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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목격했던 에어로 버스와 함께 세워져 있던 쌍용자동차의 마지막 버스 트랜스타입니다.

 

2021.05.07 - [티스도리의 자동차이야기/올드카 목격담] - 1995 현대자동차 에어로 하이데커(HYUNDAI AERO HI DEKER)

 

1995 현대자동차 에어로 하이데커(HYUNDAI AERO HI DEKER)

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광주에서 우연히 목격하게 된 두 버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동안 다뤘던 차량 중 잔존 개체가 가장 적은 차량인지라 두 번에 걸쳐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보통 같이

www.tisdory.com

 

지금의 쌍용자동차의 모태가 되었던 하동환제작소는 전후시대 미군이 버리고 간 지프차의 부품을 두들겨 펴 버스를 만들기 시작하며 발전한 회사입니다. 즉 쌍용자동차는 사실상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버스를 만들어 판매했던 회사입니다.

 

당장 회사가 망하네 살아나네 뉴스에 오르내리는 회사입니다만, 반세기 가까운 세월동안 간판이 바뀌고 기술제휴처가 계속 바뀌었음에도 꾸준히 버스와 트럭을 생산했습니다. 동아자동차 시절에는 닛산 디젤과 기술제휴를 통해 HA/HR/SB 시리즈를 생산했고 90년대 초반 벤츠와의 기술제휴를 성사시키며 O404를 기반으로 한 트랜스타를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겨우 4년간 판매되었고 98년에 단종되었습니다.

 

이후 트럭과 버스 이스타나의 생산라인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매각되어 후이쭝 브랜드를 달고 2000년대 중후반까지 생산되었습니다. 당시 럭셔리 세단인 체어맨의 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 트럭과 버스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대우그룹에 인수된 뒤 정리되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자세한 내막은 당시 쌍용그룹 관계자들만 알고 있겠죠.

 

그렇게 짧은 기간 판매되었던 쌍용자동차의 초호화 버스 트랜스타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1997 SSANGYONG TRANSSTAR

땅 위의 호화유람선을 표방하던 90년대 고급버스입니다.

Transportation과 Star의 합성어인데 말 그대로 운송수단 중 최고라는 이야기겠죠.

 

이전에 다뤘던 에어로버스와 마찬가지로 영업용으로 사용되다가 개조를 거쳐 이동검진 차량으로 용도가 변경되었습니다. 단종 23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승객 수송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는 차량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저도 4년 전 포항에 가던 길에 목격했던 일 이후 정말 오랜만에 트랜스타의 모습을 목격한 상황입니다.

 

당시 하위모델이던 '트랜스타 S'의 시작 가격이 7천만원대. 이거 저거 추가하다 보면 1억원에 육박하는 지금 기준으로 생각해도 꽤 비싼 가격에 판매되었습니다. 초기에는 6기통 OM401LA 엔진과 8기통 OM442LA까지 두 가지 엔진이 적용되었으나, 이후 6기통 엔진은 단종되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도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엔진입니다만 국내생산 상용차 중 최고의 출력과 내구성을 자랑했습니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던 SY트럭이 20년 넘도록 건재하게 돌아다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 내구성은 확실히 입증되었지요. 물론 지금은 정권에 의해 적폐로 낙인찍혀 수도권 출입조차 자유롭지 못한 노후 경유차인지라 이전만큼 쉽게 찾아보긴 어려워졌지만 말입니다.

 

호화스러운 옵션과 넘사벽 수준의 압도적인 성능으로 인해 차값이 동급 경쟁차종 대비 월등히 비쌌고, 그마저도 겨우 4년 판매하고 단종되었기에 현역이던 시절에도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버스는 아녔습니다. 그리고 내구연한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근래까지 영업용으로 간간히 보이던 SY트럭과는 달리 트랜스타는 2000년대 후반 수출길에 오르며 급속도로 그 개체수가 감소하였습니다.

 

충남고속에서 운용했던 '트랜스타 P'를 탔던 기억과, 자세한 사양은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3학년 소풍 당시와, 5학년 수련회 당시 근거리를 이동한다고 옆반 버스인 트랜스타를 탔던 기억은 생생합니다. 트랜스타보다는 서해안 완행 노선에 투입되던 SB33을 오래된 버스라고 싫어했음에도 지겹게 탔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1997 SSANGYONG TRANSSTAR

에어로버스와 마찬가지로 특수목적으로 개조된 상태입니다.

최초등록은 97년 4월. 녹색 번호판으로 보아 06년 즈음 자가용으로 전환되었으리라 예상해봅니다.

