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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한글날 오전. 경부고속도로에서 본 차량입니다.


웬지 미국차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디자인. 그렇습니다. 세피아의 5도어 해치백 모델 레오(LEO)입니다.



경기40(평택시) 지역번호판이 부착된 이 차량. 세피아 레오가 맞습니다.



이 차량의 모태가 된 세피아 이야기는 7년 전에도, 올 초에도 많이 했으니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96년 말부터 97년까지. 아주 잠깐 팔린 차량이지만 나름대로 기아자동차의 첫 고유모델이자 공도의 제왕으로 불리던 세피아의 해치백 모델로 이미 개발된 상태였습니다. 구형 세피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피아 레오의 사진이 남아있고, 구형대비 둥글게 다듬어진 뉴세피아보다는 구형 세피아에 어울리는 후미등 디자인이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 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94년 부분변경 모델인 뉴세피아와 함께 출시가 예정된 상태였으나, 기아자동차의 자금사정으로 뉴세피아 출시 이후 한참이 지난 1996년 10월에. 이미 구아방이 준중형차 시장을 씹어먹던 출시되어 이렇다할 빛을 보진 못했답니다.


약 1년간 얼마나 팔렸고, 그 중 남은 개체는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미 뉴세피아도 죄다 수출 아니면 폐차로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차량도 아니거니와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사람도 없으니 말이죠.



범퍼에 달린 직사각형 모양의 반사판(리플렉터)는 당대 국산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녔습니다.


비록 수출형 차량에 후방안개등을 장착하여 나가기 위해 뚫어놓은 구멍을 그냥 놔두기 뭐해 리플렉터라도 박아놓은 꼴이지만, 이런 요소들이 가뜩이나 흔치도 않은 세피아 레오를 좀 더 이국적인 자동차로 느껴지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1.8도 아닙니다. GLX도 아닙니다. 선명하게 LEO라고 붙어있습니다.


레터링이 살짝 틀어진걸로 보아 제치가 아니라 다시 붙인듯이 보입니다. 97년 8월에 등록된 이 차량은 상대적으로 후기에 생산된 모델이라 볼 수 있겠죠. 뉴세피아의 후속 모델인 '세피아2'가 97년 8월에 출시되었고 세피아 레오의 실질적인 후계차종인 슈마 역시 97년 12월에 출시되어 세피아 레오는 그렇게 짧은 판매기간을 뒤로한 채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이들의 후속모델인 '세피아2'와 '슈마'는 IMF사태와 기아자동차의 부도. 린번엔진 아반떼와 파워노믹스 누비라의 피터지는 싸움 속에서 제대로 존재감 하나 내비치지 못하고 2000년에 스펙트라에 자리를 내주며 단종됩니다.



아줌마가 타는 차라 외관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 찍히고 긁힌 자국들이 보입니다. 이 귀한 차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사람에 발굴되어 새 삶을 살게 될 확률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머지않은 세월 안에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리라 생각됩니다. 부디 남은 차생 무탈하게 보내고 제 생각과는 달리 오랜세월 주인아줌마와 함께 도로를 누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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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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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문경 점촌까지 탁송을 갔던 차량입니다. 소문난 올드카 애호가로 이름나신 형님께서 베스타를 사셨다고 제 편으로 탁송을 부탁하셨기에 수원에서 분당선 열차를 타고 역삼동까지 직접 올라갔습니다.


베스타는 기아자동차에서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되었던 원박스형 승합차입니다. 


마쯔다의 3세대 봉고 모델을 기반으로 9인승과 12인승 모델이 존재했었고 15인승 모델은 아시아자동차의 토픽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습니다. 물론 86년식과 97년식은 이게 같은 차량인지 싶을정도로 디자인에서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만, 86년식이고 97년식이고 폐차와 수출로 인해 사실상 도로 위에서 목격하기 매우 힘든 차량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만 두어번 봤던 기록이 블로그에 남아있네요. 우연의 일치입니다만, 지난해 1월 송도유원지에서 봤었던 베스타와 번호판은 달랐지만 동일한 차량이였습니다.



91년식 뉴-베스타입니다만, 전면부는 하이베스타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상태입니다. 물론 칠을 새로 했던 차량인지라 출고 당시 붙어있던 데칼과 엠블렘은 붙어있지 않았네요. 올드카 복원 및 수집이라는 분야에서도 트럭과 승합차는 항상 뒷전이였기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가 빛나는 차량입니다.


지난해 1월, 송도에서 보았을 때 초기형 하이베스타라 적어놓았었는데 하이베스타로 개조된 뉴베스타입니다. 당시 댓글을 인용하자면, 2016년에 오토마트 공매에 출품되었던 차량이라고 하는데 당시 공매 관련 사진이 남은 블로그가 있어 들어가 확인해보니 이 차량이 맞네요.


http://exceltrx.blog.me/220783322741


공매에 올라온 차량을 수출업자가 매입했으나 외국인 바이어들이 매입하지 않아 다시금 국내에서 풀리게 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매우 깔끔합니다.


