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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오후 9시경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능평리에서 울산행 탁송을 집어타고 내려갔습니다. 울산에 거의 다 오니 마침 홍성으로 올라가는 탁송이 하나 떠 있네요. 잡았더니만 내포의 저희 아파트 근처 다른 아파트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잘 풀리고 집에도 들어가는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일은 울산에서 홍성으로 올라오던 도중에 있었답니다.



오후 7시 즈음에 03년식 뉴 베르나 차량을 받아 울산에서 내포로 출발했습니다.


계기판을 보시다시피 기름이 약 3/1 수준밖에 없었기에, 400km의 긴 여정을 가기 위해선 주유를 위해 한번쯤은 휴게소에 정차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고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던 중 칠곡휴게소(서울방향)에 잠시 정차하여 밥도 먹고 주유도 좀 하고 가려고 했지요.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4~50대로 보이는 남자가 쫒아옵니다.


170cm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짧은 머리의 남성은 자신을 대략 아래와 같이 소개했습니다.


"본인은 건강기능식품 회사의 배송기사고 다른 기사들과 함께 대전으로 가는 길인데, 박봉인지라 동료들하고 밥을 먹고 술한잔 할 돈이 없다. 납품하고 조금 빼돌린 비싼 홍삼이 있는데 다들 카드만 가지고 있다고 하고 그런지라 여태 처리를 못하고 있다. 비싼 제품인데 좀 드릴테니 밥이라도 좀 사줘라."


나름대로 탁송기사도 같은 직업기사인지라 동정심이 들더군요.

여튼간에 밥값을 다 내줄테니 다른 기사들 다 데리고 오라 하니 자기만 칠곡에 와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선 홍삼을 하나 골라보라며 자신의 차량으로 유도를 합니다. 이 밤에 대전이 최종 목적지라면 충처도 사람일 확률이 클텐데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게 좀 이상했지만, 인신매매 냄새가 강해서 일단 준다는거 할머니 생각도 나고 그래서 하나 가져오라 했더니만 아래와 같은 물건을 가져다 줍니다.



'농업법인 주식회사 약초사랑'에서 생산한 '장뇌삼(蔘)'이라는 물건입니다.


잘 들고 와서는 트렁크에 친절히 넣어주더군요. 그러고는 몇상자 더 드리겠다며 호의를 베푸는 척 차량으로 유도를 합니다. 인신매매 냄새가 나서 거리를 두고 따라갔습니다만, 은색 스타렉스에 따로 타고있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인신매매단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그와는 거리가 먼 그냥 홍삼사기단으로 보이더군요.


스타렉스 6밴 차량의 트렁크를 열고 이것저것 보여줍니다. 노란 박스도 있고, 요런 빨간 박스도 알아서 집어오더군요. 이 역시 트렁크 안에 잘 넣어주고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알아서 밥값만 달라고 하면서 걸어갑니다만 현금인출기 근처에서 멈춰섭니다.

그러고선 요 앞에서 돈이라도 좀 찾아서 달라고 그러네요.


저도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이고 돈 없으니 다 가져가라고 합니다. 다 가져가라고 보내니 하나만 가져가라고 하네요. 뭐 여튼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저렇게 트렁크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이야기를 하니 '배고파서 미치겠다' '사람들이 약장수로 보겠다'는 소리를 하면서 상황 종료를 유도합니다.


결국 할머니 드릴 장뇌삼만 두상자 가져가기로 하고 5만원을 주니 기름넣고 가야지 하곤 차로 가더군요.


분명히 동료를 기다린다고 하던 사람이 스타렉스의 시동을 걸고 휴게소를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낌새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빠르게 주유를 마친 뒤 따라가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오다가 추풍령 근처에서 밥을 먹어가며 검색해보니 유명한 사기꾼들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정(情)과 어르신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용해 등쳐먹는 사람들이더군요.


'칠곡휴게소 인신매매', '칠곡휴게소 홍삼'으로 검색하면 약 10여년 전부터 비슷한 유형의 사기사례가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남해고속도로의 진영휴게소나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영산휴게소 그리고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의 사례도 간간히 검색됩니다만, 홍삼사기의 최고봉은 칠곡휴게소였습니다. 


주로 경상도 말씨를 쓰고, 경상도 지역 휴게소에서의 피해사례가 넘쳐나는걸로 보아 경상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기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접근하는 유형은 비슷하지만 피해자들이 본 차종도 카니발,스타렉스,포터를 비롯해서 다양하고 사기 피해액도 다양하더군요. 


보통 20~30만원대에 사기를 당하고, 담배값이라도 달라고 접근하는 경우에는 현금과 함께 담배 두어보루도 선뜻 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수십만원을 뜯긴 사람들에 비해 큰 박스 두개에 5만원이라면 그냥저냥 시중 적정가에 샀다고 위안이라도 삼아보네요.


