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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반 병신 빡대가리 무능력한 도태한남충이라 돈만 35만원 날렸습니다.

 

지난 정기 기능사 2회 실기시험 접수기간에 방수기능사 실기시험을 접수해뒀습니다. 방수기능사,건축도장기능사,거푸집기능사,비계기능사는 필기시험 없이 실기시험만 보는 건축 관련 기능사 자격증인데 보통 저와 같은 내국인은 건설 관련 경력으로 초급 기술자 자격을 얻기 위해 응시하고 재외동포 비자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 중국동포의 경우 비자 연장을 위해 취득하는 자격증입니다.

 

올해부터 상시시험 과목에 추가되기도 했다고 합니다만, 여튼 한국인보다는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동포들이 체류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취득하는 자격증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전에는 정말 하루만 배워도 합격하는 자격증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합니다만, 저도 옛 경리한테 그런 얘기를 들어서 이 자격증을 준비했었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는 절대 불가. 최소 3일은 매일같이 나와서 배워야 합니다.  

 

물론 현장일을 하시는 분들이나 일머리가 있는 분들은 하루만 배워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뜩이나 고관절과 무릎이 좋지 않은 제가 무턱대고 도전하기에는 큰 벽임에 분명했습니다. 사실 응시만 해놓고 학원에 문의하니 그냥 전날 연락만 하고 오면 된다고 하기에 시험 전날 왔습니다만.. 큰 오산이었습니다.

 

방수기능사 실기시험 응시 내역.

실기시험 접수 수수료는 62,700원입니다.

 

천안의 힘찬건설자격증교육개발원으로 접수했습니다. 처음 알아보던 시기에는 천안에 시험장이 없는 줄 알고 있었는데 있더군요. 그래서 천안으로 일요일 1회차로 접수를 했습니다. 힘찬건설자격증교육개발원에 전화를 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하루 종일 배울 각오로 찾아갔습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굳은 의지와 각오 그리고 자신감으로 뭉쳐있었습니다. 유튜브를 대충 찾아보고 가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배우면 어렵지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학원을 찾았습니다.

 

아침일찍 찾은 학원.

천안역 근처. 비슷한 학원들이 여럿 있습니다만 제가 찾은 학원은 우체국 건물에 있었습니다.

 

천안대흥동우체국 건물의 2층과 3층 4층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시험장은 조금 떨어져 있고 이곳은 실습장입니다. 건축도장 방수 온수온돌 철근 석공 타일 거푸집 비계 미장 조적 등 건축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원장님은 두 분이 계신데 한분은 한국인, 한분은 중국어가 가능한 조선족이십니다.

 

사실상 한국사람들도 학원을 찾지만, 대부분 비자연장이나 한국의 건설현장 취업을 위해 기술을 배우는 중국동포인지라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통해야 교육에 문제가 없을 겁니다.

 

28만원 결제

학원 사무실에 올라가 강습비와 공구 대여비 28만원을 결제합니다.

하루 반나절 하면 38만원 정도라 들었네요.

 

학원 사무실에는 저처럼 오늘 처음 배우러 온 한국인 아저씨도 계셨고, 조선족 아주머니도 계셨습니다. 여튼 모 대통령의 전재산보다 1만원 부족한 돈을 결제했고, 안내에 따라 4층 실습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미 실습 전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고, 그렇게 하나 둘 설명을 들으며 작업 전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작업은 이 안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작업은 이 판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판 위에 펠트지를 꼼꼼히 부착하고 선을 그려주고 관통 파이프를 설치까지 해야 준비작업이 마무리됩니다. 이 준비작업은 평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만 본인이 직접 해야 합니다. 준비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방수시트를 재단하여 붙여주면 됩니다.

 

아 설명은 쉽습니다만, 펠트지를 어떻게 잘라 붙여야 하는지 선은 어느 규격으로 그려야 하는지 그 치수를 모두 암기해야 합니다. 거기에 방수시트는 여러 조각으로 재단해야 하는데 그 규격도 다 암기해야 합니다. 머리 터져나가는 건 둘째치고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니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펠트지 설치 관련 설명

이렇게 원장님이 한 자리에서 설명을 해주고 주변의 다른 수강생들이 와서 참관하는 방식입니다.

