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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만지는 차가 젠트라라 젠트라 얘기만 주구장창 올라오네요.

 

오디오를 교체했습니다. 기존에는 첫 차주가 달아두었던 사제 데크와 레벨미터가 달려있었습니다만, 블루투스가 되는 GM대우 순정 오디오로 교체했습니다. 무엇보다 순정 오디오인지라 잭 개조 없이도 호환되고 디자인적으로도 큰 위화감은 없습니다.

 

당시 GM대우에서 판매했던 차량들은 라세티 프리미어를 제외하고 AUX 단자는 기본적으로 넣어줬지만 USB 단자가 있으면 블루투스가 없고, 블루투스를 지원하면 USB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USB 단자 역시 흔히 사용하는 B-TYPE이 아닌 뭉툭한 미니5핀이라 변환젠더가 필요했었지요. 그럼에도 윈스톰과 토스카에는 2010년형 모델부터 블루투스 오디오가 기본 적용되었습니다.

 

즉 토스카와 윈스톰은 깡통모델에도 기본으로 블루투스 오디오가 적용되었다는 이야기겠죠. 지금이야 블루투스 음질도 많이 좋아졌습니다만, 당시 블루투스 오디오의 경우 음질이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막상 블루투스에 적응하니 USB는 언제 음악을 새로 넣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USB를 지원하는 젠트라 레드홀릭용 오디오와 고민하다가 블루투스 기능이 존재하는 윈스톰 토스카용 순정오디오를 구입하기로 합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토스카나 윈스톰의 폐차가 많지 않았고, 차라리 괜찮은 사제 오디오를 장착하는 게 나은 가격인 20만 원대에 거래되곤 했었습니다만 지금은 폐차도 많아졌고 오디오를 찾는 사람도 많이 줄어 10만 원대 미만으로 구입이 가능합니다.

 

토스카 순정오디오 AGC-9220WV-A

찾다 보니 토스카  순정 오디오가 7만 원대에 판매 중이더군요.

 

이 제품을 구입한 다음날 6만 원에 번개장터에 올라온 매물을 봤습니다만, 뭐 일단 주문한 거 그냥 써야지 어쩌겠습니까. 토스카용도 윈스톰용도 내내 똑같이 생겼음에도 품번이 조금씩 다릅니다. 적용되는 사양에 따른 차이로 보이는데, 윈스톰이 캡티바로 이름이 바뀐 뒤 적용된 아이스 블루 조명이 들어간 오디오를 제외하면 육안상 차이는 없습니다.

 

그리고 무출인지 자출인지 잘 보고 구입해야 한다고 합니다만, 윈스톰과 토스카 둘 다 최고 사양에만 적용되던 무출 오디오는 6매 CD체인저가 함께 적용되어 액정에 6CD 로고가 붙어있으니 그 로고가 붙은 오디오만 피하면 어지간해서 잘 맞을 겁니다.

 

토스카용 순정오디오

기다림 끝에 택배가 왔습니다. 토스카용 순정 오디오입니다.

 

왜 내내 AUX USB를 지원하는 사제 오디오를 놔두고 순정 오디오로 가냐고 묻습니다만, 블루투스에 익숙해진 영향이 큽니다. 그리고 이 당시 대우차의 순정오디오 디자인은 지금 봐도 크게 노티가 나지 않습니다. 최소 2010년 이후에 판매된 차량에 붙어있었을 오디오인데 어떤 이유에서 10년도 채 타지 못하고 폐차장에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토스카에서의 삶을 끝내고 젠트라에서의 새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배선도와 품번

오디오 배선도와 오디오의 모델명 및 품번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방통위 인증번호도 있네요.

 

생산일자는 잉크가 희미하게 남아 보이지 않습니다. 2005~6년부터 적용되던 오디오 잭이고 GM대우 말기 그리고 쉐보레 출범 초기까지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변경된 잭은 변환 잭도 판매하지 않고 따로 배선도가 공개되어있지도 않다고 하네요.

 

기존에 장착되어있던 파이오니아 오디오

장착에 앞서 젠트라에 장착되어있던 파이오니아 오디오를 탈거합니다.

 

젠트라의 오디오 탈거는 매우 쉽습니다. 오디오 판넬을 헤라로 뜯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뭐 이건 칭찬할만하네요. 잘 보시면 이미 이전의 누군가가 헤라 혹은 일자드라이버를 쑤시며 생긴 상처가 보입니다. 오디오 판넬 끝부분으로 일자드라이버나 헤라를 집어넣어 뜯어주면 됩니다.

