게 타지 않아서 그리 닳지도 않았으니 한짝만 갈으라 하니 다른 한사람이 한짝만 작업 못한다고 두짝을 갈으라고 다시 얘기하기에 누구 호구씌우려고 하냐니까 때리려는듯이 달려듭니다.


본인이 전문가인데 왜 본인 말 끊어먹고 어쩌고... 무섭게 달려들데요. 이름을 걸고 영업한다는데 난 이름도 보지 못하고 렉카가 내려주는 타이어가게로 왔을 뿐이죠. 많이 닳지도 않은 타이어를 두짝 교체하게 만드는게 전문가인지 본인 차라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굼한 부분입니다.


여튼 기분 상하게 한 부분은 사과하고 일단 리프트에서 내려서 다른집으로 갑니다.



뭐 여기도 거리는 얼마 떨어져있지 않지만 똑같은 타이어뱅크입니다.


이쪽 직원들 인상은 아까 그 타이어뱅크보다 그나마 나아보였는데 아까 그 옆집 직원이 저보다도 빠르게 와 있더군요. 우연의 일치인지 이쪽으로 올 줄 알고 온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이어 두 본을 빌려간다고 가져갑니다. 그러고선 이쪽 점포 직원들한테 다 들리게 타이어 두짝 갈으라고 했다가 호구소리 들었다고 얘기하곤 저한테 잘 수리하고 가라고 합니다.


사실상 걸어서 금방 갈 수 있는 붙어있는 점포이니 사장이 같거나 그렇진 않더라도 무언가가 있겠죠.


한블럭 전 타이어뱅크에서 싸우고 나와 옆집으로 왔음에도 직원들 인상을 보고 그나마 낫겠지 싶었던 신뢰도가 급속도로 하락했으나, 타이어뱅크 아닌곳 찾아 주행도 힘든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니 그냥 교체하기로 합니다.



작업과정을 모두 지켜봅니다.

제 삼각떼에 장착된 타이어는 넥센타이어에서 생산한 225/45R17 사이즈의 Nprize AH8 입니다.


타이어값이 얼마냐 하냐고 물으니 컴퓨터를 들여다 보더니만 그냥 143,000원이라 합니다. 카드를 써도 동일하고, 장착비용도 포함된 금액이라 합니다. 그저 비싸봐야 10만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왔지 이건 뭐 예상금액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니 그냥 된통 호구새끼 된 기분이네요.



저는 대전의 타이어뱅크에서 넥센타이어 Nprize AH8 225/45R17을 14만3000원에 교체한 특급 병신 호구입니다.

11월에 스파크 15인치 네짝을 장착비 포함 20만원 안쪽으로 맞췄던 제가 이런곳에서 호구를 당하다니요ㅠㅠ


TPMS 센서가 달린 차량이라 구찌 탈착비라던지 공임에 대해 물어보니 그런 부분 없이 이 가격이라 합니다. 타이어값만 얼마인지 따로 붙는 부가공임비는 얼마인지 물어보니 그런거 없이 그가격이라 합니다. 보통은 타이어값은 얼마고 공임비는 얼마다 세분화시켜 알려주곤 하는데 그렇게 알려달라 해도 알려주지도 않고 퉁치려 하니 호구냄새가 풀풀 풍겨오는 가격이지요. 


같은 제품이 무료배송 기준 7만원대 초반이니 장착비를 포함한다 쳐도 10만원 안쪽으로 해결 할 수 있고 사실상 인터넷 가격 기준으로 두 본을 구매하는 가격에 한짝만 갈고 왔습니다.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오프라인 타이어가게를 가더라도 최소 3만원 이상은 싸게 달고 왔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가격이라면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노블을 달 수 있을겁니다.



역대 최악의 하루로 기록된 이 날 역시 고속도로에서 렉카를 타고 넘어가서 QM3의 205/55R17 타이어를 교체했었는데 문자메세지 내용을 확인하니 이 당시 공임을 포함하여 차주에게 청구한 비용이 11만원으로 기록되어 있네요. 어찌된게 지방 중소도시보다 수요도 공급도 많은 대도시가 더 비쌉니다. 그러니 결론은 중간에서 마진을 가져가는 사람이 있다거나 호구당했거나 둘 중 하나죠.



별 문제없이 장착작업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시는 내 인생에서 타이어뱅크 리프트에 차를 띄울 일 없기를..


원체 좋지 못한 소문들이 많은지라 잘 살펴보았습니다만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19년 10주차. 즉 3월 둘째주에 생산된 이제 겨우 한달 지난 새 타이어가 장착되었습니다. 일단 앞에 놓고 조금 굴려서 조금 닳게 만든 다음 오일교환시 뒤로 빼던지 해야죠.


긴급출동 만족도조사와 타이어뱅크 만족도조사도 죄다 불만으로 처리.


펑크수리,위치교환,휠발란스,공기압점검을 무료로 해준다는 평생무상제공 A/S 보증서라는 이미지를 문자로 받았는데 오늘의 경험으로 두 체인점만 가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답이 선 상태에서 딱히 쓸 일이나 있을지요. 


펑크야 가까운 타이어뱅크 찾아 삼만리 끌고가느니 긴급출동 불러도 무상이고 위치교환도 오일갈면서 해달라고 하면 해주고 휠발란스 어디 해먹어서 핸들이 떨지 않고선 딱히 다시 잡을 일 없고 공기압점검이야 TPMS센서 다 달려있고 주유소나 셀프세차장에서 수시로 해도 되는 일인데 말이죠.



차계부 쓴다는 핑계로 견적서 달라고 하니 그냥 타이어 품목만 적어서 주네요;;;


월요일에 타이어뱅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대체 어떤 기준에서 공임을 포함한 이 가격을 책정하여 받는것인지 직원이 설명을 하지 못하니 대신 설명이라도 해달라 요청 할 생각입니다. 애초에 새 타이어를 교체하게 된 일 자체가 도무지 기분이 좋지 않긴 합니다만, 내 인생에서 다시는 타이어뱅크 가맹점에 차를 띄울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P.S 물론 온라인으로 무료장착이 가능한 타이어를 구매하는것이 가장 저렴하지만, 오프라인으로 가야 한다면 온라인 가격에 +2만원 수준에 장착까지 해주는 따져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대에 판매하는 타이어집들도 꽤 많습니다. 타이어 교체하러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지만 그런 업소들만 잘 찾아간건지 이렇게 호갱당한적은 처음이네요. 온라인이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여러 업소 찾아가서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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