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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청량리에 갈 일이 있어 추억의 성바오로병원이 있던 자리가 보고싶어 잠시 들려보았습니다.

 

성바오로병원은 지난 2019년 3월 은평성모병원의 개원으로 은평성모병원에 통합되는 형식으로 폐원하였습니다. 성바오로병원의 역사는 은평성모병원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되겠지요. 회원정보도 교수님들도 다 거기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성바오로병원은 나름대로 대한민국 의학역사상 한 획을 그었던 유구한 전통을 가진 가톨릭대학교 부속병원입니다만, 근처로 경희대병원 고대병원 상계백병원등 큰 병원이 생겨나고 여러모로 시설에서 열세에 놓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성바오로병원을 빼고 재개발을 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청량리 일대 재개발과 함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제겐 참 많은 추억이 있는 병원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요. 

 

2018.01.11 - [티스도리의 일상이야기] - 180111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정기검진.

 

180111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정기검진.

말을 뭐 정기검진이라 썼지, 그냥 고관절 경과나 보러 매년 1월에 병원에 다니는 연례적인 일입니다. 뭐 작년에는 깜빡 잊고 있다가 2월이 다 되어서 방문했는데, 올해는 일찌감치 생각난 김에

www.tisdory.com

가장 최근 게시물이 2018년이네요.

 

2018년 1월 이후로 주치의 선생님도 여의도성모로 가셨다가 퇴직하셨고, 경과를 보러 더 안와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가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근처에 들리게 되면 그냥 병원 건물 한번 쳐다보고 가곤 했습니다. 도태인생이 시작되었던 2012년부터 제 인생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런 병원인데 주치의 선생님도 여의도성모병원으로 가셨다가 퇴직하고 지금은 평택의 한 종합병원에 계시더군요. 뭐 그렇습니다.

 

청량리역 6번출구로 가는 길

청량리역 6번출구로 향합니다.

 

6번출구는 성바오로병원 본관 바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던지라 용두1동과 함께 성바오로병원이 안내되어있었습니다만, 성바오로병원은 지워졌습니다. 그럼요 사라졌으니 말이죠. 주변으로 경동시장이 있어 노년층의 유동인구가 유독 많았었는데 여전히 많습니다.

 

특유의 그 오래된 느낌은 그대로입니다. 

 

개찰구 앞 안내도

개찰구 앞 안내도에도 성바오로병원은 사라졌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됩니다. 여튼 역 출구에서 걸어서 10초거리의 초역세권에 있던 병원입니다만, 지금은 다 헐려나가고 오피스텔이 건축된다고 하네요. 옛 588 자리에는 69층짜리 고급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낙후된 지역은 이제 강북의 신흥 부촌으로 다시 태어나겠죠.

 

청량리역 6번출구를 나왔다.

항상 반겨주던 10층짜리 성바오로병원 본관 대신 동대문구 마스코트 캐릭터만 보입니다.

 

네 사라졌습니다. 철거되었습니다. 좋은 추억은 아니지만 나름 인생사에 중요한 전환점이던 병원인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가끔 지나가거나 근처의 오일마켓에 들린 뒤 멀리 보이는 이 병원 건물을 보고 추억에 잠기곤 했는데 이젠 추억팔이를 할만한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저 제 기억과 남아있는 몇몇 사진 말곤 말이죠.

 

약국과 김밥천국이 있었던 상가자리도 다 헐렸다.

네. 상가도 다 헐렸습니다. 그리고 상가 뒤로 있던 관절센터까지 한블럭으로 묶였네요.

 

창보리버리치 3차 오피스텔이 이 자리에 지어질 예정입니다. 이미 역 앞쪽으로부터 먼저 개발이 시작되었던 자리에 1차와 2차가 지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3차도 내년 6월이면 완공 예정이라고 하네요.

 

관절센터 자리

관절센터 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내년 완공인데 아직 뭐 건물이 올라가고 있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성바오로병원의 본관과 별관은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오피스텔이 들어살 예정입니다만, 관절센터만 따로 떨어져 창보리버리치 3차 오피스텔이 건축될 예정이랍니다.

 

588자리에 열심히 건축중인 롯데캐슬 SKY-L65

옛 588자리 청량리의 랜드마크가 될 롯데캐슬 SKY-L65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바로 맞은편 청량리 한양수자인이 59층짜리 건물로 지어질 예정인지라 여러모로 청량리의 대격변이 예상됩니다. 돈없는 거지는 뭐 평생 벌어도 저기 월세나 전세로도 들어가보지 못하겠지요.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바리게이트에 아직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보이네요.

