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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량은 아닙니다만..

오늘의 주인공은 홍성에서 목격한 94년 3월 등록 초기형 무쏘입니다.

 

무쏘스포츠한테 보복운전도 당했었고 정체의 원인이자 많은 무쏘 운전자들이 자신이 정체의 원인인 줄 모르고 마이웨이로 다니기에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무쏘 차주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호감이 가는 차량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올드카 목격담 카테고리에 부합하는 차량임에도 그동안 다루지 않았었고 초기형 무쏘는 꽤 보기 힘들어진지라 다뤄보기로 합니다.

 

무쏘는 쌍용자동차에서 1993년 8월에 출시하여 2006년 1월 까지 생산했던 SUV입니다. 이전부터 SUV의 명가로 이름을 날렸던 쌍용자동차가 90년대 초반 현대정공의 갤로퍼, 아시아자동차의 록스타 등 경쟁사 SUV의 등장으로 자사의 간판 차량이던 코란도 훼미리 판매량에 큰 타격을 입자 벤츠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출시했던 당대 고급 SUV였습니다. 고급스러운 내외관과 함께 벤츠의 파워트레인이 적용되었음을 강조하는 고급화 전략으로 다시 SUV 명가 쌍용의 위엄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비록 상용엔진이지만 벤츠에서 얻어온 OM601,602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였고 아직까지도 무쏘와 코란도를 고집하는 충성고객인 일명 쌍빠들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화려했던 과거는 30여년 전 이야기고, 지금은 그저 부족한 출력으로 도로 위 정체를 유발하는 차량들이지만 수입차도 지금처럼 쉽게 볼 수 없던 그 시기에 2020년대의 GV80 그 이상의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잘 팔리던 무쏘는 대우자동차의 쌍용차 인수 이후 부품의 국산화를 이룩했고, 2001년에는 픽업트럭 모델도 탄생했습니다. 13년을 판매했으니 당연히 신형이고 구형이고 흔히 보였지만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사업을 통해 꽤 많이 사라졌고, 이젠 적폐 취급까지 당하니 근 1~2년 사이에 꽤 많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간간히 무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994 SSANGYONG MUSSO 602EL

'충남 1 오' 지역번호판과 등화관제등까지 온전히 살아있는 무쏘의 모습입니다.

 

예산군에서 발급된 번호판입니다. 물론 이 차를 몇년 전 보긴 봤었습니다. 스파크를 타던 시절 그리 기분이 좋지 않던 상황이었는데 저 무쏘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저를 추월하려 하더군요. 무쏘 따위한테는 따이기 싫어서 3단으로 풀악셀을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튼 홍성에서 볼일을 보고 가시는 모습으로 보이네요.

 

대부분의 시골 무쏘가 시골에서 막타는 차 취급으로 그리 상태가 좋지 못하지만, 이 차량은 꽤나 준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매연도 나오지 않더군요. 10년 뒤에 나온 렉스턴도 매연을 뿜는 차량들이 다수인데 관리도 그럭저럭 잘 된다는 얘기겠지요.

 

1994 SSANGYONG MUSSO 602EL

오토매틱용 데칼은 색이 좀 다른지라 602EL 수동변속기 모델로 보입니다.

 

이 차량이 출고되었던 94년 당시 기준으로 무쏘는 2.3리터 4기통 OM601 디젤엔진이 적용된 601 수동과, 2.9리터 OM602 디젤엔진이 적용된 602EL 수동, 거기에 자동변속기까지 추가한 602EL 오토까지 총 세 개의 트림으로 판매되었습니다. 이후 프레스티지와 체어맨에 적용되던 3.2리터급 가솔린 엔진이 추가되며 라인업을 늘렸고 두 디젤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하며 트림명이 변경되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602EL에 50만원짜리 팩키지 옵션만 추가한 차량으로 보입니다. 가격은 1740만원. 이 차량이 30년 전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 기준으로 4천만 원이 넘어가는 차량입니다. 당시 평균적인 소득 수준을 봐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으니 체감상의 가격은 그 이상으로 느껴지겠죠.

 

구할 수 없는 몰딩도 데칼도 다 제치로 온전히 살아있습니다. 휠만 흔히 연탄휠이라 부르는 15인치 머드락 휠로 교체했지 전반적인 순정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외장부품을 구하는 게 사실상 드래곤볼 모으기 수준인 구형 쌍용차인지라, 큰 사고 없이 27년 가까운 세월을 버텼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1994 SSANGYONG MUSSO 602EL

그렇게 무쏘를 뒤로하고 먼저 갈 길을 향해 나아갑니다.

 

외장부품 구하기 참 어려운 구형 쌍용차입니다. 경쟁차량이던 갤로퍼가 빈티지룩 튜닝카를 만드는 관종들이 주도하던 리스토어 열풍 속에서 중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마당에, 부품값도 비싸고 더군다나 외장부품의 수급도 어려운 쌍용차 무쏘는 갤로퍼에 비하면 형편없는 가격에 거래되곤 했었지요. 중국몽 정권 들어 노후 경유차 자체를 적폐로 몰아버려 갤로퍼 중고값도 어느 정도 주춤하긴 했지만, 무쏘는 조기폐차를 보내버리지 매물 자체도 거의 올라오지 않는 실정입니다.

