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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내 차는 아닌데 내 차를 사서 등록하고 온 기분이네요.


지난 2018년 가을 울산까지 가서 8만km를 주행한 민트급 갤로퍼를 구입해서 소장하는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새차도 있고 소장용 차도 있고 데일리카도 있고 자동차를 다섯대나 가지고 있는 매우 부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제 갑자기 엔카 링크를 보여주면서 차를 또 사네 마네 하더군요.

톡방에 올라온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완전 민트급 갤로퍼가 있었습니다.



93년 1월에 등록된 빨간색 갤로퍼 터보엑시드 숏바디 승용입니다.

28년이라는 세월을 버텨왔음에도 13만7천km밖에 타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스테프와 휠하우스쪽으로 보여지는 외판상의 부식은 일부 있지만 올순정에 민트급 키로수를 자랑하는 차량이 350만원에 올라왔는데 끌리지 않을 수 있나요. 제가 먼저 봤더라면 아마도 자문을 구하고 당장 가서 질렀을겁니다. 저도 가지고 싶은 차는 많습니다. 다만 그럴 돈이 없어서 그렇죠.


얼마 전 올드카 목격담에서 다뤘던 차량 역시 같은 년식에 논터보 엔진이 적용된 차량이였는데, 이 차량은 터보차저가 달려있습니다. 외관상의 차이는 데칼의 표시를 제외하곤 없지만, 여튼 이 차량이 훨씬 잘 나갈겁니다.



자칭 올드카를 사랑한다면서 리스토어라 쓰고 인스타감성용 튜닝카를 만드는 분들이 가격을 꽤 많이 올려놓았던지라 30년 다 된 차가 350만원이면 매우 착한 가격입니다. 친구가 바로 전화를 했다는데, 계약금 걸고 그런건 없고 먼저 와서 보고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랍니다. 그러면서 제게 부탁을 아니 거의 모든 권한을 위임합니다.


차는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있다고 하네요. 저 역시 이 매물을 봤던 9월 15일 화요일은 서울에 갈 수 없는 상황이였고, 다음날 직접 가서 보려 했습니다만 누군가가 먼저 와서 잡아갈 느낌인지라 방법을 모색하여 여러모로 개꿀탁송을 운영하면서 자주 배차를 드리던 기사님께 부탁하여 차를 대신 봐주기로 합니다.


물론 제가 구매여부를 판단 할 수 있는 권한은 없기에 차를 파는 사람과 차를 대신 봐주는 사람과 차를 사려는 사람을 연결해줍니다. 그렇게 화요일 오후에 제가 차량 확인을 의뢰한 기사님께서 차를 보셨고 차주에게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2005년 현 차주가 분당에 살던 시기에 이전을 받았던지라 초록색 전국번호판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원부를 확인하는데 지금껏 취미삼아 자동차등록원부를 보고 연구하던 사람이지만 생전 처음 보는 일련번호로 기록되어 있어 명확한 확인은 어렵지만 용산구 후암동에 사는 사람인지 법인인지 모를 누군가가 최초로 등록하여 99년 사실상 동일한 주소지의 법인인지 사업자인지 외국인인지 모를 누군가에게 이전된 뒤 지금의 주인에게 오게 된 것이였습니다.


여튼 현 차주분이 당시에 분당에 주소를 두고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북가좌동과 근처의 증산동으로 주소를 여러번 옮기셨던 흔적을 등록원부 확인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량을 세워두었던 카센터만 다녔다고 하더군요.


2005년에 차량을 이전받은 뒤 보조금을 지원받아 3종 매연저감장치(DOC)를 장착하였더군요. 암만 중국발 미세먼지가 몰려와서 정권에서 적폐로 규정한 5등급 자동차의 운행을 제한하여도 저감장치를 장착한 차량이기에 마음껏 활보하고 다닐 수 있습니다. 


