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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신군부 시절 정권에 의해 단종되었던 HD1000 승합차의 계보를 잇는 현대의 원박스형 승합차입니다. 당시 기술제휴 관계에 있었던 미쓰비시의 미니밴인 델리카 3세대 모델을 들여와 1986년 12월부터 생산하게 되었고, 2003년 12월 환경규제로 인해 정리되기까지 약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판매된 차량입니다.


물론 승합차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봉고에 밀려 만년 콩라인에 있었지만, 그래도 말년에는 봉고의 후신 프레지오보단 잘 팔렸습니다. 여튼 그러한 그레이스의 1세대 후기형 6인승 밴 차량을 보았습니다. 



예산 읍내의 한 골목에서 본 1992년 8월 등록된 그레이스입니다.


얼마 전 서산 해미에 구형 지역번호판을 달고있었던 그레이스 2밴이 결국 폐차장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예산에서 상당히 우수한 상태의 각그레이스 밴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붕과 백도어 도장 클리어가 일부 벗겨진걸 제외한다면 30년 가까이 된 차량임을 감안한다면 우수한 관리상태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함께 판매되었던 포터의 경우 2세대 델리카 트럭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량이지만, 그레이스의 경우 1986년 당시 일본에서도 따끈따끈한 신차였었던 3세대 모델의 뱃지 엔지니어링 모델입니다. 즉 현대와 미쓰비시가 함께 생산을 했다는 이야기겠죠. 비슷하게 생긴 각포터보다는 한층 진보된 모델이였습니다. 여튼 96년에 와서야 3세대 플랫홈으로 갈아타게 된 포터와는 달리 그레이스는 자잘한 부분변경만 있었을 뿐 실질적인 모델 체인지는 없었습니다.



깔-끔 합니다.


세월에 바래버린 트렁크 가니쉬는 빛바랜 회색이 되어버렸고,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때만 하더라도 근근히 차량들에 붙어있었던 충청남도교육청에서 배포했던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합시다' 스티커 역시 그대로 붙어있었습니다.


차량 총중량은 2375kg. 밴 모델인지라 리어와이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적재공간에는 그냥 승용차 트렁크에 있을법한 평범한 물품들이 담겨있습니다.


적재공간 상태도 흙먼지가 조금 있는 걸 제외하고도 30년 가까이 된 차량 치곤 준수했습니다.



휠캡은 엘란트라 휠캡이 장착되어 있었고, 그 위에 현대 엠블렘을 하나 더 붙여놓았습니다.


엘란트라의 휠캡도 별다른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리네요.



실내상태도 매우 준수합니다.


주인어르신께서 상당히 애지중지 관리하신듯 보입니다. 짐칸에는 흙먼지가 좀 있었지만, 사람이 타는 공간에는 흙먼지라곤 찾아 볼 수 없었네요. 뭐 여튼 밴 모델이라 그런지 RPM 게이지는 없었습니다. 주행거리는 약 26만km정도 찍혀있었고요.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창문을 내리기 위해선 닭다리를 열심히 돌려야 합니다.


나름 오래된 차량임에도, 최신의 휴대폰 충전기와 요즘 차에 달려도 별 위화감이 없는 휴대폰 거치대가 달려있었습니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타야하는 2열 공간도 매우 깔끔했네요.


아무래도 업무의 개념보다는 요즘 RV차를 타는 개념으로 차를 출고하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바닥 매트 대신에 박스를 깔아두었고, 여러모로 차를 아끼는 어르신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1993년 뉴그레이스 출시 전까지 사용되었던 레터링입니다.


그 시절 쏘나타고 각그랜져고 뭐고 다 같은 폰트로 만들어 붙이던 물건인데, 각그레이스의 경우 좌우측 문짝에 모두 이 래터링이 붙었던게 특징입니다. 물론 보셨다 트렁크 도어에도 잘 붙어있고요. 93년도에 둥글둥글해진 신형 모델이 출시되면서, 그레이스 래터링 역시 둥글둥글하게 변했습니다.



응..? 근데.. 이거.... 구형인데....


그랬습니다. 전면부의 경우 신형으로 개조가 되어 있었습니다. 당연스럽게도 각그레이스 부품은 수급 자체가 힘든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신형개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짜피 86년형이나 2003년형이나 전반적인 차체는 같기에 쉽사리 개조가 가능했겠지요. 



생각보다는 위화감 없이 잘 들어맞습니다.


그래도 현대차는 부품 자회사를 두고 있어 부품 수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합니다. 각그레이스 시절 부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90년대 중후반 나온 차량들의 부품은 아직도 다수의 신품이 생산되며 판매되고 있습니다. 당연스럽게도 뉴그레이스 부품들은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말이죠.



