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세차 겸 타고 나갔다 발전기 벨트가 끊어지고 11월까지 그냥 놔뒀습니다.
벨트나 끼우고 차나 가지고 나가서 삼발이나 교체해야지 했더니만... 바로 다음날에 회전교차로 사고가 있었고요. 정신없이 보내고 보내니 11월까지 시간이 흘렀더군요. 아 물론 벨트 끼우기도 공간이 없어서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주차장에 세워두었는데 기존 배터리도 5년이 넘어 상태가 간당간당 했었는데 충전이 되지 않는 상태로 좀 타다 왔으니 당연히 금방 방전이 되었죠.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10월 말쯤 차를 움직일 계획을 세웠었으나, 결국 바쁘고 피곤한 관계로 밀리고 밀려 11월 중순이 넘어서야 중고 배터리를 끼우고 차를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일본에 가서 타이어를 두 본 구입하여 넘어왔었고, 일본에서 가져온 타이어를 끼웠습니다.
야후오쿠(ヤフオク)에서 눈여겨본 타이어가 있어 일본에 계신 분께 구입을 부탁드렸습니다.
한국에서도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여 택배로 받을 수 있습니다만, 그냥 직접 가서 가지고 와 보고 싶었습니다. 배를 타고 차를 싣고 가시는 분들 중 이렇게 자동차 부품을 구입하여 오는 경우는 다수 있다고 들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서 타이어를 수하물로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저는 공항에서도 타이어를 수하물로 보내는 건 처음 본다는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155/70R12 여름용 타이어 2본 22년산 던롭 디지로프 EC201 바리야마
적당한 가격대의 한국에서 구하지 못하는 스포츠 패턴의 타이어로 택했습니다. 22년 하반기에 생산된 타이어인데, 바리야마(バリ山)라는 뜻이 트래드가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바리(ばり)라는 단어에 우리가 아는 횟수가 추가되는 그 의미 말고도 '금속이나 플라스틱의 가공가정에서 튀어나온 여분의 부분'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하네요. 여튼 야마가 많이 남은 타이어를 4000엔에 낙찰받아 배송료로 2500엔을 지불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끔 보이지만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던롭(DUNLOP) 타이어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방식의 타이어를 개발해 낸 존 보이드 던롭의 이름을 딴 영국의 타이어 브랜드였으나 현재는 스미모토고무공업과 굿이어 등이 전 세계의 사용권을 나눠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스미모토고무공업에서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요코하마나 브리지스톤처럼 최소 일본 한국 중국에서 굴러다니는 던롭 타이어는 일본산 타이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밴딩 되어 쿠로네코 택배로 받은 상태 그대로 인수했습니다만, 렌터카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밴딩이 다 빠져버렸더군요.
니가타현 시바타시에서 사가현까지 약 1200km 이상의 거리를 건너왔습니다.
한국에서 큐슈까지의 거리보다 두 배 이상 먼 거리에서 왔네요. 상품을 야후오쿠에 올리고 멀리까지 보낸 판매자 역시 큐슈에서 굴러가겠구나 생각했을 텐데, 큐슈가 아닌 한국땅까지 넘어갈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여튼 이 타이어를 렌터카에 넣고 다니다가, 공항에 가기 직전 대충 면테이프를 구입하여 칭칭 감았습니다. 기내수하물로는 어려워도 위탁수하물로는 가지고 탈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에서요.
면테이프로 칭칭 감았습니다만... 항공사 카운터에서 한번 더 감으라고 그러더군요.
가방 말고 또 수하물이 있다고 일본인 직원에게 보여주니 혼잣말로 '나니고래?' 라고 묻곤 물건을 보더니 '다이야'라고 얘기하더군요. 한국인 직원이 나와서 테이프를 주더니 한번 더 감아달라고 해서 진에어 테이프로 한번 더 감았습니다. 이분 얘기론 타이어를 들고 타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시더군요. 일본에 가서 자동차 부품이나 타이어를 들고 오는 분들이 좀 계신 것 같긴 한데 생각만큼 많지는 않은가 봅니다.
