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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티코를 언제 처음 보았나 생각해보니 작년 여름이더군요.


구 국도32호선. 당진시와 서산시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폐업한 휴게소 부지.


어느날 그 앞을 지나가다가 순백색 바디를 가진 서울번호판 티코를 처음 보았고 사진을 남겨두었습니다. 당시에는 주인이 며칠 세워두고 일을 보러 갔겠거니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1994년 8월 등록. 티코 오토매틱.

2017년 8월에 처음 목격한 뒤 촬영한 사진입니다. 


세월의 흔적을 감안하고 본다면 육안상의 부식도 없고, 흔치 않은 SX에 민자모델인지라 보존의 가치도 충분한 차량이라 여겨집니다. 다만 타지의 외딴곳에서 근 1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날까지 세워져 있다는 사실은 주인이 버리고 갔다고 볼 수 밖에 없겠죠. 


여튼 간간히 이 길을 지날때마다 티코를 보곤 했습니다만, 어젯밤 이곳을 지나다가 결국 누군가의 손에 망가진 티코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강제로 문을 따기 위해 잡아당긴 흔적.

날카로운 무언가로 긁었고, 며칠 내린 비로 금방 녹이 슬어버린 흔적.


이 티코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번호판도 떼어갔고 본넷 역시 강제로 열기 위해 잡아당긴 흔적이 보입니다. 


영치를 당한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을 했습니다만, 차를 파손하고 도망간 누군가가 떼어갔다고 보는게 맞아보입니다. 객지에서 주인에게 버림받은것도 서러운 티코는 누군가의 화풀이 혹은 심심풀이 대상이 되어 쓸쓸한 차생의 말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강제로 문을 열었던 탓에 그냥 잡아당기기만 해도 쉽게 문이 열립니다.


운전석에 잘 놓여져 있던 방석은 개판이 되어있고 차를 부수고 도망간 누군가가 돈이 될게 있는지 싶어 이리저리 뒤진 흔적만 보입니다. 



뒷 번호판 역시 누군가가 잘라간 흔적이 보이네요.


'서울 1'로 시작하는 구형 번호판을 떼어가서 어디 쓸데가 있을까요.



떼어갔다고 보기보단 날카로운 무언가로 잘라갔다고 보는게 맞아보입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몰골로 남은 티코가 그 가치를 몰라주는 인간들에 의해 더 처참한 모습으로 남는 모습을 보고싶지도 않고 차마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낮에 방치차량이 있다고 신고를 하고 왔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직접 실사를 나가고 처리를 한다고 하네요.


주인의 사랑을 받고 20년 넘는 세월을 달려왔던 티코는 주인에게 버려진지 1년 가까이 지난 오늘까지도 처참한 몰골이지만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타깝게 차생을 마감할 티코의 명복을 빕니다.


P.S 개나소나 어느동네던 공무원 자리 나오면 좋다고 환장하고 몰려드는 시대라 그런가, 지방공무원이 자기가 관할하는 지역의 지명도 모르고 지리도 모른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들 앉혀놓고 무슨 자치분권을 논하려는지. 지방직 공무원은 웬만해선 그 지역 출신 인물들로 채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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