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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의 소형차 엑셀(EXCEL)입니다. 


정오에 가까워진 시간. 평범하게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ic를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통행권을 뽑은 뒤 속도를 내어 본선에 진입하는데 제 눈 앞에 구형 지역번호판을 부착하고 상대적으로 체격이 외소한 쥐색 세단이 보이더군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어쩌다 하나 보기도 힘든 현대의 3세대 소형차 엑셀이였습니다. 94년까지 판매된 부분변경 모델인 뉴-엑셀이 아닌 89년부터 91년까지 판매되었던 전기형 모델이네요.



빛바랜 "서울 2 드" 번호판. 그리고 요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한다면 외소한 체격.

마치 칸을 나누듯 세로로 줄이 간 테일램프로 2세대 엑셀(X2)의 전기형 모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모델인 포니와 부분변경 모델인 포니2. 후속모델인 포니엑셀과 프레스토. 그 뒤를 잇는 현대자동차의 3세대 소형차이자, 엑셀이라고들 흔히 부르는 2세대 엑셀입니다. 1989년 4월 출시되어, 1991년 후기형 뉴엑셀의 출시. 그리고 1994년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부분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해결한 엑센트가 출시되기 전까지 판매되었습니다.


이미 엑셀이 출시되던 당시만 하더라도 경쟁 차종인 대우 르망은 MPI엔진을 기본 적용했지만, 엑셀은 상위트림(GLSi, TRX)에 한해 1.5 MPI엔진의 선택이 가능했었습니다. 중하위 트림에 적용되던 1.3리터와 1.5리터 FBC엔진은 밸브를 전자식으로 제어하기는 합니다만 캬브레타를 사용합니다.



이 엑셀은 하위트림의 GL입니다. 당연히 1.3리터 캬브레타방식의 엔진이 적용되었습니다.


1989년 6월 최초등록. 엑셀의 출시와 함께 계약하여 출고한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려 32년. 어지간해서는 고속도로에서 이보다 차령이 훨씬 더 오래된 차량을 찾기 힘드리라 봅니다. 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거쳐간 년대만 놓고 본다면 거의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살아있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튼 측면의 문콕을 제외한다면 칠 하나 벗겨지거나 부식이 생긴 곳 없이 매우 깔끔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머플러에서는 광이 나고, 후미등 역시 바래지 않고 제 색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꽤나 잘 달렸습니다.

휠커버도 제치 그대로. 엠블렘도 제치 그대로. 도색도 어디 크게 손상된 부분 없이 제치 그대로. 


정말 완벽한 상태의 엑셀이였습니다. 지하주차장 혹은 개인 차고에서 차생의 대부분을 보냈으리라 여겨집니다. 우측 휀다에서 올라오는 팝업 자동안테나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실내 상태 역시 제치 직물시트와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던 자동차 용품들의 모습까지 그대로 볼 수 있었네요.


어르신께서 엑셀을 타고 달리십니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과연 어디로 내려가시는지. 서른살 넘은 엑셀에게는 조금 무리스러운 여정이 아닐지 싶습니다만, 엑셀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렸습니다.



엑셀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렸습니다. 

중간에 정체도 생겨 엑셀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지요.


먼저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Y2 쏘나타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느낌입니다. 


요 근래 출시되는 소형차는 타겟이 되는 젊은 소비층에 맞추어 더욱 화려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하는것이 인기의 한 요소입니다만, 중형차 쏘나타를 보는 느낌의 중후한 멋이 보수적인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가 아녔나 싶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그 당시에도 현대차가 다른 메이커 대비 품질도 우수했고 한국인의 성향에 가장 잘 맞는 자동차를 만드는 메이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기도 했습니다.



정체가 풀리고 엑셀도 가속을 시작합니다. 대략 110km/h까지 거뜬하게 올라가더군요.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엑셀 주변을 달리는 다른 자동차들 역시 바뀌어 갑니다. 사진상 보이는 차량들. 엑셀 주위로 달리는 스타렉스와 저 앞에 보이는 신형 디스커버리5. 그 옆의 오렌지탑 스카니아 트랙터. 제가 타고있는 쏘렌토UM의 차령을 대략 산정하여 계산해도 엑셀 혼자 살아온 차생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막상 그렇게 따져보니 엑셀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주인과 함께 달려왔는지 짐작이 갑니다. 엑셀 주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나이를 모두 더한다 한들 엑셀 어르신에 비비지 못하니 말입니다.



터널에 진입합니다. 모든 등화류가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비상등도 절도있게 들어옵니다.


등화류 역시 정상 작동합니다. 주행에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비록 저만큼 엑셀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운전자는 없었습니다만, 어딘가에는 엑셀의 진가를 알아보고 저처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리라 생각됩니다.



터널 밖으로 나와서도 주행은 계속됩니다.


매송ic 부근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는 비봉에서 내려야 했기에, 엑셀과 함께 갈 길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틴팅이 되어있지 않아 훤히 보이는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어르신의 모습과 그 시절 감성이 담긴 인테리어와 차량용품들. 부디 오랜 세월 그 모습 간직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엑셀은 속도를 냅니다. 옆 차선에서 따봉을 날려주니, 엑셀 차주 어르신도 같이 엄지를 올려주십니다.


어느순간 사라져버린 추억의 자동차들. 점점 사라져가는 추억의 자동차와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한 차주. 아무리 비싼 외제차가 지나간다 한들 남부럽지 않게 보입니다. 남들 눈에는 30년 넘은 똥차에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제 눈에는 그 어느 고급 수입차보다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렇게 같이 달리던 와중 엑셀 어르신께서 제게 손을 흔들고 차로를 변경하여 멀리 사라지셨습니다.


