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도리의 자동차이야기/올드카 목격담'에 해당되는 글 18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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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토요일에 서울에 다녀오며 서울 시내에서 봤던 차량들의 목격담입니다.


둘 다 대우차고, 최소 한 번 이상 다뤘던 차량이기에 간단히 몰아서 다뤄보려 하네요. 먼저 한남대교를 건너며 목격했던 대우자동차의 후륜구동 중형세단 프린스입니다. 간간히 다니다 보면 도로 위에서 보이는 올드카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서울에서 굴리던 차량이라 그런건지 매우 우수한 보존상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당시 프린스의 최고사양인 ACE네요. 94년 12월에 등록된 차량입니다.


2.0 SOHC 엔진과, 60년대 개발된 V플랫폼으로 만들어져 대우의 로얄 레코드부터 꾸준히 우려먹던 차체. 당시 동급 차량 대비 가장 좁은 전폭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여러모로 열세를 보이긴 했지만, 고급 모델인 브로엄과 함께 나름대로의 택시수요로 세기말까지 판매되었습니다.


여튼 프린스가 매우 깔끔한 모습으로 달리고 있어 비슷한 속도로 따라갔습니다.



'서울31 나' 지역번호판. 중구에서 최초로 발급된 지역번호판입니다.


최초 발급시에는 아마 한자리수 지역번호판을 부여받았을테고, 주인이 변경되었거나 타지역으로 전출을 나갔다가 돌아와서 번호판이 바뀌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배선은 없지만 작은 HAM용 안테나도 달려있고요. 2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아마 아파트나 차고에서 극진히 모셔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유의 알루미늄 휠 역시 별다른 백화 없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매우 각졌던 로얄에 비하면 곡선이 다수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동급 차종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던 쏘나타2에 비한다면 각지고 노티나는 디자인입니다. 부식 하나 문콕 하나 없이 매우 깔끔한 상태로 자신보다 최소 20년 이상 어린 차량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프린스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갈 길을 갔습니다.


차령 30년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촉매가 장착된 휘발유차라는 이유에서 4등급 차량입니다. 물론 같은 시대 태어났던 경유차들이 적폐로 몰려 싹 다 사라진 상황에서도 4대문 안이라는 중구에 별 문제 없이 등록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통행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겠지요.


2030년까지 4대문 내 내연기관 자동차의 출입을 제한한다고 합니다. 물론 그때까지 생존하여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사랑받았던 만큼 앞으로도 사랑받으며 서울을 누비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양재대로에서 누비라를 목격하였습니다.



누비라입니다. 순 우리말 이름으로 교과서에도 오르내리는 차량이지요.

대우자동차의 독자개발 모델이자, 지금은 폐쇄된 군산공장에서 생산된 첫 차종입니다.


지금은 부식으로 리어 쇼바마운트가 철판을 뚫고 올라오는 치명적인 결함과 수출로 인해 쉽사리 볼 수 없지요. 당대 경쟁차종인 구아방이나 세피아보다 훨씬 더 넓은 실내공간을 주로 내세웠고, 독일 ZF사의 4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하여 변속기만큼은 최고의 내구성을 자랑했습니다.


라노스에 이어 패밀리룩인 삼분할 그릴이 적용된 두번째 차량이고, 바로 다음달 출시된 레간자까지 3분할 그릴을 적용하여 대우자동차의 패밀리룩이 완성되었습니다. 지난해 고인이 된 김우중 회장님께서 세기말 자동차 산업에 의욕적인 투자를 하던 시기에 탄생했던 걸작이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차를 모토로 디자인 했다지만, 별다른 특색도 없고 린번엔진을 앞세운 아반떼의 공세에 밀려 2년만에 싹 다 뜯어고친 누비라2로 부분변경 전까지 대략 2년간 판매되었던 초기형 누비라입니다. 이 차량은 98년 4월에 최초로 등록되었던 차량이네요.



지하도 공사로 혼잡한 양재대로에서 자신보다 못해도 15년은 어린 차들 사이를 달리고 있습니다.

번호판은 '서울52' 강남구에서 발급되었던 번호판입니다.


22년의 세월을 대변하듯 문콕이라던지 자잘한 기스들의 모습이 흔히 보였습니다. 앞 휠커버는 떨어져 나간지 오래였고요. 서울에서만 굴렸던 차량이라 그런지 당시 대우차가 부식에 매우 취약했었음에도 육안상 보이는 부식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오랜 세월 굴러다니는게 어디냐 싶은 생각이였습니다.


'J100'이라는 코드네임으로 야심차게 개발되었던 대우의 준중형차 누비라는 대우의 세계경영을 이름속에 그대로 품은 차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후속 라세티는 대우에서 개발했음에도 GM에 인수되어 경제위기속에서 세계로 뻗어나가 GM을 먹여살리던 효자차종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후속모델은 친환경 자동차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결국 단종되고 말았습니다.


