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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도태한남충이라 혼자 삽니다. 그럼에도 혼자 할 수 있는 기행은 다 해보는 편입니다.

 

캠핑이라는 고급 취미를 가질 여유도 없지만, 캠핑장에 가서 하는 캠핑은 비싼 차를 끌고 가서 고급 텐트와 비싼 장비를 펼쳐놓고 인스타 갬성용 사진이나 찍는 행위가 쓸모없이 과시하는 돈지랄 같아서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갬성충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빈티지룩 튜닝이 되지 않은 순정 티코를 끌고 캠핑장에 들어가서 싸구려 원터치 텐트를 펼치고 페인트 깡통에 장작을 태우면 허영과 비교질이 일상화된 이 나라에선 캠핑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취급과 함께 비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캠핑장 격이 떨어진다고 쫓겨나지 않으려나 모르겠네요.

 

그냥 일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고기가 먹고싶더군요. 집 안에서 굽자니 기름 다 튀고 난리가 날 테고, 옥상에서 구워 먹기로 결심합니다. 근데 평상도 없고, 돗자리 깔고 버너 하나 올려놓고 먹자니 불판이 없네요. 화로에 번개탄을 피워 고기를 굽기로 합니다. 

 

마트에서 모두 구입

동네 마트에서 화로대를 봤던 기억이 있어 찾아가서 구입했습니다.

 

화로대에 번개탄을 구입하고, 고기 상추와 함께 집에서 먹을 식자재도 함께 구입했습니다. 화로대는 사놓으면 장기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니 이참에 큰맘먹고 구입했습니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더군요. 이것저것 구입하고 9만원 넘게 결제했습니다.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화로대와 번개탄. 그리고 타이어를 교체하고 받았지만 쓸모가 없어 당근마켓에 내놓으려던 캠핑용 의자. 테이블같은건 없으니 다락방에 있는 박스를 가져다 테이블로 사용합니다.

 

옥상

아파트 탑층의 특권 다락방과 옥상입니다. 단독주택이나 다름없습니다.

 

아 근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부네요. 라이터를 아무리 켜도 바로 불이 꺼져버립니다. 번개탄에는 불이 붙지 않고요. 그래서 뭐 종이도 태워보고 별 지랄은 다 했습니다만,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 그마저도 금방 꺼져버리기를 반복합니다. 다음에는 토치도 사오던지 해야겠습니다.

 

번개탄은 착화탄이라 숯이나 장작이 필요한데, 그러고보니 그것도 구비하지 않았네요. 숯도 한봉지 사다놔야겠습니다.

 

연기만 난다..

그렇게 수차례 도전했습니다만, 연기만 나고 바람은 더 매섭게 불어옵니다.

 

포기하고 들어가려고 했습니다만, 불은 보이지 않아도 번개탄이 뜨겁습니다. 불이 붙어있다는 이야기겠죠. 그래서 조심스럽게 고기를 올려보니 속도는 좀 느려도 고기가 익어가네요. 본래는 여유롭게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고기를 먹으려 했습니다만, 거센 바람을 마주하며 고기를 구웠습니다.

 

항정살

항정살입니다. 천천히 익어가네요.

 

미련하게 바람을 맞으며 다 먹고 들어갔습니다. 갬성도 재미도 감동도 없는 혼자만의 고기파티는 예상했던 모습과 다르게 끝났습니다만, 그래도 앞으로 꾸준히 써먹을 수 있는 화로대도 샀고 번개탄도 잔뜩 구입해뒀으니 다음에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고기를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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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끌어왔네요. 


벌써 3월이 왔다고 느끼는게 어김없이 주중에 학과 사무실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등록을 하실건지 그게 아니시라면 '제적'이니 '자퇴원서'를 내어 달라고요.


제적과 자퇴. 아무래도 이후 재입학도 가능하고 서류상의 취급으로 별 차이도 없습니다만, 자의로 문을 열고 나가는것과 타의에 의해 문 밖으로 쫒겨나는것의 차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래도 쫒겨나느니 자의에 의해 나가는게 나으니 조교 말로는 자퇴를 하라고 합니다.


휴학도 있는 그대로 다 끌어다 썼습니다. 작년에는 조교가 그래도 봐 줘서 한 해 더 휴학을 했고요. 휴학 기간 내에 입학해서 졸업한 학생 수도 수천명 가까이 될테고 그래도 예전에는 약간의 희망이나 장래 계획이라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근래들어서는 꿈도 희망도 미래도 앞으로의 계획도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네요. 아무래도 알 수 없는 어느 순간부터 가지게 된 회의감으로 시작된 본인의 의지박약이 큰 원인이지만 도무지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진 않습니다.


여튼 직접 갈 시간이 없다고 하고, 밖에 나와 있다고 하니 휴일에 PDF 파일로 떠서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운전중이라 메모가 불가하다 하니 문자로 메일 주소를 넣어주었습니다.


여러모로 이게 처리가 되어야 과 사무실에서도 업무를 볼테니 학사정보 페이지에 들어가서 자퇴원서를 작성한 뒤 출력 대신 PDF파일로 저장하여 메일로 보내주기로 합시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학교 방문하지 않고 끝내네요.



학번은 아직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는데, 비밀번호는 1년에 한번 로그인 하는 수준이니 항상 까먹네요.


여튼 비밀번호도 다시 설정하고 학사정보 페이지로 들어갑니다. 자퇴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자퇴사유는 뭐라 쓸까 하다가 건강악화로 써서 냈네요. 아무래도 병원에 갈 수준은 아니라 쳐도 정신건강은 온전치 않은 상황이니 말입니다.


학과 이름도 바뀌고, 교수진도 많이 바뀐듯 하더군요. 다닌 기간보다 다니지 않은 기간이 훨씬 더 길어 알 바 아니긴 합니다만 같이 입학한 동기들은 저처럼 방황하던 일부를 제외하고는 죄다 졸업해서 제각기 먹고살고 있을겁니다. 꿈과 희망이 아닌 번개탄과  방향으로 한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을 사람은 없을겁니다. 아마도요.



그렇게 자퇴원서를 출력 대신에 .PDF 파일로 저장하여 조교 메일로 보냈습니다.


월요일중으로 처리 여부 관련하여 조교와 연락을 주고받으면 더이상 학적을 두고 있지 않으니 연락을 할 일도 연락을 받을 일도 없을겁니다. 이렇게 미루고 미루다 때려치울 상황이였다면 진작 때려치우고 국비지원으로 직업교육이라도 받던지 다른 전공으로 학교를 다니는건 어땠을지 싶기도 합니다.


7년 전 입학 후 일주일만에 병원에 입원하던 그 날이 아직도 머릿속엔 생생합니다. 자퇴로 학교와의 연이 사라지는 2019년 3월에 입학 당시의 추억을 가지고 있던 장소가 하나 더 사라진다고 합니다. 재개발이 확정되어 문을 닫는 청량리의 성바오로병원입니다. 3월 22일 진료를 마친 뒤 은평성모병원으로 옮겨가며 폐원한다고 하네요. 건물 역시 철거된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2019년 3월은 2012년에 시작된 기억들과 작별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원섭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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