DOC의 장착지원은 2000년대 후반을 끝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금은 달고싶어도 달지 못하는 저감장치지만, 이 당시 1종 혹은 2종 매연저감장치인 DPF와 P-DPF가 아닌 DOC를 달은 사람들은 지금 와서 보면 승리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구형 차종의 경우 DPF가 나오지 않을뿐더러 DPF대비 이점이 매우 많습니다.



차량을 띄워 하체사진도 보내주셨더군요. 일부 누유의 흔적은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합니다.


차생을 서울과 근교 분당에서 지냈던 차량이고 아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모셔져 있었을겁니다. 그러니 30년 된 차가 상대적으로 준수한 하체 상태를 가지고 있겠죠. 여튼 차주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구매하는쪽으로 가닥이 잡혀 제가 먼저 계약금을 송금해 주고 차주의 인적사항을 받아 매도용 인감의 발급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9월 16일. 차를 찾으러 갑니다. 


차를 봐주신 기사님 편으로 내려도 될텐데 걱정된다며 저보고 가져와달라고 부탁하네요. 오전에 가려 했으나 오전에 일이 생겼습니다. 뭐 어쩔 수 없으니 제 삼각떼를 타고 가서 이 갤로퍼를 끌고 내려오고 제 차를 기사님께 맏기기로 하고 서울로 올라갑니다.



오전 일정이 꼬여버려 매우 귀찮은 상황이 생겨버렸습니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한가하게 서울로 올라가 이전등록까지 마칠 생각이였지만, 오전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점심 즈음 출발합니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은 두시가 넘어가면 슬슬 차량이 많아지고 세시쯤부터 정체가 시작되는데 오전 일정을 한가하게 마쳐놓고 한시즈음 올라가려 했지만 다 틀어졌습니다.


여튼 오전 일정 탓에 다시 돌아와야 하니 조금 서둘러 움직이네요.



다행히 서부간선도로도 그리 극심하게 막히지 않습니다.


통행이 원활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니는데는 문제 없네요. 성산대교도 그럭저럭 통행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차량이 있는 북가좌동의 카센터를 향해 달려갑니다.


가좌동 일대는 DMC 개발로 인해 생겨난 신도시와 이런 구도심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뭐 여튼 옛 흔적이 남은 공간들도 곧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으니 시골 읍내를 지나가는 기분도 머지 않아 느낄 수 없게 되겠죠.



알려주신 주소를 찍고 가니 카센터가 나옵니다. 마침 에어건으로 차량 내 먼지를 불어내고 계시네요.


차를 가지러 왔다고 인사를 드리고 차량 실물을 확인합니다. 흔치 않은 빨간색에 순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행거리마저 민트급인 차량을 영접하다니 참 영광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스테프 부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차주 특성상 대구의 손판금 장인을 찾아갈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없을 순 없지요. 올드카 목격담에서 다루는 차량들도 꽤나 우수한 상태임에도 하나둘씩 세월의 흔적은 보이니 그래도 이정도면 매우 준수하다고 생각됩니다.



운전석에 앉아봅니다. 차량 출고 당시만 하더라도 타원형 현대 로고를 사용하지 않던 시기라 하네요.


혼캡만 따로 교체한듯 합니다. 약간 와꾸가 다른 느낌인게 뉴포터용 혼캡으로 보입니다. 이후 사각형 헤드램프로 변경된 모델부터는 핸들이 4스포크로 변경됩니다. 그런고로 이 핸들은 초기형. 구형 갤로퍼에서만 볼 수 있죠.



80년대 미쓰비시차를 그대로 가져왔으니 80년대 일본차 느낌의 직물시트가 적용된건 당연한거죠.


갤로퍼는 미쓰비시 파제로를 그대로 라이센스 생산했던 차량입니다. 이후 여러번의 부분변경을 통해 파제로의 흔적은 점차적으로 사라졌지만 파제로의 품번을 그대로 공유하니 완전히 미쓰비시의 흔적이 사라진건 아니겠지요. 구형 갤로퍼의 경우 그냥 한국생산 파제로입니다. 


