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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닷컴 새 콘텐츠 초딩일기는...


초등학교 재학 당시 작성했었던 일기장을 펼쳐 당시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여러분께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공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좋은일도, 그렇지 않았던 일도 있었겠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어린이의 일기장을 본다는 마음으로 재미나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기장은 무작위로 공개됩니다.


오늘의 초딩일기는 2003년 12월 3일에 있었던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제목은 교장선생님의 충고이지만, 충고라기보다는 급식실의 잔반통을 보고 분노하신 교장선생님께서 4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고학년들을 강당에 불러놓고 혼냈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일기 내용을 보고 얘기하지요.




제목 : 교장선생님의 충고!


오늘 강당서 4,5,6학년이 다 모였다.

예()기는 급식 남기는 것에 대해서였다.

나도 급식실에 가서 버려진 음식들을 보았는데 심각하였다.

3개의 통이 다 차있는데 그중 밥, 단무지, 국보다 사과와 호박죽이 거이() 대부분이였다.

왜 그 두음식만 편식하는지 모르겠다. 음식을 편식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렇습니다. 당시 기억으로 수요일은 급식 메뉴 중 맛있는 음식이 나오던 날이라 여러모로 항상 고대하던 날이였는데 일기 내용을 보고 15년 전 2003년 12월 3일 수요일의 합덕초등학교 급식 메뉴를 기억하기론 밥은 볶음밥이, 국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국수 혹은 대부분이 좋아하는 국이 나왔고 반찬으로 한조각씩 잘라놓은 사과와 단무지 김치 그리고 호박죽이 나왔습니다.


참 쓸모없는건(?) 잘 기억하네요..


국은 명확치 않지만 메뉴만 놓고 봐도 전혀 거를 타선이 없는 최상의 식단이지요.


거를 타선이 하나도 없다 생각한 저는 사과도 다 먹었고 배식판 우측 상단 반찬을 받는 부위에 한국자씩 떠 준 호박죽도 다 떠먹었지요. 한두조각씩 준 김치고 단무지고 다 먹어 남기지도 않았습니다. 다 먹었음에도 평화로운 휴식을 취해야 할 점심시간에 괜히 조회를 서고 매도당한 제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은 일기 끝자락에 나오지요.


그렇게 강당으로 불려간 학생들과 4,5,6학년 담임선생님들은 교장선생님의 분노의 찬 목소리로 영양사의 말을 빌려 이렇게 잔반이 많이 나왔던 일은 없었다면서 자신은 뷔페에 가서도 호박죽을 즐겨먹고 사과도 아침마다 먹고 나온다는류의 이야기와 전형적인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관한 훈계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급식실 짬통을 돌아 교실로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물론 저 역시 닭이라던가 구운 생선을 비롯하여 먹지 않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 아예 받지를 않고 식당에 가서도 반찬을 줄 때 안줘도 된다고 돌려보냅니다. 저 대신 그 음식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이 먹으면 되니 말이죠.


사과와 호박죽이 짬통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사과의 경우 잘라놓은지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되었던게 가장 큰 원인이였고, 호박죽은 달달했지만 다들 어떤 이유에서인지 손을 대지도 않더군요. 그리하여 짬통 안은 둥둥 떠다니는 사과와 노란 호박죽 국물로 가득했습니다.


그 이후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까지 영양사는 계속 바뀌었지만 근속하시는 조리사 아주머니들은 이 사태에 대해 잘 알고 계셔서 그런지 사과와 호박죽은 급식 메뉴로 영원히 볼 수 없었습니다.


이 날의 일화와 관련되어 다음날 일기에 변화된 급식실 풍경과 관련된 후속 내용이 있더군요. 다음 일기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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