 

의료장비를 버스 안에 탑재하기 위해 천장을 더 높였고, 마치 요즘 판매되는 버스의 비상탈출구처럼 문도 내놨습니다. 유리창은 모두 시트지와 도색으로 가려져 있는 상태이고, 리어 가니쉬도 떨어져 있습니다만 그래도 스포일러는 순정 상태 그대로 남아있네요.

 

경이롭습니다. 트랜스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일 자체가 최소 10년이 넘었으니 말입니다. 

 

옆에 세워진 에어로버스와 함께 이동검진용 차량으로의 임무를 모두 마치고 말년을 보내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이전부터 트랜스타나 BF105는 보존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 나름의 드림카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만, 버스를 살 돈은 당연히 없고요. 산다 하더라도 오래된 경유차를 그저 미세먼지의 원흉으로 몰아 보유 자체를 힘들게 만들어 버리는데 정부에 뻐큐 날리면서 유지할만한 여력도 없습니다.

 

그저 깨작깨작 5등급이 아니면서도 가치가 있는 소형차라면 충분히 유지를 합니다만, 버스는 정말 가지고싶지만 여력이 안됩니다.

 

후진등은 깨졌다.

좌측 후진등은 깨져버렸네요. 그리고 세월이 세월인지라 곳곳에 녹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당시 차체 전체에 아연도금강판이 적용되어 경쟁차종 대비 부식에 강한 편에 속했습니다. 퇴역을 앞둔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트랜스타에 부식이 올라오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이후 2004년 출시되었던 대우 BX212가 크고 웅장하고 호화로운 관광버스라는 포지션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만, 내구성이라던지 부식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면 여러모로 시대를 앞서 나갔던 버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문이 살짝 열려있다.

문이 살짝 열려있어 그 틈으로 차량 내부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 봅니다.

 

그 시절 특유의 바닥재 패턴과 '쌍용자동차주식회사'가 적혀있는 패찰의 모습이 보입니다. 미쓰비시와의 기술 제휴 이후에도 자체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했던 현대자동차는 나름 일류 자동차 브랜드로 도약했습니다만, 벤츠와의 기술제휴라는 사기급 능력에 안주했던 쌍용자동차는 회사의 존립 위기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모기업의 부도와 상하이자동차의 먹튀. 마힌드라의 경영 포기를 비롯하여 악재가 이어졌던 영향도 있긴 했습니다만, 쌍용자동차가 특출 난 기술력을 가진 회사라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쌍용자동차 임직원과 가족 그리고 협력업체 임직원과 가족을 비롯하여 이 회사로 먹고사는 사람들만 수천수만 명이기에 다시금 회생시켜야만 합니다.

 

TRAN SS TAR

중간에 쌍용 로고를 집어넣어 정식 명칭은 TRAN'SS'TAR입니다.

멋진 이름을 놔두고 원부에는 쌍용고속버스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흔히 'S' 하나를 생략하고 'TRANSTAR'라고 부릅니다만, 정식 명칭은 S가 두 개 들어갑니다. 당시 대우 로얄크루저도 그랬고 스윙도어에 차량의 명칭을 붙여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체에 붙은 트랜스타 레터링은 이미 다 사라졌지만, 출입문에 붙은 스티커는 조금 떨어지는 했어도 원형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트렁크 문이 열려있다.

반대편으로 돌아봅니다. 트렁크 문이 열려있네요.

 

지금 판매되는 버스와 트렁크의 구조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전보다 열기 쉽게 손잡이가 바뀐 것을 제외하면 버스가 다 그렇고 그렇게 생겼다 보니 바뀐 게 없지요. 트렁크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합니다.

 

에어컨 실외기가 있던 장소로 보인다.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었던 자리로 보입니다.

 

천장을 높이며 에어컨을 탈거했을 테니 따로 가정용 에어컨을 설치하여 운용했으리라 추정됩니다. 동파이프는 그대로 남아있고 실외기만 사라진 모습이네요. 그 외에도 트렁크 안에는 폐기된 잡동사니들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에어컨까지 떼어냈다는 얘기는 이동식 검진차로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겠죠.

 

투박하지만 그래도 꽤나 버튼이 많았던 대시보드

키가 170 초반대라 좀 자세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투박하지만 그래도 꽤나 버튼이 많았던 대시보드의 모습도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오디오 자리는 나무판자로 막혀있네요. 그 외에는 버튼도 속도계도 손실된 부분 없이 잘 살아있습니다. 핸들에는 혼캡이 떨어졌는지 테이프가 붙어있네요. 핸들은 이전 세대 모델에서 사용했던 닛산 디젤 핸들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정말 손에 꼽는 개체만이 남아있고 따로 보존을 한다는 얘기조차 들려오지도 않아 안타깝습니다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화 버스는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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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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