 

27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온 무쏘의 앞날 역시 밝지만은 않습니다. 매연도 나오지 않고 그럭저럭 관리가 잘 된 차량인지라 종합검사도 충분히 합격하리라 생각됩니다만, 이젠 아예 노후경유차를 넘어 저감장치가 장착된 최신형 경유차까지 탄압의 대상인지라 결국 규제 속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마지막 그날까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오래오래 버텨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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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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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탁송 오더의 다수는 중고차 매매단지를 기반으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발생합니다만, 그 다음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오더를 손에 꼽아보자면 수출을 위해 송도유원지나 인천항 근처로 가는 차량들 아니면 차생을 마치러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들입니다. 오늘 소개할 무쏘 역시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이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쏘 코란도를 비롯한 구형 쌍용차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원체 나가질 않는 차량들이긴 합니다만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저속주행으로 정체를 만드는 차량들 중 대다수가 특이하게도 구형 쌍용차들이고, 보복운전을 하던 무쏘를 신고했던 일도 있었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일은 일이니 무쏘를 타긴 타야합니다.



보조범퍼가 부러진 상태로 맞이하게 된 무쏘 프레스티지.


처음엔 이게 그냥 무쏘 602인지, 97년에 잠깐 나오고 사라진 TDI인지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겁나 안나가는 무쏘에 DPF까지 달려 더 안나가는 무쏘였을 뿐이죠. 집에 와서 찾아보니 벤츠의 손길이 닿았던 당시로써는 잘 나가던 TDI는 원톤 컬러로만 생산되었다고 하고, 투톤컬러에 고급스러운 우드그래인과 사제 에어백 핸들이 적용되었다는 이야기로 보아하니 602EL의 최고사양인 프레스티지가 맞습니다.




왕년에는 차주분께서 잘 꾸미고 타셨던걸로 보입니다.


지금은 차 상태가 영 좋지 않다고 그러시네요. 뭐 여튼간에 가다가 도로 한복판에서 그냥 서버릴만큼의 하자가 아니라면 가는데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습니다. 다행히 가다가 퍼질 수준의 결함은 없다고 하시더군요. 리스토어라 쓰고 빈티지 튜닝이라 읽는 행위로 인해 아직도 꽤나 높은 시세를 자랑하는 갤로퍼에 비해 부품 수급이 어려운 편인 무쏘의 중고 시세는 갤로퍼만 못합니다.


휠은 뉴무쏘의 휠이 장착되어 있네요.


새차시절. 아니 약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분진이 낄 틈도 없이 잘 닦아주고 나름대로 좋은 관리를 받았을 차량이라 생각됩니다만,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오늘날의 몰골은 말도 아닙니다. 지난번에 약 30만km를 주행하고 주유 경고등을 비롯한 모든 경고등이 다 켜진채로 폐차장에 가던 에쿠스를 타고 가면서도 느꼈습니다만, 한 시대를 풍미하던 고급차도 폐차장으로 향하는 순간엔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간간히 조기폐차 지원금을 수령하기 인해 진짜 멀쩡한 차들이 폐차장에 가는 경우가 종종 보이긴 합니다만, 그러한 극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뭔가 하나씩은 하자가 느껴지는 차량들이랍니다.



등화관제등이 장착되어 나오던 마지막 세대의 차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0년대 들어 관련 법이 폐지되면서, 90년대 후반 나오던 차량을 끝으로 민수용 차량에서 등화관제등의 모습을 사실상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전시에 징발 대상으로 차령 2년 미만의 SUV 차량들을 요즘에도 꾸준히 지정하고 있긴 합니다만, 예전처럼 모든 민수용 지프차에 등화관제등이 달려 나오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 끝나버렸지요.


여튼간에 무쏘 참 안나갑니다. 95마력의 자연흡기 엔진으로 이 탱크같은 육체를 빠릿빠릿하게 끌고 다니기엔 아무래도 무리겠지요. 수동변속기 모델이라면 좀 덜할테지만, 오토는 정말 답이 없습니다. 악셀에 발을 올리고 꾹 눌러야 차가 나갑니다. 



에어백은 이미 터져버렸고, 피스로 대충 고정하고 다녔나 봅니다.

고급스럽고 질리지 않는 톤의 우드그레인 역시 차 상태는 폐급이여도 그 위엄을 뽐내고 있습니다.


쌍용 엠블럼이 달린 순정 에어백 모듈이 아니라, SRS-40 모델의 사제 에어백입니다. 나름 출고시부터 달려 나오긴 했습니다만, 에프터마켓용 제품을 순정용품처럼 달아서 출고했던 모양이더군요. 뭐 여튼 대우 인수 그리고 2000년대 년식변경 이전까지 수출형 차량 일부와 무쏘의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급 차량에 적용되었다 합니다.


지금은 새 모듈도 구할 수 없는걸로 보입니다. 검색을 해도 여러모로 정보를 찾기 힘들더군요.




49만km 이상 주행한 차량입니다만, 그래도 잘 나갑니다.


누군가가 벤츠엔진은 30만에 길이 든다고 했었는데, 진짜 그런가 봅니다. 뭐 어느정도의 진동과 차량의 특성상 정말 답답하게도 안나간다는 점을 제외하곤 특유의 탈탈거리는 공회전시 엔진음 마저도 그냥 캬랑캬랑할 뿐입니다.


여튼간에 180km/h 이상 밟는건 가솔린 모델이 아니고선 꿈도 못꾸는 차량입니다만, 거의 풀악셀에 가깝게 악셀을 밟아주니 조금 답답해도 나가는데 크게 지장은 없습니다. 110km/h 이상 밟으면 바늘이 춤을 추다가 저렇게 끝에 가서 머물고 있습니다. 존나 안나간다고 욕하면서도 이리 달려보고 저리 달려보니 약 폐차장까지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옵니다.


그렇게 무쏘의 마지막 가는 길. 폐차장까지 잘 모셔다 드리고 왔습니다.

금방금방 해체가 진행되는 목적지 폐차장의 특성상 지금쯤이면 이미 모든 장기를 내어주고 20년의 차생을 뒤로한채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졌겠죠. 무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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