당시 여정에 기본 무게도 꽤 나가는 큰 캐리어를 들고 가서 가방에 무게도 기본 위탁수하물 기준인 15kg에 간당간당한 상황이었는데 타이어 무게 약 10kg 정도를 추가하여 10만 원 조금 안 되는 추가 운임을 내고 비행기 화물칸에 싣고 올 수 있었습니다. 미리 위탁수하물 추가 상품을 구매했거나 좀 가벼운 가방을 들고 가서 무게를 줄였으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가지고 올 수 있었을 겁니다. 기내 반입이 가능한 배낭만 들고 갔을 때 타이어를 가져왔으면 무료 위탁수하물 무게 안에서 추가비용 없이 해결도 가능했었겠지요.
위탁수하물로 맡긴 캐리어들 사이에서 자랑스러운 타이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캐리어 아니면 골프백정도나 볼 수 있는 곳에서 타이어가 튀어나오니 다들 타이어가 있다고 신기하게 보네요. 일본까지 가서 타이어를 사 오는 사람을 처음 보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시선을 즐기며 캐리어와 함께 타이어 카트에 싣고 공항을 빠져나갑니다.
아 참고로 저 캐리어도 던롭 브랜드가 찍혀있는 물건입니다.
캐리어와 타이어 둘 다 던롭이네요. 그렇게 니가타현 어딘가에서 굴러가던 일본제 타이어가 한국으로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넘어왔습니다. 초 카와이한 일녀는 한국으로 데려오지 못해도 초 카와이한 12인치 타이어를 데리고 한국으로 무사히 반입시키는 일은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일본에 다녀온 뒤 미국산 대우 전기차에 한참 싣고 다니다가 중고배터리를 끼우고 시간이 생겼을 때 타이어를 교체하러 살살 근처 카센터로 이동합니다. 발전기 벨트도 그냥 가서 끼워달라고 하려고요.
스즈키 알토 아니 대우 티코와 일본에서 가지고 들어온 타이어입니다.
일단 시동을 걸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전자장비도 없는 차량이지만 오디오는 끄고 라이트도 켜지 않고 일단 집에서 4.5km 거리의 카센터로 향해봅니다.
8월 이후로 약 3개월 만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신호등 몇 개만 거치면 되는데..... 당연히 발전기가 돌지 않으니 배터리 경고등은 떠있고 그래도 갈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가다가 시동이 꺼져버리네요.
티코가 사거리 한복판에 퍼져서 섰습니다.
곧 죽어도 큰 차나 비싼 고급차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무시하고 천대하는 똥차의 대명사인 티코가 도로 한복판에 퍼져서 서있으니 아주 즐거운 구경거리가 생겼는지 다들 구경하고 갑니다. 트렁크 문을 열고 있으니 다들 퍼진 차라고 생각하곤 알아서 옆 차선으로 가더군요.
근데.... 이거 거의 타지 않는 차라 긴급출동이 없습니다. 생돈 주고 렉카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지요.
비상등은 들어오더니만 조금 지나니 비상등도 희미해지더군요.
완방 직전에 가서 비상등도 꺼놨습니다.
렉카가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려 이 상태로 약 30여분을 기다렸네요. 그리고 렉카가 와서 차를 떠서 가려던 카센터로 갑니다. 여기서 가봐야 2km 남짓인데 차라리 이럴 거면 처음부터 집에서 편하게 렉카를 타고 나왔겠지요.
조수석에 타서 렉스턴스포츠 렉카의 후방카메라로 견인되는 티코의 모습을 봅니다.
출발 전에 분명 차가 없던 모습을 보고 출발했었는데 약 40여분을 소비하고 오니 리프트에 차가 가득 차 있더군요. 뭐 어쩌겠어요. 기다려야죠.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견인되었던 티코를 내려놓습니다.
렉카 사장님이랑 카센터에 카니발의 정비를 맡긴 손님 아저씨 두 분이 잘 아는 사이더군요. 그래서 그 두분이 서로 근황을 묻고 어쩌고 얘기하더니 티코를 보고 티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계셨습니다. 옛날에 티코를 타고 인제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렇게 차를 내려놓고 앞 차량들의 정비가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견인되어 카센터에 왔습니다.
