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500명 수준의 면소재지인 당진시 면천면은 당진시 안에서 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동네이기도 합니다. 1914년 일제의 부군면 통폐합으로 사라진 면천군의 소재지였는데 지금은 그저 시골 면소재지로 몰락해버리고 말았네요. 그럼에도 당진-영덕 고속도로의 첫 나들목인 면천 IC가 면소재지에서 3분 거리에 있어 교통편은 매우 편리합니다.
이러한 면천은 당진과 예산 서산을 비롯한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여름에 콩국수를 먹으러 가는 동네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어느 집이 맛있다는 취향이 다르니 사람들마다 의견이 갈리곤 합니다만, 지금은 흔적만 남은 옛 장터 근처로 콩국수를 파는 식당 서너 곳이 몰려있습니다. 옛 장터 근처가 아니고 면천면 소재지를 통틀어 콩국수를 파는 식당들이 두 곳 정도 더 있지만, 보통 면천으로 콩국수를 먹으러 간다 하면 옛 장터 근처로 가곤 합니다.
그러한 면천의 콩국수 식당 중 저는 어릴적부터 김가면옥만 다녀서 나이를 먹고도 김가면옥만 찾고 있습니다. 구전되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김가면옥이 원조라고 하네요. 합덕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김가면옥으로 이름을 바꾸고 영업중이라 합니다.
대략 90년대 중후반 양식으로 지어진 2층 건물이 김가면옥입니다.
2층은 가정집으로 활용하는듯 보이고, 이 건물 뒷편으로 오래된 가옥이 있는데 그곳에서 주로 음식을 준비하고 식당 건물 내 주방에서는 국수를 삶거나 칼국수를 끓이는 간단한 조리만 해서 손님에게 내놓는듯 보입니다.
하절기에는 콩국수로 유명한 식당이지만, 동절기에는 바지락칼국수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그럼에도 콩국수만 먹으러 왔었지 칼국수를 먹으러 온 일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전형적인 90년대 중후반 스타일의 식당입니다.
오래된 거울과 오래된 위니아 에어컨. 그리고 90년대 중후반 유행했던 낡은 민트색 좌식상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도배와 장판만 새로 했을 뿐 그 시절 그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지금 보면 촌스럽고 투박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세기말 어느날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요즘은 쉽게 볼 수 없는 90년대 중후반 스타일의 녹색 스테인레스 샷시입니다.
요즘은 PVC 샷시가 거의 대세가 되었죠. 그리고 이렇게 색이 들어간 스테인레스 샷시도 잘 사용되지 않스빈다. 딱 전형적인 90년대 중후반 지어진 건물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유리창의 스티커 역시 어릴적 보던 모습과 동일합니다. 오랜 세월을 버티며 떼어내기 힘들 수준으로 삭아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식별이 가능하니 그대로 놔두지 않나 싶습니다.
夏 콩국수 冬 칼국수
여름에는 콩국수를, 겨울에는 칼국수를 판매합니다. 4월부터 10월까지 콩국수를 판매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콩국수를 판매하는데 사장님께 물어보니 4월 중순부터 콩국수를 개시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보름정도 남았다는 얘기겠지요.
메뉴가 여름이고 겨울이고 하나뿐이니 그냥 자리에 앉으면 그대로 조리가 시작됩니다.
면만 삶아서 콩국물만 부어주면 끝나는 콩국수는 금방금방 나오지만, 이것저것 넣고 끌여야 하는 칼국수는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한참 걸리는 것도 아니고 조금 걸리는 수준인지라 충분히 기대릴 수 있는 수준이지요.
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겉절이. 그리고 매운맛을 내는 다대기와 청양고추가 나옵니다. 다대기와 청양고추는 취향에 따라 넣어 먹으면 됩니다. 저는 익은김치보다 겉절이를 좋아하는데 특히 겉절이가 맛있어 한번 더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바지락칼국수와 밥이 나왔습니다. 밥은 따로 달라고 하니 잡곡밥을 조금 덜어서 주시네요.
육수에 애호박과 양파 그리고 바지락을 넣고 끓이다가 계란을 하나 풀어넣으면 완성입니다. 그 위에 김가루를 많이 뿌려놓았네요. 양은 보통이고, 국물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걸쭉한 국물이네요. 국수류의 국물도 취향에 따라 맑은 국물과 걸쭉한 국물을 좋아하는 부류가 나뉠텐데 저는 걸쭉한 국물을 좋아하는 부류입니다.
김가루를 국물에 잘 섞어 먹어보기로 합시다.
따로 먹는 방법이 있는건 아닙니다. 그냥 잘 섞어서 면과 국물을 먹어주면 됩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부 식당들은 바지락칼국수라면서 건어물 바지락을 넣는데 생바지락이네요.
바지락 껍데기는 반찬통 옆 스테인레스 그릇에 따로 놓습니다. 다대기와 청양고추를 조금 넣고 겉절이와 함께 곁들여 국물까지 다 비웠습니다. 4월 중순 안으로 가서 먹지 않는다면 10월쯤에나 다시 맛을 볼 수 있는 칼국수입니다. 참고로 콩국수 면은 칼국수면이 아닌 중면이라 식감도 많이 다릅니다. 벚꽃이 지기 전 다시 가서 한번 더 먹고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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