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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도태 트럭커 일기. 벌써 16부네요.

 

바쁩니다만,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저만 그런 곳이 걸리는건지 지난번 중앙대 현장을 비롯하여 한주동안 온갖 하차가 까다로운 현장들만 걸렸습니다. 그게 아니면 멀리 갔고요. 지난 목요일에 금요일 오전착으로 구로동에 소재한 작은 다세대주택 현장에 갔습니다만, 차가 빠져서 한시간만에 맹꽁이 크레인이 당겨줘서 빠져나온걸로 모자라 회차하는 길에 작은 언덕을 올라가지 못하고 서버렸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구로동 현장

구로동의 한 현장입니다.

 

교회가 있던 건물에 다세대주택을 건설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지난해부터 철거를 시작하여 현재는 바닥에 버림을 친 상태더군요. 통행량이 꽤 많은 4차선 도로 중앙선에는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진입시에도 연석을 타고 올라갔다가 후진해서 방향을 바꿔 들어갔는데, 좀 더 들어가면 빠질 것 같다고 하니 괜찮다고 쭉 넣었습니다만 차가 빠졌습니다. 제 앞에 와서 철근을 내렸던 5톤차는 쉽게 들어가고 쉽게 나왔습니다만, 저는 참 힘들게 들어갔고 생각보다 하차는 빠르게 끝났습니다만, 나오려고 하니 헛바퀴가 돌아버리네요.

 

보통 가변축인 3축이 자동으로 축중을 감지하여 공차상태에서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지 않습니다. 버튼도 먹지 않고요. 그래서 임시로 바퀴를 드는 기능을 사용하여 들고 나옵니다만, 계속 미끄럽니다.

 

결국 크레인이 뒤에서 끌어주기로.

그래서 13톤 맹꽁이 크레인이 뒤에서 끌어주기로 합니다.

 

통행량이 꽤 많은 도로이고, 제가 나올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붐대를 접고 한바퀴 돌고 온 크레인이 왔습니다만 제가 아직도 있으니 체인과 실링바를 이용해 제 차를 잡아당겨주기로 합니다. 일단 도로 위 차를 다 막고 후진으로 나옵니다. 걸려서 넘어가지 않는 공간에서 저도 악셀을 살짝 밟고 크레인도 함께 후진을 하니 뒤로 넘어가긴 넘어가네요.

 

대충 이런 모습

후방카메라로 보면 대충 이런 모습입니다.

 

참 도태한남충스러운 현장만 들어갑니다. 그래도 제 차를 꺼내줄 수준의 크레인이라도 있어 다행이지, 그마저도 없었으면 한참을 저기서 싸우다 왔을겁니다. 여튼 이 상황이 끝나고, 다시 회차하러 가고 있었습니다. 평지에서도 약간 차가 굼뜨게 나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남구로역 앞 언덕 신호에 걸려 정차 후 출발하려 하는데 얕은 언덕을 올라가지 못합니다.

 

언덕을 왜 올라가지 못할까.

한쪽 차로는 좌회전, 한쪽 차로는 직진인데 직진차로를 완전히 막고 섰습니다.

 

구동축은 4축과 5축. 4축과 5축 모두 타이어가 쓸린 자국이 보입니다만, 왜 이렇게 쓸리는지 모르겠을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비상등 켜고 삼각대 하나 펼쳐놓고 타타대우 긴급출동을 불렀는데, 인천 오류동에서 온다고 그러네요.

 

상용트럭 특성상 도심보다는 외곽 공단 주변에 차량들이 많기에 긴급출동 서비스도 공업도시나 화물차가 많은 지방 위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땅값도 비싸고 대형트럭이 가지 못하는 도로도 많은 서울특별시 안에는 서비스센터도 없는데요.

 

경찰 출동

누가 신고를 했는지, 아니면 지나가다 이 모습을 봤는지 경찰이 왔습니다.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언덕을 올라가지 못하고 섰다고 하니 혹시 평지에서 올라오면 언덕을 넘을 수 있는지 물어보네요. 일단 해보자고 합니다. 뒤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후진을 할 수 있도록 차를 옆 차선으로 치워주고, 앞에서는 세워둔 삼각대를 치워줍니다.

 

그렇게 탄력을 받아 아슬아슬하게 언덕을 넘어왔습니다.