27년의 세월을 버텨온 베스타 치고는 매우 깔끔합니다. 물론 칠을 새로 올린 차량이라 깔끔한건 당연하겠지요. 다만,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여기저기 부풀어 올라오는 부분들이 좀 있네요.



신형 기아엠블렘이 붙어있습니다만, 후미등은 뉴-베스타의 그것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하이베스타와 뉴베스타 후미등은 배치가 조금 다릅니다. 하얀색 후진등이 상단에 배치된 차량은 뉴베스타. 하이베스타의 경우 하단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정말 자세히 놓고 봐야 구분이 가능합니다만, 구형과 신형 두대를 동시에 세워놓고 보면 쉽게 차이점을 알 수 있답니다. 



트렁크는 부식이 조금 심하게 올라오네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한 차량이기에 부식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봅니다.


운전석과 보조석을 포함하여 총 4열로 구성되어 있는 12인승 차량입니다. 18년 전 학원차 생각도 나구요. 시트에 담배빵도 보입니다만 심한 수준은 아니고 복원으로 해결이 가능하리라 보니 큰 문제는 없을듯 합니다.



시동을 걸어봅니다.


오래 세워두었는지 조금 부조를 했습니다만, 금새 안정된 리듬으로 바뀝니다. 2.2 로나엔진이 탑재되어 나왔던 차량입니다만, 공매 당시 엔진룸을 촬영해놓았던 사진을 보니 오래전에 J2엔진을 스왑해놓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체 문제가 많던 로나엔진인지라 20년 넘게 가지고 계시던 초대 차주분께서 큰 돈을 들여 엔진을 바꾸지 않았나 싶네요.



수동썬루프가 달려있습니다.


당시 순정 썬루프가 있었던걸로 기억해서 순정으로 알고 있었는데, 천장 사진을 보니 사제가 맞습니다. 바킹이 수명을 다해서 물이 새는지, 비가 와도 실내에는 큰 영향이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출발합니다. 천천히 나아갑니다.


주행거리는 13만5천km. 그냥 세워놨다고 봐야 맞을 주행거리입니다. 공매 당시에도 비슷한 주행거리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그 이후에도 최소한의 거리만을 움직였으리라 예측해 봅니다. 


어두컴컴하고 억대를 호가하는 차량들이 주차된 지하주차장을 지나 서울에서도 가장 부유하다고 알려진 강남 한복판을 뚫고 나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옆으로 페라리 F430이 지나갑니다만, 페라리고 나발이고 백대를 가져다 놔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RPM이 생각보다 높네요. 바늘은 80km/h에 3000을 가리킵니다.



순정 데크 대신에 쎄라토의 카세트 데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공매 당시에도 이 데크가 달려있었네요. 아마 순정 데크가 고장이 나고 오디오집에서 저렴하게 2din 카세트 데크를 구해다 달지 않았나 추정해봅니다. 어떤 차에서 떼어온건지 싶어 찾아봤습니다만, 구형 쎄라토에 장착되는 데크라 하네요. 카팩을 먹고 내놓지를 않습니다.



작고 귀여운 기어봉. 그리고 기어간 거리가 좁은편입니다.


카와이한 기어봉을 조작합니다. 2단에서 약간의 충격이 느껴지긴 합니다만, 기어를 살살 집어넣으면 충격이 없거나 덜하더군요. 클러치 상태는 좋았습니다. 1단부터 5단. 그리고 후진기어까지. 금방 적응해서 잘 타고 왔습니다.



공장기아 엠블렘이 선명한 차키.


그렇습니다. 당시 나오던 차량들과 디자인을 공유하는 키입니다. 물론 십수년이 지난 뒤 2007년형 그랜버드까지 엠블렘만 원형으로 바뀌고 이 디자인의 키가 달려 나왔다고 하네요. 하나하나 모든것이 다 유물입니다.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자랑하던 지난 금요일.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땀으로 범벅이 되어 휴게소에 잠시 들렸었습니다. 비록 차들 뒤에 숨어있어서 휴게소에 들린 운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엔 실패했었네요.



♡ 전화데이트 ♡ ☆ 운세상담 ☆


앞유리에 붙어있던 이 스티커를 보고 작년에 목격했던 차량 그리고 공매에 나왔던 차량과 번호판은 달랐지만 동일한 차량임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ARS 유료서비스 스티커입니다. 잘 떨어지지 않는지 20년 가까운 세월을 베스타와 함께 보내고 있네요.


무사히 강남에서 점촌까지 도착했습니다. 잘 밟아야 90 수준으로 천천히 달려왔네요. 3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베스타와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지난 30여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좋은 주인을 만났으니 앞으로도 오래오래 그 위엄을 뽐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로드탁송은 역시 개꿀탁송 1666-8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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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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