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좀 조용히 지나가나 싶었는데 병이 도졌습니다.
지난 1월.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로 기억합니다. 젠트라X 3도어를 대신 가서 보고 사다달라는 친구의 부탁으로 광명까지 올라가서 젠트라X 3도어 차량을 흥정하여 가져왔던 일이 있었죠. 역사나 구구절절 차량 소개와 관련된 이야기는 지난 1월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1.01.08 - [티스도리의 자동차이야기] - 젠트라X 3도어 수동 대리구매 + 이전등록
2년 6개월정도 판매되었지만 사실상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젠트라 3도어입니다.
부분변경 이전의 칼로스 3도어부터 시작하여 대략 5년 가까이 판매했지만, 실질적인 내수 판매량은 두대 다 합쳐봐야 천대 조금 웃도는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로 차를 좀 아는 사람들이나 가벼운 공차중량에 서킷용 차량으로 찾는 사람들 아니고서는 문짝 두개짜리 스포츠쿠페도 아닌 뒷자리 타고 내리기만 불편한 변태같은 소형차를 살 일은 없는거죠.
당시 경쟁차종이던 베르나 역시 3도어가 존재했으나 베르나도 마찬가지로 3도어 모델의 판매량은 저조했습니다. 그냥 5도어나 큰 차이 없는 외관의 칼로스 젠트라와는 달리 5도어 모델이 없는 베르나의 3도어 모델은 나름대로 흔하디 흔한 장바구니 5도어로 오해받을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죠.
여튼 흔치 않은 똥차에 관심이 많은 제 눈에 들어오던 차량이 하나 있었으니..
젠트라 3도어 수동 80만원!!!
촉매가 나갔답니다. 그래도 희소가치를 생각한다면 매우 저렴한 가격입니다. 딱히 운행에는 지장이 없고 검사도 아직 한참 남아있으니 천천히 고치면 됩니다. 업무용으로 활용하다가 팔더라도 분명 본전은 치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연락을 했습니다.
당연히 흔치 않은 차량이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겠지요. 나름대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 차례가 와서 친구와 함께 젠트라 3도어를 보러 갔습니다. 별 생각 없이 갔습니다.
젠트라 3도어를 타고 젠트라 3도어를 보러 가고 있습니다.
정확한 판매량을 알고싶어 한국GM에 문의를 넣었더니만, 따로 집계된 자료가 없다고 합니다. 뭐 등록증에도 그렇고 1.2냐 1.6이냐 배기량과 해치백이냐 세단이냐 차량의 형태로만 나눌 뿐이지 해치백에서 3도어가 정확히 얼마나 판매되었는지는 따로 작성해두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렇게 판매되었던 차량들도 수출이나 사고로 인한 폐차로 일부 말소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얼마 남지 않았을겁니다. 최소 구입하면 손해는 보지 않을거라는 논리는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정상 컨디션을 만들어 놓더라도 투자비에서 큰 손해는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네. 흔치 않은 젠트라 3도어 두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습니다.
생각보다 험합니다. 물론 사진빨을 받기에 그럭저럭으로 보이실지 몰라도 생각하고 왔던 수준보다는 험했습니다. 뭐 세차를 못해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그 가격에 뭘 바라겠습니까. 저 빨간차도 170만원인가 올라왔던 매물인데 그보다 얼추 백만원은 싼 차량인데 당연히 그정도는 감안해야겠죠.
그냥 젠트라X 5도어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문짝이 좀 더 길고 2열 창문은 승합차 창문처럼 개폐된다는 사실 말곤 딱히 다른건 없지요. 카히스토리를 먼저 보고 왔는데, 사고는 두건. 금액은 다 해서 300만원 조금 넘더군요. 저 가격 차량에 교환유무는 큰 상관 없습니다만, 확인해보니 뒷 트렁크 문짝하고 우측 휀다쪽으로 앞삼박 사고가 있었던 차량입니다.