 

판넬을 뜯으면 볼트가 보인다.

판넬을 뜯어내니 볼트가 보입니다. 다 풀어주면 빠집니다.

2008년 3월 출시되어 차량 출고 당시 최신형 제품이던 DEH-P5050UB입니다. 

 

지금이야 뭐 순정 내비게이션이 기본 적용되거나 팝업 액정이 적용되는 차량들이 많아 이전처럼 카오디오를 교체하기도 쉽지 않고 그럴 일도 거의 없습니다만, 이 시기만 하더라도 나름대로 비싼 사제 오디오를 장착하고 다니던 차량들이 많았습니다. 오디오가 도난당하는 일도 잦았고요.

 

2008년 6월 장착되었다.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에 소재한 예일이라는 업체에서 2008년 6월 작업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 13년간 같은 자리에 붙어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올해 중학교 1학년생과 나이가 같습니다.

 

아직도 같은 자리에서 영업 중인 용품점이네요. 지금은 아이나비 칼트윈 로고가 간판에 붙어있습니다. 당시 처음으로 이 차량을 출고했던 차주가 안산지역 GM대우 영업사원이었기에 아마 저 용품점과 거래를 했으리라 추정됩니다. 즉 6월이면 당시 최신의 제품을 아무리 영업사원이라 저렴하게 작업한다 치더라도 꽤 비싼 돈을 주고 달았다는 이야기겠죠.

 

2008년이면 순정 오디오에도 본격적으로 USB 단자가 적용되기 시작했던 시기이고 사제오디오도 마찬가지로 USB 단자를 지원하기 시작했던 시기입니다. USB 단자가 오디오 본체 뒷편에 달려있어 연장선을 사용하여 USB 단자를 빼 줘야 하는게 특징입니다.

 

https://place.map.kakao.com/10639690

 

예일카용품점

경기 안산시 상록구 월피로 104 (월피동 470-3)

place.map.kakao.com

 

복잡한 배선이 한가득

복잡한 배선이 한가득 보입니다.

 

2008년 작업 이후 단 한번도 뜯지 않았으니 만 13년을 묵었습니다. 일단 안테나 단자부터 분리해줍니다. 오디오 본체에서 나오는 배선들은 엉키지 않게 잘 정리해서 빼주고, 눈 앞에 보이는 커다란 오디오잭을 분리해주면 탈거작업은 마무리됩니다.

 

파란 핀이 핵심

난해하게 생겼습니다만, 구조만 이해하면 탈거는 어렵지 않습니다.

 

파란 핀. 즉 커넥터 락킹을 잡아당긴 뒤 오디오 잭을 분리하면 됩니다. 파란 핀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백날천날 잡아당겨도 안빠집니다. 핵심은 단자 위에 보이는 저 파란 핀입니다.

 

텅 빈 오디오 자리

오디오를 탈거했습니다. 약 13년만에 빛을 보는 배선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만 13년 묵은 먼지가 쌓여있지만, 닦아 줄 시간이 없습니다. 그냥 바로 순정오디오를 끼워줍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

조립은 분해의 역순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안테나 잭과 오디오잭을 새로 장착할 토스카용 오디오에 꼽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다행히 잘 나온다.

오디오 전원을 켜봅니다. 잘 켜집니다. 라디오도 잘 나옵니다.

 

FM라디오 수신감도가 기존 사제오디오 대비 월등히 좋아졌음을 느낍니다. 큼직큼직한 버튼에 큼직큼직한 액정. 마음에 듭니다. 라디오가 나오는 모습을 확인했으니 이제 하나 둘 다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탐구해야죠. 먼저 블루투스부터 봅시다.

 

블루투스 페어링

블루투스 버튼을 눌러 메뉴로 진입한 뒤 기기를 등록해줍니다.

페어링 비밀번호는 0000. 바로 연결됩니다. 

 

정상작동 확인.

창에 'Audio MP3'라는 문구가 뜨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네요.

 

음질은 뭐 10년 전 기술이니 지금 음질만큼 좋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음악을 듣는데 크게 방해될 수준은 아닙니다. 연결된 기기의 볼륨을 적절히 조절하면 찢어지는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운전자 시점

운전자 시점에서 본 토스카 순정 오디오의 모습입니다.

