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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차, 방치차, 폐교, 쓰레기더미 탐방 전문 블로거.


정확한 위치는 어디라 얘기 할 수 없는 곳에 버려진 베스타를 보았습니다. 외부인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공간이고 도저히 차를 버릴 수 없는 공간인지라 아무래도 최소 10년 이상은 허허벌판에 방치되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근까지 간간히 보이는 90년대 출시된 뉴베스타가 아닌 80년대 후반 생산된 오리지날 초기형 베스타입니다. 86년 출시 당시 모델은 아니고 88년과 89년 사이에 나온 차량으로 보이는군요.



그나마 온전하고 선명하게 남아있는 일명 공장기아 엠블럼.


최초기형 차량의 경우 흔히 공장기아라 말하는 물결무늬의 기아자동차의 로고 대신 'KIA MOTORS'라는 영문 엠블럼이 들어갔습니다. 이후 88년부터 물결무늬 엠블럼이 적용되었지요. 물론 사고로 인한 교체나 개조로 인해 달린 부품일 확률도 있지만, 일단은 88~89년 사이에 생산된 차량임을 추정 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미 바랠대로 바래버린 테일램프. 그리고 사라진 번호판.


번호판이 있었던 자리는 흔적만 남아있고 누군가 강제로 떼어낸 흔적만 보입니다. 지금은 그저 방치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한시절 이 베스타를 아끼던 차주께서는 나름 캐리어도 달아두고 사다리도 달아두셨습니다. 


화물차로 분류되는 3밴 혹은 6밴 차량이 아닌 12인승 모델입니다만, 뒤에 영업을 위한 스티커를 붙여두었을걸로 추정되는군요. 스티커 역시 바랠대로 다 바래고 갈라져서 판독이 불가했습니다. 



10년 넘게 시동이 걸릴 일이 없었던 로나 디젤엔진은 쥐들의 생활 터전이 되어버렸습니다.


보조석 좌석을 살짝 들어보니 들리더군요. 로커암커버에 선명하게 'LONA DIESL'이라 각인되어 있습니다. 당대 기아자동차의 여러 디젤차량에 적용되었던 마쯔다제 엔진입니다만, 헤드가 녹아버리고 화재까지 발생하는 결함으로 인해 사실상 흑역사 취급을 당하는 엔진입니다.


이후 이 엔진의 중대한 결함으로 인해 기아차는 독자기술로 디젤엔진을 개발해냈고, 92년에 베스타와 와이드봉고에 2.7리터급 JS엔진이 적용됩니다. 그 엔진이 개량을 거치고 또 거쳐가며 비교적 최근. R엔진이 적용되기 전 그랜드카니발과 2012년 F/L 전 봉고3에까지 그 생명을 이어갔었습니다.



실내 상태도 장기간 방치된 차량인지라 그리 좋지만은 못합니다.


오디오를 비롯한 쓸만한 전자장치들은 모두 다 떼어갔고 비바람에 십수년 이상 방치된 시트와 도어트림은 이미 다 갈라질대로 다 갈라진 상황입니다. 더불어 차량 안에는 폐 농자재들과 꽤 오랜세월 방치된게 아닐까 싶은 쓰레기들이 잔뜩 담겨있습니다. 



내외관 모두 상태가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미 녹은 차량 전체를 감싸안았고 칠도 상당수가 벗겨져 있었습니다. 꽤 오래전 시장에서 사라진 우성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고, 그마저도 다 찢어지고 갈라진 상태였네요. 그냥 고물상 집게차가 와서 들고 가는 방법 말고는 이 차량을 치울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과연 어느 세월부터 인적이 드문 허허벌판 속에 방치되어 있었을까요.


또 하나의 단서를 찾았습니다. 주황색 비슷한 순정데칼. 89년 출시된 EST 트림에 적용되었던 스페셜 데칼이라 하는군요. 1990년 1월에 뉴-베스타가 출시되었으니 전기형 끝물 모델. 년식으로 따지자면 1989년식 차량으로 보입니다.



다른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만, 트렁크는 열립니다.


백도어마저도 부식으로 구멍이 송송 뚫려있군요. 차량 안에도 폐 농자재들이, 밖에도 폐 농자재들이 가득합니다. 그나마 이 차에서 멀쩡하게 제 기능을 하고있는 부속품을 꼽아보라면 트렁크 가스쇼바 말곤 없지 않을까 싶네요.



나름대로 차주분이 오디오에도 신경을 쓰셨던 모습이 보입니다.


사제 코엑셜 스피커네요. 이름있는 브랜드에서 만들어진 제품인지 아니라면 오픈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저가형 중국제 스피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고물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이 차량이 굴러다니던 시절에는 탑승객에게 순정 스피커보다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으리라 확신합니다.



공장기아 엠블럼. 그리고 한국유리공업의 옛 로고.