 

다시 긴급출동 대기

남구로역 교차로 언덕 정상에서 긴급출동을 기다립니다.

 

3축은 아예 올라가지 않고, 3축으로 과도한 압력이 들어가 구동축인 4축과 5축이 떠버려서 제대로된 주행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여튼 차가 굴러는 갑니다만, 또 작은 언덕을 만난다면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일단 고치고 가야 합니다.

 

약 1시간 20분만에 도착한 타타대우 긴급출동

말이 긴급출동이지 그렇게 빨리 오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하게도 말이 대우트럭김포정비사업소지 인천과 김포의 경계인 인천 서구 오류동에 있습니다. 김포 동지역이나 한강신도시와도 멀고요. 검단과 경계에 있는 양촌읍에 가깝습니다. 당연히 오는 시간은 차가 밀리지 않더라도 약 1시간. 거기에 차가 밀리는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1시간은 훌쩍 넘어갑니다.

 

여튼 차를 세우고 바로 문제를 얘기한 뒤 긴급 조치에 들어갑니다.

 

에어를 강제로 빼도 에어가 계속 주입된다고 합니다. 최대치가 주입된 상태에서 축 관련 버튼은 다 먹통이고, 축이 올라가려고 하다가 다시 내려갑니다. 축을 내리는 신호가 계속 들어온다고 합니다. 즉 축을 내리는 명령만 계속 들어온다는 이야기겠죠. 일단 임시방편으로 압을 조금 빼고 커넥터를 빼서 3축이 그냥 굴러가게 만들어 놓고 정비소에 입고했습니다. 

 

이것만 벌써 세번째 교체

가변축 솔레노이드 밸브를 또 교체합니다.

 

이전에는 이 밸브의 저항값이 정상이 아녔던지라 교체 후 약 한달을 문제 없이 탔습니다만, 교체하는 정비사 아저씨도 저항값이 정상으로 나오는데 굳이 이걸 또 교체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더군요. 솔레노이드 밸브를 교체해도 가변축에 강한 압력이 들어가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타타대우 정비소에서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그러네요. 가변축 제어장치의 제조사인 파커코리아의 진단기를 사용해야 확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3월에도 한참 기다려서 해당 업체 직원들이 나와 처리했었는데, 한달만에 또 이지랄이네요.

 

요즘 성수기라 일도 많고 4월은 드디어 제대로 한달을 채울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만, 또 최소 월요일까지 강제 휴차입니다. 도태한남충 인생은 폐급 현장 걸리는거 아니면 강제휴차입니다. 인생이 항상 이따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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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벽에 나가거나 밤에 나가 차박을 하고, 돌아와서 또 하나 다녀오고 야상으로 익일착을 또 하나 상차하는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가할 때는 정말 한가하더니 바쁠 때는 이렇게 바쁩니다. 방통대 과제도 제출해야 하는데 손도 못 대고 있고 포스팅 거리도 많은데 막상 손을 쓸 여유가 없네요.

 

오늘의 트럭커 일기는 흑석동 중앙대학교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흑석동에 소재한 중앙대학교는 나름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으로 잘 알려진 학교입니다만, 다른 학교들은 근처를 지났던 기억이라도 있어도 중앙대는 막상 그 앞을 지났던 기억도 없는 느낌입니다. 여튼 오더를 받았는데 현장이라고 중앙대학교 정문을 찍고 오라고 하네요.

 

미리 찾아보니 중앙대학교는 정문 중문 후문까지 입구가 세 곳이 있습니다. 그 중 정문이라고 하는 곳은 중앙대학교 병원 옆에 붙어있었는데, 길을 타고 가면 큰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이곳이 정문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큰 문을 보고 정문이라 착각하고 얘기하는지 싶어 중앙대 출신에게 물어봐도 거기가 정문이 맞다고 그러네요. 아마 중앙대학교 찍고 와서 그 주변 어딘가로 안내하겠거니 싶어 이른 새벽 중앙대로 향했습니다.

 

사당

6시 조금 넘은 시간에도 사당역 근처는 차들이 많네요.

 

남태령 건너서 사당을 지나 현충원을 거쳐 들어갈지, 서부간선 타고 쭉 위로 올라와서 내려갈지. 그게 아니면 길이 별로 좋지 않더라도 삼막골로 나와서 서울대를 거쳐 올라갈지 고민 많이 하다가 결국 남태령을 택했습니다만, 역시 교통량이 많네요. 평소 승용차로도 사당역 부근 통과에만 30분 이상 걸려 기피하는 구간이지만, 이 루트를 택했습니다.