대(代)도 끊겼고, 태어났던 공장도 사라졌습니다. 많은 형제들은 수출길에 올라 한국땅을 떠났거나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누비라는 복잡한 서울의 도로를 힘차게 누비고 있었습니다. 상태만 놓고 본다면 그리 오래 살아 돌아다니지는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앞으로 남은 세월 힘차게 도로를 누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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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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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보령(대천)의 신도심인 명천동 일대에서 목격한 뉴그랜저 3.0입니다.





































경기37. 경기도 부천시에서 발급된 지역번호판을 부착하고 있었는데, 목격 된 곳은 충청남도 보령시.


아무래도 이 근처에서는 처음 보는 차량이다보니 여행을 왔거나 볼일을 보러 오지 않았나 싶은 생각입니다. 그래도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아 소장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1세대 각그랜저보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훨씬 더 보기 힘들어진 2세대 그랜저입니다.



딱히 흠 잡을 곳이 보이지 않던 매우 깔끔한 상태의 뉴그랜저입니다.

93년 10월에 최초로 등록 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1980년대. 기술제휴 관계에 있던 미쓰비시와의 공동개발로 탄생된 1세대 그랜저인 각그랜저가 한국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낸 뒤 2세대 그랜저이자 3세대 데보니어인 뉴그랜저가 탄생했습니다. 이후 98년 본래 마르샤의 후속모델로 기획되었던 XG에 그랜져라는 이름을 달아 출시하기 전까지 대략 6년간 판매되었지요.


이후 고급형 모델로 다이너스티가 파생되어 2004년까지 판매되었고 그럭저럭 도로 위에서 흔히 보이던 차량이지만 어느순간부터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1세대 모델은 가치를 인정받지만, 후속모델로 탄생한 뉴그랜져는 상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같은 모델인 미쓰비시의 데보니어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현대의 그랜저는 1세대에 이어 2세대까지 대박을 치며 이후 상급 모델인 에쿠스(프라우디아)의 공동개발 과정에서는 현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짙은 틴팅이 되어있습니다만, 당시 고급 옵션을 표시하던 스티커는 뒷유리에 그대로 붙어있었습니다.


ABS와 DUAL AIRBAG이 적용된 차량이네요. 93년 당시만 하더라도 호화로운 안전사양이였습니다. 이러한 메이커들의 옵션 자랑은 2007년 대우의 레조가 단종되며 모두 사라졌습니다. 물론 요즘이야 사실상 기본사양으로 취급되는 안전사양입니다만, 만 27년 전 그 당시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차량에서는 옵션으로도 선택조차 할 수 없었던 첨단사양이였습니다.


그리고 뉴그랜저는 저가형 모델인 2.0 가솔린부터 2.4 2.5 가솔린 및 LPG 3.0 가솔린 및 LPG 모델과 대우의 아카디아 출시 이후 최대 배기량 타이틀을 빼앗기자 94년 부랴부랴 출시했던 3.5 가솔린 모델까지 다양한 엔진이 적용되었던 차량입니다. 물론 다이너스티의 등장 이후 3.5 모델은 2년간 소수 생산된 뒤 단종되었지만, 다양한 배기량의 엔진이 적용되었습니다.


대부분 2.0 모델에 레터링만 V6 3000 혹은 3500으로 바꿔 달고 다녔던지라 가짜 3.0 혹은 3.5가 많았는데, 이 차량은 진짜 3.0 모델이더군요. 93년 10월이면 3.5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던 시점이니 당시 돈으로 3천만원대의 최고사양 모델로 추정됩니다. 



햇님 모냥의 휠이 아닌 살이 많은 3.0 전용 휠이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느낌입니다.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15인치 휠. 제가 타고있는 삼각떼가 17인치 순정휠이 장착되어 있는데 그 시절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사이즈였겠죠. 지금이야 중형차 깡통모델도 최소 16인치 휠이 적용되어 나오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15인치 이상의 휠은 쉽게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여튼 짝충 3.0이 아닌 진퉁 3.0 뉴그랜져입니다. 문콕하나 보이지 않았고, 휠의 분진을 제외한다면 딱히 흠잡힐 부분도 없었습니다. 여러모로 차주분의 병적인 관리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만 할 뿐이죠.



그렇게 뉴그랜저와 나란히 달리며 상태를 감상합니다.


진짜 흠 잡힐 부분이 없습니다. 몰딩 하나 벗겨진 부분이 없고요. 굳이 흠을 잡아야 한다면 세차를 하면 지워질 휠의 분진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하이패스 단말기는 근래에도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증표가 아닐까 싶네요. 고속도로를 달릴 만큼 컨디션도 괜찮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뉴그랜저의 앞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앞질러 나아갑니다.


중후한 분위기를 뽐내는 헤드램프와 그릴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아래로 범퍼 속에 내장된 안개등이 점등되어 있네요. 좌측 안개등 전구가 그리 밝지 않아보이지만, 뭐 전구만 갈아 주면 될 일이니 큰 문제는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매우 깔끔하고 문콕이나 자잘한 기스 하나 보이지 않던 초기형 뉴그랜저. 만 27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 온 만큼 앞으로도 오랜 세월 주인과 함께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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