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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로 기억합니다. 당진의 한 원룸촌 골목에서 본 옛 서울 지역번호판을 부착한 엑센트네요. 매우 준수한 상태로 보존중이였습니다. 물론 서울번호판을 달고 있습니다만 서울이 아닌 당진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물론 주소를 서울에 두고 당진에 업무차 와서 주말에만 서울로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상태가 매우 준수한 지역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이 당진에 그것도 원룸 주차장에 있는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지역번호판이 사라진지도 얼추 20년 가까이 지났고, 대략 5년 전부터 전입시 기존 지역번호판을 전국번호판으로 바꿔야 하는 규정 역시 폐지되었기에 타지역으로 전입을 했더라도 소유자만 동일하다면 지역번호판의 유지가 가능합니다. 물론 차량 양도시 번호판의 지역과 동일한 지역에 거주한다면 규정상 지역번호판의 유지가 가능합니다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국토교통부의 규정을 무시하고 강제로 지역번호판으로 교체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민원인의 의지와는 달리 공무원의 편의만을 위해 오래된 차량의 가치를 현저히 낮추는 행위인데 일부 철밥통 공무원들의 편의를 위해 지역번호판 부착 차량의 이전시 희생당하지 않도록 잘 알아보고 가셔야 합니다.


여튼 당진의 한 원룸에서 본 엑센트는 1,500cc 5도어 모델인 유로 엑센트였습니다. 


94년형인데 95년 1월에 등록한 전형적인 12월 출고 차량이더군요. 일반적인 4도어 세단 모델과 더불어 3도어 프로 엑센트. 5도어 유로 엑센트가 함께 판매되었습니다. 세단 모델을 제외한 3도어와 5도어 모델은 해치백을 표방하고 있지만, 세단보다 꽁무니가 짧고 트렁크와 뒷유리가 붙어 함께 열리는 테라스 해치백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정통 해치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멉니다만, 후속모델인 베르나의 해치백 모델도 그랬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세피아의 해치백 모델인 '세피아 레오'와 '누비라 D5'등 경쟁사 역시 판매량은 많지 않았지만 테라스 해치백 모델을 출시하였습니다.



'서울2 어' 지역번호판이 꽤 준수한 상태로 살아있었습니다.


94년에 출고하여 95년 1월에 등록한 차량의 외관도 이정도면 준수하다 여겨지더군요. 컴파운드로 밀면 지워질듯한 범퍼 스크레치는 뭐 무방한 수준이고 스틸휠을 덮고 있는 플라스틱 휠커버가 바래서 하얗게 변한 부분 역시 부품만 사다 교체하면 쉽게 해결 될 부분이니 상태는 매우 완벽한 수준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94년 4월. 엑셀의 후속모델로 출시된 소형차 엑센트는 나름대로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차량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고유모델인 포니를 시작하여 자동차의 핵심 부품 중 일부를 국산화시킨 모델들은 있었지만, 핵심 요소인 플랫폼과 엔진과 변속기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모델은 바로 엑센트였습니다. 


그 외에도 파격적인 파스텔톤 컬러를 채택했던 부분과 부분변경 이후 한정판으로 내놓았던 팩토리 튜닝 모델인 TGR 역시 자동차 역사를 논하면 빠짐없이 회자되곤 합니다.



사이드스텝 끝쪽에 작은 부식이 보이네요.


뭐 작은 부식이야 쉽게 해결이 가능하고 애교로 넘어가도 될 수준입니다. 여러모로 문콕 하나 없이 깔끔한 상태에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옆에 벽이 붙어있어 운전석에서 내리기 힘든 상황임에도 벽에 바짝 붙여 주차한다는 얘기는 문콕을 차단하겠다는 이야기겠죠. 차주분의 엑센트 사랑이 눈에 보입니다.



여러모로 뒷범퍼의 작은 스크레치를 제외하면 매우 준수한 상태입니다.


플라스틱 번호판 가드 역시 바래거나 깨진 흔적 없이 매우 준수한 상태 그대로 부착되어 있습니다. 번호판과 볼트 봉인 그리고 플라스틱 가드 역시 25년 넘는 세월을 엑센트 트렁크에 붙어 함께하고 있습니다. 25년이라는 긴 세워을 버텨왔지만, 앞으로의 25년도 충분히 버티고 남을 상태로 보이네요.




