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언젠가 지역번호판이 달린 구형 아반떼를 폐차장에 보내면서 어짜피 폐기 될 운명이였던 준수한 상태의 취급설명서를 빼 놓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문득 잊고 지내다가 오늘 시간내어 사진을 촬영해서 기록해 봅니다.


1995년 엘란트라의 후속 모델로 출시된 이후 2000년 2세대 모델인 XD의 출시 전까지 약 5년동안 팔린 모델입니다만, 엑센트에 이은 현대자동차의 두번째 국산화 모델이자 곡선 형태의 둥글둥글한 디자인 그리고 생각 외로 괜찮은 내구성과 나름 활발한 튜닝 관련 연구로 인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로 하여금 회자되고 있는 모델입니다.


불과 수년 사이에 도로 위 차고 넘치던 수준에서 조금 보기 힘들어진 수준까지 개체수가 줄었습니다만, 아직까진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차종이지요. 제가 손에 넣은 취급설명서는 96년 5월에 등록된 96년형 차량의 취급설명서입니다.



청색의 군더더기 없는 배경.

그 위에 금색 엠보싱 처리가 된 아반떼 영문명과 취급설명서/보증서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차량들 보증서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보증기간 그리고 주행거리의 차이를 제외한다면 요즘 보증서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준중형 승용차 최초로 운전석 및 조수석에 에어백이 적용된게 아반떼입니다.


뭐 나름 고급 옵션이긴 했습니다만, 설명서에는 자랑스럽게 그려져 있습니다.



1세대 아반떼는 '투어링'이라는 이름의 스테이션 왜건 모델까지 출시되었죠.


세단 그리고 왜건모델의 외형상의 몇가지 차이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주요 기능상의 차이는 없습니다.



이것만은 지켜 주십시오. 항목입니다.


요즘 차량들이야 어린이는 꼭 카시트에 태우라고 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겠지만, 이 당시 취급설명서에는 앞좌석에 어린이를 태운 뒤 장비를 함부로 만지면 사고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네요. 그 외에도 뻔한 이야기들과 함께 차 안에 아이 혼자 남은 경우 위험하다는 부분은 지금도 강조하는 부분이구요. 20년 전과 지금 이 시점에서 보는 관점이 약간은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차량 개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으니 신중히 생각하시길!


뭐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칼라유리 이야기가 나오네요. 요즘은 틴팅(썬팅)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색상을 낼 수 있어 대놓고 유리를 바꾸는 일이 없었습니다만은,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유리 안에 필름을 넣어둔 칼라유리로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더군요.


시트커버 역시 요즘은 대부분 가죽시트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나오니 크게 해당이 없는 부분이구요. 몰딩이나 범퍼가드 역시 지금은 실리콘 혹은 접착제로 접착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몰상식하게 피스로 구멍을 뚫는 일은 거의 없을겁니다.


그 외 타이어나 전기장치 그리고 소음기 탈거와 관련된 이야기는 지금도 해당되는 부분이겠죠.



'키'라는 표현 대신 '키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아반떼에는 옵션으로도 무선 도어락이 없었나 봅니다. 도어락 리모콘에 관련된 설명은 없고, 단순 '키이'와 관련된 설명만 나타나 있네요. 키를 분실했을 경우 꼭 키세트 전체를 교환하라는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길들이기, 경제운전, 겨울철 운행과 관련된 부분도 보입니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는 길들이기가 필요 없다고 주장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요즘 차량의 취급설명서에도 일정 키로수 동안은 길들이기가 필요하단 문구가 꼭 들어가 있습니다. 길들이기가 잘 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간의 차이는 확연하고요. 저 역시 신차를 탁송하게 된다면 최대한 차분히 다니려 노력합니다.


뭐 여튼 구구절절 지금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맞는 소리들만 적혀 있습니다.



세단 기준의 설명도 있지만, 왜건 기준의 전구 규격표를 확인합니다.