 

돌아다니며 개개인별로 막히는 부분을 설명해주곤 합니다만,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막히고 그렇다고 가르쳐 줄 사람은 한정되어 있으니 정말 머리 깨져나갑니다.

 

막 반발하는 한국인 원장님보다 중국 출신의 여자 원장님이 더 친절하셨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앞두고 실습하는 과정을 보러 온 다른 수강생들이 알려주고 도와주는 정보에 의존하게 되더군요. 보통 중국어로 얘기를 합니다만, 한국사람이라고 한국말로 해달라고 하면 친절히 한국어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줍니다. 처음 온 수강생들도 저를 포함하여 여럿 있었습니다만, 다들 바로 다음날이 시험은 아녔습니다.

 

한국인 수강생 중 저와 비슷한 이유로 자격증 취득을 위해 재수 삼수를 하는 아주머니도 계셨고, 그래도 며칠 나와서 강습을 받았다고 혼자 묵묵히 해내는 아저씨도 계셨습니다. 저만 어디서 이거 하루면 배워서 한다는 소리 듣고 와서 암담하게 멘탈 나가 있었지 다른 분들은 처음이어도 아직 기간이 며칠 남아있으니 여유 있게 배우더군요. 저를 보고 하는 소리가 붙으면 기적이라고 합니다. 저도 반은 포기했습니다.

 

방수시트 재단 후 붙이기 전.

방수시트를 모두 재단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거 뭐 옆에서 보고 와도 막상 하려고 하면 망해버리고 잘못됐다고 얘기 나오고 거기에 고관절과 무릎이 좋지 않아 공익근무를 했던 사람인지라 쭈그려 앉는 자세가 안됩니다. 무조건 털썩 주저앉아야 하는데 정교한 작업에 분명한 한계가 있더군요. 2시간 10분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작업을 마쳐야 하는데 움직임이 불편하니 당연히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 겁니다.

 

물론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시험시간을 추가로 주곤 합니다만, 등급이 나오는 수준의 중증장애여야지 아파서 수술하고 4급 보충역 판정받은 수준이면 얄짤 없습니다. 진작 영상을 보고도 굳이 쭈그려 앉지 않아도 작업은 가능하겠지라 생각하고 도전했습니다만, 직접 해보니 내 다리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동안 잊고 지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펠트지 재단하는 방법이긴 한데.. 방수시트도 비슷하게 재단함.

꿈도 희망도 답도 없음을 느꼈습니다.

차라리 건축도장기능사를 도전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후회합니다.

 

마지막에 실리콘 쏘고 파이프에 철사까지 감아줘서 우여곡절 끝에 엉성하게 완성하기는 했습니다만, 더 이상 사진 찍을 여유도 없어 사진은 없습니다. 학원에서 재단하는 팁을 알려주고 그 내용이 적힌 종이를 줍니다만 그거 다 외운다 치더라도 부착하는 과정에서 분명 하자가 발생하여 중도에 실격 당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래도 시험은 보고 경험해보자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만, 다 하는데 마감이 조금 엉성한 수준도 아니고 사실상 혼자 다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험을 봐야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돈만 약 35만 원 날렸고, 몸은 몸대로 아팠고 차라리 도장기능사를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지배적이었습니다.

 

여하튼 건축현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조선족 아주머니들도 3일씩 강습받고 시험을 본다 합니다만, 재수 삼수를 해도 마지막에는 붙긴 붙는다 합니다. 중년의 아줌마들도 한국 체류를 위해 해내고, 경리도 하루 배우고 합격해왔던 자격증을 빡대가리 반병신 도태 한남충이라 못한다 하니 우울해지더군요.

 

그렇게 잠이 들었고, 다음날 8시 30분 시험 아니 시험 시작 전 준비를 위해 최소 7시쯤에는 도착해야 하는 시험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기름값이라도 아끼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더 잤습니다.

 

차라리 며칠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힘이 닿는 만큼이라도 노력을 해보려 했겠습니다만, 그 의지마저도 상실했습니다. 잘하는 것도 없고 도전정신도 없고 끈기도 없는 빡대가리 병신 도태 한남충이라 죄송합니다. 나도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삶의 이유를 만드려 노력합니다만 그냥 씨발 나가 뒤지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그럴 용기도 없으니 살고 있지만요.

 

다시 시험에 도전할지, 다른 과목에 도전할지, 아니면 그냥 다 포기할지는 좀 더 고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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