운전은 양보와 질서 그리고 여유... - 현대자동차


그렇습니다. 출고 당시 붙어나온 스티커가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노란 병아리가 백기를 들고 있는 그림과 함께 양보와 질서 그리고 여유로운 운전을 강조하고 있는 스티커입니다. 색이 바래고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습니다만 25년간 직사광선과 비바람에 노출되었음에도 식별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집니다.



그 시절 OK스티커.


물론 지금의 현대차는 일부 차종에 한해 앞유리 혹은 뒷유리에 스티커라고 보기 애매한 종이 형태로 부착되어 나옵니다만, 대부분 틴팅 작업과정에서 제거되어 그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 SUV GV80 역시 출고장에서 확인하니 붙어있기는 하더군요.


세월이 흘러 어느정도 누렇게 변색되었지만, 그래도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비스티커. 13.8km/L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략 두번정도 공인연비 측정방식이 보다 엄격하게 변화했음을 감안하고 현재의 기준으로 연비를 측정하면 대략 10~11km/L 수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9년형 엑센트 1.4 세단 CVT 모델의 복합연비가 13.4km/L임을 감안한다면 대략 25년간 연료효율은 답보상태에 있다고 느껴지겠습니다만, 측정 방식이 달라졌음을 감안하면 그동안 연료효율에도 꽤나 많은 진보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난 방지 기능을 탑재한 순정오디오가 적용되었음을 알리는 스티커도 붙어있습니다.


차량에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면 크락션과 함께 비상등을 점멸하거나 비정상적인 전원이 들어오는 경우 오디오 자체에서 락을 걸어 비밀번호를 해재해야만 오디오의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그런 기능입니다. 물론 오디오를 탈거하는 경우 무력화 되어 차도둑에게 오디오 전원부터 먼저 제거하라고 친절히 알려주는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만, 이러한 스티커는 대략 2000년대 초중반 생산된 차량에도 붙어있었습니다.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스티커지요. 이 역시 추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원룸 주차장에 잘 모셔진 엑센트를 뒤로하고 볼 일을 보러 떠났습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주차장의 엑센트와 작별했습니다. 서울이 아닌 타지에 어떠한 연유로 굴러왔는지는 모르겠지만, 25년의 긴 세월을 버틴 만큼 앞으로의 25년도 무탈히 버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25년. 서울 지역번호판을 부착한 엑센트가 지금처럼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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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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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의 소형차 엑셀(EXCEL)입니다. 


정오에 가까워진 시간. 평범하게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ic를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통행권을 뽑은 뒤 속도를 내어 본선에 진입하는데 제 눈 앞에 구형 지역번호판을 부착하고 상대적으로 체격이 외소한 쥐색 세단이 보이더군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어쩌다 하나 보기도 힘든 현대의 3세대 소형차 엑셀이였습니다. 94년까지 판매된 부분변경 모델인 뉴-엑셀이 아닌 89년부터 91년까지 판매되었던 전기형 모델이네요.



빛바랜 "서울 2 드" 번호판. 그리고 요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한다면 외소한 체격.

마치 칸을 나누듯 세로로 줄이 간 테일램프로 2세대 엑셀(X2)의 전기형 모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모델인 포니와 부분변경 모델인 포니2. 후속모델인 포니엑셀과 프레스토. 그 뒤를 잇는 현대자동차의 3세대 소형차이자, 엑셀이라고들 흔히 부르는 2세대 엑셀입니다. 1989년 4월 출시되어, 1991년 후기형 뉴엑셀의 출시. 그리고 1994년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부분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해결한 엑센트가 출시되기 전까지 판매되었습니다.


이미 엑셀이 출시되던 당시만 하더라도 경쟁 차종인 대우 르망은 MPI엔진을 기본 적용했지만, 엑셀은 상위트림(GLSi, TRX)에 한해 1.5 MPI엔진의 선택이 가능했었습니다. 중하위 트림에 적용되던 1.3리터와 1.5리터 FBC엔진은 밸브를 전자식으로 제어하기는 합니다만 캬브레타를 사용합니다.



이 엑셀은 하위트림의 GL입니다. 당연히 1.3리터 캬브레타방식의 엔진이 적용되었습니다.