 

애초에 대우차 순정 오디오인지라 위화감 없이 딱 들어맞습니다. 스펙만 놓고 본다면 사제데크가 월등하겠지만 차량 내부 분위기와 어울리고 조작하기 편리한 순정오디오가 더 마음에 듭니다. 기존 오디오는 3만원에 판매했습니다.

 

MP3 CD도 잘 먹는다.

마지막으로 MP3 CD도 잘 먹습니다.

 

한글도 당연히 지원합니다. 안타깝게 해체된 여자친구의 명곡 시간을 달려서를 감상합니다. CD 픽업의 상태도 괜찮은지 따로 튕기거나 로딩이 오래걸리지도 않습니다. USB 단자가 없어도 MP3 CD를 지원한다면 그리 불편하지는 않을겁니다.

 

셔터스피드가 빨라서 저렇게 보일 뿐 액정은 정상이다.

셔터스피드가 빨라 액정에 표시된 문자가 다 보이지 않습니다만, 밝은곳에서도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딱 영어와 한글만 지원하는 느낌이네요. 예전에 스파크 순정오디오도 마찬가지로 영어와 한글을 지원했고 지원하지 않는 문자의 경우 '?' 혹은 '궭'처럼 문자가 깨져서 보이곤 했습니다만, 이 당시 대우차 순정오디오는 그냥 공백으로 표시됩니다. 그리고 버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mp3' 확장자 뒤에 임의의 문자가 표시되더군요.

 

여러모로 블루투스로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위화감 없는 디자인의 데크인지라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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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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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업무일지는 비록 주행거리는 많지만 폐차장으로 가기엔 너무나도 아까웠던 윈스톰 수동의 이야기입니다.

이 차량을 만나게 된 장소는 타국으로 수출을 가는 차량들이 모이는 옛 송도유원지 자리의 수출단지. 


간간히 수출을 위해 매입된 차량이 하자가 있거나 오래 세워놓아도 외국인 바이어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 딜러가 손절하는 과정에서 폐차장으로 가는 오더가 왕왕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냅다 잡고 보니 차종에 윈스톰이 적혀있더군요.


이제 갓 10년 조금 넘은 이 윈스톰이 중고차 수출로 활발히 거래되는 차종도 아니고, 조기폐차 대상도 아니거니와 큰 사고가 있지 않고서는 폐차장으로 향할 차령은 아닐텐데 하고 해당 장소로 찾아가니 멀쩡한 윈스톰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불과 작년 8월까지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캡티바'라는 이름으로 생산해냈던 이 차량의 코드네임은 C100.


2004년 GM대우의 부평 디자인센터의 작품으로 2004년 파리모터쇼에 출품한 S3X 컨셉카의 디자인과 글로벌 GM의 전륜구동 세타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SUV입니다. 국내에는 대우의 첫 SUV로 2006년 7월에 출시되었고, 투싼과 싼타페 사이의 애매한 크기지만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출시 초창기 이름처럼 돌풍을 일으켰던 차량이죠.


2011년 GM의 대우 브랜드 폐기 이후 쉐보레 브랜드의 '캡티바'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비록 사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지만 자잘한 변화를 거듭하며 생산은 2018년 8월까지, 남은 재고물량은 2018년 10월까지 판매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윈스톰은 나름대로 수동변속기 선택의 폭이 넓었던 차량 중 하나였습니다.


출시 초기부터 2009년형까지 깡통 LS는 물론이요 나름 중상위 포지션인 LT 고급형까지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했었고, 아이신제 5단 자동변속기 대비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수동변속기 애호가들이 선택했었습니다. 2010년형부터 자동변속기가 기본사양으로 적용되면서 2018년 캡티바 단종까지 내수시장에서 수동 윈스톰/캡티바는 볼 수 없었지요.


뭐 여튼 말로만 들었던 윈스톰 수동을 직접 보고 몰아보기는 생전 처음이였습니다.



캡티바 단종 직전까지 사실상 거의 바뀐게 없었던 뒷태.


LTX 레터링이 붙어있었지만, LTX는 4륜 최고사양 트림명입니다. 최고사양이라면 당연히 자동변속기가 기본 적용될테니 그냥 어디서 주워다가 붙인 꼴이 되겠죠. 칠과 싸구려틱한 검은 프라스틱이 회색으로 바랜거 말고 크게 깨지거나 망가진 부분은 없었습니다.



