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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뚜껑도 아니고 고무통도 아니고 바가지도 아닌 대야역.


대야역이라 하면 수도권에 살고 계신 분들은 지난해 개통한 시흥시 대야동의 서해선의 시흥대야역이나, 애매한 위치의 4호선 군포 대야미역을 연상합니다만 이보다 훨씬 먼저 생겨나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군산시 대야면에 소재한 대야역이라는 이름의 작은 역이 있습니다.



이 역에 왜 왔는지 말하자면 길으니 넘어가고...


1912년 지경리에 소재하여 지경역으로 개업하여 1953년 현재의 대야역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하루에 상행선과 하행선 무궁화호가 하행 5회 하행 4회 정차하는데, 대부분 교행하는 형태로 정차하는듯 합니다. 


물론 역사만 놓고 본다면 한일합방 2년 뒤인 1912년에 생겨나 100년이 넘은 역이지만 빨간 벽돌로 마감된 현재의 역사는 100년 전 지어진 건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옛 시골역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고, 무인역도 간이역도 아닌 1인근무지정역으로 역장 혼자 근무하고 있는 보통역입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작은 대합실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매표소 앞에는 벨을 눌러달라는 안내문과 함께 작은 벨이 있고, 저는 코레일톡 애플리케이션으로 표를 예매했기에 따로 매표소에 들리지는 않았습니다만, 곧 사람이 들어온 모습을 확인한 상대적으로 젊어보이는 역장님께서 기차를 타러 오셨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플랫폼으로 나가는 방향.


방역중이라는 X배너가 서 있습니다만, 따로 방역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8~90년대에 주로 사용하였고,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짙은 갈색의 구닥다리 강철샷시로 만들어진 문입니다. 대략 3m 가까은 높이의 문은 173cm의 제가 열기도 조금 힘이 들어갔는데, 작은 면소재지의 역을 이용하는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문을 여시기에는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2004년 KTX 개통 초창기에 걸어놓았을법한 액자. 그리고 오래된 스피커와 매립형 CATV 유닛.


구형 로고의 인켈 스피커와 코드 그리고 콘센트 유닛과 케이블TV 유닛이 대략 80년대에 사용하던 물건들인지라 이 역사가 지어진 지난 세월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KTX 개통 당시 촬영했던 사진이 걸린 액자도 꽤 오랜세월 걸려있네요.



작은 원탁과 낡은 의자. 


이 작은 시골역 원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랜 세월을 버텼음에도 찢어지거나 망가진 부분 없이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알림판에 걸린 포스터들. 그리고 열차 시간표.


화장실로 들어가는 작은 문도 보이네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저 혼자이니 마음껏 대야역을 둘러봅니다.



작은 입구로 들어가면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나뉘어 있습니다.



80년대에나 사용했을법한 청색 바닥타일. 청소도구함의 나무문.


사진만 보면 악취가 풍길 것 같습니다만, 악취 없이 매우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세면대도 소변기도 모두 그시절 그대로. 다만 세면대의 오수가 내려가는 아이트랩만 비교적 최근에 교체한것으로 보입니다.



상행과 하행 총 9회 정차하는 대야역의 시간표.


저는 9시 13분에 정차하는 1556호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 역에 왔습니다만, 열차가 양쪽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교행을 한다는 이야기겠죠. 시간표상 정차하는 하행열차가 아닙니다만, 하행 열차도 문이 열렸고 내리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혹여나 



여객운임표입니다.


상행 종착지 용산까지는 15,100원. 하행과 상행 웅천까지는 기본요금으로 해결됩니다. 경유지가 많을수록 요금이 늘어나는 시외버스대비 확실히 저렴합니다.



열차시간이 임박하자 승강장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승강장으로 나가네요. 상행선 열차는 향나무 방향으로 들어오는 차라고 역장님께서 알려주십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낡은 정사각형 보도블럭. 곳곳에 깨지고 풀이 자라는 자리도 보입니다.


장항선 익산-대야구간의 복선전철화가 끝나고, 대야역을 시점으로 건설중인 군장국가산업단지 인입철도의 공사가 마무리되는 2020년 이맘때 즈음이면 이 역도 새 철로 부근으로 이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때부터는 화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여객열차는 모두 통과 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철길 너머 보이는 대야역.


커다란 은행나무와 향나무들. 열차가 이 자리로 다닐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역은 사라진다 해도 나무는 잘 자라겠죠.



해가 뜨고 있습니다. 향나무 너머로 해가 뜨기에 제가 탈 열차가 올 철로는 그늘이 생겼습니다.



아직 아침이슬이 남아있는 플라스틱 벤치.


지금은 어디 운동장을 가도 이런류의 플라스틱 벤치를 보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익산방향으로 임피역에서 여객취급을 중단한지 10년이 넘어 하행열차는 바로 종점인 익산역에 정차합니다.



승강장을 알리는 간판은 케이블타이로 고정된 상태.


바람이 많이 불어 흔들리며 잡소리를 내던게 원인인지, 아니면 고정이 불안하여 다 떨어지려 하는걸 얼마 남지 않은 이설 전까지 버티기 위한 임시방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케이블타이 여러개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저 멀리 철도건널목에서 차단기가 내려오고 경고음이 울려퍼지니 열차가 곧 역을 향해 들어옵니다.