지금은 한글라스라는 브랜드로 익히 알려진 회사의 유리입니다.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만, 2005년 프랑스의 생고뱅 그룹에 인수된 상태입니다. 물론 프랑스 자본이 대주주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국내에 꽤나 많은 계열사를 두고 있다죠.



꿈이 있는 곳, 생활이 있는 곳- 

「기아자동차」가 함께 있습니다.



당대 기아자동차에서 제공하던 성에제거기로 보입니다.


꿈이 있고 생활이 있던 기아자동차는 결국 경쟁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 흡수당하고 맙니다.



전반적인 베스타의 모습이네요.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은 상태의 슬라이딩 도어와 트렁크를 제외하곤 절대 열리지 않는 나머지 문들. 그리고 전륜 휠도 어디론가 사라졌네요. 꽤나 오래 방치된 상태를 감안한다면 비교적 멀쩡합니다.



과연 언제까지 광활한 허허벌판을 지키고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30년 전 모두의 부러움을 사던 신차에서 벌판에 버려진 헌차가 되기까지. 물론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험난한 차생이 있었겠지요. 원부상으로도 아직 살아있는 차량일테고, 과연 이 차를 버리고 간 주인도 이 고철덩어리가 아직까지 그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지도 않겠지요.


떠나간 주인은 영원히 나타나지 않겠지만, 베스타는 오늘도 찬바람을 버티며 벌판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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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 민통선 안에 있는 월정리역에 다녀왔습니다. 근 15년만에 가 보았던 구 철원읍 일대도 여러모로 많이 변했더군요. 노동당사 바로 앞 주차장으로 활용하던 공간은 공원으로 변모했고, 근처 부지를 활용해 주차장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뭐 여튼 견학의 목적으로 민통선을 통과한 뒤 3번국도 끝에 위치한 월정리역을 방문했습니다. 



60년 아니 70년 전만 하더라도 경전선 열차가 줄기차게 다니던 역사.


지금은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경전선 철도 복원사업으로 올해 말 철원역과 함께 재개통 예정입니다. 물론 이 근처가 아니고 근처 논바닥으로 이설될 예정이지요. 재개통이 된다 한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요.



월정리역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습니다.


서울에서 원산으로 향하는 경원선 철로의 그저 그런 평범한 역인 월정리역은 남한 최북단에 소재한 역이랍니다. 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간판과 전쟁중 마지막까지 선로를 달렸던 인민군 화물열차의 기관차와 객차의 잔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역사 외관뿐 아니라 내부도 그시절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전쟁과 분단이 없었더라면, 경원선도 복선화 공사를 마쳤을테고 아마 이 역도 일찌감치 어디론가 이설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겠죠. 애초에 철원 자체가 지금은 촌동네로 여겨지는 동네이지만, 분단 전만 하더라도 경원선과 금강산전철이 자리잡고 있던 손에 꼽는 교통의 요지이자 대도시였던지라 역은 계속 살아남았으리라 생각됩니다.


P.S 번화하던 철원읍 자체가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민통선으로 절반이 잘려버렸다. 그렇게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 지금은 두루미가 찾아오는 몇 안되는 청정지대.



철마는 과연 언제쯤 다시 달릴 수 있을까.


70여년의 세월을 버텨온 녹슨 열차의 차체는 이 관광지를 찾아오는 이들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분단과는 관련이 없지만, 4001호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네요.



철도청시절 로고와 도색이 되어있는 4001호 기관차입니다.


1963년 도입되어 1995년부터 퇴역을 시작한 기관차입니다. 은퇴 20년차인 이 기관차는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제외하고는 의외로 잘 보존되어 있더군요.



일련번호 28358. 미제입니다.


쉐슬람들이 좋아하는 그 GM이 맞습니다. 1930년대 제너럴 모터스가 인수했던 일렉트로모티브에서 생산된 기관차입니다. 현재 대주주는 대형 중장비로 유명한 캐터필러사입니다.



120km/h까지 표시되는 오래된 속도계. 


차적에서 제외된지도 약 20년의 세월이 흐른지라 내부 칠도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봉고기관차로 불리던 7000호대 기관차의 퇴역 직전 모습이 생각나네요. 칠이 다 떠서 보기 흉한 상태로 다녔던 그 모습 말입니다. 뭐 여튼 이 기관차 역시 왕년에는 100까지는 무난하게 밟고 다녔으리라 생각됩니다.



운전석 장비들도 기관사 아저씨들의 흔적들과 함께 죄다 녹슬었네요.



이 방향지시등처럼 보이는 물건은 1968년에 제조되었습니다.


애초에 60년대에 도입된 기관차인지라 곳곳에 60년대에 생산된 부품들이 보입니다. 이런 열차를 90년대 후반까지 운행을 했었다니 참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여튼 그러합니다.


그렇게 기관차 구경을 마치고 퇴역한 전차와 그 일대 구경을 하고 왔네요. 민통선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녹슨 열차와 4001호 기관차 너머로도 열차가 다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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