순정 제치 칠인데 앞유리 옆으로 칠이 까집니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칠만 다시 하면 될 부분이라 이정도는 개의치 않습니다.
더러운 엔진룸 그리고 양쪽 휠하우스의 쇼바마운트자리 부식이 매우 심각합니다.
아 엔진은 그래도 당대 최신입니다. 크루즈(라세티 프리미어), 아베오에 적용되던 에코텍3입니다.
다행히 육안상 보이는 오일누유는 없었지만, 쇼바마운트자리 부식이 저 빨간차보다 더 심하네요. 그러니 폐차값에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생각 이상이라 정이 좀 떨어지긴 해도 여기까지 왔는데 가져가야죠 뭐..
그래도 부식을 제외하면 엔진쪽에서 보이는 오일누유는 딱히 없어보이고 밸브소리가 좀 들리긴 하는데 엔진 컨디션도 19만km를 주행한 차량 치곤 나쁘지는 않아보입니다.
출시 당시 슬로건으로 '나는 오늘 좀 달려야겠다'를 사용했었는데, 경쟁차량대비 월등한 출력과 가벼운 공차중량으로 힘이 남아도는 느낌으로 경쾌하게 나가긴 합니다. 대우차 특유의 저속에서 늘어지는 기어비 탓에 혹평을 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있지만, 동시대 준중형차인 포르테나 아반떼 HD보다도 오토차량 기준 제로백 시간이 훨씬 더 짧습니다. 클릭 디젤이나 라프 1.8을 가지고 온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만,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적용된 당대 소형차와 준중형차 중 달리기 성능에서 절대 뒤쳐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썬루프는 정상적으로 작동됩니다.
최종적으로 들어올려질때 소음이 좀 있지만 구리스만 좀 쳐주면 될 일이고요.. 따로 물이 새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딱히 흡연자도 아닌지라 썬루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만, 멀쩡하게 작동한다면 없는것보다 있는게 더 낫긴 하지요. 아 그리고 빨간 스파크 시승차 타면서 느껴본 바 분위기 내기는 좋습니다.
엔진체크등과 브레이크 경고등 ABS 경고등까지 모두 점등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노답상태인데 ABS는 그냥 꽉 잡혀버려서 퓨즈를 빼놓았다고 하고, 엔진체크등은 촉매문제때문에 뜬다고 합니다. 촉매는 한참 남은 다음 검사까지만 처리하면 될 일이고요. 당장 타는데 별 지장은 없다고 합니다. 시운전을 나가보니 클러치도 가볍고 생각보다 하체상태는 저 빨간 3도어를 타고 내려왔을때 느꼈던 수준보다 월등합니다. 근데 머플러가 터졌는지 마치 배기튜닝을 해놓은 느낌처럼 중저음이 울리네요.
뭐 차값이 좀 비쌌으면 감가요소가 참 많습니다만, 교통비정도 빼고 인수해왔습니다.
돌아가던 길에 휴게소에서 빨간 젠트라 3도어와 함께 사진을 촬영합니다. 그냥 남들이 보면 평범한 5도어 아줌마용 장바구니인데, 뒷문이 없습니다. 알아보는 사람도 신기하게 보는 사람도 없습니다만, 차를 뭐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면서 타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고보니 저 두대의 출고일이 딱 한달정도 차이납니다. 빨간차가 2008년 6월이고, 파란차가 2008년 7월에 등록되었습니다. 아마 일정수준 계약이 채워지면 몰아서 생산하는 형태로 생산을 했을텐데, 한달만에 그 수준의 주문이 찼을 정도면 그럭저럭 팔리긴 팔렸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뒤에서 보면 일반 5도어와 다른 느낌임은 확실합니다.
나름 최고사양인 16인치 휠이 적용되었음에도 차체대비 바퀴가 너무 왜소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타이어 트레드는 아직 많이 남아있어 타이어나 하체쪽으로 돈을 들일 일은 없어보입니다. 일단 시급한 쇼바마운트 부식부터 처리하고 하나 둘 고쳐가며 만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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