반일감정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을 정의롭다고 지지하면서도 사각형 헤드램프가 적용된 뉴갤로퍼 심지어 거의 다른차라 봐도 무방한 갤로퍼2를 구매하여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를 장착하고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에서 생산한 파제로를 따라하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많은데,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내가 하는 일본차 코스프레는 한국차라 괜찮다고 하겠지만 부품이 다 미쓰비시 부품인건 어째요. 둘 중 하나만 합시다.



올드카 목격담에서 다뤘던 갤로퍼 숏바디처럼 파워스티어링을 장착을 강조하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93년 1월 당시 가격으로 대략 1700만원 수준. 지금은 뭐 경차 풀옵션 수준의 가격이지만, 당시 유일했던 경차인 티코 풀옵션이 300만원대에 판매되었던 시절이고 뉴쏘나타(Y2)의 2.0 골드 풀옵션의 가격이 1500만원대였음을 감안하면 대략 지금 화폐가치로 얼추 두배 조금 넘는 수준. 즉 4천만원정도라 생각하면 되겠네요.


뒷자리에 탑승하기 힘든 문짝 두개짜리 지프차가 지금 화폐가치로 4천만원 수준이면 당대 어느정도 돈 좀 있는 사람들이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겠죠. 그 돈이라면 중형차 풀옵션을 사고도 남는데 말입니다.



뒷좌석에 탑승하기 위해 조수석 씨-트를 당겨야만 합니다.


요즘의 외래어 표기법과는 많이 다릅니다. 씨-트 등받이를 앞으로 당긴 뒤 리어 씨-트에 들어온 후 원위치 시켜 놓으라고 합니다. 웬지 촌스러워 보입니다만, 대략 30여년 전 그 시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디오만 이후 세대 차량에 적용되던 신형 오디오가 장착되어있네요. 나머지는 순정입니다.



뉴갤로퍼의 등장과 함께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변화가 있었지만, 구형 갤로퍼는 파제로 그 자체입니다.


좌우대칭 그리고 일부 옵션의 차이만 있을 뿐 파제로의 대시보드를 그대로 옮겨두었습니다. 심지어 기어봉까지도 파제로와 동일합니다. 아니 그냥 한국생산 파제로라 보는게 옳을겁니다.



도어트림까지도 매우 깔끔하고 우수한 상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찢어지거나 파손된 부분 없이 파제로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전서류도 받았고 차량 확인도 했고 마저 대금을 입금한 뒤 출발합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이긴 하지만 마포구청이 훨씬 더 가까워 마포구청에 가서 이전을 할 생각으로 왔습니다. 다만 오전 일정이 틀어져서 일단 빨리 서산으로 내려가야 하기에 서산에 내려가 이전등록 절차를 밟기로 합니다.



계기판 필름의 컬러가 파제로는 진한 노란색 구형 갤로퍼는 하얀색임을 제외하면 그냥 파제로입니다.


살살 성산대교를 달려 서울을 빠져나갑니다. 대도시 서울과 근교에서만 차생을 보내다가 이제 저 멀리 지방으로 내려가는 갤로퍼입니다. 남은 여생 복잡한 대도시가 아닌 한적한 지방에서 편히 보내겠지요.



8키는 총 두개. 타원형 현대로고 대신 알파벳 HYUNDAI가 새겨져 있습니다.



온도계와 경사계 고도계로 구성된 트리플미터도 정상 작동합니다.


자칭 올드카를 복원한답시고 빈티지 튜닝카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주 제거하는 부품 중 하나입니다. 태생이 오프로드를 염두해두고 만들어진 차량인지라 이런 장비를 마련해둔것인데, 뭔 내셔널지오그래픽 로고에 카멜 로고 박아놓고 오프셋팅 해놓고 복원이 아닌 레트로풍 튜닝카를 만들면서 왜들 제거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올드카 탄다고 거들먹거리면서 빈티지 튜닝카 만들어 타고다니며 관심받고싶어 안달난 사람들을 극혐하지만 차주 될 사람도 그런 부류들을 극혐합니다. 그러니 탈거당할 일은 없을겁니다.



