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분량이 좀 많습니다만, 여튼 6월 히로시마 여행기의 마지막입니다.
히로시마성을 거쳐 지난 6부에서 언급했었던 신텐치에서 오코노미야끼를 먹고 공항으로 이동하여 귀국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성 역시 천수각과 니노마루 신사정도를 제외하곤 성터만 남아있었습니다.
도시의 규모 대비 성의 규모 역시 작았습니다. 성의 규모는 둘째치고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성으로 들어가는 길목 곳곳에 빗물이 고여있습니다.
뭐 분명 하수 처리시설이 있을텐데 사실상 신발이 다 젖을 것을 각오하고 가야만 합니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계단인데 이거 뭐 계단이 아니라 폭포더군요.
그래도 길이 있겠거니 싶어 더 올라갔습니다만..
그냥 연못이었습니다.
앞에 가시던 아주머니도 결국 진행을 포기하시고 계단을 내려오셨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또 돌고 돌았고 막혀있는 진입로로 잘못 들어갔다 다시 또 나오기를 반복하며 겨우 성 앞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히로시마성 앞에 왔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우비와 우산을 정리한 뒤 성 안으로 들어갑니다. 도시 규모에 비하면 성의 면적은 생각 이상으로 작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입장료도 저렴했습니다.
상당히 저렴한 입장료 370엔.
성의 규모가 작고 전시된 물품들도 그리 많지 않아 다른 성에 비해 저렴한 입장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히로시마성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시로냥(しろうニャ)입니다.
일본은 지자체 차원에서 이런 카와이한 캐릭터를 많이 만들고 많이 활용합니다. 머리 위에 성의 천수각이 올라가 있는 하얀 고양입니다.
그렇게 전시관과 가파른 계단을 타고 5층까지 올라왔습니다.
어떤 성의 천수각이라도 꼭대기층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 역시 전망대를 기대하고 올라갔으나..
아.. 엄청 좁네요.
거기에 비까지 뿌려대니 전망을 제대로 관람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망대 문도 비가 내리는 관계로 일부만 개방해서 훨씬 더 혼잡했습니다.
정신이 없더군요.. 지금껏 올라갔던 일본의 성들 중 가장 최악이었습니다. 일단 내려와서 한숨 돌리기로 합니다.
신사 앞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며 잠시 휴식합니다.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로 지친 심신을 달래 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멍 때리고 있는데 대형택시 한 대가 들어옵니다.
승합차 하이에이스인데 최소 차령이 20년은 지나 보이는군요.
4세대 하이에이스의 3기형 모델입니다. 2004년 8월까지 생산되었으니 정확히 만 20년을 넘긴 차량입니다. 옆동네인 시마네현에서 온 차량인데 일본은 영업용 차량의 내구연한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관리만 잘 된다면 20년이고 30년이고 굴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대형택시 구경을 하던 중 참새 한 마리가 앞으로 오기에 아이스크림 콘을 조금 떼어줬습니다.
참새가 아주 환장하고 과자부스러기를 먹고 있네요.
한 마리가 그렇게 혼자 포식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 있던 다른 참새들도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과자 조각을 떼어주고 참새들이 포식하고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참새 구경을 하고 있는데..
다시 비가 쏟아집니다.
참새들도 건너편 큰 나무 아래로 피신하고, 아이스크림도 다 먹었기에 슬슬 움직여 봅니다.
뭐 성터 일대가 배수라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신발만 다 젖었네요. 뭐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히로시마성을 빠져나갔습니다. 왔던 길 그대로 걸어 버스센터에 먼저 들어갑니다.
히로시마 버스터미널의 출발 플랫폼은 3층입니다.
일단 무거운 짐이나 좀 코인락커에 던져놓고 가려고 합니다. 그래야 이따 공항행 버스를 타러 와서 편하겠지요.
공항행 버스 시간표를 한번 더 확인합니다.
다른 지역은 평일과 공휴일의 시간표가 다른데 히로시마공항행은 매일 같은 시간대에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냥저냥 한산한 버스터미널의 모습입니다.
코인락커는 터미널 안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5700엔짜리 가장 큰 코인락커에 짐을 모두 때려 넣습니다.
배낭이니 이거 저거 사 온 물건들이니 싹 다 집어넣고 터미널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카미야초 일대에 지하도가 존재합니다.
샤레오라는 이름의 상점가도 존재하고요. 히로시마성과 혼도리 그리고 원폭돔을 비롯한 주요 랜드마크들로 이 지하도를 통해 이동이 가능합니다. 비가 내리니 지하도를 타고 넘어갔습니다.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커다란 환승역 분위기가 물씬 풍겨옵니다. 이정표를 보고 내가 가야 하는 방향이 어느 곳인지 잘 확인하고 돌아야 합니다.
핫초보리 방향으로 나갑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출구를 통해 올라갑니다. 일반적인 지하철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입니다. 지하철만 다니지 않을 뿐이죠.
오래된 중국집이 보입니다.
평화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식당인데, 일본식 중국요리를 판매하고 있겠죠.
일단 비를 피해 가며 핫초보리 상점가를 걸어갑니다.
일요일 이른 아침시간대임에도 꽤 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합니다.
점프숍(JUMP SHOP)이라는 굿즈샵이 나옵니다.
'주간 소년 점프'라는 만화잡지에서 연재된 만화와 관련된 굿즈샵으로 보입니다.
소년 점프의 대표적인 연재작 중 하나가 드래곤볼이죠.
