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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입니다. 모처럼만에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적지 않는 업무일지를 적어보는군요.

 

평화로운 토요일을 맞이하여 세차나 하고 집에서 쉬며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을 보던 평화로운 밤에 대천(보령) 김천으로 가는 탁송 오더를 하나 받아 집을 나왔습니다. 목적지는 그냥 '김천역'이라고 적혀있더군요. 딱히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 수준의 평범한 일상으로 끝날법한 사항입니다만, 목적지를 약 20km 남겨놓고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여튼 들어보시죠.

 

 

 

출발은 좋았습니다.

 

밤에만 나올 수 있는 단가. 차주분께 전화를 걸어보니 주소지에 가서 파란색 토스카를 받아오라고 합니다. 기름도 없다고 기름도 5만원 넣고 오라네요.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을 전반전 후반부까지 보다가 옷을 챙겨입고 차를 받기 위해 나왔습니다. 목적지는 경상북도의 초입 김천시. 추풍령을 경계로 충청도와 경상도가 갈리는 길목에 있는 도시인 김천은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가기 깔끔한 동네입니다. 길이 좋아서 두시간이면 가거든요.

 

 

 파스텔톤의 파란색으로 도색된 토스카입니다.

 

아마 플라스티딥을 가지고 도색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고도 생각 이상으로 낮았고, 휠은 그랜져 HG 17인치휠이 끼워져 있었으나, 캠버까지 들어가 있었습니다. 차고가 상당히 낮은 차량이니 혹시나 어디 긁힌 부분이 있는지 꼼꼼히 살핀 뒤 출발합니다.

 

 

주유소에 들어가 기름을 넣고 출발합니다.

 

나름 경쾌한 배기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차고가 낮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며 조심 또 조심하며 주행합니다. 뭐 제차야 에어댐 다 깨먹어가면서 다녔다만, 업무는 달라야지요. 여튼 요철이 많은 공사구간을 조심스레 지나갑니다.

 

 

애로사항이라면 뭐... 실내 조명이 너무 밝다는 부분과 앞유리 썬팅이 너무 짙다는 부분이랄까.

 

계기판에는 매우 밝은 LED가 박혀있어 가뜩이나 어두운 유리창 바깥으로 가로등도 없고 차선도 희미한 도로를 보는데에 큰 애로사항이 있었고, 빨간 풋등은 따로 전원을 끌 수 없는건지 너무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뭐 이것도 일정시간이 지나니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운전하는데에 큰 불편함은 없더군요.

 

 

잠시 휴게소에 들려 화장실에 다녀옵니다.

 

차고가 매우 낮은 차량이라 혹여나 문제가 생긴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주행하면서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차량으로 끝났지만, 문제는 휴게소를 지나고 추풍령 가까이 온 다음에 생겼습니다.

 

 

달리던 도중 갑자기 푸드드드득 소리가 나기에 갓길에 정차하고 차량을 확인합니다.

 

쉬이이이익... 하고 바람빠지는 소리가 나더군요. 차주분께 이러이러한 일이 생겼다고 상황을 보고하고, 긴급출동을 불러달라 부탁하니 긴급출동이 없다고 합니다. 일단 바람은 빠지고 있고.. 타이어 공기가 다 빠지기 전에 가로등 하나 없는 갓길에서 무얼 할 수 없으니 가까운 졸음쉼터로 이동했습니다.

 

 

긴급출동도 없고..

혹시나 타이어를 교체 할 수 있다면 교체하고 오라고 하기에 일단 트렁크를 열어보았습니다.

 

타이어 사이즈는 다르지만 스페어 타이어는 있습니다. 공구도 있고요. 들어갈만한 공간도 없지만, 차를 띄울 수 있는 작키가 없네요. 이 다음세대 차량들은 무게만 나가고 공간만 차지하는 스페어 타이어 대신에 콤프레셔와 임시패치액을 넣어주는데 이 세대 차량들까지는 그래도 스페어타이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뭐 방법 있나요. 일단 바로 1km 앞의 추풍령휴게소로 차를 옮겼습니다.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콜센터 그리고 차주와 함께 고민합니다.

 

타이어가 찢어졌는지, 무언가가 박혀서 파스가 났는지 모르는 상태였지만 확실하게 못이 박힌 모습을 확인합니다. 보험 긴급출동은 고속도로 위에 있어서 출동비와 타이어 탈착비 포함 7만원이라 하고. 생각치 않았으나, 추풍령휴게소에는 정비소가 있음을 확인하고 휴게소 내 정비소로 향했습니다.

 

하행선 정비소에는 사람이 없어 전화하니 출장을 나와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 긴급출동을 부르라고 하는데, 긴급출동 역시 없다고 하니 일단 공기주입기로 타이어에 충분한 바람을 넣고 차를 돌려 상행선 휴게소로 가면 또 정비소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람을 넣고, 새어나오는 바람을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 청테이프를 붙이고 상행선 정비소로 갑니다.

 

P.S 요금소를 나오지 말고 그냥 나오는 길에 돌아서 올라갔으면 요금 천원 더 안내도 될 일인데.. 매우 멍청하게 요금을 내고 돌아서 왔다.

 

 

추풍령 서울방향 휴게소 내 정비소.