다른 실외 등화류는 법적인 문제도 있기에 대놓고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실내등(맵등)의 경우 요즘엔 순정보단 LED 전구를 많이 활용하지요. 구아방을 지금껏 소유하고 계신 분들 중에도 많이들 활용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설명서의 약 30%는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 및 대리점의 위치 그리고 긴급출동 서비스의 홍보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인공위성으로 차량을 감지하여 고객이 있는 위치를 찾아낸다는 알라딘써비스.


지금도 블루핸즈의 긴급출동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긴급출동봉사반'이라는 명칭 대신 '알라딘써비스'라는 명칭을 붙이고, 엑센트의 데칼과 출동직원의 유니폼까지 변경되었다고 아주 자랑스럽게 사진까지 넣어두었네요.



정비도 배우고! 차도 고치고! 자가정비코너 - D.I.Y 코너


참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서울 송파와 강서 그리고 광주광역시에서 자가정비코너를 운영하고 있었네요. 물론 예약제로 운영되는 서비스입니다. 


고객 스스로 자신의 차를 점검하고 정비할 수 있도록 장비와 공구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정비사가 직접 자가정비법을 지도해 주는 서비스인데 처음 알았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환상적인 서비스가 있다면 무료한 주말에 충분히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는데 말이죠. 당시 새차였던 구아방과 여성 차주. 그리고 정비사의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그 외에는 죄다 지점 설명이라 넘어가기로 합니다. 여러모로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는게 흥미로웠던 취급설명서 탐구기였습니다. 종종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을 만날 때 상태 좋은 취급설명서를 주워와서 읽어보던지 해야겠습니다.

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티스도리

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
반응형


똥차, 방치차, 폐교, 쓰레기더미 탐방 전문 블로거.


정확한 위치는 어디라 얘기 할 수 없는 곳에 버려진 베스타를 보았습니다. 외부인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공간이고 도저히 차를 버릴 수 없는 공간인지라 아무래도 최소 10년 이상은 허허벌판에 방치되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근까지 간간히 보이는 90년대 출시된 뉴베스타가 아닌 80년대 후반 생산된 오리지날 초기형 베스타입니다. 86년 출시 당시 모델은 아니고 88년과 89년 사이에 나온 차량으로 보이는군요.



그나마 온전하고 선명하게 남아있는 일명 공장기아 엠블럼.


최초기형 차량의 경우 흔히 공장기아라 말하는 물결무늬의 기아자동차의 로고 대신 'KIA MOTORS'라는 영문 엠블럼이 들어갔습니다. 이후 88년부터 물결무늬 엠블럼이 적용되었지요. 물론 사고로 인한 교체나 개조로 인해 달린 부품일 확률도 있지만, 일단은 88~89년 사이에 생산된 차량임을 추정 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미 바랠대로 바래버린 테일램프. 그리고 사라진 번호판.


번호판이 있었던 자리는 흔적만 남아있고 누군가 강제로 떼어낸 흔적만 보입니다. 지금은 그저 방치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한시절 이 베스타를 아끼던 차주께서는 나름 캐리어도 달아두고 사다리도 달아두셨습니다. 


화물차로 분류되는 3밴 혹은 6밴 차량이 아닌 12인승 모델입니다만, 뒤에 영업을 위한 스티커를 붙여두었을걸로 추정되는군요. 스티커 역시 바랠대로 다 바래고 갈라져서 판독이 불가했습니다. 



10년 넘게 시동이 걸릴 일이 없었던 로나 디젤엔진은 쥐들의 생활 터전이 되어버렸습니다.


보조석 좌석을 살짝 들어보니 들리더군요. 로커암커버에 선명하게 'LONA DIESL'이라 각인되어 있습니다. 당대 기아자동차의 여러 디젤차량에 적용되었던 마쯔다제 엔진입니다만, 헤드가 녹아버리고 화재까지 발생하는 결함으로 인해 사실상 흑역사 취급을 당하는 엔진입니다.