썬바이저도, 차량 천장 내장재도 정말 깔끔합니다.


파리똥이나 벌레를 잡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28년간 13만 7천km 탄 차가 더럽고 험하다는게 말이 되겠습니까.


그렇게 서울을 빠져나와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비가 내리네요.


차주 될 사람은 병적으로 비를 맞추지 않으려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비가 꽤 많이 내립니다. 대략 8~90km/h의 속도를 유지하며 왔습니다. 터보차저가 있어 가속이 크게 답답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휠 밸런스가 맞지 않는것인지 노면이 좀 좋지 못하면 핸들이 요동을 치네요. 뭐 그래도 이렇게 장거리를 다닐정도면 괜찮은겁니다.



서해대교를 통과합니다.


빗길에 주의하여 80km/h로 주행하라 합니다. 저는 당연히 준수하고 갑니다만, 다른 차량들은 그냥 쌩쌩 달려가네요. 여튼 내려오면서도 이 빨간 갤로퍼보다 오래된 차는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내려오니 비가 그쳤네요.



작은 콘솔과 그 아래로 붙어있는 파워윈도우 스위치.



짐칸 대신 자리잡고있는 2열 직물시트.


승용형 모델인지라 화물 적재공간 대신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시트가 있습니다. 쿠션도 그대로 살아있고 청소만 잘 해준다면 청결한 상태로 오래오래 유지 할 수 있을겁니다.



2010년대 독일차 옆에 80년대 일본차가 주차됩니다.


BMW X4가 생각보다 크고 넓네요. 여튼 요즘차에 비하면 좁고 작아보이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서민은 엄두도 못내는 꽤나 먹어주던 차량임을 잊으면 안됩니다.



여튼 급한 불을 꺼놓고 자동차 이전등록을 위해 서산시청을 찾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올해 내차고 남의차고 자동차 이전등록만 몇번째인지 이젠 기억도 안납니다.


거의 한두달에 한 번 수준으로 자동차 이전등록을 하고 있습니다. 시청사 별관에 세무과와 교통과(차량등록)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류는 다 가지고 왔고 매수자의 신분증도 가져왔습니다. 위임장과 함께 인감증명서를 제출했는데 인감증명서는 필요없다고 다시 돌려주네요. 코란도 이전등록시에는 필요했는데 말이죠.


여튼 같은 타 광역시/도에서 진행하는 차량등록 대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도에서 등록하는것이 조금이나마 이전등록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여튼 이전절차를 마쳤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공인연비가 17.7km/l네요.


산화촉매장치(DOC)를 장착했다는 구변내역도 비고사항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자동차 이전등록을 정말 질리도록 해서 절차가 까다롭거나 어렵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내 차나 주변 지인들 차의 이전을 해주곤 하는데, 행정사 자격증이라도 따서 아예 등록대행을 해볼까 싶기도 합니다.



나름 고배기량 차량인지라 지역개발채권 3만 5천원을 구입해야 합니다.


바로 판매하니 764원이 나오네요. 3천원짜리 수입인지도 함께 구입합니다.



취득세는 30년 가까이 된 차량임에도 과세표준액이 99만 8천원이나 잡혀 69,860원을 납부했습니다.


취득세 69,860원 채권 764원 인지 3,000원 등록증 발급비 1,000. 총 74,624원을 사용했습니다.



차주가 원하는 장소로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일을 마치고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직관적인 계기판과 경고등. 예열등의 경우 예열이 완료되면 사라지는게 아니라 녹색으로 표시되네요.



단순하지만 정말 아름답습니다. 잠시나마 내 차처럼 타고 다녀보니 저도 갤로퍼 하나 사고싶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당진으로 이동합니다. 가속력도 괜찮고 엔진소리도 괜찮습니다.