원작이 완결된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손오공의 인기는 아직까지도 상당합니다.
그 외에도 하향세였던 소년점프를 살려놓았던 귀멸의 칼날 관련 굿즈도 보이네요.
경쟁사에서 연재되었던 콘텐츠들의 굿즈도 있긴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강 둘러본 뒤 신텐초로 이동했습니다. 신텐치에는 한국의 신림동 순대타운처럼 건물 전체가 오코노미야끼집인 건물도 존재하고 그 외에도 수많은 오코노미야끼집이 존재합니다. 그냥 아무 집이나 가도 평타는 칠 겁니다.
신텐치의 오코노미무라라는 건물로 들어왔습니다.
2~4층까지 히로시마의 명물인 오코노미야끼촌이랍니다. 한국의 신림동 순대타운처럼 각 층마다 오코노미야끼집들이 성업 중에 있습니다.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이 건물의 입점업체들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도 존재하네요.
그냥 2층에서 내렸습니다.
11시쯤 들어가니 한산하긴 했지만 그래도 손님은 좀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식사시간대에는 모든 가게들이 만석이라 줄을 서서 먹는다고 하네요.
그중 한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메뉴를 보고 고민하는데.. 사장님이 한국어를 엄청 잘하십니다. 그래서 여쭤보니 재일교포라고 하시네요. 부모님이 한국에서 넘어오셨지만 히로시마 태생이신 사장님이신데 한국에는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으시다고 하시는데, 꼭 한국에 가 보시길 기원합니다.
오코노미야끼와 철판구이가 주 메뉴입니다.
오코노미야끼도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시간이 좀 지나 정확히 뭘 먹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토핑으로 오코노미야끼에 무언가를 추가 할 수 있는데 김치를 추가했었습니다.
라무네도 한병 따서 마시고요.
같이 가신 형님은 맥주를 한 병 드셨습니다.
오코노미야끼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코노미야끼에 들어가는 면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저는 우동면을 같이 가신 형님은 소면을 선택하셨습니다.
양배추와 계란 그리고 김치와 우동 소스가 어우러진 오코노미야끼였습니다.
정확히 뭘 주문했었는지는 시간이 흘러 기억나지 않지만 맛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뭐냐고요.. 소도락. 일본어로 야키도라쿠(焼道楽)입니다.
오코노미야끼무라 2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신텐치 오코노미야끼무라를 빠져나옵니다.
딱 면세한도에 맞춰 바로 옆 돈키호테에서 쇼핑을 진행합니다.
그래봐야 완충재로 쓸 곤약젤리 몇 봉지랑 그냥저냥 기념품으로 주기 좋은 라멘이나 커피 뭐 그런 물건들이죠. 점심을 먹고 다시 살살 걸어서 히로시마 버스터미널로 향합니다.
지하통로를 이용하여 버스터미널로 올라갑니다.
공항버스 출발시간에 얼추 맞춰 가니 한국인들이 좀 보이더군요. 그렇게 한국인 보기 힘들었던 히로시마에서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와쿠니행 에어로 버스가 비를 열심히 맞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저 버스의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했던지라 우리에게도 익숙한 디자인이죠. 다만 한국 도로 위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는데, 아직 일본 도로에서는 이 형태의 에어로 버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버스는 천천히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합니다. 피곤하긴 피곤한데 깊은 잠은 잘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전역에 비가 내리고 있네요.
다른 소규모 지방공항들처럼 국내선과 국제선의 체크인이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1층은 도착동 2층은 출발동이네요.
한국으로 치자면 청주공항? 그런 느낌입니다.
기타큐슈공항과도 비슷한 규모입니다.
국제선 탑승수속구 역시 서울행 딱 한 편을 위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와도 될 뻔 했네요. 전혀 정체가 없습니다. 그렇게 출국수속을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이동합니다.
아 그래도 면세점에 있을건 다 있네요.
공항 규모에 비하면 생각 이상으로 면세점은 큰 편입니다.
인천에서 날아온 탑승객을 내려준 뒤 히로시마에서 인천으로 돌아갈 승객들의 탑승이 시작됩니다.
역시 대다수가 한국인 승객이었지만, 아까 히로시마성에 같이 올라가던 서양인 아저씨들도 탔고 제 뒤에서 대기하며 스파이 패밀리를 보던 일녀도 탑승했습니다.
탑승했는데.. 50분 딜레이네요.
복잡한 항로에 수없이 많은 비행기가 다니는지라 항로혼잡으로 이륙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항공기에서 멍때리며 기다리는 방법 말곤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초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나초를 먹으며 기다리니 이륙 허가를 받고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는군요.
이륙하는 사진을 찍는 핸드폰을 한번 더 촬영했습니다.
그렇게 약 1시간 30분을 날아 한국땅에 도착했습니다.
4월 초에 다치고 그토록 보고싶었던 한오환을 다시 봤습니다.
짧은 시간 다녀왔던지라 며칠 더 시간을 내어 히로시마에 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렌터카를 빌려 주변 지역도 좀 돌아보고요. 그렇게 수하물을 찾으러 갔는데..
우산만 수하물로 보낸 사람이 있었습니다.
신박하더군요. 뭐 비행기 안에 가지고 타기도 귀찮고 애매하니 어쩌면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공항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발렛파킹으로 던져놓았던 미국산 대우 전기차를 찾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쩌다 보니 약 보름 뒤 7월에 후쿠오카에 한번 더 다녀왔습니다. 7월 후쿠오카 여행기가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