여튼 집에 와서 물건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보증서가 들어있고, 삼성화재 생산물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했다는 문구도 크게 적혀있습니다.

이 제품을 생산한 약초사랑이라는 회사는 경북 성주군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하네요.


자세한건 법인등기부상의 정확한 상호와 목적을 봐야 알겠지만, 보통 '농업회사법인'과 '영농조합법인'등을 크게 아우르는 말로 '농업법인'이란 용어를 씁니다. 농업경영과 관련된 활동을 위해 설립된 법인을 아우르는 말이 '농업법인' 이란 이야기겠죠. 여튼 이 농업법인에게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인 농지의 취득이 용이하다는 이점을 악용하여 기획부동산이 무늬만 농업법인을 세워서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뭐 여튼간에 주식회사로 분류되는지라 기타법인으로 분류되는 영농조합법인은 아닌걸로 보이고, 자격 요건을 충족하여 설립된 농업회사법인인지 아니면 상호만 '농업법인 약초사랑'을 사용하는 그럴싸한 회사인지는 명확한 확인이 필요해 보이네요.


여튼 보증서까지 들어있는 제품의 상태가 이렇습니다.



여섯개의 소포장 박스 중 딱 하나를 제외하곤, 이렇게 해당 액체가 말라서 붙어있습니다.


혹시나 어디서 터졌나 봤더니만, 터진것도 아니더군요. 그래도 누구한테 줘도 손색이 없을법한 물건으로 사기를 쳐야지 이건 누구 줬다가도 욕이나 안먹으면 다행인 상황입니다.



더 심하게 묻어있는 제품도 보이네요.


여튼 보증서가 있고, 제조사의 전화번호가 있으니 날이 밝으면 전화라도 한번 걸어보기로 합니다. 자신있게 품질을 보증한다며 보증서까지 다 넣어줬는데 하자가 있는 물건이라면 교환이라도 해 주겠지요.



더 웃긴건 가격만 천문학적으로 적혀있을 뿐 이 제품은 건강기능식품도 건강보조식품도 아닙니다.

그냥 동네 슈퍼에서 사서 마시는 차(茶)와 같은 종류의 다류입니다. 


녹차,홍차,커피를 비롯하여 식물성 물질을 주 원료로 하는 기호식품 모두가 다류입니다. 그렇죠. 편의점에서 파는 천원짜리 커피는 그래도 냉장보관이라도 되었지, 이 더운날에 얼마나 스타렉스에서 방치되었을지 모르는 이 정체불명의 다류에 파닥파닥 낚인겁니다.


장뇌삼이야 뭐 한두방울 들어갔을테고, 성분 및 배합비율 역시 믿을 수 있는지 의심이 갑니다.

실제 제품 소포장과 겉포장에 성분 및 배합비율이 적혀있는 순서가 다르기도 하네요.



그리고 유통기한 말입니다. '겉박스에 표기된 제조일로부터 24개월 까지'라고 하는데...


겉박스 어딜 찾아봐도 제조일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유통기한이라고 적혀있는 날짜만 있네요.



겉박스에 표기된 유통기한은 2019년 4월 13일까지인데, 여러모로 의문점이 많은 제품입니다.


제조한지 불과 한달밖에 지나지 않은 제품이 터진게 아님에도 액상이 묻어있다는 점, 보증서가 들어있음에도 전혀 신경을 쓴 것 같지 않은 포장 마감과 제품의 질. 그리고 실제 제품과 겉박스에 표기된 성분 및 배합비율 표기가 뒤죽박죽이라는 점. 여러모로 누구 주기도 무서운 제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약 4~5년전에도 칠곡휴게소에 비슷한 민원이 들어갔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이 달린것도 봤는데 달라진것도 변한것도 없습니다. 늦은 밤 휴게소에 전화하니 돌아온 답변은 이러한 일로 인해 틈틈히 순찰을 돌고 있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 말고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않더군요.


충분히 경찰이나 휴게소 관계자가 며칠 잠복만 잘 하고 있노라면 쉽게 잡힐게 분명한 사기꾼들인데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경찰과 휴게소 관계자들이 손을 쓰지 않는 사이에 사기꾼들이 활개치고 다니며 피해사례만 더욱 더 늘어난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차라리 다른 휴게소로 들어가지 칠곡휴게소는 무조건 거르고 싶어집니다. 칠곡휴게소 관계자 여러분께서 보고 계실진 모르겠지만, 홍삼 사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만 그동안 손을 써왔던게 뭐가 있는지 묻고싶네요.


호의를 사기로 받아치는 사람들한테 당하고 나니 더이상 누구를 도와주고픈 마음도, 지하철에서 혹은 노상에서 무언가를 사고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휴게소도 도로공사도 경찰도 그 어느 누구도 의욕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금전적인 피해는 둘째치고 사람을 믿었던 마음에도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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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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