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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사가 여행기. 드디어 2일차의 시작입니다.





평화로운 아침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아직 8시도 넘지 않은 이른 시간입니다. 늦은 밤 화려한 불빛이 새어나오던 술집들은 죄다 문을 닫았고요. 어쩌다 사람 하나 지나가는 수준의 적막함만이 작은 골목길에 울려퍼집니다. 



지난 밤 어두컴컴할때 들어와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숙소 건물도 다시 바라봅니다.


학원으로 이용중인 2층의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숙박업소로 이용중입니다. 4층에는 불이 켜진 방도 보이네요. 지극히 정상입니다. 우리가 아직 8시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나왔으니 말이죠.



밤새 주차해도 400엔밖에 받지 않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으니.. 차를 찾으러 나아갑니다.


경차가 겨우 지나갈법한 골목길 사이에도 유료주차장이 보이더군요. 경차 전용 주차장이였습니다.



간밤에 유료주차장에서 잘 쉬고 있었던 혼다 피트를 하루종일 혹사시킬 계획입니다.


사가현 일대를 한바퀴 돌고 올 계획이니 전날처럼 시내에서 조금 움직이고 끝나는게 아니라 최소 수백키로는 달리고 와야만 합니다. 그럴려고 렌터카 빌렸죠. 그게 아녔으면 레일패스로 충분했습니다.



옆에는 파사트 왜건이 보이네요.


왜건의 볼모지 대한민국에서는 당연스럽게도 세단모델이 불티나게 팔렸고 아예 왜건타입의 파사트는 수입조차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설령 수입이 되었다 한들 잘 팔리지도 않았겠지요.



무인정산기에 가서 주차요금 400엔을 지불함과 동시에 노란 턱이 내려갑니다.


뭐 저거 밟고 지나가도 될 수준이라 생각 하실 수 있을텐데, 하체 다 아작납니다.



오늘도 깡통 피트는 출발합니다. 실외온도는 13도. 적산거리는 103,623km



미쓰비시 ETC 단말기와 하루에 300엔 넘는 돈을 내고 빌려온 ETC 카드도 오늘은 제 몫을 할 예정입니다.


외국인을 위한 고속도로 패스가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현지인들은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도로비에 쏟아붓는다는 이야기일까요.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대한민국이라면 이미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았겠지만, 별다른 교통정체는 없었습니다.


신기하더군요. 최소 광역시 인구정도 되는 도시인데 별다른 교통정체를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일단 밥을 먹어야 하니 도심지 다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을 찾아 나섭니다.


이른 아침 작업복 혹은 양복차림으로 출근을 하고 계신 스시남 아저씨들이 몰려옵니다.



하카타 터미널 호텔 건물에 소재한 규동체인점 야요이(YAYOI)로 가기로 합니다.



여타 일본의 규동 체인점들이 다 그렇듯이 무인으로 주문을 넣고, 테이블에 앉아 기다립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김밥천국과 비슷한 포지션을 가진 일본의 규동집에서는 여러가지 메뉴를 판매중입니다.


규동집에서 규동만 파는게 아니라 돈카츠도 팔고 우동도 팔고 정식 비슷한 메뉴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야요이는 그래도 고급스럽고 차분한 인테리어로 다른 규동집들과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소고기가 들어가는 메뉴임에도 가격은 약 800엔 수준. 그렇게 비싸진 않았습니다.


간단히 배를 채우고 나오려 하니 다른 한국인 관광객들도 야요이에 들어오더군요. 그렇게 후쿠오카시의 아침은 시작됩니다.



밥을 먹고 나오니 큰 도로변에도 출근하는 스시남 아저씨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이더군요.


저 아저씨들에게는 특별함 없는 평범한 일상이라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낮선 도시의 풍경 중 하나입니다.



다시 차를 가지고 나옵니다. 출근하는 스시남 아저씨들을 양쪽으로 비키게 만든 뒤 차를 타고 지나갑니다.


우리나라보다도 보수적인 일본인지라 양복 색도 죄다 검정색입니다. 그래도 하나쯤은 보일법 한데 비슷한 계통의 곤색이나 진회색조차도 잘 보이지 않더군요. 물론 이러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한 반발심리인지는 몰라도 갸루나 이타샤같은 획일화된 평범함과 다른 독특한 무언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도시고속도로를 올리기로 합니다.


평범한 사거리에서 비보호 우회전을 받아 도시고속도로에 진입해야 하는데 이곳에서 약간의 정체를 경험한 일을 제외한다면 후쿠오카에서 교통정체를 경험하진 못했습니다.



아 물론 도시고속도로들은 패스 외에 별도 요금을 청구하는 고속도로인지라 따로 추가 과금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아몰랑 하고 도시고속도로에 진입합니다.