억대가 넘어가는 고급 수입차도 추월합니다. 요즘 나오는 차량들과 비등한 속도로 달려 추월합니다. 저 역시 출구가 머지 않았고, 엑셀과 어르신은 저 멀리 사라지셨습니다.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르신과 엑셀은 다가오는 봄을 향해 힘껏 달려갔습니다.


강산은 여러번 바뀌었고, 자동차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한들, 오랜 세월 함께한 자동차가 주는 그 추억만큼은 구현해내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엑셀과 어르신의 30년 넘는 카라이프를 잠시동안 간접적으로 지켜 본 것이 전부입니다만, 어려운 이 시국에 잠시나마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지나온 30년의 세월처럼 부디 오래오래 엑셀과 어르신께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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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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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 한 철길 아래 공영주차장.


눈에 띄는 트럭이 한 대 보입니다. 라이노처럼 생겼지만 좀 더 작은. 기아자동차의 2.5톤급 준중형 트럭인 트레이드입니다. 1988년 흔히 알고 있는 타이탄의 후속 모델로 출시되었으며, 80년부터 89년까지 생산되었던 일본 마쯔다의 2세대 타이탄을 2000년 현대 마이티 기반의 파맥스가 출시될때까지 무려 12년간 판매되었습니다. 1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판매되었음에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죄다 수출길에 올라 무척 보기 힘들어진 차량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 올드카 목격담에서 다루게 될 차량은 90년 5월 등록되어 곧 만 30년을 바라보는 초기형 트레이드입니다. 중국몽 정권에 의해 노후경유차가 적폐로 몰려 운행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지금 이 시점까지 30년 된 트럭이 살아남아있다는 일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아무래도 인구 50만이 넘어가는 천안시 역시 조만간 대도시와 같은 노후경유차 규제를 받게 될테니 30년 된 이 트럭 역시 안타깝지만 조만간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겠지요. 안타깝습니다.



그 시절 특유의 동그란 원형 라이트. 덧칠의 흔적이 보이지만 매우 깔끔한 상태입니다.


굴뚝 공장기아 엠블렘. 그리고 본넷 우측 하단 그 자리에 그대로 살아있는 레터링까지. 차주분께서 직접 붓페인트로 칠하신듯한 덧칠을 제외한다면 그래도 모든 요소가 그시절 그 상태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지역번호판 역시 96년 개정판으로 바뀐 상태입니다만, 천안의 지역번호 충남80. 거기에 첫 문자인 '가'임을 확인하면 96년에 바꿔 달은 번호판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멀리서 본다면 그럭저럭 괜찮아 보입니다만, 가까이에서 여러번 덧칠한 흔적이 보입니다.


도색이야 다시 하면 될 일이고, 깨지고 찌그러진 부분이야 전국을 뒤지면 부품정도는 나올테니 복원을 한다면 큰 애로사항은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일단 3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니 말이죠.



캡은 뒤 여유공간이 없이 다량의 적재에 최적화된 일반 싱글캡. 실내 상태도 꽤나 준수합니다.


주행거리는 대략 17만km수준. 30년 된 차량 치곤 많이 달리질 않았으니 시트가 조금 뜯겨나가고 오디오를 이퀄라이저 버튼이 있는 조금 더 좋은 제품으로 교체한것을 제외하면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중입니다. 



적재함 역시 도색의 흔적은 보입니다만, 부식으로 떨어져 나간 부분은 보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도심지에서만 타던 차량이라 그런지 몰라도 눈에 보이는 부식 없이 매우 준수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흙받이는 점보타이탄용으로 나온 물건을 가져다 달아놓았고, 발판 겸 승용차가 트럭 아래로 들어가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었던 보조범퍼는 기다란 쇠파이프가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반대편 흙받이는 현대. 적재함에 용접의 흔적인 스팟까지 그대로 남아있네요.


타이어는 못해도 20년 전에나 사용했던 튜브가 들어가는 물건입니다. 연료탱크는 신형 기아 로고가 찍혀있고 상대적으로 깔끔한것으로 보아 근래에 교체된것으로 보이네요. 도색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상태는 우수합니다.



조수석 방향에서 바라본 모습.


캡 내부로 물이 새어들어왔는지 실리콘으로 보수한 흔적이 보입니다. 운전석 시트가 조금 뜯어진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깔끔하고 준수한 상태를 유지중이네요. 조금만 손을 댄다면 완벽하리라 생각됩니다.



오래된 안테나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용도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략 20년 전 어릴적 타던 세피아에도 같은 안테나가 붙어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아버지에게 물어본 기억으로는 카폰용? 핸드폰용? 안테나라고 하던데 선이 붙어있는것도 아녔으니 잘 알고 계신 분들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책임보험가입 스티커.


99년에 동부화재에서 보험을 가입하고 받은 책임보험필증 스티커입니다. 스티커 반대편 차량 안쪽에서는 대인 대물 등 가입된 내역과 긴급출동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아직도 일본에서는 비슷한 스티커를 차량에 붙인다 합니다만,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보험 가입 스티커가 어느순간부터 사라진 이후 온전히 붙어있는 차량을 보기 드물지요.


여튼 그렇습니다. 지나온 3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트레이드. 10년 안에 사라지리라 생각됩니다만, 부디 오랜 세월 살아남아 귀중한 역사적 사료로 활용되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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