이후 이 엔진의 중대한 결함으로 인해 기아차는 독자기술로 디젤엔진을 개발해냈고, 92년에 베스타와 와이드봉고에 2.7리터급 JS엔진이 적용됩니다. 그 엔진이 개량을 거치고 또 거쳐가며 비교적 최근. R엔진이 적용되기 전 그랜드카니발과 2012년 F/L 전 봉고3에까지 그 생명을 이어갔었습니다.



실내 상태도 장기간 방치된 차량인지라 그리 좋지만은 못합니다.


오디오를 비롯한 쓸만한 전자장치들은 모두 다 떼어갔고 비바람에 십수년 이상 방치된 시트와 도어트림은 이미 다 갈라질대로 다 갈라진 상황입니다. 더불어 차량 안에는 폐 농자재들과 꽤 오랜세월 방치된게 아닐까 싶은 쓰레기들이 잔뜩 담겨있습니다. 



내외관 모두 상태가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미 녹은 차량 전체를 감싸안았고 칠도 상당수가 벗겨져 있었습니다. 꽤 오래전 시장에서 사라진 우성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고, 그마저도 다 찢어지고 갈라진 상태였네요. 그냥 고물상 집게차가 와서 들고 가는 방법 말고는 이 차량을 치울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과연 어느 세월부터 인적이 드문 허허벌판 속에 방치되어 있었을까요.


또 하나의 단서를 찾았습니다. 주황색 비슷한 순정데칼. 89년 출시된 EST 트림에 적용되었던 스페셜 데칼이라 하는군요. 1990년 1월에 뉴-베스타가 출시되었으니 전기형 끝물 모델. 년식으로 따지자면 1989년식 차량으로 보입니다.



다른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만, 트렁크는 열립니다.


백도어마저도 부식으로 구멍이 송송 뚫려있군요. 차량 안에도 폐 농자재들이, 밖에도 폐 농자재들이 가득합니다. 그나마 이 차에서 멀쩡하게 제 기능을 하고있는 부속품을 꼽아보라면 트렁크 가스쇼바 말곤 없지 않을까 싶네요.



나름대로 차주분이 오디오에도 신경을 쓰셨던 모습이 보입니다.


사제 코엑셜 스피커네요. 이름있는 브랜드에서 만들어진 제품인지 아니라면 오픈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저가형 중국제 스피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고물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이 차량이 굴러다니던 시절에는 탑승객에게 순정 스피커보다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으리라 확신합니다.



공장기아 엠블럼. 그리고 한국유리공업의 옛 로고.


지금은 한글라스라는 브랜드로 익히 알려진 회사의 유리입니다.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만, 2005년 프랑스의 생고뱅 그룹에 인수된 상태입니다. 물론 프랑스 자본이 대주주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국내에 꽤나 많은 계열사를 두고 있다죠.



꿈이 있는 곳, 생활이 있는 곳- 

「기아자동차」가 함께 있습니다.



당대 기아자동차에서 제공하던 성에제거기로 보입니다.


꿈이 있고 생활이 있던 기아자동차는 결국 경쟁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 흡수당하고 맙니다.



전반적인 베스타의 모습이네요.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은 상태의 슬라이딩 도어와 트렁크를 제외하곤 절대 열리지 않는 나머지 문들. 그리고 전륜 휠도 어디론가 사라졌네요. 꽤나 오래 방치된 상태를 감안한다면 비교적 멀쩡합니다.



과연 언제까지 광활한 허허벌판을 지키고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30년 전 모두의 부러움을 사던 신차에서 벌판에 버려진 헌차가 되기까지. 물론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험난한 차생이 있었겠지요. 원부상으로도 아직 살아있는 차량일테고, 과연 이 차를 버리고 간 주인도 이 고철덩어리가 아직까지 그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지도 않겠지요.


떠나간 주인은 영원히 나타나지 않겠지만, 베스타는 오늘도 찬바람을 버티며 벌판을 지키고 있습니다.


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티스도리

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