우리의 미쓰비시전자 네비게이션은 어눌한 한국어 안내와 함께 가라쓰시로 안내합니다.


일단 목적지는 일본의 당진 가라쓰시. 가라쓰만 주변 해안가로 펼쳐진 송림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입니다. 4년 전 방문 당시 교통편이 좋지 못해 건너뛰고 왔던 장소이지만, 한국의 당진시 출신으로 나름 애향심을 느껴 다시 일본의 당진시에 방문하며 첫 코스로 잡아버렸습니다. 뭐 여튼 가라쓰시 니지노마쓰바라로 향합니다.



한국의 흥아해운 컨테이너가 보입니다.


그래봐야 한국하고 그리 멀지 않은 큐슈의 후쿠오카이지만 괜히 반갑더군요.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사업은 시노코(SINOKOR)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장금해운과 통합 될 예정이라 합니다.



평범한 주택가를 거치고.



후쿠오카항 옆을 지나는 아라츠대교를 건넙니다.


1989년 아시아 태평양 박람회에 대비하여 88년에 완공된 아라츠대교는 후쿠오카의 야경 명소로 통하기도 합니다.



아라츠대교를 건너다 보니 히타치와 NEC를 비롯하여 익숙한 브랜드의 사옥들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후쿠오카타워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고속도로 입구 요금소에는 한국어로도 환영인사가 적혀있네요. 그러고 보니 이번에 후쿠오카 타워는 올라가보지 못했습니다. 4년 전에 혼자 가서 야경을 보고 왔던 일이 기억나네요. 카와이한 스시녀가 엘리베이터에서 한국어로 참 카와이하게 후쿠오카타워에 대해 설명해주었는데 말이죠;;



자 이제 도시고속도로를 지나 본격적인 진짜 고속도로에 진입합니다.


ETC차로의 제한속도는 20km/h. 조금 빨리 달려도 어짜피 앞에 차단봉이 열리지 않기에 속도를 줄이게 됩니다. 국내의 경우 약 10여년 전 하이패스차로의 차단봉으로 정차한 차를 들이받는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아 사라진 차단봉이 일본에는 아직도 존재합니다.



제한속도가 기상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듯 보입니다.


제한 최고속도는 시속 100km/h입니다만, 역시나 은근슬쩍 110km/h 이상 밟는 차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평범한 논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시골 농가주택.


경지정리가 된 구역인지라 네모반듯한 논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후쿠오카의 장점이란 도심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 않아도 산과 들을 볼 수 있는 아마 이런게 아닐까요.



한번 더 요금소를 거칩니다.


하이패스와 통행권을 받는 일반차량이 모두 이용 가능한 겸용차로 역시 존재하더군요. 승용차는 ETC 전용차로로 진입하고 있지만, 화물차는 겸용차로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라쓰에 가던 기억으로는 이 요금소가 꽤 컸었던것으로 기억했는데.. 소규모 요금소로 변해있었습니다.


당진까지 남은 거리는 약 30km


당진(唐津)이라는 익숙한 한자. 가라쓰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산과 고개를 건너 고속도로 구간과 국도 202호선이 직결 연결됩니다.



멀리서 보이는 익숙한 드라이브 인 토리(ドライブイン鳥) 간판.



논인가 봤더니 논은 아니고 보리밭처럼 보이더군요.


전형적인 우리내 농촌 시골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차량의 방향을 돌려 시골마을에 잠시 들렸다 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하고 그저 가라쓰 방향으로 직진만 계속 했습니다.



이마리까지 47km. 가라쓰까지는 26km.




논과 밭 산이 펼쳐지는 와중 외딴곳에 밀집된 주택가도 보이고요.



사실상 공동묘지격인 납골당도 보였습니다.



고속도로 터널은 그래도 타일로 마감이라도 되어있었는데, 국도변 터널은 그저 생 콘크리트자국이 보입니다.


뭔가 오래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겨옵니다. 그래도 여긴 백색 LED 불빛이라 좀 덜했지, 누런 할로겐 전구 조명이 들어오는 터널의 경우 오싹한 분위기를 풍겨옵니다.



달리고 또 달리다보니 작은 말로 진입합니다.


이미 만개했던 벚꽃은 꽃잎을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흩날리는 꽃잎들 사이로 피어나는 이파리들이 보이더군요.



이정표에 니시노마쓰바라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정표를 보고 가라쓰의 작은 마을에서 좌회전을 준비합니다. 6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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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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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신군부 시절 정권에 의해 단종되었던 HD1000 승합차의 계보를 잇는 현대의 원박스형 승합차입니다. 당시 기술제휴 관계에 있었던 미쓰비시의 미니밴인 델리카 3세대 모델을 들여와 1986년 12월부터 생산하게 되었고, 2003년 12월 환경규제로 인해 정리되기까지 약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판매된 차량입니다.