휠은 17인치. 기스가 많고 쩔어붙은 분진도 좀 보이지만 그래도 상태는 준수합니다.


휠하우스 아치를 감싸는 싸구려틱한 플라스틱은 회색으로 변한지 오래고, 자잘한 잔기스들이 문짝까지 이어지곤 합니다만 싸구려틱한 플라스틱이야 날잡아서 칠만 해주면 될 일이고, 잔기스야 광택만 한번 돌려주면 될 일이니 큰 문제는 없다 봅니다.



연비체계 변경 이전의 연비스티커.


당시 에너지 소비 효율등급상 1등급에 공인연비는 14.5km/l. 어느정도 뻥이 가미된 옛 방식대로 산출된 연비인지라 지금의 연비측정방식대로 다시 측정한다면 약 12km/l 수준의 복합연비를 나타내리라 봅니다.



왜 폐차장에 가나 보니 주행거리가 많습니다.


2007년 3월 최초등록에 주행거리는 29만 7천km 수준. 주행거리가 꽤나 많아보이긴 합니다만, 한달에 꾸준히 2,000km씩 약 12년동안 타고다니면 볼 수 있는 주행거리입니다. 약 11년간 꾸준히 달려왔던 윈스톰은 결국 타국에서의 제 2의 삶을 꿈꿔왔지만 안타깝게도 폐차장으로 향하는 처지입니다.


오일경고등이 켜져있어 혹시나 차량에 문제가 있는지 싶어 본넷을 열어보았는데 딱히 어디 오일 비추는것도 없고 본넷도 깔끔합니다. 냉각수도 교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투명한 빨간색이였고요. 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싶어 알아보았더니 단순히 오일교환주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경고등이라고 하네요.



조금은 투박한 수동변속기 래버. 5속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변속기의 제조사가 어디인지 잘 아시는 분이 계실까요. 2011년에 누군가가 윈스톰 수동변속기의 제조사가 어디냐는 질문성 댓글을 남겼는데 당시 대우 관계자는 보령공장 제조품이라고 하고 다른 네티즌들은 사브(SAAB)제라는 답변을. 고객센터에 전화로 문의한 다른 네티즌은 유럽에서 수입해온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서로가 각기 다른 답변을 달았는데, 진실은 과연 어디에 있을지요. 여튼 1단과 2단 기어비는 매우 평범합니다만, 특히나 3단에서 매~~우 늘어지는 기어비를 자랑합니다. 5속으로 고속까지 커버하기 위한 셋팅으로 보이는데, RPM을 3,000이상 끌어쓰시고 변속하시는 분들은 아마 3단으로 100km/h 가까이 올리시는게 속 편하시리라 봅니다.



이거 수동인데 나름 옵션도 괜찮네요..?


사제도 아니고 순정 썬루프도 있었습니다.



ESP와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그리고 MP3 지원 오디오와 풀오토 에어컨.


당시 기준으로 ESP는 고급차로 올라가지 않는 이상 옵션이였을테고, 아직 AUX 단자가 적용되기 전 모델입니다.



거기에 운전석 전동시트까지 있네요. 나름 8way입니다.


시트 측면은 매그너스나 토스카같은 다른 대우차에서 쓰는 인조가죽시트 재질과 같은 대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싸구려틱한 인조가죽이지만, 착석하는 부위에는 천연가죽이 쓰여서 천연가죽시트라고 합니다. 윈스톰 자체에 직물시트가 적용된 차량은 있었지만, 순정으로 인조가죽시트가 적용된 트림은 없었다고 하네요.



도어스커프 주위로 약간의 부식이 올라오긴 하지만 스테인레스 도어스커프는 아예 비닐도 떼어내지 않은 상태.


그거 아시나요? 저 비닐에 적힌 폰트가 매우 익숙하네요. 현대제철에서 생산된 스테인레스 스틸입니다. 경쟁사의 계열사에서 생산된 스댕으로 만든 도어스커프를 납품받아 장착한 그런 꼴이죠. 결국 비닐도 뜯기지 않은 채 최후를 맞이하러 갔습니다.


이 윈스톰의 수동치고도 꽤나 화려한 옵션들을 보았습니다. 폐차장으로 보내기 정말 아깝더군요.. 



그럼 정확히 어떤 트림에 옵션을 어찌 박았길래 누르기 겁나 아까운 윈스톰이 탄생했나 알아보기로 합시다.