물론 면소재지를 그대로 관통하는지라 안내원이 직접 차량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안내원이 철길을 통제하는 일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열차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양 열차가 대야역에서 만나 교행합니다.


좌측의 열차에 오릅니다. 우측 열차는 시간표상 정차하는 열차가 아니지만,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내리더군요. 그렇게 장항선 열차를 타고 대야역을 떠났습니다. 아마 내년 이맘때 즈음이면 여객영업 중단과 선로 이설을 앞두고 수많은 철도동호인들이 이 역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번 교행으로 기본 10분 연착은 애교수준인 장항선이 가끔 짜증나고 속 터질때도 있습니다만, 이런 오래된 역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때마다 직선화와 복선화가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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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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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라고 하면... 성남의 신도시 개발지역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수의 IT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신도시 개발이 진행중인 성남 판교에 비한다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시골인 서천군 판교면이지만 왜정때는 상당히 번성했던 지역인지라 장항선 철도역이 소재해 있습니다. 1930년대만 하더라도 광천장 논산장과 함께 충남의 3대 시장으로 꼽히던 지역으로 우시장(牛市場)이 유명했다고 하네요. 


여튼 신분당선과 경강선의 환승이 가능한 판교신도시의 판교(판교테크노벨리)역보다 80년 먼저 생겨났고, 판교동의 전신인 낙생면보다 훨씬 잘나가던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인구 2300명 수준인 작은 면소재지 입니다.


여튼 서천군 종천면에 들어갔다가, 탈출을 위해 판교역에 와서 사진을 좀 남겨보았습니다.



장항선 판교역.


현재의 역사는 2008년 장항선 직선화 공사 당시 새로 지어진 신역사입니다. 구역사의 경우 면소재지 시가지 안에 있었으나, 현재는 철거하고 한우 정육식당이 들어서 있다고 하는군요. 주변의 다수의 역들이 그저 그런 유리궁전 형태로 지어졌습니다만, 판교역의 경우 지상 2층 규모에 벽돌로 마감이 되어있습니다. 





판교역 앞 작은 공원.


비슷한 시기에 새로 이설된 장항역에서 보았던 분위기와 매우 비슷해 보이더군요. 여튼 장항역은 장항이 아닌 마서면으로 쫒겨나서 사실상 아작이 났다지만, 판교역 신역사는 그래도 판교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전해 왔습니다.



역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돔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천장에는 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요. 둥그런 돔을 중심으로 출입구와 화장실로 가는 문 그리고 플랫홈으로 나가는 문과 대합실로 들어가는 문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었습니다.



상행선 열차와 하행선 열차를 탈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나가는 문.


직선화로 대다수의 수요를 날려먹은 장항선 역의 특성상 사람구경 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상행선 열차를 타기 위해 아주머니 한분이 오시더군요. 그래도 무배차간이역이 아닌 1인근무지정역이라 역무원은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판교역의 열차 시간표입니다.


새마을호는 모두 무정차 통과. 상행선 무궁화호는 모두 정차하고, 하행선 1555호 무궁화호만 무정차 통과합니다.



텅 빈 매표소.


1인근무지정역인지라 역무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아무도 없는 느낌입니다.



판교역과 면소재지의 오래된 건물들과 연계하여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장항이나 군산에도 왜정때 지어진 이런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작은 면소재지에도 이런 흔적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해당 건물 옆에 가면 스탬프가 있고 그 스탬프를 다 찍어오면 된다고 하네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킥보드를 타고 스탬프 투어를 해보고 싶습니다.



플랫홈으로 들어가 열차를 기다립니다.


신형 디젤기관차인 7600호대 기관차가 냉연코일을 잔뜩 적재하고 본선이 아닌 대피선으로 나타납니다. 아마 천안에서 장항선을 경유하여 광양으로 향하는 3435호 화물열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렁찬 디젤엔진을 공회전시키며 여객열차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행 1157호 새마을호가 본선으로 진입합니다.


정차역은 아니지만 반대편에서 마주오는 1564호 무궁화호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하행선에만 두대의 열차가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봐도 타는 돈이 아까운 리미트 짭마을호...


발전차는 다 떨어진 데칼 그대로.. 새 도색 역시 기존 칠을 제대로 벗기지 않고 대충 칠해서 엉망진창.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호화롭던 시설을 자랑했던 기존 새마을호의 퇴역 이후로도 그럭저럭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두 열차를 기다리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나타납니다.


본선의 짭마을이 먼저 출발하고, 한참 전에 와서 기다렸던 화물열차가 뒤이어 출발하겠지요.



신형 리미트객차 없이 모두 구형 객차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탑승자 3명. 하차자 3명. 그렇게 승객 등가교환 이후 열차는 떠났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판교역에 와서 스탬프 투어를 하고, 간단히 밥을 먹어보고 싶습니다. 무려 세대의 열차가 교행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번성했던 옛 면소재지를 구경 가능한 시골동네 판교역이 고층건물과 값비싼 아파트로 둘러쌓인 판교역보다 훨씬 더 마음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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