 

불만 켜져있고 사람이 없어 전화를 거니 옆의 승용차에서 사장님이 나오십니다. 이러이러한 상황임을 알리고 차량을 살펴봅니다만 작키가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도난방지용 볼트라 전용 복스알이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랬습니다. 휠이 타차량 순정휠이라 그리 유심히 보지 않았습니다만, 이 차에 달린 휠볼트는 사제였습니다. 위로 올라가 살펴보시죠.

 

여튼 7각 휠볼트를 풀 수 있는 복스알이 없어 펑크를 떼우고 가는데엔 실패했으나, 하행선 휴게소에서 덕지덕지 붙이고 온 청테이프가 효과가 있었는지 공기압이 미세한 수준으로 빠지지 주저앉을 수준으로 빠지진 않습니다. 수리가 불가하고 일단 임시조치는 되었으니 차주분과 협의 후 약 15km밖에 남지 않은 김천으로 그대로 달려가기로 합니다.

 

손해와 관련된 부분도 원만하게 정리되었고, 긴급출동이 있더라면 쉽게 해결되었을 고난을 힘겹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김천역 아니 김천역 가기 전 모처에서 차주분을 만나서 차량을 인도합니다.

 

그리고 온갖 노래방과 유흥업소 간판을 거쳐서 김천역까지 걸어왔네요. 김천발 상행 막차는 이미 다 갔고 첫차를 기다립니다. 국밥집을 찾았으나 보이진 않고. 김천에 왔으니 ''밥''국에 가서 간단히 끼니도 떼웠네요. 근처의 코인노래방도 문을 닫고 근처의 PC방도 문을 닫아 조금 멀리있는 PC방까지 와서 자판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찾다보니 이런 노래가 있네요.

제목은 '김천로맨스'라지만, 후렴에선 '헤어지면 또 보고싶은 경부선 김천역 로맨스'라고 언급합니다.

 

김천의 젊은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쓴 곡인데, 늦은 밤 네비게이션에 김천역을 찍고 온 객지의 젊은 탁송러에겐 로맨스는 커녕 수난만 겪고 올라가게 생겼습니다. 그렇게 9월의 첫 날. 김천의 밤은 깊어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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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타도 퍼지지 않았을까.


사진만 보고 쳐잡고 전후사정 상관없이 내탓이니 종목불문 착한 나까마는 일 관둔 나까마 뿐.


돈 몇푼 아끼려고 로드로 올렸다가 터지니 모두 내 과실로 다 몰고 돈 안줄 궁리에 쏘아붙이고, 


탁송사에도 오만 항의가 갔을테니 덩달아 락걸렸겠지.


수수료는 빼지도 않고 그대로 챙겨가면서 중재는 안해주고 알아서 받으라 하니 말이다.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존재하는 로드기사들만 목숨걸고 다닌다.


저 똥차 가지러 가다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킥보드와 함께 슬라이딩 한 것으로 목숨만은 액땜했다 치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안개가 뿌옇게 내려앉은 날에도 위험한걸 알지만 킥보드를 놓고 나갈 순 없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킥보드만한 물건이 없다. 없는 날과 있는 날의 교통비와 매출차이가 크다. 


여러모로 고생하고 헛탕친게 씨발 더러워서 잠이 안온다.



요약하자면 가던 길에 차가 퍼졌다.


수온게이지가 조금 올라가기에 고바위를 올라서 그런가보다 싶어 차선변경후 살살 가던 와중


갑자기 확 올라가기 시작해서 급히 정차.


마땅히 설 곳이 없는 갓길차로 시행중인 도로 특성상 겨우 정차.


정차하고 바로 라디에이터 틈새가 터져서 김이 모락모락.. 냉각수를 뿜는다.


라디에이터 적당히 식었을 때 일단 물 주입. 


레드존은 치지 않았지만, 이미 헤드 사망하셔서 시동안걸림.


여러모로 2시간 이상 서있다가 폐차장 렉카 타고 복귀.


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데, 조수석 바닥에 물이 절반 이상 들어있는 1.5리터 콜라병이 있었다.


2개월 전 7만을 들여 배터리를 교환한 영수증이 있었는데, 새 배터리를 놔두고 버리던 이유가 있는 법.


아마 차주는 이 차량이 오늘내일 한다는 상태에 대해서 익히 잘 알고 있었을 터. 


물론 차주 얼굴 보지 못하고 세워진 차를 가져왔지만, 나에겐 그 어떤 이야기나 당부가 없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차주도 알고 폭탄을 떠넘긴건지 싶은 생각이 드는 대목.


애초에 오전시간에 그것도 통행료 반값인 경차가. 평균 가격보다 높게 올라오는 일이 흔치만은 않은데


일단 비싼 단가에 한번 더 의심하고 잡아야 하지 않았을까. 


가뜩이나 2월에 너무 많이 쉬어서 금전적으로 쪼들리는데 요 근래 원체 일도 풀리지 않는다.


도무지 기분 좋을 일도, 행복할 일도 생기지 않는다.


물론 예전에도 욕 없는 삶을 사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날이 갈수록 빠른 회전이 수익에 비례하는 현재 상황상 성격은 더욱 더 더러워지고 욕만 늘어간다.


다 때려치고 다 팔아버리고 속세와의 모든 연을 끊고 자연인이 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3월은 커다란 데미지를 입었던 2012년 이후로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뛰어내릴 용기도 없고 그렇다고 말릴 사람도 없지만 씨발거 그냥 뛰어내리고 싶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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