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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뒤면,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입니다. 연휴가 꽤나 많던 2016년인지라 올 추석 연휴 역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최장 5일이 이어지는군요. 물론 제대로 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추석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물론 추석 전에 해야 할 일이 한가지 있지요. 바로 원활한 성묘를 위해 벌초를 하는 일입니다.



벌초 일정이 잡히고, 과연 날이 더운데 벌초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습니다만, 며칠 전 비가 내리고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걸로 보이는군요. 구름도 적당히 낀지라 그리 덥지 않게 벌초작업을 마쳤답니다.



어떤 험로라도 잘 올라갈것처럼 보이는 멀쩡한 짐차를 놔두고 체어맨으로 벌초를 다녀옵니다.


이럴때 쓰라고 사둔 막타는 180만원짜리 코란도는 저 멀리 다른곳에 세어두고, 막상 체어맨을 활용하네요. 골프백도 여러개 들어가는 나름 대형 세단이긴 한데 예초기가 온전히 트렁크에 들어가진 않습니다.


이건 뭐 일요일 내내 벌초를 하러 돌아다니면서 봤었던 에쿠스나 K9같은 다른 대형 승용차들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냥저냥 참고 가기로 합니다. 



고무줄을 번호판가드 뒤에 걸고, 트렁크 모서리 끝에 걸어둡니다.


어떻게 달려도 트렁크가 흔들리지도 열리지도 않습니다. 단지 계기판에 트렁크 열림 경고등만 계속 떠 있을 뿐. 예초기 기둥과 트렁크가 닿는 부분은 목장갑으로 감싸줘서 트렁크에 생길지 모르는 기스도 방지해 줍니다.


가다가 농기계 수리점에 들려 테스트를 해보고, 기존에 장착되었던 날을 꽤 오래 썼던지라 7000원짜리 일본제 부사(富士)날을 사다 끼웁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나일론 날을 활용하는게 좋습니다만, 비교적 굵게 자란 잡초들은 무쇠날이 잘 듣습니다.  



이번엔 네사람이 갔습니다.


88년에 작고하신 할아버지 생전에 뵌적도 없었거니와 당시에 사돈관계도 아녔던 외삼촌과 이모의 아들인 사촌형들입니다만, 객지 합덕에 와서 기사를 타고 있는 형들입니다. 아버지가 외동아들은 아닙니다만, 사실상 작년부터는 저랑 단 둘이서 벌초를 했었기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입니다. 



외할머니 산소의 벌초작업에서도 직접 예초기를 맨다는 형이 앞장섭니다.


원래 민가가 두집이나 있었고, 차량 출입이 가능한 비포장 도로입니다만, 약 2~3년 전부터는 차량 출입도 힘든 수준으로 풀이 자랐습니다. 그래서 차는 바로 밑 농가주택 앞에 세워두고 이렇게 예초기로 길을 만들면서 올라가는 실정이네요.



과수원으로 활용하던 부지입니다만, 사람이 살지 않은지 10년이 넘은 집입니다.


매년 벌초 관련 포스팅에 등장하는 건물인데 꽤나 오랜 세월을 방치해둬도 철근콘크리트조로 지어진 건물인지라 흙집처럼 무너지거나 하진 않습니다만, 매년 볼때마다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 보입니다. 평소 덩쿨이 건물 앞 전봇대만 감는 수준이였는데, 건물까지도 점령당했습니다.


도저히 진입이 불가한 수준이더군요. 어디 폐가탐방 가실 분은 저 집 한번 탐험해보시길 바랍니다.


P.S 차를 주차하는 자리에 사는 아저씨한테 이 집에 살았던 분의 근황을 듣긴 했습니다만, 그냥 사업을 하고 어쩌다 한번 와서 그냥 쑥 둘러보고만 간다고 하시더랍니다.



산 중턱까지 올라왔습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이쪽은 보통 산딸기 넝쿨이 지배하고 있는 구간입니다만, 예초기가 앞장서서 올라가던 중 벌집을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말벌이네요. 벌집을 건드린 이상 모기약을 사러 면천 시내로 나갑니다.