가끔 요철을 밟으면 시트에서 잡소리가 조금 나긴 하지만, 뭐 감내해도 될 수준입니다. 28년된 차라 믿기지 않을 수준임은 틀림없습니다. 거기에 저감장치까지 장착되어 있으니 서울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지요.



여튼 모종의 장소에 차량을 세워두고 미리 탁송기사님이 주차해둔 제 삼각떼를 타고 퇴각합니다.


차주가 수집을 목적으로 구입한 차량이고 아마 끝까지 가지고 갈테니 주인이 더 바뀔 일은 없을겁니다. 여러모로 손을 봐야 할 곳이 보이긴 하지만, 남은 차생 한적한 지방에서 병적으로 관리하는 주인 만났으니 앞으로 새 보금자리에서 새 주인과 함께 편히 지내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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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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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일'까지는 아니지만, 중고차 구경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하고 만사 제쳐두고 따라가곤 합니다. 세컨드카로 녹색 티코를 타던 친구가 실습 겸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녹색 티코를 타고 다니니 조롱거리가 되는 것 같아 결국 메인카인 7인승 갤로퍼를 놔두고 또 차를 바꾼다 합니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사람이 많이 탈 수 있고, 티코만큼 경제적이며, 짐도 싣고 다닐 수 있는 차'를 원한다고 했는데 세가지 조건에 모두 맞는 차(100만원 이하의 카렌스 등등)를 추천해줘도 부식이 잘 되는 차량이니 이차는 맘에 안드니 하면서 결국 고르게 된 차는 갤로퍼의 숏바디 모델인 '갤로퍼 이노베이션'이더군요.


갤로퍼 자체가 전범기업인 미쯔비시의 파제로를 그대로 가져다가 한국 실정에 맞추어 내놓은 모델인건 익히 잘 아실겁니다. 나름 갤로퍼와 싼타모로 재미를 본 현대정공에서 그러한 갤로퍼의 파생모델을 내놓게 되는데 파제로의 고성능 모델인 '파제로 에볼루션'의 디자인만을 그대로 차용하여 '갤로퍼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의 숏바디 전용 스페셜 모델을 내놓게 됩니다.


'파제로 에볼루션'은 기존의 파제로와 엔진 밋션을 비롯하여 전혀 다른 차량이라 봐도 무방한 차량입니다만, 애석하게도 '갤로퍼 이노베이션'은 '갤로퍼2'와 멋진 몰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것을 공유합니다.


여튼 잡소리가 길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스파크를 타고 부산으로 향합니다.


KTX 혹은 고속버스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후보군이 선상에 올랐으나 사람 셋이 가는거니 그래도 차가 경제적이겠다 싶어 스파크를 타고 부산으로 향합니다. 부산의 비소식은 없었습니다만, 당진은 비가 꽤 내리네요. 당진 시내 국민은행 앞에서 출발합니다.



프로 탁송러는 최소한의 구간만 고속도로를 이용합니다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것도 아니고, 도로 위가 계곡이 될 수준으로 내리다보니 결국 당진-대전간 고속도로 면천ic에 진입하는걸로 고속도로 루트를 택했습니다. 도로비가 지원되는 경우면 편히 고속도로를 타겠습니다만, 도로비가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 혼자 탁송을 가는 경우였다면, 최소 고덕ic 혹은 대전까지 국도를 타고 가서 유성즈음에서 고속도로를 탔을겁니다. 아마도요.



옆에서 바라본 16만km.


부산 왕복을 하니 약 1,000km 가까이 주행거리가 불어났습니다.



우리가 갈 목적지는 부산 남구 용당동의 '부산남부자동차매매단지'


내려가는 길목에 부산으로 가는 루트는 두가지입니다. 중앙고속도로의 민자구간인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거나, 중부내륙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를 타고 창원까지 내려가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에 진입하는 방법이 있지요.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진입하는 경우에도 선택지가 두가지 있습니다만 일단 그건 논외로 치구요.