뒤 레터링은 자동변속기 기본적용 사양인 LTX를 붙여놓았는데, 정말 이 차량이 4륜(AWD) 최고사양이 맞다면 자동변속기 기본적용은 둘째치고 헤드램프와셔까지 들어가야 맞습니다. 그런대 보셨다시피 헤드램프와셔는 없었죠.


등록증상의 출고가로 확인해봅니다. 21,981,8XX


부가세를 포함한 온전한 차값을 2300만원대 후반에서 2400만원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럼 2007년형 윈스톰의 가격표를 살펴보죠.



윈스톰의 가격표는 7인승을 베이스로 작성되었고, 5인승 모델은 3열시트가 빠지는 식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4륜구동 모델은 비슷한 수준의 옵션을 포함하면 가격대가 훨씬 비싸지니 일단 논외로 두고, 2륜구동 모델 중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한 최고트림인 LT 고급형일 확률이 높음을 확인하고 살펴봅니다.


지금은 대우 아니 쉐보레가 프리미엄 미제 고급 브랜드를 표방하며 팔기 싫다고 몸부림치는 가격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 당시만 하더라도 혜자급의 구성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신차값이 약 500만원정도 올랐음을 감안하고 본다면 3000만원 언저리에서 나름 투싼급의 SUV가 썬루프와 천연가죽시트를 기본으로 넣어준다는 사실은 혜자가 아닐 수 없지요.  



이 차량에서 본 옵션들을 조합하니 대략 답이 나오네요.


사이드에어백은 없었습니다. 필러트림에 에어백 로고가 있었으면 좋다고 사진이라도 찍어놨겠죠. 보시다시피 내비게이션도 없었고요. 그럼에도 전동시트와 썬루프가 들어가 있었죠. 그리고 부가세를 제외한 차량 가격과 옵션가격이 결정적으로 맞아떨어집니다. 


2WD 5인승 LT 고급형에 사이드스텝과 ESP를 옵션으로 넣은 2007년 3월에 2409만원을 주고 출고한 차량이였습니다.



옵션찾기도 끝났고.. 극 소량의 주유를 마친 뒤 고양시의 한 폐차장으로 향합니다.


클러치도 부드럽고, 차도 아주 잘 나갑니다. 엔진에서 잡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고, 터보도 거친 휘파람소리 없이 잘 작동합니다. 5단에서 계기판상으로 120km/h에 2,500rpm 수준을 유지하네요. 짐차도 아니고 자가용을 수동으로 사서 탈 정도의 사람이라면 차량 관리도 대충 하지는 않았을텐데 막 탄 차는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흠이라면 브레이크 디스크의 변형으로 감속시 요동친다는 부분. 뭐 20만원이면, 아니 오일 교체까지 30만원 수준이면 고쳐서 탈 수 있을텐데 정말 폐차장으로 보내기에는 아깝습니다. 폐차비에 웃돈 얹고 사고싶었습니다..



그렇게 폐차장에 도착했습니다.


현 세대 쉐보레 차량들 말고 직전세대 차량들의 폴딩키와도 큰 차이가 없는 폴딩키입니다. 약 30만km를 달려오면서 겪어온 기록들이 폴딩키에도 새겨져 있었지만 이제는 진짜 안녕입니다. 충분히 더 달려도 될텐데, 그저 좀 많이 탄게 흠이라면 서류상으로는 아니더라도 계기판만 중고로 사다가 갈아끼우고 다니면 될텐데..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명절 이후 몰려오는 조기폐차 차량들로 가득 찬 폐차장 한켠에 주차를 마치고 사무실에 서류를 접수합니다.



자신보다 훨신 나이가 많은 조기폐차 차량들 사이에 주차된 윈스톰.

그렇게 윈스톰은 약 12년의 차생을 마치고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흔치않은 수동변속기에 온갖 호화옵션으로 무장된 차량. 차주가 폐차나 수출 대신 10만원만 더 얹어 중고로 내놓았으면 누군가는 가져다가 잘 고쳐서 타고다녔을텐데.. 사고가 난 상태로 폐차장에 입고된 상황도 아닐뿐더러 그저 멀쩡히 제 발로 폐차장에 들어와 최후를 맞이하는 정말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였습니다.


지금쯤 말소되어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가 되어있겠죠. 2007년식 윈스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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