땅벌로 알고 있었는데 말벌이네요. 안전을 위해 모기약 스프레이로 제압을 해 두었습니다.



묘를 쓴지 약 30년의 세월이 지나버린지라, 잔디는 사실상 찾기 어렵습니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잡초보단 잔디의 비율이 높았습니다만, 지금은 사실상 잔디는 찾아보기 힘들고 잡초가 대다수입니다. 언제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필요하리라 여겨지네요.



봉분의 위치 역시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핸드폰은 주머니속에 집어넣어두고, 열심히 벌초작업에 임했습니다. 새로 사온 톱을 가지고 그동안 둘이 다닐때 신경쓰지 못했던 나무의 가지도 쳐주고, 주변 잡목들의 가지들도 하나하나 정리해줬네요.



약 두시간정도 벌초작업을 진행합니다. 산소 주위까지 꼼꼼히 예초기를 돌립니다.



주변 나뭇가지를 정리하다보니 이렇게 새가 만들어둔 둥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새가 살지 않는걸로 보입니다만, 혹시나 모르기에 둥지 근처는 건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크고 작은 잔가지들을 정리해주다가 벌에 물렸습니다.



봉분 뒷편의 저 덩쿨을 정리하고 있던 중, 갑자기 허벅지에 살면서 느껴보는 고통이 느껴집니다.


으아ㅏ아안ㅇ러ㅏㅣㄴ이ㅏ러ㅏㅣㅎ어ㅏㅣㅇ리허ㅏㅣㅇ러ㅏㅣㅇㅀ


하고 냅다 톱도 던지고 멀리 뛰어왔네요. 그렇습니다 벌에 쏘였습니다. 병원에서 굵은 수술용 링거주사를 맞을때보다 한 다섯배는 아픕니다. 덩쿨 위에서는 노오란 땅벌 수십마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네요. 수년 전 이 근처에 벌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습니다만, 방심했던게 화를 불러일으킨 원인입니다.



다행히 침은 박히지 않았습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의 종류인데다가 꽤나 아픈지라 벌초작업도 거의 다 끝나가고 그냥 쉬기로 했네요. 그래도 수년간 일손이 부족해서 손대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손을 댈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벌에 쏘인지 약 10시간이 다 되어가는 현재는 붓기도 다 빠지고 사실상 멀쩡하네요. 올 추석 성묘도 그렇고 내년 벌초도 마찬가지로 벌집을 건드려서 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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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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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닷컴 '추억팔이' 시리즈는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 종료로 인해 백업된 폴더에서 발굴된 고전 사진들을 기반으로 추억을 다시 구성해 보는 '제목이 곧 내용인' 문서입니다.




오랜만에 추억팔이 시리즈로 돌아옵니다. 


추억팔이를 한단 소리는 딱히 포스팅할만한 무언가가 없다는 이야기기도 하구요. 뭐 여튼간에 이번 주제는 5년 전, 학교 옆 성당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다른 추억팔이 시리즈와는 다르게 재구성 위주로 가 보려 합니다. 벌써 5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는게 느껴지지가 않는군요.


원본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니던 학교 옆에 꽤나 오래된 성당이 존재합니다. 최근까지도 영화나 드라마에 종종 배경으로 활용되는 공간이며, 충청남도 지정 문화재로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합덕성당'이라 합니다만 소재지가 구(舊)합덕이고 현재의 합덕 시내에도 성당이 하나 더 있기에 지역에서는 흔히 '구합덕성당'이라 부르곤 합니다.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011년 6월 11일. 그날도 평범하게 하루가 흘러가던 학교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의 내용은 '바로 옆 성당에서 드라마 촬영을 한다. 근데 박유천이 온다.'


설마.. 혹시나가 결국은 진짜임이 밝혀졌고, 촬영을 위해 스텝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 역시 성당 앞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MBC 미니시리즈 미스 리플리 녹화차량'이란 쪽지가 붙어있는 1세대 그랜버드(KM938). 그래도 후기형 차량인지라 아직까지 영업용 차량으로 운행중일진 모르겠군요.