 

중앙대학교 정문에 거의 도착하여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문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네요.

 

무사도착. 인도 타고 올라옴.

중앙대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와서 인도를 타고 올라오라고 합니다.

그럼 그렇죠. 길이 없어서 설마 여기겠냐 싶었지만, 맞았습니다.

 

우측으로 꺾었다가 후진으로 건물 사이 끝까지 들어오라고 하네요. 새로 건물을 짓는 현장은 아니고, 정확히 무슨 공사를 하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만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하는 현장으로 보입니다.

 

후진으로 저 끝까지 들어가야 한다.

차 한대 겨우 비집고 들어갈 공간입니다.

인도 옆 작은 언덕이 높다고 후부 안전판이 닿는다고 그러네요.

 

인도가 끝나는 부분. 아스팔트로 된 작은 언덕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사제 후축 차량이면 가변축이 프레임 끝에 붙어버려 바퀴가 바로 올라오니 덜하겠지만, 3축이 가변축인 제 차량은 뒷바퀴와 차량 후미 부분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일단 안전판부터 올려서 고정하고 다시 후진으로 들어갑니다.

 

하차 시작

하차는 4.5톤 지게차로 두 다발씩 떠서 옮기는 형태입니다.

 

공간이 여유롭지 않기에 지게차가 철근을 들어 올리면 차를 전진으로 빼서 공간을 만들어 철근을 내려놓고 다시 후진으로 주차한 뒤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철근 종류도 무려 네 가지라 이 자리에서 일부만 하차하고 다시 어느 정도 앞으로 나와서 내려야 한다고 하네요.

 

하차도 빠를수록 좋습니다. 빨리 내려야 빠른 회차가 가능하니 말이죠. 지게차로 한 줄씩 그대로 뜨는 현장도 있고, 호이스트로 한줄씩 혹은 와이어로 스무 개 이상을 들어 올리는 물류창고도 존재합니다만, 이렇게 하차가 까다로운 현장은 하차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다들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진은 그래도 쉽다.

중간 정도까지 나가서 하차를 하고 다시 후진으로 들어와 나머지를 내린다고 합니다.

 

그래도 시야가 확실히 확보되는 전진은 어렵지 않습니다. 중간에 계단 옆 작은 공간에 지게차가 최대한 붙고, 지게차가 철근을 안전하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부근까지 전진한 뒤 철근을 들어 올리면 다시 전진으로 나가고 지게차는 사진상 우측에 보이는 자리에 철근을 하차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대충 이런 상황.

대충 이런 상황입니다.

 

지게차가 철근을 들어올리면 앞으로 전진. 8M 철근을 아슬아슬하게 들어 올려 내려놓고 돌아오면 다시 후진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공간이 좁아 두 다발 이상 들어 올리지 못합니다. 7시쯤부터 하차를 시작했음에도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대기

밖에서 보면 이런 느낌.

 

인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무언가를 하긴 하는데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1시간 30분간 하차를 마치고 애매하게 서있는 가로수를 겨우 피해 가며 꺾어 인도 밖으로 나왔습니다.

 

탈출완료

겨우 차단봉과 부스를 통과하고 나왔습니다만, 차가 계속 넘어와 우회전도 어렵네요.

 

화물차를 타고 다시 올 일은 아마 없겠지만, 월요일 아침부터 꽤 많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당연히 나가는 길도 막히니 꼴찌에서 3등으로 회차했네요. 당일착 오더의 경우 회차 순서대로 배차하니 빨리 가면 갈수록 빨리 받아서 나오는 상황에서 거리가 가깝지도 않고, 들어가기 까다롭고, 하차도 오래 걸리고, 극심한 정체구간을 지나야 하는 이런 현장은 최악입니다.

 

그런데도 꼭 걸리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하차 난이도가 있는 현장이나 경기도 북부지역 같이 멀어서 기름값이 비싼 요즘같은 시기에 많이 남지도 않고 회차에 두 시간 이상 걸리는 현장들이네요. 뭐 어쩌겠어요. 남들 보통 수준도 못하는 운이라곤 없는 도태한남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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