1989년 6월 최초등록. 엑셀의 출시와 함께 계약하여 출고한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려 32년. 어지간해서는 고속도로에서 이보다 차령이 훨씬 더 오래된 차량을 찾기 힘드리라 봅니다. 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거쳐간 년대만 놓고 본다면 거의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살아있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튼 측면의 문콕을 제외한다면 칠 하나 벗겨지거나 부식이 생긴 곳 없이 매우 깔끔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머플러에서는 광이 나고, 후미등 역시 바래지 않고 제 색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꽤나 잘 달렸습니다.

휠커버도 제치 그대로. 엠블렘도 제치 그대로. 도색도 어디 크게 손상된 부분 없이 제치 그대로. 


정말 완벽한 상태의 엑셀이였습니다. 지하주차장 혹은 개인 차고에서 차생의 대부분을 보냈으리라 여겨집니다. 우측 휀다에서 올라오는 팝업 자동안테나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실내 상태 역시 제치 직물시트와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던 자동차 용품들의 모습까지 그대로 볼 수 있었네요.


어르신께서 엑셀을 타고 달리십니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과연 어디로 내려가시는지. 서른살 넘은 엑셀에게는 조금 무리스러운 여정이 아닐지 싶습니다만, 엑셀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렸습니다.



엑셀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렸습니다. 

중간에 정체도 생겨 엑셀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지요.


먼저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Y2 쏘나타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느낌입니다. 


요 근래 출시되는 소형차는 타겟이 되는 젊은 소비층에 맞추어 더욱 화려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하는것이 인기의 한 요소입니다만, 중형차 쏘나타를 보는 느낌의 중후한 멋이 보수적인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가 아녔나 싶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그 당시에도 현대차가 다른 메이커 대비 품질도 우수했고 한국인의 성향에 가장 잘 맞는 자동차를 만드는 메이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기도 했습니다.



정체가 풀리고 엑셀도 가속을 시작합니다. 대략 110km/h까지 거뜬하게 올라가더군요.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엑셀 주변을 달리는 다른 자동차들 역시 바뀌어 갑니다. 사진상 보이는 차량들. 엑셀 주위로 달리는 스타렉스와 저 앞에 보이는 신형 디스커버리5. 그 옆의 오렌지탑 스카니아 트랙터. 제가 타고있는 쏘렌토UM의 차령을 대략 산정하여 계산해도 엑셀 혼자 살아온 차생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막상 그렇게 따져보니 엑셀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주인과 함께 달려왔는지 짐작이 갑니다. 엑셀 주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나이를 모두 더한다 한들 엑셀 어르신에 비비지 못하니 말입니다.



터널에 진입합니다. 모든 등화류가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비상등도 절도있게 들어옵니다.


등화류 역시 정상 작동합니다. 주행에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비록 저만큼 엑셀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운전자는 없었습니다만, 어딘가에는 엑셀의 진가를 알아보고 저처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리라 생각됩니다.



터널 밖으로 나와서도 주행은 계속됩니다.


매송ic 부근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는 비봉에서 내려야 했기에, 엑셀과 함께 갈 길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틴팅이 되어있지 않아 훤히 보이는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어르신의 모습과 그 시절 감성이 담긴 인테리어와 차량용품들. 부디 오랜 세월 그 모습 간직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엑셀은 속도를 냅니다. 옆 차선에서 따봉을 날려주니, 엑셀 차주 어르신도 같이 엄지를 올려주십니다.


어느순간 사라져버린 추억의 자동차들. 점점 사라져가는 추억의 자동차와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한 차주. 아무리 비싼 외제차가 지나간다 한들 남부럽지 않게 보입니다. 남들 눈에는 30년 넘은 똥차에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제 눈에는 그 어느 고급 수입차보다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렇게 같이 달리던 와중 엑셀 어르신께서 제게 손을 흔들고 차로를 변경하여 멀리 사라지셨습니다.


억대가 넘어가는 고급 수입차도 추월합니다. 요즘 나오는 차량들과 비등한 속도로 달려 추월합니다. 저 역시 출구가 머지 않았고, 엑셀과 어르신은 저 멀리 사라지셨습니다.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르신과 엑셀은 다가오는 봄을 향해 힘껏 달려갔습니다.


강산은 여러번 바뀌었고, 자동차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한들, 오랜 세월 함께한 자동차가 주는 그 추억만큼은 구현해내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엑셀과 어르신의 30년 넘는 카라이프를 잠시동안 간접적으로 지켜 본 것이 전부입니다만, 어려운 이 시국에 잠시나마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지나온 30년의 세월처럼 부디 오래오래 엑셀과 어르신께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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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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