그 옆에 세워져있던 파란색 시내버스(로얄시티)는 왜 저기에 세워두었는지 당시엔 이유를 몰랐습니다만, 드라마 내에서 강혜정이 저 버스를 타고 성당 앞 정류장에서 내리던걸로 기억합니다.


평화롭던 고딕양식의 합덕성당. 촬영장비가 보이긴 합니다.



한 쪽 구석에는 이렇게 박유천 그리고 강혜정이 타고 온 카니발과 스타렉스가 보입니다.


수녀역을 맏은 단역 한사람 말고는, 주연급 배우인 두 사람만 이 장소에서 촬영에 임했습니다.

촬영장을 따라다니는 차량입니다. 각종 소품들과 여벌의 의상이 걸려있군요.


방송국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보면 정직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외주제작사 직원들이 열약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본인이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갑작스러운 불청객인 학생들에게도 비교적 친절히 대해줬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외 수많은 촬영차량들.


1톤차량은 너무 작고, 더 큰 5톤차량은 제약이 많기에 대부분이 마이티급 준중형 트럭입니다. 이 역시 장비 혹은 소품을 싣고 다니는 외주제작사 차량입니다. 



본격적인 촬영이 진행됩니다.



저 망루 위에서 서로간에 진지한 대사를 주고 받았던걸로 기억합니다.


촬영중이니 제발좀 조용히 해달라는 스텝의 요청에 따라 다들 조용히 있었던걸로 기억되는군요.



곧 망루 위 촬영이 끝나고, 스텝들은 정리하기 바쁩니다.


다음 씬으로 넘어가기 직전, 코디네이터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강혜정.


과연 촬영을 했나 싶을정도로 순식간에 진행됩니다.



금방 대사가 끝나고, 스텝이 한 사람이 가운데에 끼어 두 주연배우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제 와서 추측을 해 봅니다만, 저 스텝이 호위를 하며 지나갔었는데 아무래도 어떻게 학생 소굴을 빠져나갈지에 대해 논의했던걸로 생각되는군요. 


그러고는 모든 일정을 마쳤는지 걸어나옵니다.


바로 달려오는 코디네이터와 매니저들. 그리고는 곧 무장이 시작됩니다.



두 주연배우와 상의를 했던 스텝은 앞에서 길을 트고, 바로 옆으로 코디네이터들이 바짝 붙습니다.


강혜정은 아예 스텝들에 의해 가려진데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박유천에게 가는 순간에 어디론가 사라져서 자세한 실물을 볼 수 없었습니다. 박유천은 학생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정면돌파를 시도합니다. 애초에 한 사람이 이목을 끌고, 다른 한 사람은 그 틈을 타 다른 길로 빠져나가는 방법을 쓴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데도 알아서들 사진을 잘 찍습니다.

그는 무표정으로 지나갑니다.


키도 크고 비율도 좋았습니다. 최근에 일련의 사건때문에 저 이상 되는 기자들이 그의 근무지인 강남구청에 죽쳐가면서까지도 박유천을 따라다녔지요. 이미 그에겐 일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믹키유천, 아니 배우 박유천이 가는 길로 학생들이 따라서 뛰어갑니다.


손을 잡아주지도, 싸인을 해주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사라집니다.



다른 친구가 찍었던 사진. 정면샷도 있었는데,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군요.



뭐 여튼 포장된 도로 근처까진 나와서는 험악한 매니저들까지 가세합니다.


저는 뭐 그냥 들어갔는데, 마지막까지 봤던 친구들 말론 담배까지 한대 피우고 갔다고 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귀찮아하는 연예인을 왜 따라다녔는지 싶습니다. 결국 교실에 들어가서 선생님께 혼나고.. 그날의 특별했던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네요. 뭐 다시 돌아간다면 멀리서 구경만 하지 귀찮게 하고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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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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