반대편 사이드미러는 신형이 달려있지만, 운전석 사이드미러의 경우 아직도 구형이 달려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주인의 강한 애착이 있었기에, 전면부 사고로 폐차장으로 갈 운명이였던 그레이스가 신형 개조를 거쳐 여태 살아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원인은 중국에 있지만 괜히 트집이 잡히는 노후 경유차 자체가 현 정권에서 쥐닭급 적폐 취급을 받고 있기에 무궁한 앞날을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도 그 자리에 꿋꿋히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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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강3교에서 발견한 와이드봉고입니다.


와이드봉고는 마쯔다의 3세대 봉고를 기반으로 1989년 출시되어, 95년 부분변경 모델인 'J2'를 포함하여 97년까지 판매된 기아자동차의 소형트럭입니다. 보통 J2는 별개로 치고 와이드봉고라 하면 89년부터 94년식 모델까지를 칭하기도 하지요. 여튼 92년형을 기점으로 기존 와이드봉고 헤드라이트가 조금 더 와이드하게 변하기도 했습니다.



충북 8. 구형 지역번호판을 달고있는 매우 깔끔한 상태의 중기형 와이드봉고.


그렇습니다. 초기형은 헤드램프가 조금 작고, 흔히 보았던 중기형 와이드봉고의 모습입니다. 조회해보니 92년 8월에 등록된 모델이네요. 여튼 광은 나지 않아도 육안상 큰 흠집 하나 없이 잘 보존된 차량입니다. 번호판 역시 크게 바랬다는 느낌이 없었고요. 적재함에는 호루가 씌워져 있어 아마 포장마차 형태로 사용하는 트럭으로 보입니다.



잘 살아있는 OK스티커.


근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빛을 보아온지라 변형은 있었지만 공장기아 로고까지 선명히 살아있습니다.



차량 내부에는 낚시 찌를 비롯하여 낚시용품들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깔끔한 내부. 도어트림에 들뜬곳 하나 없고, 시트도 대시보드도 어디 하나 깨지고 찢어진 부위 하나 없습니다.


경이롭습니다. 먼지 하나 없다니... 비록 영업을 위한 수단이지만, 차주분께서 소중히 다루시는 모습이 사진 너머까지 느껴집니다. 특성상 주행거리는 약 9만km 수준으로, 많이 타지 않을 걸 떠나 아직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유리창에는 사각형 모양의 썬팅지가 붙어있는데....


이미 오래전 에쓰오일로 사명을 변경한 쌍용정유의 로고가 붙어있습니다. IMF 여파로 인한 쌍용양회의 지분매각으로 사실상 그룹 계열사에서 벗어나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된게 2000년이니 썬팅지가 부착된지 최소 1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전반적으로 눈에띄는 부식 하나 없이 양호한 상태입니다.


여기저기 찍힌 부분이 존재하긴 하고 문짝과 차체 그리고 적재함의 칠 색이 좀 다르지만, 30년 다 된 트럭이 이 상태라면 주변의 시선을 끌기에도 충분합니다. 거기에 분진 하나 없이 잘 관리된 휠 상태 역시 완벽한 수준입니다.



후미등 주변으로는 깨진부위와 락카칠을 했던 흔적이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제치 스티커도 다 살아있고, 이정도면 준수하지요.



전착도장 적재함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이야 뭐 전착도장이 일반적인 제작공정입니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렇게 내세울만한 자랑거리였습니다. 큰 부식 없이 잘 관리된 이시절 전착도장 적재함이, 툭하면 썩어버리는 요즘의 포터와 봉고 적재함보다 품질면에서는 더 우수하지 않은가 싶네요.



최대적재량 1000kg 스티커 역시 잘 붙어있습니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스티커도 바래고 일부 뜯겨나가긴 했지만 말이죠.



반대편은 상대적으로 색바램이 덜합니다.



와이드봉고 레터링과 파워스티어링 레터링.


파워스티어링 레터링은 새로 가져다 붙인듯 보입니다.



칠의 상태는 반대편 대비 온전하다만, 상대적으로 기스나 흠집은 반대편 대비 많이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밤새 내리던 비를 피해 금강변에서 위로 올려둔 차량입니다만, 며칠 뒤 다시 가보면 금강휴게소 뒷편 금강변에서 천막을 펼쳐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겠죠. 부디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세월에 준하는 오랜세월을 금강휴게소 근처에서 손님을 맞으며 오래오래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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