물론 승합차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봉고에 밀려 만년 콩라인에 있었지만, 그래도 말년에는 봉고의 후신 프레지오보단 잘 팔렸습니다. 여튼 그러한 그레이스의 1세대 후기형 6인승 밴 차량을 보았습니다. 



예산 읍내의 한 골목에서 본 1992년 8월 등록된 그레이스입니다.


얼마 전 서산 해미에 구형 지역번호판을 달고있었던 그레이스 2밴이 결국 폐차장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예산에서 상당히 우수한 상태의 각그레이스 밴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붕과 백도어 도장 클리어가 일부 벗겨진걸 제외한다면 30년 가까이 된 차량임을 감안한다면 우수한 관리상태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함께 판매되었던 포터의 경우 2세대 델리카 트럭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량이지만, 그레이스의 경우 1986년 당시 일본에서도 따끈따끈한 신차였었던 3세대 모델의 뱃지 엔지니어링 모델입니다. 즉 현대와 미쓰비시가 함께 생산을 했다는 이야기겠죠. 비슷하게 생긴 각포터보다는 한층 진보된 모델이였습니다. 여튼 96년에 와서야 3세대 플랫홈으로 갈아타게 된 포터와는 달리 그레이스는 자잘한 부분변경만 있었을 뿐 실질적인 모델 체인지는 없었습니다.



깔-끔 합니다.


세월에 바래버린 트렁크 가니쉬는 빛바랜 회색이 되어버렸고,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때만 하더라도 근근히 차량들에 붙어있었던 충청남도교육청에서 배포했던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합시다' 스티커 역시 그대로 붙어있었습니다.


차량 총중량은 2375kg. 밴 모델인지라 리어와이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적재공간에는 그냥 승용차 트렁크에 있을법한 평범한 물품들이 담겨있습니다.


적재공간 상태도 흙먼지가 조금 있는 걸 제외하고도 30년 가까이 된 차량 치곤 준수했습니다.



휠캡은 엘란트라 휠캡이 장착되어 있었고, 그 위에 현대 엠블렘을 하나 더 붙여놓았습니다.


엘란트라의 휠캡도 별다른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리네요.



실내상태도 매우 준수합니다.


주인어르신께서 상당히 애지중지 관리하신듯 보입니다. 짐칸에는 흙먼지가 좀 있었지만, 사람이 타는 공간에는 흙먼지라곤 찾아 볼 수 없었네요. 뭐 여튼 밴 모델이라 그런지 RPM 게이지는 없었습니다. 주행거리는 약 26만km정도 찍혀있었고요.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창문을 내리기 위해선 닭다리를 열심히 돌려야 합니다.


나름 오래된 차량임에도, 최신의 휴대폰 충전기와 요즘 차에 달려도 별 위화감이 없는 휴대폰 거치대가 달려있었습니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타야하는 2열 공간도 매우 깔끔했네요.


아무래도 업무의 개념보다는 요즘 RV차를 타는 개념으로 차를 출고하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바닥 매트 대신에 박스를 깔아두었고, 여러모로 차를 아끼는 어르신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1993년 뉴그레이스 출시 전까지 사용되었던 레터링입니다.


그 시절 쏘나타고 각그랜져고 뭐고 다 같은 폰트로 만들어 붙이던 물건인데, 각그레이스의 경우 좌우측 문짝에 모두 이 래터링이 붙었던게 특징입니다. 물론 보셨다 트렁크 도어에도 잘 붙어있고요. 93년도에 둥글둥글해진 신형 모델이 출시되면서, 그레이스 래터링 역시 둥글둥글하게 변했습니다.



응..? 근데.. 이거.... 구형인데....


그랬습니다. 전면부의 경우 신형으로 개조가 되어 있었습니다. 당연스럽게도 각그레이스 부품은 수급 자체가 힘든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신형개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짜피 86년형이나 2003년형이나 전반적인 차체는 같기에 쉽사리 개조가 가능했겠지요. 



생각보다는 위화감 없이 잘 들어맞습니다.


그래도 현대차는 부품 자회사를 두고 있어 부품 수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합니다. 각그레이스 시절 부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90년대 중후반 나온 차량들의 부품은 아직도 다수의 신품이 생산되며 판매되고 있습니다. 당연스럽게도 뉴그레이스 부품들은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말이죠.



반대편 사이드미러는 신형이 달려있지만, 운전석 사이드미러의 경우 아직도 구형이 달려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주인의 강한 애착이 있었기에, 전면부 사고로 폐차장으로 갈 운명이였던 그레이스가 신형 개조를 거쳐 여태 살아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원인은 중국에 있지만 괜히 트집이 잡히는 노후 경유차 자체가 현 정권에서 쥐닭급 적폐 취급을 받고 있기에 무궁한 앞날을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도 그 자리에 꿋꿋히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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