프로 탁송러는 네비를 안찍고도 잘 다닌다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성주에서 고정식 카메라에 찍혔네요. 5월부터 내리 한달에 한 번 꼴로 객지에서 속도위반 고지서가 날아옵니다.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만 트레일러.


친구 아는분이라네요. 혹시나 해서 전화했더니 역시나 맞았습니다. 창녕 즈음부터 함께 내려왔네요.



G80 SPORTS - POLAR ICE 


말 그대로 빙하색 G80 스포츠입니다. 필러트림과 몰딩에 붙은 보호스티커가 있는걸로 보아 번호판은 달려있어도 따끈따끈한 신차로 보입니다. 언제쯤 저런 차 타고 다니려나요. 평생 경차인생 면하기 힘들어 보이는 현실이 참 암담해 보입니다.



부산의 동서고가는 마치 서울의 서부간선도로처럼 2시만 지나면 막히는 도로인지라..

터널 두군데를 거치는 루트를 선택했습니다. 고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방향으로 쭉 내달렸네요.


차라리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게 빨랐겠습니다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렇게 백양터널과 수정터널. 두 터널을 거쳐 부산 시내에 입성합니다.



다이나믹한 부산에 진입합니다. 김천 근교부터는 비가 안떨어지더군요.



정말 다이나믹하게 솟아있는 건물들과 산 중턱에 이리저리 지어진 건물들. 여긴 부산입니다.


서울 내부순환도로와 비슷한 풍경을 연출합니다만, 다이나믹한 부산만의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부산 역시 지명에 산이 들어가는 동네이고, 6.25 이후 피난민들이 산 중턱에 우후죽순 판자집을 이루면서 성장한 대한민국 제 2의 도시가 된 케이스인지라 일부 신 시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언덕배기입니다.


그나마 행운인건 눈이 잘 안온다는 사실..



감만항을 끼고 지나갑니다. 반대편에 보이는 트럭은 동아자동차의 DA50.


뭐 동아자동차 시절 나온 차량은 어닌걸로 보이구요. 쌍용자동차 인수 후 나온 차량으로 보입니다. 암만 그래도 최소한 25년 이상 된 차량이고 사실상 30년 다 되어가는 차량입니다. 게다가 여기저기 다 썩은것도 아니고 세방 도색을 깔끔하게 입고 컨테이너를 수송하고 있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살아남아 다이나믹한 부산항의 원활한 물류 수송을 위해 힘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UN기념묘지 옆을 지나가는 터널입니다. 


비스토를 타고도 왔었고 지난 2월에도 요 옆 문화회관에 왔었죠. 여기서부터는 매우 익숙합니다.



익숙한 도로. 익숙한 건물들을 지나갑니다.


저 멀리 철원에 있는 박 모 상병에겐 소중한 집 주변 거리겠지요. 누구보다도 이 주변 거리를 반가워 할 철원의 박상병에겐 사진으로나마 전달해 줬습니다. 저도 이 거리가 반가운데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그렇게 유엔평화로를 타고 익숙한 건물들을 지나면 바로 동명오거리가 나옵니다.

동명오거리에서 바로 직진. 동명대 가는 길목에 오늘의 목적지 부산남부자동차매매단지가 있습니다.




매매단지에 도착해서 차량을 세워둡니다.


불과 몇년 전 분명히 이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던걸로 알고 있었는데 매매단지가 생겼더군요. 매매단지가 세워진지는 약 2년정도 되었다 합니다. 지상 2층 규모의 상사 건물과 철골구조의 주차타워. 그리고 언덕 건너편으로도 제 2주차장이 있다고 하네요.



마침 우리가 오늘 볼 차가 고객주차장에 세워져 있습니다.


2000년 6월식 갤로퍼 이노베이션 인터쿨러 오토 승용차입니다. 2000년 이후 갤로퍼2 역시 휠이 바뀌고 새로운 컬러가 적용되는 등 신형 모델이 나왔는데, 그 당시 승용모델 단종 직전 막바지에 나온 희귀한 모델이랍니다. 이후 이노베이션 승용모델은 소리소문없이 단종되었다 하는군요.



