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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리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비록 전쟁으로 인해 민통선이 그어지고 선로가 다 유실되어 폐역이 되었지만 온전히 보전된 역사를 관람하던 중 '펑'하는 굉음이 들렸습니다. 예고도 없이 사격훈련을 하는건지 아니면 북에서 갑작스러운 도발을 해서 마치 포탄 터지는 소리가 났는지 싶었습니다만, 일행분이 바닥에 떨어진 새 한마리를 가리키며 말씀하시더군요.


새가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답니다.



막혀있는 유리창에 머리를 박은 작은 새는 그렇게 누워있었습니다.

혹시나 순간의 실수로 세상을 떠난게 아닌가 싶어 지켜보니 잠시 후 정신을 되찾았습니다.


상당히 고통스러운지 몸을 부르르 떨더군요. 부디 다시 일어나서 날아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가다가 살짝만 치여도 아픈건 아픈건데 참새만한 작은 새가 견디기에는 큰 시련인데 말이죠. 처음에는 털 색상도 그렇고 뱁새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뱁새가 아니라 박새라네요. 그냥 박새도 아니고 쇠박새라고 합니다.


몸을 떨다가 날개를 추스리고, 결국 다시 자세를 잡는데까지 성공했습니다.



눈만 똘망똘망 뜨고 있는 쇠박새ㅠㅠ


아직 다 크지 않은 새인가 싶었습니다만, 다 큰 새입니다. 그럼에도 귀엽습니다. 카와이합니다. 빨리 날아가라고 주변의 솔잎으르 치워보기도 했는데 날아가지도 않고 그냥 똘망똘망한 눈으로 제 손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주변에 다른 맹수의 접근을 막기 위해 쇠박새가 날아갈 때 까지 지켜보기로 합니다.


눈만 그냥 똘망똘망하게 뜨고 갸우뚱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더니만 어느정도 정신을 추스렸는지 근처 나뭇가지 위로 날라가더군요. 죽지 않고 다시 날아가 다행입니다. 부디 유리창에 머리를 박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앞으로는 유리창에 머리를 박는 일 없이 오래오래 무탈하게 살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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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 민통선 안에 있는 월정리역에 다녀왔습니다. 근 15년만에 가 보았던 구 철원읍 일대도 여러모로 많이 변했더군요. 노동당사 바로 앞 주차장으로 활용하던 공간은 공원으로 변모했고, 근처 부지를 활용해 주차장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뭐 여튼 견학의 목적으로 민통선을 통과한 뒤 3번국도 끝에 위치한 월정리역을 방문했습니다. 



60년 아니 70년 전만 하더라도 경전선 열차가 줄기차게 다니던 역사.


지금은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경전선 철도 복원사업으로 올해 말 철원역과 함께 재개통 예정입니다. 물론 이 근처가 아니고 근처 논바닥으로 이설될 예정이지요. 재개통이 된다 한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요.



월정리역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습니다.


서울에서 원산으로 향하는 경원선 철로의 그저 그런 평범한 역인 월정리역은 남한 최북단에 소재한 역이랍니다. 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간판과 전쟁중 마지막까지 선로를 달렸던 인민군 화물열차의 기관차와 객차의 잔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역사 외관뿐 아니라 내부도 그시절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전쟁과 분단이 없었더라면, 경원선도 복선화 공사를 마쳤을테고 아마 이 역도 일찌감치 어디론가 이설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겠죠. 애초에 철원 자체가 지금은 촌동네로 여겨지는 동네이지만, 분단 전만 하더라도 경원선과 금강산전철이 자리잡고 있던 손에 꼽는 교통의 요지이자 대도시였던지라 역은 계속 살아남았으리라 생각됩니다.


P.S 번화하던 철원읍 자체가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민통선으로 절반이 잘려버렸다. 그렇게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 지금은 두루미가 찾아오는 몇 안되는 청정지대.



철마는 과연 언제쯤 다시 달릴 수 있을까.


70여년의 세월을 버텨온 녹슨 열차의 차체는 이 관광지를 찾아오는 이들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분단과는 관련이 없지만, 4001호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네요.



철도청시절 로고와 도색이 되어있는 4001호 기관차입니다.


1963년 도입되어 1995년부터 퇴역을 시작한 기관차입니다. 은퇴 20년차인 이 기관차는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제외하고는 의외로 잘 보존되어 있더군요.



일련번호 28358. 미제입니다.


쉐슬람들이 좋아하는 그 GM이 맞습니다. 1930년대 제너럴 모터스가 인수했던 일렉트로모티브에서 생산된 기관차입니다. 현재 대주주는 대형 중장비로 유명한 캐터필러사입니다.



120km/h까지 표시되는 오래된 속도계. 


차적에서 제외된지도 약 20년의 세월이 흐른지라 내부 칠도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봉고기관차로 불리던 7000호대 기관차의 퇴역 직전 모습이 생각나네요. 칠이 다 떠서 보기 흉한 상태로 다녔던 그 모습 말입니다. 뭐 여튼 이 기관차 역시 왕년에는 100까지는 무난하게 밟고 다녔으리라 생각됩니다.



운전석 장비들도 기관사 아저씨들의 흔적들과 함께 죄다 녹슬었네요.



이 방향지시등처럼 보이는 물건은 1968년에 제조되었습니다.


애초에 60년대에 도입된 기관차인지라 곳곳에 60년대에 생산된 부품들이 보입니다. 이런 열차를 90년대 후반까지 운행을 했었다니 참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여튼 그러합니다.


그렇게 기관차 구경을 마치고 퇴역한 전차와 그 일대 구경을 하고 왔네요. 민통선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녹슨 열차와 4001호 기관차 너머로도 열차가 다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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