작년에 새벽에 갑자기 멈춰 섰던 갤로퍼 역시 그랬고요. 얼마 타지도 않는 소장용 차량에 종합보험은 넣더라도 긴급출동은 사치라 여기고 넣어놓지 않았는데 이렇게 견인 한 번 타니 긴급출동으로 들어갈 돈이 들어가네요. 여튼 카니발과 모닝이 다 빠진 다음에 차를 모닝이 있는 2주식 리프트에 올렸습니다.
일단 벨트부터 끼우고 봅니다.
일단 벨트부터 끼우고 편마모를 먹는 전륜 타이어 두 본을 교체하기로 합니다. 전륜이랑 후륜 타이어를 제가 인수하기 직전에 17년 생산 타이어로 4본 모두 교체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후륜은 거의 닳지 않았으나 전륜은 한쪽은 거의 다 닳았고 한쪽은 편마모를 심하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얼라인먼트도 필요했습니다만, 여기도 기기가 있으나 제원이 없다고 하니 따로 가서 봐야 하네요.
확실히 차를 띄우니 벨트는 쉽게 걸 수 있네요.
이래서 장비가 중요합니다. 장비가.
벨트를 걸고 이제 본격적인 타이어 교체작업에 들어갑니다. 전륜 2본을 탈착하고 일본에서 타이어에 칭칭 감아온 테이프를 다 뜯어냅니다.
국산 한국타이어와 일제 던롭타이어가 임무교대 예정입니다.
155/70R12 사이즈의 경우 초소형 전기차나 골프카트가 있어 현재 금호를 제외한 한국과 넥센에서 생산되긴 합니다만, 다양한 메이커의 다양한 신품 타이어가 심지어 윈터까지 신품이고 중고품이고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문화 선진국인 일본만큼 선택의 폭이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두 회사 모두 한 가지 종류의 타이어만 생산 중인데 한국타이어의 옵티모 ME04는 재고를 보기 어렵고 넥센타이어의 SB702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우나 패턴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기존 타이어의 탈착이 진행됩니다.
7년간 그리 많이 타지는 않았지만, 고생 많았던 타이어입니다. 그렇게 기존 타이어와 작별을 고하고 일본에서 가져온 타이어를 끼운 뒤 밸런스를 맞춰줍니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티코의 순정 12인치 알루미늄휠에 던롭 타이어가 끼워집니다.
일본 니가타현 어딘가를 달리던 타이어가 이제 한국 충청남도 어딘가를 달릴 예정입니다.
장착을 마쳤습니다.
티코에는 과분한 일본산 타이어가 장착되었습니다. 일제 타이어는 화물차에 출고 당시 끼워져 나온 브리지스톤 이후로 두 번 째네요. 이것도 일본 밖에서 생산되어 가져온 타이어인가 싶었습니다만, 타이어에 'MADE IN JAPAN'이라 선명하게 찍혀있었습니다.
그렇게 차를 올리고 점검하는데 운전석 뒷바퀴가 잘 돌아가지 않더군요.
뜯어봅니다. 휠실린더랑 슈가 고착되었네요. 슈와 라이닝은 세트인지라 휠실린더랑 슈라이닝 모두 교체해야만 합니다. 티코 마티즈 그리고 스파크까지 드럼브레이크가 들어가는 대우차의 고질병이라고 하네요.
리프트를 내리고 다시 점프를 대어 시동을 걸어줍니다.
일단 배터리가 충전되도록 조금 달리고 들어가기로 합니다.
약 30여분을 달린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로 3~4일 간격으로 시동을 계속 걸어주는데 문제없이 걸리더군요. 겨울 전에 한 번 탈지 모르겠습니다만, 좀 타줘야겠습니다. 그렇게 일본에서 무사히 타이어를 가져와서 장착했습니다. 초 카와이한 일녀는 데려오지 못하고 타이어나 데려오는 인생이지만, 부디 새 타이어로 문제없이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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