주행거리도 그리 많지 않고, 시세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인 200만원대 초반에 매물이 올라와서 부산까지 이 차를 보러 가게 되었답니다. 동년식에 동급 뉴코란도의 경우 밴모델과 함께 승용형 모델도 나름 비등한 수치로 팔렸습니다만, 갤로퍼 이노베이션의 경우 승용형 모델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꽤나 있습니다. 


코란도 승용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수의 차량이 팔렸고, 구형 쌍용차 너프로 잘 받아야 200만원 선에 거래가 되는 코란도와 달리 갤로퍼 이노베이션은 단종된지 14년이 넘은 차량임에도 기본 300만원대부터 5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터쿨러 오토.


목요일에 들여온 차량인지라 상품화 과정을 거치진 않았고 세차만 해 둔 상태네요. 세월의 흔적을 제외하곤 그냥저냥 준수한 수준입니다.



외관이야 딱히 문제 없고. 썩어 문드러지지도 않았습니다.


누유를 비롯 여러모로 다 좋은데, ABS 경고등 점등과 함께 이 무더위에 에어컨이 고장난 상태네요.



가죽시트도 2000년 6월식 차량 치곤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뒷좌석은 주름 좀 잡힌거 말곤 어디 헤지거나 떨어진곳 없이 깔끔하네요.



시운전에 나가봅니다.


오토라 가속이 조금 굼뜬걸 제외하고도 터보 인터쿨러 차량인지라 꽤나 경쾌합니다.



늦은 밤 스파크로 열심히 달렸던 도로를 쭉 타고 가 봅니다.



백운포 내려가는 로터리에서 차를 돌려서 오네요.


물론 좀 더 들어가면 매우 다이나믹한 도로가 펼쳐지기에 더 가고 싶었습니다만, 차량을 확실히 구매한 상태가 아니고 하니 일단 로터리에서 차를 돌려서 돌아갑니다. 그나저나 백운포에서 노숙했었던 추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합니다. 비스토와 왔던 그곳. 스파크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부산에서 멀리 충청도로 팔려나갈 갤로퍼에 동승하고도 옵니다.



날도 더우니 일단 상사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가격 쇼부를 보고, 견적서를 작성한 뒤. 곧바로 본 계약에 들어가네요.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말하면서도 계약서에 손이 가는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계약서까지 작성 완료.


월요일인지라 당일 이전을 염두해두고 왔지만, 전 차주분 명의에 매수자를 상사로 적어둔 매도용 인감이 붙어있어 인감을 새로 받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등록증은 등기우편으로 수령하기로 하고 차량 대금을 치룬 뒤 차키를 받습니다.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양윤경 기자의 명대사를 외칠 타이밍은 놓쳤고, 상사 사무실에 93년식 1인신조 갤로퍼가 적혀있길래 궁굼해 하니 이 차를 가지고 있던 딜러분이 차를 보여준다고 해서 구경이나 하러 나가봅니다.



번호판이 바뀐게 아쉽지만, 1인신조 부식없는 93년식 갤로퍼입니다.


이 역시 200만원대에 엔카에 매물로 올라왔네요. 아마 금방 팔리겠지요.



온전하게 그 상태 그대로를 간직한 갤로퍼를 뒤로하고 부산에 온 겸 어디 잠깐 들렸다 가자고 합니다.


붓산사람들은 해운대 광안리 안가고 송정리로 간다 카네요. 고로 송정리로 향합니다만...



송정리도 차만 엄청나게 막히고 주차 할 공간이 없네요.


그런고로 그냥 올라갑니다. 해운대ic를 타고 울산고속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네요.





부디 이번 갤로퍼는 오래오래 무탈하게 탔으면 좋겠습니다.


나름 단종 직전 나온 희귀템이라 하니 부디 복원이라 쓰고 리스토어라 읽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넘기지 않고 오래오래 순정틱한 모습 잘 보존하면서 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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