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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서부터 이어집니다.


애독해주시는 여러분께 일일히 인사드리지 못해도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숙사를 돌고 내려오니 공사중이지만 방치된 건물이 보입니다. 착공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지어질 일이 없는 학생회관 건물입니다.



흉물스럽게 방치된지도 만 20년.


1998년에 착공했고 조금씩 공사를 진행하다가 2008년 이후로는 손을 뗀 상황이라 하니 처음 터파기 공사 당시 태어난 신생아가 대학에 들어가고도 남은 시기입니다. 이 언제 지어질지 모르는 학생회관 건물을 보며 입학하고 졸업한 학생들만 수천명이 될테구요. 건축을 위해 설치해놓은 아시바(あしば) 역시 언제 무너질지 모를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인력사무실 스티커가 붙은 공사장 휀스. 

뒤에서 보기는 흉측해도 전면은 대리석으로 마감을 해놓은 모습이네요.


20여년동안 이 학생회관 건물 공사에 동원되셨던 분들은 땀흘려 일했던 노동의 댓가를 체불 없이 잘 받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학교의 운영이 정상적이였다면 이미 오래 전 지어지고도 남았을 건물이지만, 결국 영원히 완공되지 못하고 이렇게 흉물로 방치되는 실정입니다.


아마 캠퍼스가 새 주인을 찾는다 한들, 이어서 짓기보다는 철거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네요. 



여튼 눈 앞에 보이는 부분인 천장과 외벽만 마감처리가 된 상황.


샷시 역시 창틀만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대리석이 때가 안탄게 신기하네요. 



공사장 안에는 버려진 공사자재들만 있던게 아녔습니다.


구닥다리 CRT 모니터와, 불용품으로 뺀 의자와 책상들도 버려져 있습니다.



책상 의자같은 물건들 뿐 아니라 침대 프레임도 버려져 있네요. 


90년대에나 사용했을 물건입니다. 애초에 학교측 역시 이 건물이 완공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온갖 잡동사니를 몰아넣지 않았나 싶습니다.



봉사관 건물입니다.


봉사라고 하기에 사회복지 관련 학과가 소재했던 건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간호학과 건물이네요.



편의점이 존재했었던 자리.


그렇습니다. 편의점이 존재했었던 자리입니다. 에어컨인지 냉장고 설치 당시 깔아두었던 라인이 그대로 남아있네요. 나름 이 캠퍼스 내에 존재했던 유일한 편의점이 봉사관에 있었습니다.



굳게 닫힌 문 옆으로 붙어있는 기독교 동아리 CCC 포스터.


그렇습니다. 전국 연합 기독교 동아리의 포스터만 붙어있을 뿐. 동아리 가입을 원하는 새내기 대학생들은 없습니다.



그리고 반대편에 붙은 콜택시 전화번호.


남원 시내에서는 거리가 좀 있는지라 기차 및 버스시간 15분 전에 미리 예약하라고 적어두었네요. 택시비도 부담이 가는 가격이였으리라 지레 짐작은 갑니다만, 택시를 부를 학생도 더이상 없습니다.



으슥한 봉사관 뒷길.


뒤로 돌아서 나올 수 있나 싶었는데, 방문 며칠 전 내린 폭우로 대나무가 하나 쓰러져 있더군요. 결국 진입을 포기하고 후진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알 수 없는 아기를 안고있는 어머니의 석상.


의과대학으로 가는 길목. 그래도 이쪽은 그리 방치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의과대학 도착.


이미 오래전에 관심을 끌지 못하고 망했을 이 학교가 그나마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의과대학이 존재해서가 아녔나 싶습니다. 약 20여년간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을 거쳐간 의사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쪽박차도 저보다는 잘 사는 전문직들 걱정은 하는게 아니긴 합니다만..



의과대학 옆으로 유류보관소가 존재합니다.


당연하게도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지역인지라, LPG 가스와 석유를 사용했던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의과대학 옆에 유류를 보관하는 목적으로 보이는 창고가 존재하네요. 폐교 이후 남은 기름들을 다 회수했는지 혹은 누군가가 빼돌렸을지는 모르는 일 입니다.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원 49명은 한시적으로 원광대학교와 전북대학교에 분배되었습니다.


이후 국공립의과대학이 남원지역에 신설된다면 그 티오를 그대로 가져오겠다 하는데, 새 국공립 의과대학이 서남대 부지에 그대로 들어올지 그게 아니면 다른 부지에 새로 건립될지는 아직 추진단계인지라 명확히 정해진 사실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서남대 부지에 들어오려면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거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 서남대학교의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어야만 합니다.



뭐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겉문은 잠겨있었습니다.



누구를 추모하는진 모르겠지만 세워져있던 위령비.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시는 분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강당 방향으로 향해봅니다.


전형적인 이홍하 계열 양식으로 지어진 강당. 체육관련 학과들이 사용하고, 입학식과 졸업식같은 행사도 이 건물해서 진행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지금은 그저 버려진 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 녹이 슬고, 레일마저 이탈하여 개판이 된 철제 셔터.


나중에 여는 누군가가 고생 좀 하리라 생각됩니다.



암울한 상황임에도 하늘은 맑고 학교 운동장은 푸르릅니다.


공을 차고 놀을 학생도 없고, 연구하고 탐구할 교수도 학생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변 상권은 박살을 넘어서 핵폭탄을 맞았다고 봐야 할 수준이고요. 빚을 내 원룸을 짓고 상가를 짓는 등 투자를 했었던 지역주민들 역시 처치곤란한 애물단지를 떠안은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그나마 의과대학이 있었기에 이렇게 관심을 받았고, 전국 각지의 온갖 학교들이 더이상 인가가 나지 않는 '의과대학' 하나만 보고 서로 인수하겠다고 난리를 피운 상황 속에서 그 외 학과 학생들과 교수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을테구요. 대학 구성원은 아니지만, 드넓은 운동장을 보며 학교 관계자들이 느꼈을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껴봅니다.


5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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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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