 

기억으로는 오래된 슈퍼가 있고 생선구이집이 있던 건물로 기억합니다. 롯데캐슬 부지에 편입되는 자리입니다만, 아마 출입구나 건물 없이 그냥 나무나 심어질 자리로 보이네요. 당장 본건물이 올라가는데 지장이 없으니 철거를 하지 않고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성바오로병원 본관과 별관이 마주보고있던 자리

성바오로병원 본관과 별관이 마주보고 있던 자리는 공사장 출입문이 마주보고 있습니다.

 

힐스테이트 청량리 리더퍼스트 오피스텔이 3동으로 지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성바오로병원 본관자리는 20층 규모로, 별관과 주차장 자리에는 40층규모로 건축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옆의 롯데캐슬 스카이65나 한양수자인에 비하면 저층이지만, 그래도 10층 규모의 병원이 있던 자리에 4배나 높은 건물이 들어선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산부인과가 있던 병원인지라 이 자리에서 태어났던 사람도,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했던 사람도, 이 자리에서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던 사람도 수십만명이겠지만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졌스빈다.

 

본관자리

성바오로병원 본관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본관자리도 별관자리도 주차장자리도 이제 지하 골조공사가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어느세월에 40층을 올릴지 모르겠습니다만, 다음에 이 자리를 방문하면 어느정도 층이 올라간 건물의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연결통로 철거공사

네. 성바오로병원 본관과 별관의 2층을 이어주는 연결통로가 있었습니다.

 

이 연결통로의 철거공사가 2019년 10월 4일에 진행되었던 모양입니다. 한참 지났지만 아직 그 안내문이 붙어있네요. 그 연결통로로 휠체어 타고 참 많이 다녔는데, 지금은 존재조차 하지 않습니다.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

이름이 뭐 이리 긴가 싶습니다만, 2023년 11월까지 공사가 예정되어있네요.

 

지하 5층 지상 23층 규모의 건물이 성바오로병원 본관에 건축될 예정입니다. 조감도에 보이는 대로변 낮은 건물이 본관 자리고 거의 두배수준의 높은 건물이 별관과 주차장 자리입니다.

 

병원 옆 모텔도 철거

최근 로드뷰를 확인해도 병원 옆 모텔은 철거가 진행되지 않아 의아했는데 철거가 진행중입니다.

 

겉은 리모델링을 거쳐서 그리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본관 복도에서 안쪽을 바라보면 좀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철거가 진행되지 않아 재개발에서 빠졌나 싶었지만 이제 철거가 한참 진행중이네요.

 

그 옆 오래된 상가건물

모텔 옆 건물도 철거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식당도 편의점도 성황리에 영업중이더군요.

 

시대빌딩

아까 그 상가 맞은편 시대빌딩입니다.

 

성바오로병원 본관 6층 병동에서 창가를 바라보면 2층에 무도장이 있던 낡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이 이 시대빌딩입니다. 리모델링을 거쳐 거의 새건물처럼 단장했습니다. 개발이 끝나도 딱히 철거될 일은 없겠죠. 그리고 익숙한 이름이 보이네요. 나기호 정형외과가 3월에 개업했다고 합니다.

 

저는 한석구선생님을 뵈어 직접적으로 뵌 교수님은 아니지만, 성바오로병원 관절센터에 계셨던 교수님이라 이름이 낫이 익습니다. 그래도 그 이름을 기억하는 환자들이 많은 옛 성바오로병원 바로 옆에 개인병원을 개원하셨네요.

 

여기도 상가가 많았는데..

여기도 상가가 많았는데 다 철거되었습니다.

 

이 앞으로 건축되는 아파트가 청량리 한양수자인. 우측에 보이는 건물이 삼성화재 빌딩입니다. 그렇게 짧은 성바오로병원 탐방을 마치고 갈 길을 찾아 가기로 합니다. 나중에 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겠죠. 병원의 흔적은 남아있지도 않지만 사진과 기억은 영원할겁니다.

 

그리고 병명도 모른채 입원했다가 학교에 가겠다며 퇴원을 앞둔 주말에 들었던 노래를 가져왔습니다.

 

120325 K-POP STAR

2012년 3월 25일에 방영된 SBS 케이팝스타(K-POP STAR) 경연입니다.

 

당시 백아연이 불렀던 코요테 어글리 OST 'Can't Fight The Moonlight'인데, 퇴원을 앞둔 기대감에 들떠있던 주말 저녁 병실에서 TV를 시청하던 제게 큰 힘을 줬던 노래입니다. 당시 백아연은 주목받던 우승후보도 아녔고 심사평도 혹평일색이였지만 결국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간간히 이 곡을 듣다보면 병원에서 퇴원을 앞둔 마지막 주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벌써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9년간 백아연은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쏘쏘'같은 히트곡도 생겼습니다만, 이 노래를 듣고 기대감에 들떴던 제 인생은 방황과 도태를 향해 기어갔네요. 그래도 어려운 시기 큰 힘을 줬던 가수가 잘 풀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이 건물들이 다 지어지면 다시 찾아와서 구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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